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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영상문화제] <참가> 드라마 부분
(예전에 다모우저 라는 곳에 다른 아이디로 썼던 글입니다. 약간 손질하여 올립니다.. 괜찮겠지요??) 다모에 대해, 다모다음카페를 비롯하여 MBC 다모 게시판 등, 여러 게시판을 돌아다니면서 이런저런 글들을 읽던 중에, 소생의 뇌리에 들어와서 떠나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하나는 "윤폐인은 여자가 많고 백폐인은 남자가 많다" 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황보윤이 보여준 지극한 사랑에 많은 이들이 윤폐인이 되었고, 장성백이 보여준 혁명사상과 의지 등등에 끌려 많은 남정네들이 백폐인이 되었다." 라는 얘깁니다. 윤옥라인이니 백옥라인이니 하는 논쟁중에 나온 말이 아니라, 게시판 곳곳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니 윤폐인 글들은 여자가 많고 백폐인 글들엔 남자가 많더라는 통계일 뿐이니 그 사실 자체를 가지고 시비걸 필요는 없습니다만, 지극히 정상적인 이놈은 남자이면서도 장성백에게는 전혀 끌리지 않으니 어찌 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소생이 정상이라면 위의 말이 틀린 것이고 위의 말이 맞다면 소생이 비정상인 셈이니 소생은 당연히 위의 말이 틀리다고 주장하는 바 입니다. 사실 드라마에선 숙종이 매우 선한 왕인듯이 그려졌고 따라서 정필준이 악인으로 묘사된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당시의 조선시대를 보자면, 신분제만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관리들의 부정부패, 양민에 대한 수탈 등등 사회 곳곳이 썩어 있었을 것이고 조정은 당파싸움을 일삼느라 이런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커녕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장성백처럼 혁명으로 뒤집어 보자는 생각도 할 법한 일이지요. 하지만 어쩐지 소생은 장성백식의 혁명보다는 황보윤의 방식이 더 마음이 끌립니다. 어쩌면 장성백의 방식처럼 한 큐에 해결하는 방식의 성공을 믿지 못해 그런 것일런지 모르지요.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이것이 당시 유교의 이념이었습니다 (君君臣臣父父子子 - 군군신신부부자자 :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비는 아비답게, 아들은 아들답게.. 어느 경전에 나온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것을 조치오 종사관식으로 해석하면 양반은 양반다워야 하고 서출은 서출다워야하고 다모년은 다모년 다워야하고 종년은 종년다워야한다가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당시 사회의 지배이념이자 통치철학입니다. (복잡한 유교를 너무 단순화 시킨 감이 없진 않으나 뭔말 하는지 그 취지를 이해해 주시오.) 황보윤역시 서출이지만 지배계급에 속합니다. 비록 아웃사이더 즉 비주류이지만 어쨌든 무늬나마 지배계급인 것은 사실입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것, 또는 사람대접 받고 싶다는 것, 다 양반을 향한 말이지요. 아무리 서출이라지만, 천한 백성들이 현감의 서자를 멸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즉 황보윤의 고난은 양반에게서 사람대접 받지 못함에서 온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총명함을 보였던 종사관이었으니 양반에게서 사람대접 받는게 "양반은 양반답게 서출은 서출답게 종년은 종년답게..."임을 모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황보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거기서 멈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치오 종사관의 경우엔 딱 거기서 멈추어버립니다. 그러니 다모년 팔을 기어이 베겠다고 칼들고 설치는 것입니다. (사실 이거 사내자식으로서 참 쪽팔리는 일입니다. 