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조는 백성들의 것!

제목 : 사조는 백성들의 것!

지난번 창간 준비호에서 "사조는 공물(共物)이다!"라는 주장을 한 바 있었다. 당시 사조 '관리자'에 의해 갑작스레 게시판 관리권이 회수되면서 사조 활동의 근간이 돼왔던 지방관의 업무에 막중한 변화가 초래됐음에도 '관리자'는 아무런 설명도 없었고, 그것을 알지 못하던 새 지방관들의 게시판 관리권 요청에 대해 이제부터는 게시판 관리권을 지방관에게 주지는 않는다는 일방적이 통보를 했었다. 이에 대해 현 의정부 좌참찬이자 당시 병조판서였던 하빈군 이휘 대감이 항의의 글을 올렸던 것을 계기로 사설을 썼었다.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났고 여러 지방관의 교체도 있었건만 관리자의 행태는 변한 것이 없다. 당시도 지적했었듯이, "하빈군 대감의 항의는 지역게시판의 관리역시 지방관의 행정차원으로 보고 이 관리권의 박탈을 사이트 관리자 독단으로 처리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처사"임을 말하고 있는데, '관리자'라는 양반은 그저 이제는 그렇게 하기로 자기가 결정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광고성 도배글의 감소로 인해 지방관들이 일일이 삭제해야 할 문서들의 수가 격감하였으므로 굳지 게시판 관리권을 갖지 않아도 활동에 무리가 없다는 요지의 주장을 되풀이 하는데, 그 말을 못알아 듣겠다는 게 아니라, 그건 그 '관리자'란 양반의 생각이고 그런 결정을 아무런 논의과정없이 사조의 백성들의 의사는 전혀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내릴 수 있느냐는 항의에는 그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그 배짱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하빈군 대감이 병조판서에서 의정부 좌참찬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또다시 용기있게 '관리자'에게 항의하고 나섰다. 우선 각 지방관들의 의견을 취합한 수 사조도우미 게시판에 다시금 지역 게시판 관리권을 지방관에게 환원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거절되자 재요청을 하였고 여전히 거절되자 운영자의 영역에 대해서 긴 글을 남기면서 항의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실 이런 일이 사소해 보이지만,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둑이 무너지는 것은 처음의 작은 균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지역 게시판 관리권이 사조 초창기부터 지방관에게 주어지던 것이라면 지금와서 그것을 회수해 갈 때에는 마땅히 그에 부합되는 합당한 설명이 있어야 되는것 아닌가?

이 사조가 단순히 '관리자'라 자칭하는 자의 놀이터가 아닐진데, 사조에서 활동하며 이 커뮤니티를 발전시켜 온 모든 이들의 의견은 그저 무시한 채, 사조의 근간을 이루던 정책을 멋대로 결정한다면 도대체 이곳에 주상전하와 조정 대신들은 뭣 땜에 있다는 말인가?

사조는 사이버 상의 조선왕조로서 사실상 물리적인 영토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컴퓨터의 가상공간에서만 존재하는 곳이기에 그러한 것이다. 따라서 지방관을 파견하여 다스리게 하는 지역도 영토가 아닌 게시판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은가? 처음부터 지방관에게 지역 게시판 관리 권한이 함께 주어진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 관리권한은 '관리자'라 자칭하는 사이트 운영자란 자가 마음대로 주었다 빼앗았다 한다면, 결국 지방관이 다스려야 할 영역을 지방관을 임명하는 주상전하가 아닌 '사이트 운영자'가 결정하는 것 아닌가?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양반이 어찌 이런 모순을 만드는가!

더구나 이휘 대감의 글에 대한 답글에서, "지역 게시판 상황이 크게 악화(삭제성 게시물 증가 등)되고 있지 않다고 판단되므로, 현재로서는 지역 게시판에 대한 게시판 관리권 재할당 계획이 없습니다. 일부 구성원(관리)의 권한 확대(불량 게시물 직접 통제)보다는, 더 많은 구성원(백성)의 자유 및 권리(사적 게시물의 등록 및 비밀 보장)를 우선으로 합니다. 협의의 지역(지역 게시판)보다는 광의의 지역(민국 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일, 사건, 사고에 보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라고 답하고 있다.

지역 게시판 관리권한을 종전대로 지방관들에게 부여하는 것이 어째서 "더 많은 구성원(백성)의 자유 및 권리(사적 게시물의 등록 및 비밀 보장)를 우선으로" 하는 것에 저해되는가? 두 가지는 서로 전혀 관계 없는 일로서 병행 가능한 일이 아닌가? 더구나 ""더 많은 구성원(백성)의 자유 및 권리(사적 게시물의 등록 및 비밀 보장)"를 침해한 지방관이 있었던가?

