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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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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병욱
작성일 2009/02/13 (금) 14:09
문서분류 역사
설명 한국 현대사를 다룬 작품
구분 보존
저작 정병욱
ㆍ추천: 0  ㆍ열람: 94      
임진강 1편

1950년 5월 말, 어김없이 한적한 서울거리가 평화로움에 젖어들 때 성북동에서는 장례식의 흔적(박 판사의 장례)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무려 4개월 동안 성대하게도 장례를 치른 셈이었기 때문이다.

근래에 들어 걸음을 하지 않던 부인 복씨가 웬일로 걸음마를 떼는 아이처럼 시내구경을 나섰다. 시내를 이제 나온 영자는 택시를 잡아 탔다. 청량리에까지 대절해달라는 말에 택시기사는 흔쾌히 청량리 역전에 이르러서까지 데려다 주고 택시는 영자를 보내고 다시 출발했다. 영자는 일본 동경 유학을 하면서 사둔 재킷을 입은 채 이곳 청량리역에 있는 것이다. 그래도 쌀쌀함은 가셔지지 않은 날씨 탓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흘기며 바라보니 자신은 당황하겠지만 영자는 의외로 당황해하지 않았다. 남편을 죽인 원수 반민특위가 와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드디어 복영자에게 해방이 찾아오게 된 계기가 되어준 것이다.

마침 곡성에서 올라온 군수 마누라인 영희가 올라왔다. 기차를 타고 겨우 서울로 상경했던 거다. 박 판사가 죽고난 뒤 영자는 성북동에 홀로 남겨졌다. 성북동 집은 한마디로 빈집이 되어버리고, 영암의 땅과 재산은 모두 적산으로 몰려 이제 살길은 막막할 뿐이었다. 해서 순옥을 비롯한 하인들을 곡성으로 보내고 영희를 불러들인 것이다. 사실 성북동 집을 버리고 인근의 집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영자의 임무이기 때문이기도 해서다.

“언니, 이곳 서울에 살 수가 없을 지도 모를텐데 차라리 산간벽촌서 살 수가 없소?”

영자는 동생의 비정한 말을 들은 듯 소리치며,

“나는 못간다! 못가!”

“언니, 신중히 생각해보시오. 우리 집안은 무슨 부호요? 부호냔 말이오. 지금은 시대가 변해서 부호고 뭐고 간에 이제는 옛말이 된지 얼마 안되오. 그러니 우리 집안에 재산을 일부 떼고서 언니가 살 수 있는 벽촌에 가 살란 말이오.”

그러나 영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주저 앉게 된다.

“이게 다 박병기, 내 아들놈이 범한 일이야.”

결국 맏아들을 증오하게 된다.

“언니……병기도 언니를 돌볼 가치가 있는 아이요.”

동생의 냉정한 말투에 영자는 할말을 잃고.

“이 편지를 보시오!”

하고 영자의 앞에 가방을 뒤적거리고는 편지를 냅다 던진다.

“황 군수가 편지를 하였소.”

영희의 남편 황 모는 한때 일정 시절을 전남 곡성의 군수로 부임한 지 5년 만에 해방을 맞이하여 군수 직을 그만두려하였으나 미군정의 명령으로 계속 군수로 몸을 담갔다. 그러나 군수는 말만 군수지 해방정국의 조선은 좌익이다 우익이다 다툼이 일어나 행여 전쟁이 터질 지 모르는 황무지와 같은 시간 앞에서 앞을 헤일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여 영희는 이를 염려하여 황 군수가 쓴 편지를 언니의 무릎 앞에 던진 거다. 영희는 다시 역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영자는 거리 바닥에 떨어진 편지를 주워들어 편지봉투를 찢어서 안에 든 편지를 읽어본다.

 

처형께 고하오.

처형은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정말 궁금해서 편지를 하였습니다. 지금 얘기하는 데에 앞서서 우선 형님의 명복을 비는 것으로 얘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형님의 재산을 분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하기에 이 편지를 쓰게 된 것입니다. 하여 제가 생각건대 병기는 마땅히 맏아들이니 병기를 물려주는 것이 옳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법 상으로 보면 재산은 마땅히 맏이가 물려줘야 된다는 법규를 지켜야 할 것으로 아뢸 것입니다.

 

내용은 여기까지다.

영자는 이 편지를 읽고 황 군수에 대한 분노를 견딜 수 없어 편지를 갈가리 찢어버린다. 본시 병석이 공산당원에게 죽음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병석에게 재산을 상속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한데 병기가 생존하였으니 웃기는 명줄이로군. 하며 욕을 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내 네놈때문에 이 박씨 가문이 파멸되어가는 것을 보는 꼴이 시원하더냐! 이 이무기같은 놈!’

 

[박 양반 - 박봉필 - 박 모 판사 - 박병석]

 

이 상속할 줄 알았던 계보는,

 

[박 양반 - 박봉필 - 박 모 판사 - 박병기]

 

라고 상속한다면 영자는 펄쩍 뛸 것이다. 단순히 영자는 일본을 찬양하는 이는 아니다. 단지 남편의 조상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친일행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규모의 염전을 사들여 부를 축적한 복 참봉의 맏딸의 운명이 이리도 비참한지 영자는 통탄한다.

‘하지만 이렇게 죽을 복영자가 아냐!’

복영자는 성북동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돌아온 성북동의 어두운 석양이 애처로워보였다. 들어선 마루에는 딱지가 덕지덕지 붙여진 진열장이 있었다. 진열장의 문을 연 영자는 안에 들어있는 유리잔을 들고 닫는다. 그리고 옆에 있는 다른 진열장에는 와인이 여러 개가 있어서 그 진열장을 열고 하나를 꺼내들고는 다시 그 진열장을 닫아놓는다. 소파에 기대어 누운 듯이 앉은 영자는 와인의 병따개를 열어 잔에 와인을 부어 마신다. 와인을 마신 영자는 눈물을 보이고 만다. 지난날의 성북동 생활을…아니 평화로운 생활을 회상하면서…

그때 영자의 집 앞에서는 천둥이 우르르거리며 내리치기 시작하자 드디어는 비가 내렸다. 영자의 슬픔은 거의 절정에 이르렀다. 눈물을 보인 그녀. 그러나 이제는 다 허송세월로 저만치 건너가버린 영화는 다시 돌이킬 수가 없게 되었다. 왜냐면 남편은 감옥에서 옥사한 탓이기 때문이다. 장대비가 내리던 그때 비닐우산을 쓴 한 남자가 다가왔다. 황군수의 맏아들이다. 영자에게는 조카인 남자가 영자의 옆에 앉아서,

“이모님. 어머님께서 저에게 심부름을 시키시는 바람에 오게 되었습니다.”