조치오 종사관의 이런 행동을 이해한다는 분들의 의견에 이놈도 동감은 합니다만, 그렇다고 조치오 종사관의 행동을 옹호해 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포청이 격구에서 졌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졌는데...져서 기분나쁜데 보니까 좌포청 다모년이 mvp 였다 이거지요...다모년이 그냥 공이나 주워준 것도 아니고 자기네를 꺽는 데 일등공신이었으니 열받은 거고. 그래서 종사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백부장을 깔아뭉개고 다모년 욕하면서 시비건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지들이 이겼으면 될 일 아닙니까? 괜히 지니까 땡깡부리는 건데...사실 그때 채옥이 대들면서 한 말 중에 틀린 말 하나 없지 않습니까? 틀린 말이 아니니 반박은 할 수 없고 결과에 승복하자니 자존심 상하고 하니까 계속 채옥이 신분 걸고 넘어지는 겁니다. 자고로 논리로 맞서지 못하는 자가 인신공격하는 것은 쪼다들의 공통점이지요.) 같은 양반이고 (비록 반쪽이지만) 같은 종사관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황보윤의 태도는 조치오와는 전혀 다릅니다.. 채옥이 황보 종사관과 부장포교들과 함께 회의에 참석하는 거나 심지어 포장영감이 주재하는 회의에서조차 발언권을 가지고 얘기하는 건 이미 수없이 지적된 바 있습니다. 그뿐입니까? 막판엔 신참 포도군사인 마축지까지 끼더이다. 말단이라 그런지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있긴 했지만서도.... 황보윤은 이들 모두를 "~는 ~답게" 대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두를 "사람답게" 대접해 준것입니다. 조치오 종사관 같으면 생각지도 못했을 겁니다. 공을 세웠다 해서 다모년과 같이 앉아 회의를 한다는 건 오히려 수치로 알았을 겁니다. 사주전 일당을 잡고 그 배후를 밝히기 위해 파직된 종사관과 포장영감이 은밀히 수사를 진행한 것의 중요성을 생각하기보다 자신이 소외된 것에 더 분개하는 자이지요...이해할 만 하나 속좁은 짓 입니다. 심지어 조세욱 포장영감도 마찬가지입니다. 차라리 채옥이 죽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는 대사를 서슴치 않고 하고 있습니다. 그 채옥이로 인해서 자신의 목숨을 구명하였고 사주전일당의 배후인 역당을 잡는 수사가 진척을 보였던 것인데도 포장영감에게는 자신의 목숨을 구명한 것은 지엄하신 주상전하께서 내린 성은에 의한 것일 뿐이고 채옥인 그저 황보윤 발목잡는 천한 종년에 지나지 않은 것입니다. 조치오나 조세욱. 충신이건 아니건, 존경받을 만한 양반이건 아니건 간에 이들에게 있어서 채옥인 종년일뿐 사람이 아니었던 겁니다. 당시의 사회에선 그점이 당연시 됐었을 것입니다. 채옥이로선 억울한 일이지만...하지만 황보윤은 모두를 사람답게 대접하였습니다. 그 당시의 사회에선 파격적인 것입니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조치오의 버전으로 하면, 양반은 양반답게 서출은 서출답게 다모년은 다모년답게 종년은 종년답게..... 이런 일반적인 이념을 뛰어넘어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할 줄 아는 황보윤에게 소생이 어찌 끌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사실 황보윤이 서자로서 겪었던 고통으로 인해 그랬을 것이라 쉽게 생각할 수 있으나 그거 절대 쉽지 않은 겁니다. 서자로서 겪은 설움이 큰 만큼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커지는 것이고 그러다보면 오히려 그들보다 더 지독한 자가 되는게 일반적인거지요. 이런 일반적인 반응을 뛰어넘을 만큼 자신을 비울 수 있는 자 별로 없을 겁니다.... 소생을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윤폐인 된 것은, 소생의 생각엔 단이 윤이 보여준 목숨까지 내놓는 사랑때문만이 아니란 것입니다. 그가 보여준 사람을 사람답게 대할 줄 아는 그 큰 그릇과 풍모에 빠진 것입니다. 사실 황보윤이 보여준 옥에 대한 사랑역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사실이나, 사랑으로 치자면 소생은 윤의 옥에 대한 사랑보단 채옥이 나으리를 향한 사랑에 더 끌립니다....