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부인전 제10화
- 보덕 작
그러한 마음을 알았던지 이시백이 말을 걸었다.
"내 그대를 어찌하여 가까이 하지 못했던고 하니."
그러고서 한숨을 쉰 뒤,
"당신의 그 학풍에 시기한 것 때문인 것 같았소."
"……"
"그러니 당신에게 몸종이 필요할 것 같아서 우리 집안에 있는 하인들 중에 하나를 불러 왔소."
그러자 박씨부인은 고개를 들었다. 지아비를 바라본다.
"계화야 들어오너라."
하인인 계화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러자 이시백이
"마님을 극진히 모셔야 한다."
계화가 알겠다면서 고개를 숙인다.
이후 다음날 이시백에게 봄기운이 감도니 아버지의 묘소로 가겠노라고 말한 뒤에 박씨부인은 서둘러 하인 몇을 거느리고 멀리 박 처사의 무덤으로 향하였다.
그 후 박 처사의 무덤에 이른 박씨부인은 절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소저야, 보아라!'
고개를 든 박씹인은 자신의 귀에 들리는 소리에 의심을 품었다.
'보아라!'
우렁찬 아버지의 소리에 박씨부인은 사방을 돌아본다.
'나라의 국운이 장차 너에게 달려있다.'
박씨부인은 서둘러 하인들을 거느리고 다시 시댁으로 달려갔다.
드디어 집에 돌아온 박씨부인은 남편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내 당신 덕분에 평안도에 감찰사로 가게 되었소이다."
하여 이시백은 그녀를 껴안았다. 박씨부인을 시댁에서도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이제 감찰사의 부인으로 평안도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비록 연고가 없었지만 말이다.
평안감사로 부임한 지 10년이 되었을 적에 평양 장안을 두루 시찰하면서 민생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부인, 도정이 이리 어려울 줄 미처 몰랐소."
박씨부인을 곁에 둔 이시백의 한 말이다.
"관리란 모름지기 어렵지 않은 것이 없다 했습니다."
"누구 말씀이오?"
"제 아버님 말씀입지요."
혈기가 방장했던 그 시절을 시백은 돌이켜본다. 그 시절 박 처사의 배움을 받아 오늘날까지 스승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 무엇인지 돌이켜본다. |
소설 혜공왕 제05화
- 봉당 작
왕은 상심에 잠겼다. 태후의 병환은 더욱 깊어지고 이듬해 초에 붕어하니, 왕이 통곡하여 하늘을 원망하기에 이르렀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며, 가을이 다가왔을 즈음 왕이 하루는 뜰러 나아갔다. 왕이 머물던 대궁을 벗어나 주작대로를 거쳐 월성 근처에 있는 안압지에 다다르니, 그곳 근처에 있는 월지궁에서 하루를 보내고자 했다.
곁에 있는 신하는 김양상이었다.
"폐하."
"왜 그러오."
"이곳에 이르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순라할 겸 기탄없이 백성들의 말을 듣고자 함이오."
두 사람은 달리 말이 없었다. 사흘이 지나 나흘이 되는 동안 백성들의 비바리같은 하소연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신료들의 부정부패와 무리한 세금 징수, 그리고 그들에 의해 생겨난 자연재해와 백성들의 굶주림. 말로 다 표현해도 무리가 따를 만큼 왕에게 간절히 바라고 바랐던 것이다. 하여 왕은 자식을 얻는데 손을 쓰지 않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자 했다. 이것이 곧 순라의 취지였다.
그런데 어떤 스님 하나가 그들이 머무는 곳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범상치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는 그 스님을 왕이 아랫것을 시켜 불러들였다.
"부질없기 짝없는 소승을 어찌하여 불러들이셨습니까."
"내 그대에게 백성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생각코자 이리 불러들였소. 그대에게 무슨 좋은 묘안이 있소이까."
왕이 묻자 승려는 거침없이,
"노래를 지어바치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생겨난 것이 오늘날 전해져 내려오던 <안민가>라는 노래다. 이 노래를 듣고 왕이 흡족해하니 백성들에게 널리 불릴 수 있도록 신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전에 임명하였던 국사를 내치고 이 승려를 불러다 국사로 삼았다. 이 승려는 곧 월명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경덕왕이 다스리던 재위 기간에 중국에 본받고자 신라의 오래된 풍습에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설령 삼국을 통일하였다 해도 옛 백제나 고구려의 지명이 남은 지라 왕이 직접 나서서 중국식으로 지명들을 바꾸고자 했으며, 관계까지도 당나라의 관제도 본받고서는 신라의 골품제를 혁파하려 들었다. |
정병욱
[문학회지] 제0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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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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