영자는 헛웃음을 치며,

“허어! 그래, 네 어미가 나한테 벽촌으로 가자고 그런단 말이냐? 나는 그럴 수가 없는 사람이다.”

“……”

“네 이모부가 되는 분이 B법원 판사라는 것은 잘 알거다. 하지만 그 판사는 본시 친일파였지. 한데 운좋게도 네 사촌동생이 친일은 하지 않았다. 왜인지 아는가? 제 부귀영화라도 누리려고 작심을 품은 것은 무엇보다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나아가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무엇이 없다.”

“헛소리는 마십시오.”

그러자 이내 영자가 조카의 뺨을 때린다.

“네놈이 무슨 할 짓을 저지르려고 이 이모한테 대드는가!”

분노는 극에 달했다.

“제가 이모님한테 할 얘기를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그것 뿐입니다.”

“오호라, 완전히 박병기와 한 패가 되려고 드는구나. 하항.”

“어머님께서 꼭 이것을 전해드리라고 하셨기에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 성북동 집을 어머님과 친척들이 정리를 한답니다. 그러니 몸부터 나오셔야 합니다.”

영자는 주체할 수가 없는 분노를 끓이고 있었다.

“네놈은 무슨 범할 짓을 못했다고 그렇게 이 이모를 비정하게 대하는가.”

“다음날에 다시 이곳에 오겠습니다. 그때는 어머님을 모시고 이곳으로 올 지도 모릅니다.”

조카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이내 저만치 대문을 나갔다. 장대비는 계속 내리기 시작했고… 영자는 멍하니 성북동 집안을 바라본다.

저녁 10시를 알리는 종이 울릴 적에 영자는 남편의 사랑방으로 가 잠을 청해본다.

 

다음 날 아침, 서울역에 도착하여 영희는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영자는 이내 잠에서 깨어났다. 전화를 받은 그녀.

“여보세요.”

“언니 나예요.”

“그래. 웬일로 전화를 했지?”

“어제 내 아들놈을 문전박대를 했다면서요.”

“그렇다.”

“조만간 성북동으로 곧장 갈테니 언니는 잠자코 기다리소.”

억누르는 말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는 순간 영자는 다시 눈물을 보인다.

“이제 내 앞날이 그리 청청하지는 않는구나.”

영자는 연신 눈물을 뿌렸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서 대문을 열어젖힌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가 바로 영자의 남동생 근호였다. 근호가 다가가자 영자는 일어섰다.

“네 작은누님은 어디갔느냐.”

작은누님은 바로 영희를 가리킴이다.

“지금 바깥에 있소.”

동생의 대답을 듣고나기 무섭게 영희가 다가갔다.

“언니, 저 왔소.”

“그래, 네가 무슨 속셈으로 나를 몰아내는가 골머리를 앓을 게다.”

“자, 내가 장정들을 불러놓았으니 언니도 거들어주구려.”

말이 끝나게 무섭게 일제히 장정들을 불러들였다. 장정들은 집안의 온갖 물건들을 영자의 앞에 날라다 주었다. 물건은 수 백개는 되는 모양이었다.

“어이고, 이렇게 많다니.”

영희는 놀랄 노릇이었다.

“언니, 언니가 직접 정리하시구려.”

영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장정들과 더불어 정리를 한다. 정리를 하던 도중에 『성경』이 코 앞에 있었다. 오래 묵은 성경이었다. 족히 삼십여 년이 되는 성경. 이것은 유일한 영자의 보물이었다. 영자는 젊은 시절에 기독교를 믿었기 때문에 성경은 그녀에게 있어서 정신적인 지주나 다름없는 책이었다. 그러나 이내 버리고 말았다. 영자는 아픈 상처로 기억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른 책을 보니 독일의 사회주의학자 마르크스가 썼다던 《자본론》이 그의 앞에 와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버리고 말았다. 남편의 유품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고 정리는 거의 막바지에 이를 때 영희는 말을 걸었다.

“언니, 지금 정리를 다했는데 버릴 것이 많은가보오.”

“그렇지.”

“기왕에 이부자리하고 필수품만 가지고 짐을 싸리다.”

영희가 이부자리와 잡품을 정리하려고 건넌방에 갔다. 이제 짐정리가 되었고 영희는 언니에게 다가가 말한다.

“언니, 이제는 언니 집이 아니오.”

“……”

“내 며칠 전에 따로 여관을 하나 세들였소.”

“여관?”

“여관에는 식사도 제공되고 그럴꺼요. 하지만 여관 방이 비좁지는 않소. 거의 사랑방과 같이 넓으니까 말이오. 걱정은 마시오.”

“그 여관은 어디있느냐.”

“정릉이오.”

영자는 짐정리를 마치고 다음날에 정릉의 한 여관으로 옮겨갔다. 여관 주인이 특별히 영자의 방을 보여주었다. 꽤 눅눅해 있었다. 하지만 방은 꽤 넓직했다. 사랑방과도 같은 곳이랄까. 영희는 이삿짐을 풀고 이곳에서 하루 묵었고, 다음날, 일가는 헤어졌다. 영희는 다시 곡성으로 갔고, 근호는 자신의 직장에 갔다. 이제 그는 혼자 남았다.

 

영희가 떠나고 난 한 달 후 새벽에 서울도심에 폭발음이 울렸다. 공산군이 진주한 것이다. 사람들은 일제히 비명을 질렀고, 사람들은 제 명을 이으려고 기를 쓰듯이 거리로 나와 공산군의 뒤를 쫓기었다. 정릉여관에 있는 영자는 이를 모르고 잠을 청했지만 주인장이 영자를 깨워,

“지금 서울에 빨갱이들이 쳐들어오고 있소!”

하며 다급하게 소식을 알렸다.

“뭐라고요?”

놀란 영자는 짐을 싸서 품에 안은 채 주인장의 부축을 받았다. 달아나는 주민들을 아이어른 할 것도 없이 총을 겨누는 공산군.

영자는 오전이 되어서 서울을 벗어났다.

 

전쟁이 일어난 지 7일 후 전북 전주역에 서울서 내려온 여인네가 와있었다. 이 여인은 신여성 출신이었고, 한때 정부 수립후에 여군으로 나선 바가 있는 여성이었다. 어느덧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젊음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는 자부심을 가질 여인같았다. 한데 정장을 차려입은 이 여인은 범상찮다. 그녀가 들고 있던 서류가방을 열어놓고서 서류를 꺼내들어 다시 닫는다. 그녀는 역전 앞에서 택시를 세운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렵게 어렵게 겨우 명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딱하고 가엾어보인다. 하여 구걸하는 이들에게 돈 십 환을 놓고 간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세워둔 택시를 타면서,

“덕진동으로…”

목적지를 알려준다.