(윤도 윤이지만, 사실상 채옥의 희생이 더 컷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채옥이 너무 불쌍하지 않습니까?) 장성백이 보여준 산채 식구들에 대한 애정, 희생, 세상을 뒤엎겠다는 혁명과 그에 대한 의지, 사상, 이런 것들 역시 윤에게 빠져드는 것 못지않게 그를 향해 빠져들게하는 매력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소생은 성백과 윤의 비슷한 점을 이해하면서도 장성백에 대해서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에 닿지를 않습니다. 윤과 비슷한 점이 그토록 많으면서도 왜 그가 이놈의 가슴엔 와 닿지 않는 것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폐인들은 윤의 사랑...어쩌고와 백폐인들은 혁명....어쩌고 하는 얘기는 그저 가십일 뿐, 본질을 짚은 분석이 못될 것입니다. 장성백과 윤의 사랑을 비교하시면서 어느 분이 말씀하시기를 "악인이라도 자신과 관계된 사람은 사랑할 수 있소. 하지만 자신과 관계없는 민중들까지 사랑하는 사람은 흔치않다고 여겨지오. 장의 대사에 공명했소."라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제가 썼던 글의 꼬리말에 적어주셨던 글입니다. 장애인들의 삶을 가까이서 함께하시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함을 느끼시고 대풍라 마을의 병자를 돌보는 장성백에게 공감하신 듯 하고, 또한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소생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사람 즉 백성을 사랑한 것에서 황보윤과 장성백은 비슷하다고 봅니다. 황보윤의 좌포청 식솔들을 보면, 이부장과 백부장 그리고 몇몇 다른 이들이 있고 천하디천한 관비 채옥이 있습니다. 나중에 백부장이 폭포씬에서 "채옥이가 우리에게 그저 다모일 뿐이었냐"고 하는 말에서 보듯이 종사관이 수하를 생각하는 마음은 각별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채옥이와의 인연이 남달랐던 탓도 있겠으나, 채옥이 뿐 아니라 백부장과 이부장을 대한 태도에서도 종사관 나으리는 그들을 단지 맘껏 부릴 수 있는 아랫사람으로서라기 보단 한 식구로 대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그래서 백부장이 "역적 수괴의 목을 베는 공을 취하기 보단 내 식솔을 살리겠"다고 과감히 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말리는 수하를 패대기 치면서까지 자신을 제지하려는 상관의 명을 거역하였는데, 황보윤이 종사관으로서 도적들을 잡는 일에서도 식솔들을 안위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종사관이었기에 그렇게 대드는 일이 가능했을 것이고, 이는 종사관 나으리가 좌포청의 부장들과 군사들 뿐 아니라 천한 관비까지도 한 식구처럼 따뜻히 대했다는 얘깁니다. 이점은 격구파동 이후 사직을 결심한 종사관 나으리가 그들에게 한 훈시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점은 또한 성백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성백역시 자신의 산채 식구들을 한 식구처럼 대합니다. 황보윤이 좌포청 "식솔"들을 한 식구처럼 대한 것 못지않게, 성백도 산채 식구들이나 대풍라 병자들을 "식솔"로 대한 것입니다. 정필준의 대사에서 드러나듯, 대풍라 병자들은 사주전을 주조하는 역할을 하였고, 성백이 꾸미는 혁명의 중요한 도구로 그 사주전은 사용되었습니다. 즉 성백에게나 윤에게나, 산채와 대풍라마을 사람들, 그리고 좌포청 사람들은 모두 자신과 한 "식솔"이었던 것이고 그들을 사랑함에 둘 사이의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산채 식구들이 특별히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백부장이나 이부장도 딱히 명문의 후예인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집안도 아니고 입에 풀칠하기 빠듯한 일반 서민인 듯이 보여집니다. 