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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봉당] 춘추(春秋) 제3부
덕수 4년 단군기력 2301년 정월에 궁양조가 세상을 떠났다. 황태후가 의정부의 인사를 명했다. 영의정으로 백선길을, 좌의정에 백한설을, 우의정에 고대인을, 좌찬성에 고소중을, 우찬성에 백송술을, 좌참찬에 대문을, 우참찬에 송진을, 의정부사록에 동방비를, 의정부검상에 초술을, 의정부사인에 최인을 앉혔다. 2월, 오위도총부의 관직인 도총관과 경력, 도사직을 세 개의 위(衛) 가운데 문무를 겸비한 사람을 앉히도록 명했다. 3월, 내관 황의선이 세상을 떠났다. 오랫동안 여러 왕을 보필해왔기에 황태후가 이를 안타깝게 여겨 장사를 후히 지내게 했다. 4월, 충좌위의 관리들을 면직(免職)시켰다. 이후 황태후가 오위도총부에 명하여, 충좌위의 군사들 가운데 문무를 겸비한 사람들 가운데서 충좌위의 관리로 뽑아 쓰도록 명했다. 5월에 궁녀 500명을 뽑았다. 6월에 내관 400명을 뽑았다. 7월, 후리·북신·대문구·용산 네 개의 군을 일컬어 서북도(西北道)라 부르게 하였다. 그 수장을 도지사(道知事)라 하였으며 경관(京官) 가운데 한 사람을 파견해 다스리게 했다. 8월, 고숭이 세상을 떠났다. 황태후가 장례를 후히 치르게 했으며 시호를 인홍대원왕(仁弘大院王)이라 하였다. 9월, 인경도를 동북도(東北道)라 부르게 하였다. 10월의 어느 날, 의정부검상으로 임명된 초술의 집. 이 집에서 맏딸 등실부인 내외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런데 등실부인의 생각엔, 아우들이 하나같이 명석하지 않았기에 과거에 등과(登科)하지 못한 것이 염려스럽기도 했고 집안의 명예를 실추시킨 바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대궐 안에 살다시피 하는 내관들의 힘이 막강하다 보니 과거에 등과하기 보다 오히려 내관으로 들어가 승차하는 것이 오히려 편안하다고 할 정도였다. 근래에 들어서 조정 대신들의 자제들이 너도나도 내관으로 들어가기를 고대하는 풍조(風潮)가 만연하니 제 실력을 맘껏 뽐내지 못하는 행태가 못내 안타까웠다. 그래서 황태후에게 명부의 수장으로서 직언을 올렸지만, 퇴짜 당하기가 부지기수였다. 대궐에서는 대궐에서 대로 예전의 내관들은 후임으로 들어온 내관들에 비해 하찮은 존재였다. 이들은 하나같이 역모(逆謀)에 가담하거나 연루된 전례로 인해 신분이 강등되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과거제를 통해 고관의 자제들이 조정으로 출사하는 일이 빈번하여 급제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뽑는 인력도 한정되어 있어 바늘 구멍에 낙타가 들어가는 것처럼 어려운 점이 많았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이란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조정에 출사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해낸 것이 내관 제도였다. 오래전에 내시부라는 관청이 설치되었으나 유명무실한 지 오래되었다. 명목(名目)뿐인 관청이었다. 그러기에 초술의 두 아들 초학(楚學)과 초경(楚慶) 이들은 집안의 명예도 중요하지만, 실리(實利)를 추구하여 조정에 출사하는 유일한 방법이 내관이 되는 길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부모의 바람과는 반대로 초학과 초경 두 사람이 내관으로 임명되었다. 과거가 폐지된 지 오래된 만큼 유일한 출셋길일 수밖에 없었다. 11월, 황태후는 명부의 수장인 등실부인의 방문으로 인해 내심 기분이 언짢았다. 하여 황태후는 기왕지사(旣往之事) 내시부라는 관청을 통해 자신의 정치역량(政治力量)을 펼 생각인 것이다. 왕은 아직 어리고, 정무(政務)는 버거우니 내시부를 강화하여 자신의 손으로 요리할 참인 것이다. ‘그래, 차라리 내시부를 이용하여 나라를 경영하는 것이 낫겠다.’ 