전주역으로부터 몇 분이 지난 뒤 덕진동의 어느 기와집에 도착하기에 이르렀다. 이십오 환을 내주고 그녀는 홀연히 기와집 문 앞에 이르렀다.

“이리 오너라―”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바로 아범이 인사를 한다. 금순이와 혼인한 남편이다.

“오셨습니까?”

하며 아범이 인사를 해주니 굵직한 목소리로 여자는,

“안주인은 계시오?”

하면서 안으로 들어가려하자 아범은 곧바로 뒤따라서 방을 안내해준다. 방문에 이른 아범이,

“아씨, 손님이 오셨습니다.”

고 아씨께 아뢴다.

“들이시오.”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여자가 전강희였다. 성악가××사건의 용의자 전갑수의 딸이자 조선의 스타, 조선의 잔다르크이던 모던 걸.

방에 들어선 여자가 그녀에게 절을 한다.

“그간 인사가 늦었습니다.”

“황송합니다.”

웃으며 강희는 반겼다.

사실 이 기왓집이 본시 전주이씨 ××대군파인지 ××공파인지, 하여튼 이 전주이씨 집안이란 사람들이 이곳에 살고지고 살았던 집이다. 그런데 인근에 살았던 강희의 외조부(전 참봉)가 이 집을 사서 홍 수사 일가에게 옮겨 살라고 특별히 준 것이란다. 하여 강희가 이 집의 안주인이 되어 이 여자와 결탁을 한 것이다. 하지만 박 판사 일가를 말아먹으려는 음모를 꾸미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원우 도련님은 학교에 들어갔다지요?”

원우가 벌써 10세가 되어 있었다. 하여 원우는 서울에서 전주로 전학을 한 것이다.

“서울서 전학을 온 거 밖에는 없소.”

시간이 지나서 여자는 본격적으로 강희 앞에 서류를 보이며,

“지금 광주서 온 사람이 마님께 전해달라고 합니다만.”

한데 의문스러운 것은 강희가 사채업자가 되는 것도 같지만 사실은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면 강희는 무슨 음모를 꾸미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이 광주라는 곳을 말한 것은 곧 최근에 이사를 했다는 최석철 부부라는 거다. 최석철의 후처 경란이가 전주로 옮기겠다고 고집을 부려 이 여인을 통해서나마 계약을 성사케한 것이다.

“경란 씨는 잘 있나요?”

“네. 이경란 씨는 잘계십니다.”

“남편 분이 편찮으시다는데.”

경란의 후남편 최석철이 최근 앓았던 위염이 도로 재발이 되어 입원을 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중으로 독감에 걸려 거동도 못한다는 소식을 강희는 들은 것이다.

“……그래요. 그나마 다행히도 거동은 조금 한다더군요.”

“……”

“저.”

여자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강희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

“박 판사네 부인이 되는 분이 정릉으로 거처를 옮기셨다더군요.”

“정릉으로요?”

“네.”

“한데 지금 전쟁이 터졌는데 행방이 묘연합니다.”

“다른 곳으로 옮겨갔겠지요.”

강희는 냉엄히 대답했다. 두 여자가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꺼내다가 이곳에 온 여자는 가고 없었다. 그때 하녀가 비명을 질렀다.

“꺄악―!”

그때 아범과 금순이 문을 벅차고 들어왔다.

“마, 마님! 큰일이 났습니다!”

금순이 급하게 말했다.

“?”

“지금 공산군 놈들이 오고 있습니다.”

그때 문을 벅차고 들어온 공산당 사람들이 강희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며,

“네×이 일개 사회주의자의 딸내미라며?”

“그렇소.”

미소하며 강희는 공산당원들을 반긴다.

“내 지금 군자금이 필요하다네.”

“금고를 뒤지시오.”

여장부의 한마디에 당원들은 일제히 금고를 열어 돈을 가방에 집어넣는다. 그것은 사실 가짜 지폐이다.

“그래! 고맙소!”

좋아라하고 훔친 가짜 돈을 집어넣은 보따리들과 같이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이내 달아난다. 놀란 가슴을 억누르는 남편 용석이,

“여보, 이게 어찌된 일이오.”

하며 놀라워한다.

“지금 저 돈은 가짜 돈이오.”

강희가 용석의 귀를 대고 중얼거린다.

“그게 정말이오?”

강희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튼 간에 공산당원들이 이에 눈치를 챘다면 이 집안은 멸문지화가 되었을 운명이었다.

용석이 놀라는 것을 본 강희는 용석에게 다시 말을 꺼냈다.

“당신은 공산당이 거지가 아닌 줄 아셨나요? 하지만 공산당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해서 생긴 것이니 오해는 두세요. 그러나 한가지 명심하실 것이 있어요. 지금 이승만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반공주의를 지키면서 어리석은 백성들을 개도야지와 같은 무식함을 이용하여 공산당을 깡그리 없애자고 선동을 일으켜야되는 이유를 당신은 알고 있나요? 알고 있다면 말씀해보시구려.”

“허허허… 나는 당신의 유식함을 나는 찬양하고 마음에 들어 결혼을 하였잖소.”

“그러고 양녕대군의 핏줄이라고 하니 이를 어이둘까요?”

순간 강희는 한길이 아저씨를 생각하였다.

 

여기는 동래. 동래에서 유독 일본인이 주인이었다던 일본식 양옥 집에 한길이 일가가 살고 있었다. 형진과 결혼한 용화는 시가의 중한 일을 도맡아하는 실질적 여주인이 되어있었다. 이옹 내외가 죽어 한길에게 재산은 물려주었으나 한길은 수덕사에 가서 정양하다가 돌아와서는 해방이 되거든 부산으로 가자고 하여 이곳 동래에서 터를 잡게 된 것이다. 이 동래 집도 그 재산으로 사둔 것이다. 한대 이 한길의 집에 웬일인지 이 의장 내외도 와있었다. 안성서 오는 길에 사촌동생 집에 당분간 머물기로 한 것이다. 때마침 제사를 지낼 참이라 이곳에 오게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병희와 형중의 이혼은 성사되지 못하고 계속 같은 자리라서 이 의장 내외는 며느리를 대동하지 못하였다.

“내가 반민특위에 연루되어서 겨우 개미같은 목숨만 부지하고 이곳에 있네그려.”

이 의장은 그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석방은 되었으니 그리스도한테 의지하시구려. 그러면 회개도 하고, 죄를 사해주실 것이니.”

한길이 무뚝뚝히 이 의장을 바라본다.