서출이긴 하나 지체높은 양반님께서 그들을 한 식구처럼 대한 것과, 어려서 혼자가 되어 대풍라 병자들을 치료하던 황현기에게 의탁하여 산채에서 살아온 성백 도련님이 산채식구들을 사랑한 것은 딱히 "백성" 또는 "민중"에 대한 사랑이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고, 모두 "자신과 관계된 사람" 이기에 사랑할 것일 수 있습니다. 성백이 산채식구들과 대풍라마을 환자들을 돌본것을 "민중"에 대한 사랑으로 본다면, 윤이 좌포청의 부장포교들이나 포교들을 비롯해 관비인 다모에게까지 나타낸 애정역시 같은 범주에 속한다고 봅니다....채옥에 대한 사랑이 부각되는 바람에 이점이 가려진 것 뿐..... 이토록 둘이 비슷함에도 굳이 황보윤에게 소생이 더 끌리는 이유를 좀더 다른 관점에 설명하려고 합니다... 글이 길어져 미안하지만, 짧고 굵게 쓸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으니 소생의 부족한 필력을 탓하여 주십시오. 당시의 시대배경이 숙종시대로 돼 있습니다. 알다시피 예송논쟁으로인해 서인과 남인이 몇차례 죽고 죽이는 살육전을 벌였던 때이지요...예송논쟁을 어떤 이들은 우습게 보지만, 일정부분 일제의 식민사관의 영향도 있고, 또 당시 상황을 오늘의 잣대로 보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진왜란때 공명첩이란 걸 발행하여 공을 세운 자들에게 벼슬을 주었습니다. 명목상의 벼슬이나마 벼슬은 벼슬이고, 양반이 아닌 자들이 벼슬을 받았다는 것은 그들의 신분이 양반으로 상승했음을 뜻합니다. 공명첩을 통해 양반이 된 자들과 또 일반 백성(양반의 눈엔 천한 백성일 것이오만..)들의 눈으로 보면 기존 양반들이야 말로 아니꼬운 존재입니다. 말로는 충효를 떠들던 놈들이 거들먹거리기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하다가 왜적이 오니까 자기들 신발만 디립다 사재기하여 도망치기에 급급하였으니 어찌 그들을 지체높은 양반님네라 하여 존경할 수 있었겠습니까? 기존 양반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 공명첩 받은 양반들이야 말로 우스운 존재겠지요. 글을 배운 것도 아닌 천한 것들이 전란때 공 좀 세웠다고 같은 양반입네 하는 꼴에 더구나 꽁무니빼고 도망간 자기들을 보는 눈 또한 곱지 않았을 터이니.....명나라가 도와줬다하여 재조지은 어쩌구를 강조하면서, 오랜 전쟁으로 기강이 헤이해지고 어쩌고를 외치며 나라를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떠드는게 어찌보면 그들로선 당연했을 지 모릅니다. 여기서 비극이 시작된 것일 겁니다. 명종 선조 시절, 퇴계 이황이나 고봉 기대승, 율곡 이이 등이 연구한 성리학은 인간과 사물의 본질을 탐구한 수준 높은 학문이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철학이고 당시로선 성리학 이지만, 주자성리학에서 벗어서 조선성리학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괄목할 만한 학문적 성과를 이뤘었습니다. 근데 왜란이후 양반이란 것들이 학문을 하기보단 기강이 어떻고 질서가 어떻고 하면서 예론에 치중하게 되어 버립니다...예론은 성리학이라는 큰 학문으로 보면 줄기도 못되고 그저 지엽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래서 예학이라 부르지 않고 예론이라 하는 것이지요. 근사하게 보이게 하기위해 예학으로 바꿔 부르기도 하오만, 예론이 학문이 될 근거가 뭐가 있습니까? 본질과 진리를 탐구할 건데기는 아무것도 없고, 예론이란 그저, 당시 사회적인 통념과 수준에 비춰 서로에 대한 예의와 범절을 잃지 앟고 나타내기 위한 소소한 규정들을 모아놓은 것일 뿐, 더이상 탐구하고 연구할 성질의 학문이 아닙니다. 근데 이자들이 이 지엽말단을 본 줄기 자리에다 놓고 주리장창 그것만을 읊어대니, 공명첩 산 양반들은 모자란 학문을 탓하며 쫄 수 밖에 없고, 꽁무니 뺀 양반들은 다시 거들먹거리고 수염이나 쓰다듬게 된 것이지요. 결국은 이 예론이 왜란이후 조선 성리학의 주요 학풍이 되었고, 이걸 요즘식으로 말하면 예론이 조선의 헌법이 된 것입니다. 헌법수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목숨걸고 지켜야 하는 일이니, 예송논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현대에와서도, 비록 환란위기로 나라를 말아먹었기는 했지만, 수십년 동안 민주주라는 헌법과 정신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을 폄하하거나 비하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엽말단인 예론이 학문의 본 줄기 자리에 껴들면서, 이제 조선에서의 유교 또는 성리학은 본질을 탐구하는 것 보다는 형식에 집착하는 기이한 형태가 되고 맙니다. 