[문학회지] 제0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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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조선문학회 발행 - 단체 발행 소식지 제012호 - 개국622(2013)년 2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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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욱의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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走馬圖(주마도)
2. 장질부사보다 무서운 삶 (12)
평양에 갔던 영철은 을밀대 앞에서 농성 중인 동지들을 격려하고자 갔었던 터였다. 그런데 그렇고 나서 고향에 돌아오는 길목에서 어떤 사람들이 영철의 부인을 두고 풍문이 있더라는 것이 들렸다. 그것은 영인과 별선의 관계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영철은 이를 부정하고자 해도 마음에 분한 것이 있어서 다시 평양으로 되돌려 갔다.
밤중에 평양에 도착한 영철은 영인이 어디에 있는지 일러주는 사람에 의해 모처로 찾아가보니 공교롭게도 기방이었다.
친형이 기방에는 웬일로 오는고 하며 생각하려니 기가 막히고 귀도 막혔다, 친형의 이름을 기방의 지배인 하나에게 형의 이름을 부르니 영철은 지배인이 안내해주는 데를 따라 다다르고 문을 열었다.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술에 취한 듯 얼굴이 빨갛다. 영인은 그 즉시로,
“오, 우리 조선의 마르크시스트이자, 내 아우님이 되시는 장영철 군!”
사회자가 일장 소개하는 양으로 형은 동생을 힘찬 어조를 띠었다.
“무슨 일이오.”
고향에서 듣던 소문을 듣기 며칠 전, 영인은 잠시 의논하고자 한다는 말로 별선에게 전보를 보냈었다. 그런데 그 내용은 자신에게 오면 재산의 반은 나누어 주겠다고 전제조건을 내걸었던 것이 이 화근을 불렀다.
“오― 우리 극선이.”
그러나 영인은 極仙(극선)이란 기생의 온몸을 더듬으며 사랑을 속삭였다.
그리고는 양손을 짝짝 박수치며,
“황씨!”
라는 것으로 지배인을 부른다.
그 즉시로 팔원을 내놓으며, 각각 기생 넷에게 한 명당 이원씩을 내놓았다.
그리고 십전을 다시 꺼내어 지배인에게 내놓고 자리에 일어나고자 할 때 영철과 극선이 그를 양어깨에 짊어진 채 영철의 거처로 옮겼다.
극선은 사실 영인의 애첩이었다.
“나리, 저이가 장 사장님 아우시라구요?”
부끄럼을 타는 듯 덩달아 바깥을 나섰던 花仙(화선)이라는 기녀가 웃음질을 치며 영철을 흘깃 쳐다보았다.
“오냐, 내 사랑아.”
영인이 또 영철이처럼 놀렸다.
“옛다! 아우야, 이 돈 받고 가거라.”
영인이 아우 앞에다 꽤 두둑하게 생긴 노란 돈봉투 하나를 내동댕이쳤다.
그러자 영철이,
“형이 별선 씨를 범하려고 한 것이 진심이오?”
소리치자,
“그 일을 덮자구나. 내가 실수로 어쩔 수 없게 되었다. 형의 체면도 생각해보아라. 내 만주 가면 사업가가 되어서 그 일이 어떻게 될런지 모르니.”
그 뒤 영인이 인사불성이 된 채 잠이 든 것을 보고 두 남녀는 일어섰다. 그때 영철의 뒷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극선의 가슴에는 두근거림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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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욱의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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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의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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走馬圖(주마도)
3. 서른 살 (1)
1926년 6월 10일. 이날에 일어난 만세거사에 이어 4년 뒤 광주에서 학생항거가 일어났다.
기차 안에서 일본인 학생이 조선 여학생의 머리카락을 쥐어 잡아당기다 조선 남학생들의 만류에 불구하고 일본인 학생들이 인종차별에 대한 발언을 하여 조선인 학생들을 얕잡아본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이 두 부류의 학생들이 서로 치고 받고 싸운 것이 화근되어 일본인 학생들에 대해 조선인 학생들이 항일운동에 가담하기 시작함으로써 전국적인 의거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선 학생들은 동맹휴학으로 끈질기게 일본에 저항하다가 일제 경찰로부터 모진 고문을 당하였다. 그 뒤 2년이 지난 1931년. 노 참찬의 부고를 듣고 영철이 그 집에 이르렀다. 이때 그 손녀이자 영철의 부인인 별선이 상주로 있었다. 그러나 서로 마주보지 않고 있다가 장례식이 파해진 뒤로 사랑 뒤편에서,
“왜 우리 형과 사통하였소.”