“무어? 허허… 이보게 한길이, 나는 한때 내 아들놈 일본에 보내고서 부영을 누리려고 아들놈을 의지하여 이 가문을 일으켰어. 허나 자네는... 자네는 무슨 공로를 세웠나? 말을 해보게.”

한길은 한심하여,

“그럼 형님은 형중이 잘되라고, 성악가 되라고 유학금을 내놓아 무고한 인간들을 갖다가, 뭐요? 사회주의계열이라는 터무니없는 누명을 씌워서 조작한 것은 누군데 그러슈. 이보슈, 나 아무것도 모르니 상관도 마시오. 그렇지만 그 멍에를 누군가가 치유해주어야 할터이기에 형님께 충고하겠소. 차라리 병 주고 약주는 것이 낫소. 형님, 나는 한때 신문사 기자를 나설때 길호가 내게 하는 소리가 기억나고 있소이다. 한때 이조 세조가 대군 시절에 이루지 못한 꿈을 무고한 대신들을 죽이고 죽이는 살육으로 범한 격(계유정난)―즉, 특별한 죄가 없으나 믿지 못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죽이고 마는, 그 사건이 곧 성악가××사건을 부추긴 의의라고도 하겠지요.”

“그게...”

“형님은 그 방식부터 고치셔야하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소.”

사촌아우의 나온 대답은 냉담하다. 안성안씨는 그저 멍하니 바라다볼 뿐이다. 그리고 오후가 되어 해 저물어갈때 쯤 형진은 아내와 함께 집에 들어왔다.

“지금 사람들이 피난하는 모양입니다. 이 호화스럽게 제사를 지내기가 그렇습니다.”

웃으며 계단을 올라가는 형진이 말을 꺼냈다.

“호화스런 제사는 무슨…”

한길은 어이없어 웃는다. 용석의 여동생 용화에게 장가간 형진은 어느날 갑자기 부부의 금슬이 좋아 한길의 집안에 평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용석이 사상범으로 연루될 제 한길이 부인은 언제고 찾아와 그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고 하였다. 하여 석방을 한 뒤에 용석은 자기의 누이동생을 형진과 혼약을 맺기를 간절히 바래왔었다. 덕분에 딸아이를 낳았으니, 근심은 덜은 셈이다.

“용희야―”

부엌에서 들려오는 며느리를 부르는 한길의 아내 음성.

며느리는 바로 부엌으로 향하고 손재주가 없는 안씨부인이 부엌에 당도한다. 한길의 처는 멍하니 안씨부인을 응시하며,

“며느리 대동은 왜 안하셨죠?”

제사상에 올릴 전을 부치고 있었다.

지글지글 전이 익어지는 동안 용화는 나물을 무친다.

“우리 형기는 미국에 잠시 갔다.”

“?”

“미국하고도 뉴멕시코에 간다는구먼.”

“……”

“여행차 이곳에 있기가 거북한 지 제 처랑 간다는 구먼.”

“용희어민 여행도 제대로 못갔소. 허나 서방님과 있다고 생각만하면 족하더래요.”

그러나 한길의 처는 다음부터는 말을 일체 안한다.

이 의장과 한길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이옹은 이 의장의 부친과는 달리 사업을 벌여(?) 이렇게 부로써 얻어놓으니 이옹에게는 민족운동의 중요성을 일깨워 놓은 것이 있었다. 전강희의 외조부라고 한 이 봉사가 자기 외손녀가 독립운동에 가담했다는 소식이 그것이었다. 어느날 이옹이 《삼천리》라고 한 잡지에선가 언뜻 ‘비적수괴’라고 한 김일성(지금은 북조선의 주석이나 국방위원장을 지내고 있는 그 사람일지도 모른다)이 어느 지주의 집에 찾아가다가 그 지주가 김일성의 범치않은 품행을 보고 군자금을 그에게 주었다고 한 기사를 계기로 이옹은 민족운동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갔던 거다. 하지만 한길은 이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않았다. 아니 이해하기는 했다. 한때 반도에서 끓었던 적이 있던 ‘민족적 경륜’을 비롯하여 ‘민족개조론’이라고 한 논설을 본 것으로 인해 한길은 반발하게 된 것이다. 민족운동이 곧 일제의 꼬투리를 잡느니보다 호랑이에게 고양이가 무릎을 꿇는 상식을 뒤엎은, 파격적인 충격이 일어난 그 일이 일어난 뒤, 한길은 가급적이면 독립운동따위는 가담아니하려는 거절로 일관해온 것이다. 저녁이 되자 온 가족들이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는 내내 말들이 없었고, 그후에 이어진 제사에서도 역시 조용히 지내게 되었다. 갖은 짐을 들고 온 이 의장이 형진에게 십오 환을 주며,

“비록 이 큰아비가 되는 사람이 죄를 지어서 홀몸으로 살다보니 너를 볼 수가 없구나. 하니 이 돈을 사과를 대신해서 준 거라고 생각하시게. 형중이 일도 그렇고 내 일도 그렇고 아예 힘이 들어서 못있겠네.”

그때 전화가 울렸다. 덤덤하게 용화가 전화를 받고서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한길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인다.

“뭐라고? 이 난리통에 갑수가 온다고? 온 세상에… 알았다.”

전갑수가 온다는 소식에 이 의장 내외는 덜컥 놀라고 말았다. 한길은 마치 절호의 기회로 생각된 모양이다.

“형님, 당분간은 이곳에 머무시오. 내일쯤에 집으로 편지를 남겨놓을 테니 걱정은 마시구려.”

그렇게 이 의장은 잠을 들 수밖에 없었다. 세검정 집과 성북동 본가는 적산으로 묶인 바람에 이곳 동래서 살 수가 없었다. 거리서 살 수밖에 없었다. 때가 여름밤이다보니 바람은 시원한데 습기가 차서 덥기는 마찬가지다. 아무튼 돌연히 전갑수가 부인을 데리고 이곳에 왔다.

“허허… 이거 오래간만이야.”

갑수의 목소리다.

“며느리, 안에 있는가?”

한길이 반기며,

“물론.”

하면서 며느리 칭찬을 늘어놓는다. 친구처럼 지낸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왔다. 부인 이주희가 이 의장을 모르는 눈치인가보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서 복분자주를 부어준다. 웃으며 한길이 대답하길,

“자네 딸내미 간도 크구나.”

“그 아비에 그자식이지.”

갑수는 냉소를 했다.

“옥호는 잘 지내나?”

“잘 지내고 있네. 대구에서 잡화상점을 하는데 손님이 꽤 늘었어. 한데 웃긴건 그 종업원을 죽은 박 판사 마누라가 떡하니 하고 있더고 소문이 나있어. 며칠전 길호가 그 소리를 하기에 설마했으나, 그게 참인 줄은 꿈엔들 몰랐을까.”