유교의 가르침을 한 글자로 요약하자면 인仁 이라고들 합니다. 어느 제자가 공자에게 물었다더니이다. "인이란 무엇입니까?" 공자 왈,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愛人: 애인)" 나중에 다른 제자가 또 물었다더이다. "인이란 무엇입니까?" 공자 왈, "자기를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다 (克己復禮: 극기복례)" 제자 왈, "그럼 예란 무엇입니까?" 공자 왈, "군신유의, 부자유친, 붕우유신, 부부유별, 장유유서" 이 다섯가지를 일컬어 오륜이라 한다합니다... 종합하면, 인仁이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인데, 그것을 예로써 표현하는 것이다 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로써 어떻게 표현하느냐....바로 오륜이 그 대답입니다... 근데 문제는, 예론을 주요 학문으로 삼게되니, 본질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제쳐두고 그를 표현하는 예에만 집중하여 오륜만을 강조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이것도 군신유의란 말의 연장이라 보면 되는데, 이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본질을 놓쳤기에 공허하게 된 것입니다. 조치오 종사관의 경우가 딱 이경우 해당합니다...장성백이나 황보윤은 전설의 협객 황현기와 마지막 승군도총섭 수월대사란 탁월한 스승을 모셨으니 뛰어난 무인이면서도 아마 웬만한 학자 못지않은 학식을 가졌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또 조선시대에는 선비들도 활쏘기등의 무예를 익혔고, 조치오가 비록 무관이긴 하니 글을 읽지 않았을 리 없으니 어느정도 학식은 있다고 봄이 타당할 것입니다. 하지만 조치오는 당시 대세를 이루던 예론을 강조하는 학문을 벗어나지 못한 듯 보입니다. 채옥을 종년 다모년이라고 깔아뭉개며 기어코 그 팔을 베겠다고하는 쪼다스러움은 이미 말 한 바 있으나, 우포청 종사관으로서의 수사과정에서도 그의 한계는 그대로 드러납니다. 2회인지 4회인지 잘 모르겠으나, 조치오가 사주전을 유통한 자를 심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짚신팔아 받은 돈이라며 변명하자 참수하여 효수하라고 명을 내리는데 어리석은 짓이지요. 물론 사주전 유통은 어느 관아든 즉시 심문토록 돼 있었다고 하니, 굳이 사주전 수사를 담당하던 좌포청에 넘기지 않은 이유를 따져묻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법조문대로의 시행엔 치밀했을지 모르나 종사관이라는 직책엔 무책임한 것입니다. 그는 수사관 입니다. 사주전 유통자가 체포됐으면 마땅히 주전판이나 풀무간을 찾아내여 제조한 자를 찾아내는 것이 수사관의 마땅한 도리입니다. 유통자가 자기가 제조해 놓고 거짓말 한 것이라해도 그 증거를 찾아내야 함은 기본이지요. 근데 그 기본은 무시하고 그냥 참수해 버리면 결국 사주전 유통은 다른 루트를 통해 계속되는 것이고 그가 벌인 수사는 단지 실적쌓기용일뿐 실제 범죄를 소탕하는데는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각출이를 체포해놓고, 자백도 없고 주전판도 못찾았는데 언제까지 잡아둘 수 만은 없다고 말하는 황보윤 종사관과는 확실히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황보윤 종사관이 파직된 후 좌포청에 부임했을 때 군기잡는 모습또한 소생이 보기엔 우습습니다. 비록 조세욱 좌포장 영감이나 조치오 종사관이 무관이긴 하나, 그들의 직분은 수사관입니다. 즉 형사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지요. 