냉엄하게 얘기를 꺼내는 지아비에게 별선은,
“장영인 씨하고 만남을 갖지 않았어요.”
하며 지아비 형의 이름을 함부로 부른다.
곧이어,
“그 사람이 만주로 가서 사업을 한다기에 동네사람들 소문이 전혀 무관합니다. 부디 이해해주세요.”
별선은 애써 하소연을 하였다. 그러자 영철의 마음이 순간 흔들렸다.
영철은 순간 진앙지가 어디에 있는지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그러나 찾아내지 못했다. 영철은 별선에게 당분간 친정에서 근신토록 하게 하고 다시 사회주의운동에 투신했다.
한편으로 만주로 건너간 영인이 그곳에 방직공장을 세워 큰 성공을 거둔 金明錫(김명석)을 만나 만주에서 개척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내고자 했다.
특히나 김명석은 일본에 유학하고 돌아와 자신의 재산을 영등포에 있는 빈 방직공장을 하나 사들여 제품을 만들어내어 부를 축적하다가 만주로 건너와 다시 방직공장을 별도로 세웠던 터였다.
특히나 김명석은 특이하게 마르크시스트 장영철과 깊은 인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까닭으로 영인은 김명석에게 더욱 신뢰를 다지고자 노력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생각한 것이 바로 조선음식이었다. 조선음식은 만주에 있는 원주민에게 익숙할지도 모르는 일이기도 했고, 만주인 뿐만이 아니라 조선인과 일본인을 구성한 만주국의 국민들에게 무엇보다 자연의 조화가 이루어진 조선의 음식이 더욱 알맞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하기에 만주국의 수도인 장춘에 본점을 낸 이후로 네 개의 지점을 차리는 흑자를 이루어냈고 종업원도 수십명을 거느려 점포 규모가 넓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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走馬圖(주마도)
3. 서른 살 (2)
만주 봉천. 이곳은 본래 청나라의 도읍이었으나 북경으로 천도하는 바람에 이곳은 빈 성터로 남아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은 만주국의 주요한 중심지로 변한지라 곳곳에 번화가가 활기를 치듯 생겼다. 그 가운데서 유독 눈에 띠는 것은 단연 장영인의 가게다.
“사장님, 손님 오셨습니다.”
나이 스물에 시집을 가 지금은 그 중후반이 된 을희라는 몸종이 영인의 사무실로 달려가 손님이 왔음을 알렸다. 뒤에서 중절모를 눌러쓴 사나이가 나타났다.
“저 기억하십니까. 매형.”
그 사내가 중절모를 벗으니 영인이 그를 알아보고 깊이 껴안았다. 그는 채운희의 이복동생이었다. 그리고 영인에게는 처남이 된다.
“여긴 어쩐 일인가.”
“누님도 볼겸, 겸사겸사요.”
그러자 영인이 기다렸단 듯이 처남을 안내해주어 살림집에 들어섰다.
“황 서방, 어서 찻상을 들이시게.”
살림집은 꽤 넓직했다. 용정에서 온 황 서방 내외와 그밖의 네댓 명의 일꾼이 한 지붕을 이루며 살 정도의 기와집이었다. 이 집을 지은 지 오년 전이다. 무엇보다 이 더운 여름에 찻상이 들어오자 두 사람은 차갑게 한 차를 마신다.
“자네 북경서 사범학교를 다는다고 했는데 교사가 되려는가?”
그러자 사내는,
“아버님의 엄명이 계셔서.”
대답했다. 사실 근식의 아들은 명석하기 그지 없었다. 근식이 강원도 일대를 주름잡은 일이 있었다. 그때 관기 하나를 야심한 밤에 건드린 바람에 옳다구나 하고 아들을 낳게 했다. 이름은 雲鶴(운학).
어려서 친모를 여읜 운학은 큰어머니로부터 구김없이 자랐다. 그만큼 근식 영감에게는 더없이 귀한 보배와도 같은 자식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북경에 있는 사범학교에서 수학하고 있는 것도 다 아버지를 잘 둔 덕택이라 하겠다.
“여기를 언제까지 있을 참인가.”
영인의 물음에,
“다음달까지는 있을 겁니다.”
운학이 대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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