그때 한길은 비웃어댔다. 그리고 갑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조만간에 봉암이가 이집으로 온다고 기별했네.”

“그거 잘된 일이구먼.”

“참 기막히지.”

“응. 나는 박씨를 생각하기도 싫네. 박씨는 명문가라고 소문이 나면 좋겠건만 나라를 팔아먹은 극악무도한 원흉같은 죄인이 죽었으니 오죽 어련하실까. 나는 공연히 그 복영잔가 복양잔가 하는 여자를 비난하고도 싶지가 않네.”

갑수는 침묵을 지키고 앉았다.

6.25가 터진 지 석달도 채 못되기 전에 미국은 맥아더를 사령관으로 하여 인천으로 상륙하여 공산군을 몰아내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이 있을 당시의 인천은 한마디로 폐허로 가득찼다.

“에휴, 세상에 이를 어쩌면 좋을까.”

그때 한 아낙이 남자와 같이 땅바닥에 앉아 통곡을 한다. 두 사람은 마산 댁 부부였다.

“뭘 그렇게 한숨을 쉰데?”

하며 다가선 전라도 말씨의 한 아줌마가 말을 걸어낸다.

“댁은 뉘신데 나에게 한마디를 거신다요?”

“나도 댁하고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오.”

하며 마산 댁에게 접근한다.

“댁네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난 곡성 댁이라오.”

곡성댁이라고 하는 이 아주머니는 올해 50도 되지 않는 40대 중반인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문맹이라 전형적인 어리석은(?) 백성이나 왜놈에게 엎드려 충성을 맹세한 적도 없었고, 창씨개명도 아니했으며, 시국강연에 가지도 않고, 자식 학병이나 징용, 징병에 보낸 적도 없는 이다. 그러나 남편은 이 아주머니와는 달리 전문학교를 마치어, 미국서 유학하고 오신 몸인지라 곡성 댁에게는 부처님보다도 더 신적인 남편이기도 하다. 성격은 털털하여 남에게 미운 털이 박히지 않고 잘 살아왔다. 하여 지금은 국군 소위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남편은 공산군을 몰아낼 생각은 않는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사회주의는 단순한 사상에 불과한 것이지 미국이 굳이 소련에 들고 일어나는 것의 이유라고는 들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유학생들이 뿌려놓은 사회주의자는 결국 범죄자로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그 전쟁을 남편은 소망하지도 않았다. 이 각축장같은 반도에서 살기가 어려우니까 남편은 홧김에 미국으로 튀자고 하였을 때 이 아주머니만은 그렇지가 않았다. 이 이야기를 꺼내니 마산 댁은 기절초풍이다.

“견토지쟁(두 상대가 싸울때 제삼자가 이득을 본다는 말)같은 전쟁이구먼. 난 이 전쟁장이 싫어 아니 도야지가 먹는 죽을 왜 우리한테 정작 주는 건지 모르겠네. 아 거시기 나도 좀 밥이 먹고 싶은데 그 밥을 왜 안준다냐? 참 별난 세상이야! 헌데 이 보릿고개를 언제쯤이면 넘어가려나.”

곡성댁은 한숨을 내쉰다.

“남이사 모르오.”

신경질을 내는 마산 댁은 곡성 댁에게 한마디 한다.

“이보슈, 당신이 곡성댁이라고 했소?”

“그렇소.”

“그럼 곡성서 왔다는 소린데.”

“근데 뭔 소리를 하는 거요?”

“혹시 황 군수라는 양반을 아시는가해서.”

가물가물한 듯한 눈빛으로 곡성 댁은 마산 댁을 바라다본다.

“거 쓰잘 댈 것 없는 소리 작작하지나 마소!”

김 서방(마산 댁의 남편)은 소리친다.

“그걸 어떻게 아시오?”

“내가 본시 솔거노비(사노비)요.”

마산 댁은 솔직히 곡성 댁에게 털어놓는다.

“……”

“해서 나는 잘 알지라.”

곡성 댁은 놀라는 눈친가 보다.

“한데 나는 솔거노비가 아니라 외거노비(공노비)라오.”

곡성댁도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러면 그 안방마님의 존함을 아시오?”

“나같은 천한 것이 어떻게 그 분을 알려고 하겠소.”

“내 안방마님은 복영자라고 하는 인데.”

“그러면, 판사 집 하인이었단 말요?”

마산 댁은 끄덕거린다.

“참 희한한 일이로고.”

곡성 댁은 눈물이 북받쳐오른다.

“지금은 그 복영자라고 하는 마님에게서 벗어나 이렇게 평범히 살고 있소.”

평범한 삶은 전쟁이 앗아간 것을 안 걸까. 마산 댁은 폐허가 되어가는 인천 시내를 바라다본다. 그러나 모든 가재도구는 다 망가져 쓸 것도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금 마님은 울산으로 옮겨 갔죠. 옮겨가서 누구 시중들어줄 이 하나 들이지도 못하고 그렇게 산다니까요. 우리 마님도 딱하시지…”

눈물을 보이는 곡성 댁의 마음은 참 아프다.

곡성 댁과 마산 댁이 울고 있는 사이 김 서방은 병기의 집으로 향한다. 병기 가족도 용산을 벗어나 이곳 인천 부평에 이르렀다. 하지만 조만간에는 대구에 도착하여 정착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다행히 공산군이나 연합군에게 뺏긴 적은 없으니 그나마도 다행이다. 며칠 전에는 ××철교가 ○○군 비행기에 의해 폭격당하여 붕괴했다는 소식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그 신문을 보고 병기는 가족들과 즉시 대구로 향하여 피난길에 올랐다.

 

그러나 민족의 이념대립이 이런 화를 자초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병기 자신이 몰랐다. 갓 서른이 되어가는 나인데 이런 화를 당할 줄 누가 알았는가. 그렇지만 병기는 가족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 터이니까. 기차에 몸을 싣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반민특위에 회부되어 징역은 언도받았을 때를 떠올려본다. 그 일이 병기로 하여금 괴롭게 하였다. 반민의 아들로, 맏아들로 자라서 이런 화를 당하는 자신이 몹시 괴로웠다. 아버지가 京城(경성)하고도 B법원의 판사로 있을 때 그때는 참으로 평화로웠다. 부유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는 이 집안에 자신으로 인하여 화를 입은 가족의 상처. 그리고 가족에 대한 앙금… 그 앙금을 나 자신에 의한 것이리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공산당에 의해 병석은 희생당한 양이 되었고, 복 참봉은 어머니의 투기로 인하여 목을 매었고, 용석은 사상범에 연루되었다. 그러나 병기는 봉암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었다. 그 그리움은 동생 병석에게도 있었으리라. 가정교사로 있을 때의 봉암 선생님은 공부를 마치고서 밖을 나서던 병석을 뒤로하고 병기에게 따로 이렇게 말하였던 적이 있었다.