그들 밑에 있는 부장 포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초소앞에서 보초를 서는 위병이 아닐진데 시간을 가지고 사람잡을 듯이 추궁하는 모습은 황보윤에 대한 질투, 그로인한 황보윤 수하에 대한 갈굼일 뿐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이점에 반론이 있음을 압니다만, 소생의 생각으로 이렇다는 말입니다). (그의 장렬한 죽음을 두고 그를 훌륭한 무장으로 평가하는 이 많으나, 장렬히 죽었다하여 훌륭한 무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순신 장군은 장렬히 죽어서 위인이 된 것이 아니라, 임진왜란 당시에 그가 이룬 혁혁한 공로로 인해 진정 위인이 된 것입니다. 장렬한 전사로 치면야 원균의 전사도 이순신 장군 못지 않습니다. 비록 2척인지 4척인지 밖에 없었을 지라도 임지인 경상우도를 떠나지 않았었고, 칠천량전투 때도, 상륙하였다가 죽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적을 눈앞에 두고 등을 보여 도망치는 비겁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습니다.) 결국 조치오 종사관(아마도 그시대 대부분이 그랬겠지만)은 당시의 대세대로 예론을 중시한 학문, 즉 본질보단 형식에 집착하는 학문의 한계를 넘지 못했고, 따라서 사주전의 유통자 뿐 아니라 그 사주전을 제조한 배후를 소탕하려는 본질을 붙잡기 보단, 그 수사에서 현직인 자신이 파직된 전 종사관과 포장영감에게서 소외됐다는 형식에 집착하여 수모 어쩌고 저쩌고 하게 된 것입니다. .... 하지만 황보윤은 이 경지를 뛰어넘었습니다. 사실 서출로서 그러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멸시받고 무시받았던 만큼, 아마도 보통 사람같으면, 그대로 되갚아주려 하거나 더 잔혹하게 갚아주려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황보윤 종사관은 자신을 옥죄었던 이전의 한계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소생으로 하여금 참으로 그를 높이 보게 만듭니다. 파직되었을 때에도 사주전의 무리를 체포하는 더 중요한 본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직접 잡아 공을 이루는 게 조치오 같은 이들에겐 중요한 일이겠으나, 황보윤은 자신의 공명보단, 범법자를 체포한다는 본질을 놓치지 않은 것입니다. 따라서 소생의 생각으론 황보윤이야 말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 이라는 인(仁)의 본질을 달성한 사람입니다. 당시의 성리학의 학풍이나 상황을 볼 때, 서출로서 설움을 겪었던 황보윤이 형식에만 집착하던 당시 한계를 뛰어넘이 본질을 잡았다는 것이, 비록 조선제일의 무관이라고는 하나, 단순한 무장이 아닌 문무를 겸비한 뛰어난 인물로 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장성백 역시 황현기라는 스승을 모셨으니 학식이 깊었을 것입니다. 부제학을 지냈다던 그의 아버지도 황현기의 제자인 것으로 나오니 황현기의 학문도 뛰어났을 것이고, 그에게서 배운 장성백 역시 그러하겠지요. 하지만 그는 분노의 검을 들었습니다. 물론 그의 분노를 소생을 포함하여 드라마를 시청한 모든 분들이 이해하실 것입니다. 더구나 그의 아버지는 역모에 휩쓸려 억울하게 죽은 것이지, 진짜 역모를 꾀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기를 극복"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동굴에서 아마 장성백이 가장 길게 이야기 한 듯 합니다. 그리고 가장 적나라하게 채옥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였습니다. 너때문에 칼을 놓고 싶어졌다고 했으니 말 다한 것이지요...동굴씬에서의 성백 대사 사실 멋있긴 했으나 어쩐지 소생은 가슴에 와 닿지를 않습니다. 거기서 감동을 느끼지 못하니, 장성백에게 끌릴 수 없었던 겁니다... 그 멋진 대사중 일부분입니다 : "도대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이냐. ...병자가 치료 받고.... 굶는 자에게 밥을 주는 게...그른 것이냐.... ...사람이 사람을 짐승처럼 부리고... 학대하고....일하지 않는 자가 배불리 사는 게... 그게 옳은 것이냐..." 당시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허나 그것이 소생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건 이말을 하기 바로 전에 했던 말 때문입니다... 그것도 옮겨봅니다..... "...