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지] 제0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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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조선문학회 발행 - 단체 발행 소식지 제010호 - 개국621(2012)년 11월 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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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욱의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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走馬圖(주마도)
2. 장질부사보다 무서운 삶 (7)
그 뒤에 영인은 아버지의 명에 따라 밥상을 차렸다. 아버지의 투박한 손맵시 치고는 먹을 것을 차린 것을 보려니 너무나 정갈하였다. 그러한 터에 어머니께서는 잠자코 영감의 손으로 만든 일용할 양식을 덥석 잘도 잡수신다.
“영감, 이렇게 호강을 받아보니 만사가 편하것소.”
송씨의 눈가에는 눈물이 이슬처럼 맺혔다. 그때 영인은 잠자코 듣다가 아버지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아뢰며,
“아버님. 저 결혼을 할 사람이 있습니다.”
라고 말하였다. 한사코 노 참찬의 손녀딸과 맺어주려고 하는 호기 노인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며 호기 노인이 묻자,
“어머니가 필요할 것 같아서.”
하는 영인의 대답에 내외는 당황한 기색을 보인다.
“그럼 노 참찬네하구.”
하지만 호기 노인의 말은 적중하지 못했다.
“아니오. 그이하고는 결혼하지 않습니다.”
그러고서 영인은 침착하게 자초지종을 아뢰기 시작한다. 자신의 여자가 蔡氏(채씨) 가문에서 난 사람으로 본래 중인의 신분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가 이야기한 집안은 평양에서 몇 안되는 지주라고 하여 평양의 한복판에 자리한 양화상점이라는 것을 차려놓고서 조선서 가장 진귀하게 여기는 것들을 모아 팔아놓고서는 부를 축적해 지주 행세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은밀히 독립운동에도 지원해주고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까닭에 영인은 그 집안과 제일 먼 친척조카라는 동기생이 소개시켜주어, 그 채씨 집안의 여식을 만나 교제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짐꾼은 그 집안에서 주었던 사람이라고 말해놓고서,
“그러잖아도 저를 어여쁘게 여기셨나본데 그 집 어르신이 아버님을 만나뵙고자 하십니다.”
하는 맏아들의 말투에 아버지는 심히 불쾌해졌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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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덕성님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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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님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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待命 (천명을 기다리다)
- 東川
仰不愧於天하고
俯不怍於人이라
卽盡人大命이니
願不爲獲麟이로라
우러보아 하늘에 부끄럽없고
굽어보아 사람에 부끄럼없다
곧 진인사대천명이니
원컨데 획린(절필)만은 하지 않기를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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冬
어린 아이들 冬에 반가히 여기며
밖으로 뛰쳐나오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에 또 한 번 웃네
아해야 아해야
그리좋으냐
밝그란 얼굴 속 내 마음도 웃네
아해야 아해야
그리좋으냐
눈 밟는 소리에 웃는 아해 얼굴
어지러운 세상 밝힐소냐
冬이 어린 아이 낯색 비추듯 세상 빛춰주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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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
[최준님의 시]
無
없으니 좋다
있었으면 좋았겠는가
없으니까 좋다
있어서 무엇하고 또 있었다한들 내것이었겠는가
없으니 좋다
없었으니 좋다
있었다면 좋았으랴 없으니 좋은 것이지
없으니 어떠한가
좋지 좋아
좋아 죽겠다
예초에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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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
[정병욱의 소설]
走馬圖(주마도)
2. 장질부사보다 무서운 삶 (8)
그러나 채근식 영감은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에 앉아 장영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었다.
“내 그러잖아도 장 총각의 모습을 지켜보고서 내 딸을 배필로 삼아도 좋다고 생각하였기에 이렇게 바쁜 일을 무릅쓰고 영감님을 뵙게 된 겁니다. 만일 제 아이가 맘에 들지 않으시다면 저와 말벗을 삼는 것이 어떠하겠나이까. 내 이곳 전라도가 살기 좋을 것 같아 이렇게 아뢰는 거외다. 그러니.”
하려다가 호기 영감의 말에 막혀버렸다.
“내 좀 더 생각해보리다.”
하는 호기의 말에 따라 채근식 영감이 물러가자 마누라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노 참찬네 여식과 혼인하려는 것을 파기하면 어떻게 나올련지.”
물론 노 참찬네 여식과 자신의 맏아들 영인은 일곱 살 차이였다. 그 딸인 별선은 영인을 만나는 것이 매우 버거울 따름이었다. 서방으로 모시기에 너무나 버겁기 때문이다. 영인의 그 진취적인 성격 때문에.
어느날, 노 참찬네 집에 웬 중매쟁이가 제집 드나들 듯이 찾아왔다.
“나리, 제게 배필을 주신다면 내 기꺼이 좋은 신랑감으로라도 베풀어드리리다.”
하며 성화를 부리는 통에 여름철이랍시고 방학을 이용하여 고향으로 돌아온 별선이 방에서 책을 읽다가 그 소리에 싫증이 났는지 문을 박차고 나가,
“웬 잔소리에요! 당장 나가요!”
하며 신경질을 낸다. 은근히 맘에 걸리던지 중매쟁이는 바깥으로 줄행랑을 쳤다.
“이히히히…”
사랑에서는 이 해괴망측한 웃음이 들려왔다.
“별선아. 웬 잡것을 삶아 먹었느냐. 왜 중매쟁이를 문전박대를 하느냐.”
노 참찬네는 읍내 한복판에서 과히 멀지 않았다. 그러한 터에 호기 노인이 읍내로 나아갈 때 항상 가는 곳이 바로 이 집이었다. 부인을 작년에 상배(喪配)하고 지금은 별선이 살림의 대부분을 맡아 오고 있었다. 이에 영인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환멸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한 연유에 호기 노인의 가슴은 천근만근 갈림길이 여러 개의 줄을 이었다.
이때 호기노인은 엄명으로 일본에 있는 영철을 불러들여 별선과 혼인을 하도록 하였다. 그것을 담판짓기 위해 호기 노인은 읍내로 와 어김없이 노 참찬네를 찾아왔다.
“오, 장 영감님.”
하며 예의를 갖추는 노 참찬이다.
“내 딸을 누구에게 주실려고.”
농을 치듯 노 참찬이 먼저 선수를 친다.
“아, 그러면 내 자식 중에 영철이와 혼인을.”
하자 노 참찬의 곁에 있던 별선이 오히려 수줍음에 탄 까닭인지 얼굴이 붉어진다.
“영철이는 본래 성정이 형보다는 덜 하니 아기씨께서 이해해주셨음 합니다.”
호기 노인이 별선을 아기씨라 존칭하며 작은며느리로 삼으려고 하니, 노 참찬은 드디어 그 혼인을 기분좋게 승낙하였다.
일본에서 갓 돌아온 영철은 별선과 혼인을 하였다.
그런데 영철은 별선을 데리고 일본으로 같이 건너가고자 하였다.
“어머니, 저는 일본으로 가기 전에 마누라를 두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나 며느리가 일본으로 간다는 말에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뿌렸다.
“어째서 일본으로 간단 말야. 가지 말어.”
하는 수 없이 고집을 부리던 어머니 송씨는 하는 수 없이 큰아들 내외를 이곳에 잠시 머물게 했다. 그리고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는 편지를 남기고 영철 내외는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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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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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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