‘병기야. 이 선생의 말을 듣도록 해라. 지금 이 세상에는 네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이 도사리고 있단다. 그 세상이 무슨 세상인지 아느냐? 지옥 같은 세상. 그보다도 더한 백치 천치가 공존하고 있는 조선민중의 한 많고 누더기 같은 세상도 있다는 것을. 하여 나는 이 세상에 이 조국에 너와 내가 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세상을 구할 이는 너뿐이지만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단 둘이라는 것을 명심하라.’

 

그리고 병기는 스승님의 말씀대로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를 넷이나 두고 있는 가장으로서, 평범한 인생으로 살고 싶은 이상적인 꿈은 전쟁 앞에서 지고 말았다. 반민의 아들이라는 오명과 그리고 동생을 죽인 카인과도 같다는 생각에 눈물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여동생 병희도 그렇다. 병희가 왕족 출신 부잣집에 시집을 가 온갖 구박을 감내하며 살아야 하는…어찌보면 노비와도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물론 반민의 딸이라는 멍에도 그러하다. 성악가 출신인 남편은 이미 폐인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사돈인 이 의장은 정작 사촌동생네에 기거해야되는 신세를 지고 있으니 웃지못할 광경이다. 걸핏하면 이 의장의 처는 맏며느리를 구박 아닌 구박을 가하는 통에 결국 형중은 기생의 치마폭에 묻혀 따로 살고 있다. 병희는 완전히 미친 여자가 되었다. 이 의장 내외가 부산의 사촌아우의 집에 기거하는 것도 다 병희에게 재산을 몽땅 다 준 탓이라고 할 수가 있다. 하여 며느리는 광주의 호화로운 서양가옥에 살고 있다. 몽땅 구라파식의 주택에 을씨년스럽게 살고 있다. 병기는 오라비로서 책임을 지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삼일이 되어서야 대구에 겨우 도착하였다. 대구의 어느 부동산을 찾아보니 이층 짜리 양옥이 있기에 이 집을 사들여 정식으로 거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세든 것은 아니었다. 정식적으로 주인이 되었다. 용산옥의 직원들은 각자 내려와 대구에 본점을 옮겼다. 종업원 구보가 주인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하여 이끌고 있었다.

“병기. 있는가?”

하며 어떤 사내가 문을 들여다본다.

“뉘세요?”

의성 댁이 문을 열어보고 바라보니 이 사내가 형기였다.

“형수님. 잘 계셨습니까?”

끄덕거리는 의성 댁. 형기는 집안에 들어섰다. 가난에 쫄아들 줄 알았던 병기를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왜 우나. 남부끄럽게.”

웃으며 형기를 반긴다.

“남 부끄러울 것이 없다네. 부끄럽다니!”

소리치듯 형기는 화를 낸다.

“양친께선 잘 계시는가?”

형기는 병기에게 술을 달라고 일러보라고 화를 내기에, 병기는 기가 막혀 웃고만다. 결국 술을 내오자,

“자네가 이 한식점 주인장을 떠나 이사악처럼 잘도 평안히도 살고 있었더냐?”

형기가 병기에게 닦달을 한다.

“허허허…이봐, 이 사람아! 홍 수사집의 도령을 생각해봐! 전갑수의 딸년이 당주노릇을 하는데 크하하하… 형수라는 년은 제 남편을 욕질하니 하하하하… 그 양친이 잘 계시던가! 하니 부산으로 줄행랑을 치시지!”

형기는 험담아닌 험담을 퍼붓기에 병기는 분통아닌 분통으로 하소연해본다.

“구보란 놈을 불러와라!”

나리의 큰소리에 놀라 여종업원이 주인장을 불러온다.

“이봐, 이놈아! 네 주제에 주인장이라니 말이 되나? 이 망나니같은 놈!”

욕설을 퍼부어서 술잔을 들이댄다. 구보는 병기를 머뭇거리듯 바라보자 병기는 끄덕인다. 하여 억지로라도 형기가 부어주는 술을 받아마신다.

“이 못난 반역자 인간아! 술을 어서 내놓아! 아니면 기생을 내놓던지!”

기생은 해방 후에 거의 사라져갔지만 요정과도 같은 한식점 용산옥에만은 있다. 선술집 중에서도 이럴 거다.

“자넨 왜 홍 수사 댁을 들먹거리는가?”

“흥, 미련한 이 영감탱이야! 기생을 어서 불러들여라!”

다시 소리치니 용설란의 양녀 매원이 들어섰다.

“나리, 오셨나이까?”

반기니 매원을 껴안듯 형기는 앉힌다.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 왔다!”

웃어 보이는 형기는 병기에게 비웃어대며,

“나는 참으로 부러워! 내 사촌숙부의 아들놈의 아내가 홍 수사 댁의 따님이 아니신가. 하니 참으로 부럽다는 것이네. 동래에서 떵떵거리며 개짖듯 살아가고 있으니 부럽고도 부럽더라!”

“……”

“왜 그런가?”

“피이, 노서아에 태어난 전갑수의 따님께서는 꽤 파격적인 성격을 가지신 분이시지. 붉은 연애보다 더욱 진한 사랑을 나누어 한 남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또 세 자녀의 아이를 낳고도 금슬이 이리도 좋단 말야!”

술취한 말투로 형기는 셈을 낸다. 그리고 매원에게 춤을 한수 청하기 시작했다.

“춤을 추자!”

그러자 매원은 형기와 같이 처용무를 추기 시작한다.

음악도 없는 채 춤을 추고 있었다. 세상의 온갖 근심을 다 잊어보고자 이렇게 일을 벌인다. 인내를 잊은 지 이미 오래다. 구보와 병기는 킬킬 웃음을 참아가며 형기를 바라본다. 자신의 누이동생 병희에 대한 원망을 이해하며 가슴 속으로 형기에 대한 미안함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형기, 자네에 대한 잘못이 가득 차 자네를 바라다 볼 수가 없다네.’

춤을 추는 내내 형기는 울부짖고 있었다. 두 양친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과 형에 대한 시달림과 그리고 친일파의 사돈이라는 오만방자한 일을 버리고 춤을 추어댄다. 진작 형기는 술에 취해 있었다. 그때 병기가 마누라가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부산에 두 분을 뫼시고 달아났다고 하였다. 결국 형기를 하루 이곳에 머물게 했다. 울분을 실컷 토하고 토하는 형기를 병기는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다본다.