나면서부터 반역을 꿈꾼 자는 없다.... ... 지난해에 역병에 걸린 어머니를 찾았지... 치료는 커녕... 마을에서 쫓겨나 굶어죽었다.... 온몸이 돌에 맞은 멍투성이었어.... 살아온 길도 멍투성이었는데... 마지막 가는 길까지 그랬어... 그것이 조선 백성의 삶이다...." 이 대사가 있은 후 앞에 퍼다놓은 대사를 하는데, 소생은 이게 연결이 되지가 않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짐승처럼 부리고... 학대하고....일하지 않는 자가 배불리 사는 게..." 분명 못된 양반들에게 똥침을 날리는 말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부분은 또 다른 것입니다. 역병이라고 했습니다. 요즘말로 고치면 전염병입니다. 알다시피 한방은 효과를 보는데 시간 많이 듭니다. 따라서 전염병 번지기 시작하면 초반엔 거의 다 죽음입니다...열명중에 아홉내지 열은 죽어나가는 것이었고, 양반이건 아니건 걸리면 죽는겁니다. 막판에 병이 잦아들때쯤 옮은 사람이라야 살아날 확률이 조금 높아질 것입니다. "치료는 커녕"....의원은 대부분은 중인입니다. 양반은 아니지만 기득권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치료를 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들도 죽을 지 모르는데... 조선왕조오백년 동안 허준은 딱 한 명 나왔습니다....이름모를 훌륭한 의원들도 많았겠으나, 당시의 열악한 의료환경이나 상황을 봤을 때, 전염병 병자는 즉시 격리후 두고 보는 수 밖엔 별 도리 없는 시절이었습니다. 이런 역병에 대비해 의술에 신경쓰지 않은 조정과 양반을 탓할 수도 있지만, 그 문제는 여기서의 요점은 아닙니다. "마을에서 쫓겨나 굶어죽었다.... 온몸이 돌에 맞은 멍투성이었어...." 가슴아픈 일입니다....허나 누가 쫓아냈을 것 같습니까? 누가 돌까지 던져가며 쫓아냈을 것 같습니까? 관비였을 터이니 물론 그 관아에서 쫓겨났을 것입니다. 전염병, 즉 역병이라면 걸리면 죽는 걸로 알던 시대에 관비가 역병에 걸렸다? 다른 수가 없을 것입니다. 격리!!!! 가슴아픈 일이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역병에 걸려 쫓겨난 관비를 "마을"에서 환영했을리 없을 것입니다. 관비, 즉 노비 계층은 당시 신분제의 최하위층으로서, 양반들 뿐아니라, 평민인 백성들에게서도 천대받던 계급입니다. 물론 그 백성들도 양반에게서 천대받으나, 그렇다고 그들이 같이 천대받는 처지라 하여 천하디 천한 노비들을 사람대접 해주던 그런 시대는 아니었습니다. 양반 밑의 중인이나, 일반 백성들(대부분이 아마 농부겠지요)을 포함한 모두에게서 천대받는 것이 노비였고, 당연히 쫓겨난 그 노비를 더구나 전염병에까지 걸렸으니, 마을 사람들이 돌까지 던져가며 쫓아냈을 것입니다. 자신의 어머니를 얘기하면서 "그것이 조선 백성의 삶이다...." 라고 했지만, 또한 그 어머니를 죽게만든..전염병 걸려도 고칠 수단도 없고, 돌던져 전염병자 쫓아내는 것 또한 당시 "조선 백성의 삶"이었습니다. 장성백이 가지게 된 분노를 이해못할 바는 아니나... 저런 대사로 인해서, 결국 그의 분노는 개인적인 원한에 근거한 것일 뿐인 듯이 각인이 되고, 그가 한 다른 멋진 대사들에 대한 감동도 앗아가 버리게 됐습니다...어쩌면 동굴 속에 갇혀서 더구나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당시는 지네에 물리기 전이니까..) 한 대사라 자신의 개인적인 신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은 것인지 모르나, 어쨌거나 그의 혁명사상등이 가장 잘 표현된 곳이 동굴 속에서 한 긴 대사들이라고 여기기에 동굴 속에서 한 그의 대사를 가지고 유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필준과 최도방...역시 장성백에 대한 감동을 반감시키는 데 혁혁한 공로자입니다. 적어도 소생에겐 그렇습니다. 백성을 위하겠다는...흰옷입은 백성이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장두령이 어째서 정필준같은 자와 손을 잡는단 말입니까!!! 최도방역시 마찬가지요!!! 결국 이들에 대한 즉 악역에 대한 미움 역시 그들과 손잡은 성백의 혁명에 공감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무고한 백성들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무참히 희생시키는 그들을 보고서, 성백의 산채식구들 역시 그렇게 희생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마골 식구들, 동굴씬 이후의 산채식구들의 희생..