하여 황태후는 내시부를 통해 국정을 운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상세(尙洗)에 임채혁을 명했다. “임 내관.” 황태후의 명을 받든 임채혁이 몸둘 바를 몰랐다. 세간에서 전임 내관이었던 성혼이 역모에 연루되어 죽었다고 하였으나, 성은(聖恩)에 힘입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여러 열성조를 섬기었던 바가 있었다. 그러기에 임채혁이 황태후의 부름을 기쁜 마음으로 받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의 눈앞에는 황태후의 전교(傳敎)가 놓여 있었다. “내 자네를 수장으로 하여 내시부를 꾸려나갈 생각이라네. 그러니 임 내관이 내 손과 발이 되어주셔야 함을 깊이 명심하게, 아시겠나.” 황태후의 엄명으로 말미암아 “예, 마마.” 읍(揖)하여 임채혁은 물러갔다. 임채혁은 자손을 둘 수 없는 처지였다. 그는 古自였기 때문이다. 내시부의 수장을 세웠다는 소식을 듣고 영의정이 직접 황태후에게 찾아와 반발하자 임채혁에게 명하여 영의정 이하 조정의 대신들이 공사를 가리도록 단속하게 했다. 이후의 치세는 태평성대였다. 덕수 5년 단군기력 2300년 정월에 영의정 백선길이 세상을 떠났다. 황태후는 이에 영의정에 백한설을, 좌의정에 고대인을, 우의정에 고소중을, 좌찬성에 백송술을, 우찬성에 대문을, 좌참찬에 송진을, 우참찬에 동방비를, 의정부사록에 초술을, 의정부검상에 최인을, 의정부사인에 계운관을 명했다. 백선길의 사후에 그 자손들은 벼슬에 나가지 않고 초야에 묻혀 살기를 희망하였다. 이를 황태후가 수락하니 백선길의 자손들은 이후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아는 바가 없다. 일설에 의하면, 백선길이 황태후에게 간언하고자 하였다가 내쫓김을 당하였기에 화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나 정확하지는 않다. 2월, 왕의 존호(尊號)를 만안(萬安)이라 올렸다. 3월, 내관 임채혁이 세상을 떠나자 황태후는 새 상세를 유담(柳談)을 명했다. 유담은 유중성의 장남으로서 내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곧이어 그 동생 유한(柳漢)을 상원(尙苑)에 명하였다. 4월, 내관으로 있는 세 사람 계운관의 장남 계원충(桂元忠), 계운관의 차남 계영강(桂寧康), 계운관의 3남 계용남(桂龍南)을 각각 상다(尙茶), 상선(尙膳), 상약(尙藥)에 명하였다. 5월, 내관 황도성이 세상을 떠났다. 이에 황태후는 새로이 인사를 단행하여 염인을 상온(尙)에 명하였다. 6월, 영의정이 내시부의 강화를 우려하여 황태후에게 직언을 올렸다. “과거금지령이 선포된 지 오래 되었사오니, 다시 과거시험을 치르게 하심이 어떠하오리까.” 이에 황태후가 영의정의 청을 거절하였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7월, 영의정 백한설이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에 황태후는 좌의정과 우의정으로 하여금 의정부를 이끌어가도록 명하였다. 이후 의정부의 기능이 많이 쇠약해졌다. 8월, 조선국으로 사신을 보내는데 좌의정으로 하여금 정사(正使)에, 우의정으로 하여금 부사(副使)에 임명하였다. 그 이하의 사신단을 내시부의 관리들로 하여금 꾸리도록 하였다. 9월, 봉구를 지경연사(知經筵事)에 명하니, 황상이 나이가 어림을 들어 정사에 관계된 공부를 조금이나마 돕게 하기 위한 태후의 엄명이었다. 10월, 온서를 대사간(大司諫)에 명하여, 내시부의 관리에 더욱 박차를 가하도록 했다. 황태후가 권세를 움켜쥐니 아버지인 정백(鄭伯)과 숙부인 정구(鄭球)를 각각 영돈령부사와 지돈령부사에 명하였다. 이에 정씨 집안이 세도를 얻는다는 소문이 온 도성 안에 두루 퍼졌다. 그에 더 나아가 정구의 아들이자 왕후의 사촌동생인 정일(鄭日)이 내관이 되었는데 황태후의 오른팔이 될 거라는 둥, 정씨가 돈령부에 이어 의정부를 장악할 것이라는 둥 소문이 백성들 사이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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