형기의 사연을 더듣고 싶어 다음날에 눈을 뜨고 그의 거처방에 이르자, 형기는 그런 병기를 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내가 어저께 소란을 피워서 정말 미안하네. 나도 어쩔 수가 없었나보군. 허허허… 내가 그 사연을 전하고픈 심정이 이와 같던가. 내가 홧김에 혼자서 선술집에서 동동주를 마시고 자네한테 갔는데 괜한 난동만 일으켰나 보구먼. 며칠 전에 윤형이네 집에 가서 이것저것 나누었다네.”

“무슨 얘기?”

“…윤형이 형님의 큰아들놈이 학도의용군에 갔다네.”

“그런데 굳이 그런데로 가는 것이 어쩐지 꺼림직하구먼.”

“자기가 지원하여 간 것만은 아닐세마는 남의 성화에 가버리는 그런 사례일세. 가령 왜정 때 자신의 패배를 인정치 아니하여 조선사람들을 모조리 말려 죽이려는 속셈이지.”

“으허허허…이승만은 미친놈이야! 미국서 독립투사 노릇만 하더니 오히려 서재필 박사만 불쌍하게 되었으이. 자신의 조국에서 무슨 전쟁이 일어나 백성들이 죽어가는 그 꼴을 보지만 않았으면 좋겠지. 하하하. 제 동족인 공산주의잔지 사회주의자에게 희생을 당하다니. 이는 백일홍에 비유할 것이 아니지. 하하하하. 제 형인 형중이라는 인간은 밤낮이고 뭐고 간에 제 마누라를 달달 볶아대니 이 판국을 어이 바라볼까. 공산주의자라며 운운하느니 차라리 자네같은 친일파 자손들의 씨를 말리는 게 훨씬 나을지도 모르네. 우리 어린시절에 무정부주의자인 박열과 그 일본인 여자의 투쟁적인 사랑을 보시게. 자네는 그 사랑을 경험하였을 지도 모르는 것일세. 그 투쟁적인 사랑을 박병기와 노방옥 (의성 댁)의 사랑. 그리고 전강희와 홍용석의 파격적인 사랑. 그러니까 붉은 연애라고 하겠지. 하하하하. 그리고 배윤형과 모홍화의 사랑. 이경란과 최석철의 사랑. 게다가 공산당 놈한테 뒈진 박병석 부부도 거기에 있겠지. 내가 거론치 아니한 놈들은…오호라! 그 사람들은 잊었지. 모주화와 나 이형기의 사랑이 있었지! 그 사랑을 비유한 연유는, 바로 이 사람들은 미국이라는 파렴치한 부국에 의존하지 아니한 채 아나키스트나 그리고 사회주의자와 인권운동가! 계몽사상가! 그리고 온건한 민족운동가가 있지 않던가! 그런 사람이 만일에 조선의 독립을 제손으로 이루어 이렇게 전쟁에 허덕이지 아니하고 또 조선왕조처럼 번창하게 잘 살았겠지. 만일에 왜정으로부터의 지배에 있지 아니하고 고종황제가 즉위치도 아니하고 안동김씨가 세도를 부리지 아니하고, 또 소현세자로부터 서양의 문물을 이어 받았더라면 서구와 일본보다도 부강하고 부유해지겠지.”

그런 자신이 우스운지 이내 웃고만다. 병기는,

“하려는 이야기 무엇인가.”

냉담하게 형기를 대한다.

“나 자신이 너무도 오만방정을 떨어 이런 꼴이라네. 하하하하.”

“……”

“며칠 전에 내 형이 나에게 고자질해댔다네. 어떤 고자질인지 아는가! 나를 보고 파혼한 거렁뱅이라는 둥, 방랑객이라는 둥, 타락한 유람객이라는 둥하면서 손가락질을 해싸대는 거다. 그리고 자네 누이동생, 그러니까 나한텐 형수겠지. 그 형수하고 정을 통했다는 둥 험담을 퍼붓다네. 네놈은 갈가리 찢어뒈질 놈이라고, 총독부로부터 작위을 받은 이 의장 집안의 차남이라는 둥. 형을 말려 죽이지 못해 완전히 미친 천치와도 같이 비유하였다네.”

자신은 놀라면서 허허허 웃는다. 병기가 이내 소리내어 웃자 형기도 덩달아 웃었다.

그리고 형기가,

“자네 제수가 어떻게 잘 지낸다던가.”

하며 병기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병기는 말을 꺼내지 아니한다.

‘하긴, 자네에게 그 마음의 한맺힌 것을 품에 안을 수가 없지 아니하던가. 나는 그 심정을 알아.’

형기는 병기의 가슴아픈 이야기를 꺼내놓은 듯 해서 오히려 미안함이 다시금 들기 시작한다. 병기의 얼굴은 험악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병기의 태도가 순간 변했다는 것으로 자신이 곧 화를 돋운 것 같아 무안함이 들곤 한다.

“나는 단지 예수님을 믿어보지도 않는다는 것 뿐이지 나는 웬만하면 성경을 읽어본다네. 그 성경에 창세기 일부에서 나온 그 카인의 이야기말야. 마치 자네를 보는 것 같으이. 그 카인이라는 인물이 자기 아우인 아벨에게만 하느님께서 은총을 주신 것 때문에 자신의 탐욕이 극에 달하여 아우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 사실말야.”

“그래. 허허허허. 내가 그걸 기억하고 있지.”

“그 글을 읽어보니 자네 생각이 나는구먼. 카인이 자네 병기요, 아벨이 병석이란 말야.”

“죽은 아우를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제수는 지금 어디에 있다던가.”

“며칠 전에 자네 고모가 와서 그러더군. 지금 안양에 기거하고 있다고.”

“안양에서 살고 있다고?”

“그렇더라고 하더군. 나도 그 여자 소식을 듣고파서 난리아닌 난리를 부렸더니 소식을 들으니 속이 풀리는 구먼.”

“…헌데 자네, 홍 수사네 그 딸이 우리 집안에 맏며느리로 들였잖은가.”

“그랬지.”

“그런데 그 부부금슬이 보통 금슬이 아닌가보구먼. 허허허허… 그 금슬이 저 금슬이겠지. 그놈의 금슬이 무엇인지. 내가 진정한 그 금슬이 무엇인지를 알아봤잖은가. 하하하하… 그 마누라가 우리 형진이를 꼬시었지 않은가. 걸핏하면 마마보이, 파파보이가 될 여자가 어째 그런다? 남자의 뒤만 졸졸 쫓아가다가 홧김에 통정하면 어쩌려고?”

“그래서?”