다 정필준과 최도방 짓이었습니다. 혁명의 지도부라 할 수 있는 그 자들이 자기편의 한 축인 성백의 산채식구들을 그렇게 대한다면, 비록 성백이 혁명에 성공한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결국 그들도 허무하게 희생될 것이고 흰옷입은 자가 주인되는 세상은 커녕 또다시 비참한 삶을 이어가게 될 뿐입니다...먹물은 믿을게 못된다는 것을 깨달은 채..죽어갈 뿐이고, 그들과 손잡은 장성백 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어찌 그들과 손잡았는지...아직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결국 소생이 보기엔 장성백은 자신의 분노를 다스릴 정도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 아닌가 합니다. 처음의 분노는 물론 비극적인 가족사에서 비롯됐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대풍라 병자들이나 산채식구들 그리고 다른 조선 백성들에 대한 연민 애정 사랑, 그리고 부당한 멸시를 받는 그들모두를 위한 분노로 번져갔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녕 그 경지엔 도달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자기를 극복"하지 못하였기에, 세상에 대한 분노를 키우면서 오로지 뒤엎기만 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필준이나 최도방과 손잡고 뒤엎은 세상은 결국 자신이 뒤엎고자 한 세상과 다를 바 없을진데, 자신의 분노에 갇혀 그 점을 보지 못하고 혁명에 몰두하게 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따름입니다. (소생의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니 부디 돌 던지지 마시오.) 결론적으로, 소생의 생각엔, 황보윤 종사관은 "자기를 극복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당시 유교 이념의 핵심인 인(仁)의 본질을 꿰뚫고 그것을 실현한 인물이나, 장성백은 가족의 비극으로 인해 촉발된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분노를 가지고 있되 그것을 더 높은 경지로 승화시키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장성백의 분노가 개인적인 원한이라기 보단, 의분이고 공분임에는 틀림없으나, 어쨌든 소생에겐 참으로 아쉬운 대목입니다... 어떤 이들이 황보윤과 장성백이 닮았다 하더이다. 그들의 꿈꾸던 세상...황보윤이 구축한 좌포청의 사람냄새 나는 세상과 장성백이 열고자 했던 새세상...어쩌면 비슷할 겁니다... 그래서 인지 아마 그들이 역적 두령과 포청 무관이 아닌 사내대 사내로 만났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란 말에 소생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뒤집어 엎으려는 장성백보다는,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다움이 뭔지 아는 황보윤의 좌포청에 소생의 마음이 더 끌립니다. 어쩌면 소생이 보수주의자이기 때문인지도 모르지요...황보윤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자세히 보여주었지만, 장성백의 경우 그렇지 못한 것이 또한 그의 혁명을 가슴으로 공감하지 못한 한 가지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긴 글 읽어주어 고맙습니다. 원래는 일명 다모체라 하는 하오체로 썼던 글을 고쳐 쓰느라 애 먹었습니다. ^^ 그저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고마울 따릅니다. 개국 614년 2월 2일. 유석. 조병옥. |
http://www.1392.org/bbs?free2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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