“지금은 딸 하나를 잘 둬서 잘 되었지.”

“자넨 미국으로 출장차 갔다는데.”

“미국은 갔지. 갔는데 성사못하고 돌아와있지.”

“무슨 일을 하고 있길래.”

“놀라지 말게. 우리 대한사람들이 내전을 일으켜놓다보니 미군 측에서 일용할 양식(?)을 구호물품으로 준다잖은가.”

“참 기막힌 세상이군.”

“그러느니 차라리 왜정시대가 더 낫네.”

“어허! 큰일날 사람.”

“미국이 소련하고 경쟁하려고 들고 있으니 세상이 요지경이 된 것 같아.”

다시 말을 거두고, 형기는 배가 고프다고 아침을 달라고 했다. 하여 병기는 잔치국수를 먹으라고 하였다. 드디어 잔치국수가 들어오자 즉시 형기는 후루룩 국수를 먹어대기 시작했다.

“속이 개운하네.”

만족스런 표정으로 그가 웃어댔다. 연신 웃어대니 병기는 어이없이 헛웃음만 짓고 있다.

드디어 때마침 주화가 남편을 보고서는 어서 집으로 가자고 닦달을 하자 병기는 잠시 쉬었다가 가라고 하여 성화에 쉬기로 했다. 이들 부부는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갈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떠난 뒤 병기가 홀로 밖을 나섰다. 밖은 더위아닌 더위가 기세를 떨치고 있었다. 인근에 상점에 이르니 달갈이 여러 개가 짚으로 둘러져 있는 것이 있기에 셋으로 사들고 다음날 경주에 내려가기로 했다. 드디어 새벽에 사람들이 피란민들이 웅성거리는 틈을 타서 경주로 향하였다. 경주 외곽에 한 초가집이 눈에 띄었다. 이 초가집이 바로 경주댁이 마지막 여생을 보내는 곳이었다.

때마침 병기의 장모 경주 댁이 의성 댁 내외가 집안에 들어서는 것을 보고서 무척 기쁜 마음으로 반긴다.

“박 서방이 웬일로 이곳꺼정 왔더람.”

“어머니, 저 왔습니다.”

“어데서 왔노?”

“대구서 왔어요.”

용산에 부를 축적하던 박 서방이 대구로 이사를 갔다는 소식은 마산 댁이 전해주었다.

“이 집이 거의 쓰러져가는데 사위의 손의 도움이 필요하다네.”

집은 거의 무너져가는 초가집이었다. 몇십 년간 거주한 경주 댁의 초가집. 그러나 다른 곳으로 옮겨야 되지 않은가.

“장모님.”

“?”

“제가 얼마 전에 부동산에서 사다놓은 여기 경주 땅 말인데요. 그 경주 땅에 있는 땅에 집을 지을 생각인데. 장모님께서 허락만 해주신다면 언제든지 해드릴 수가 있어요. 어차피 이사를 하시어야 하고.”

“그렇겠지?”

“하지만 제가 언제든지 도와드릴께요.”

“고마우이.”

다정히 사위의 손을 잡아준다. 얼마 전에는 아들내외가 아버지를 모시고 경상도 軍威(군위)읍내로 이사를 하였다. 하여 경주 댁은 혼자 이곳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경주 댁은 얼마 전부터 대장염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혈을 하고, 설사도 하며 몸이 무겁게 느껴지며 심지어는 땀이 주르르 흐르고 하는 증세가 있었다. 하여 읍내에 있는 병원으로 가서 치료도 받고 했다. 하여 완쾌되지는 않았지만 걸음걸이는 괜찮게 걸어도 될 만큼 몸이 성해지기 시작했다.

“엄니, 몸은 괞찮소?”

의성 댁은 어미의 건강에 문제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 듯 안부를 묻는다.

“배가 욱신거렸지.”

“욱신거린다고요?”

“응, 지금은 괜찮다.”

하고서 경주 댁은 대구서 온 박 서방 내외에게 밥상을 차려준다. 꽤 푸짐해보인다.

“엄니, 군위로 이사를 갔다카지요?”

“그럼. 한데 내사 마 박 서방만 보믄 좋제.”

“엄니, 우리 박 서방하고 나하고 가정을 잘 다스려지믄 바로 엄니를 뫼실테니 걱정은 마소.”

“알겠다.”

아직도 걱정스런 마음에 어미의 손을 잡은 의성 댁의 눈에선 눈물이 나온다. 의성 댁이 울고 있는 사이에 군위에서 살고 있는 동생 내외가 집에 들어선다. 그때 병기에게 웃으며 반기길,

“이게 웬일입니까?”

경상도 말투의 병기의 처남. 그러나 병기는 처남에게 오히려 미안함만 남았다.

“아, 오랜간만이오. 먹던 거 마저 잡수소.”

하며 동생이 의성 댁에게 안부를 물어본다.

“누님, 그간 잘 있었어요?”

“내사 마 잘 있든 말든 어머니부터 뫼시기나 하거라.”

“어차피 이 집은 다 허물어져 없을 터인데.”

“그러잖아도 형부가 다른 집을 지어낸다고 하더라.”

병기는 웃으면서,

“그러잖아도 그것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라네.”

“아, 그렇십니꺼?”

웃고서 다시 물어본다.

“우리 아버지 모시어도 되겄십니꺼?”

“허허허…, 그러면 좋제.”

어색하게 경상도 말투로 처남에게 대한다.

“아, 그렇다면 제 식구들도 거기에 살면 되겠습니까?”

“그럼, 청기와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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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기타 간찰집 (2) 보존 정병욱 2009/02/16
26 역사 임진강 3편 한국 현대사를 다룬 소설 보존 정병욱 2009/02/13
25 역사 임진강 2편 한국 현대사를 다룬 소설 보존 정병욱 2009/02/13
24 역사 임진강 1편 한국 현대사를 다룬 작품 보존 정병욱 2009/02/13
23 기타 간찰집 (1) 보존 정병욱 2009/01/03
22 지침 공부업무지침 공부업무 관련 지침 현행 공부 2008/10/05
21 규례 광역단체평정규례 모임단체 관련 평정 규례 현행 공부 2008/10/05
20 지침 어사대 업무지침 어사대 업무 관련 지침 현행 어사대 2008/07/07
19 실록 고조실록 권2 건원2년 : 2008년 무자(戊子) 보존 예부 2008/04/29
18 실록 고조실록 권1 건원원년 : 2007년 정해(丁亥) 보존 예부 2008/04/28
17 문집 교산집 권1 박태호의 문집 제1권 논평편 보존 박태호 2007/08/26
16 기록 예조 약사 전현직 예조 관원 명단 보존 예조 2007/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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