'관리자'의 이 답변을 듣고 생각나는 것이 지난번 있었던 충청도 진사 이덕무의 상소이다. 통신의 자유에 대한 상소에서 당시 지방관이 자신이 '보관'이라고 쓴 비밀글을 열람한 후 개인적인 글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며 삭제를 권고한 것에 대해 주장전하께 상소한 적이 있었고, 당시 전하께서 수사상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백성들의 비밀 글을 함부로 열람치 말도록 전교하셨었다. 그 직후에 '관리자'가 지역 게시판 관리권 회수조치를 한 것을 보면, 결국 이번 사태의 진짜 원인이 "지역 게시판 상황이 크게 악화(삭제성 게시물 증가 등)되고 있지 않다고 판단되므로" 어쩌구 얘기한 것이 아니라 실은 지방관이 비밀글을 열람함으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사용자의 항의를 방지하기 위함이란 것이 분명해 진다. 왜 솔직하지 못하는가?

당시의 일에 대해 역시 천의신보 창간준비호에서 사회부 기사로 다뤘음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의 일은, 비밀글의 내용이 어떤지 몰라서 아쉽지만, 어쨌든 진사 이덕무는 상소 초안이라 주장하는 글을 비밀글로 일단 보관중이었고, 당시 지방관은 이것을 개인적인 글이라 오해하여 게시판의 공공성을 언급하며 삭제요청한 것이다. 당시 지방관의 열람 시기가 너무 일렀기에, 게시판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 게시판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함으로 보기 어려웠다고 보여졌기에 주상전하께서 그리 전교하신 것이 아닌가?

이휘 대감의 재항의에 대해서 '관리자'는 "지역 게시판 관리권이 각급 지방관에게 주어져야 하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그리고 거의 유일한 이유가 바로 '삭제성 게시물'에 대한 완전 삭제 내지 삭제(삭제문서보관소로 이동)입니다."라고 답하면서 거절하고 있다.

이점이 이휘 대감을 비롯한 조정의 대신들과 '관리자' 사이에 가장 큰 괴리가 발생하는 지점인데, '관리자'란 양반은 자신이 일단 한 단계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서 광고글 폭주시에 자신의 판단으로 되돌려줄지 아닐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휘대감을 비롯한 조정대산들은 애초에 지방관들에게 주어졌던 권한을 사이트의 운영자란 자가 이 사이트를 발전시켜온 이용자들을 무시한 채 독단적인 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왜 '사이트 운영자'는 사이트 이용자와 상의하면 안되는가?

'관리자'는 또 "현재 삭제성 게시물에 대한 조치는 관리자 개입으로 1-2일 내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처벌 가능성이 있는 게시물(호적신고자 등록 게시물)은 대부분 삭제문서보관소로 이동 조치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지역 게시판 관리권을 지방관에 주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휘 대감은 왜 회수해 가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인데 이 어찌된 동문서답인가? 회수를 해야할 이유가 있었다면 무엇인가? 왜 그 이유를 사이트 이용자들에게 알리고 상의할 수 없었던 것인가? 게시판 관리권이 운영자의 영역이라 해도 지방관들에게 즉 일부 이용자들에게도 함께 공유되던 권한이었고 그 공유된 권한은 지방관의 임무에 사용된 것이었다. 즉 이 사조 사이트의 컨텐츠를 이루는 조선왕조 체험의 근간이 돼 왔던 일 아닌가?

어차피 1-2일 내에 관리자의 개입으로 인해서 지역 게시판의 삭제성 게시물이 삭제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면, 그래서 지방관에게는 이제껏 공유되던 게시판 관리권한이 필요없다는 것이라면, 결국 지역 게시판에 올라오는 광고글의 삭제는 지방관의 임무가 아니라는 것이 된다. 그럼 지방관의 업무는 무엇인가? 지역 게시판에 광고글이 쌓이던 말던 나 몰라라 해야 하는 것인가? 앞으로 그런 광고글이 쌓이면 다시 지방관이 직접 삭제토록 하겠다??? 관리자 개입으로 1-2일 내에 어차피 삭제가 이뤄지고 있다면 지방관이 뭣하러 일일이 도우미 게시판에 가서 삭제요청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어차피 지방관의 업무가 아닌 일이고...

'관리자'의 말은 사이트 운영자가 이용자들과 이전부터 해오던 대로 권한을 공유하건 말건 신경쓰지 말고 그저 "민국 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일, 사건, 사고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라는 얘긴데,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민국 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관심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결국 '관리자'의 말을 종합해서 생각해 보건데, 지난번 창간 준비호의 사설에서 우려한데로, "사조는 걸리버의 손수건 운동장이고 이곳에 있는 우리들은 걸리버의 난장이 장난감이 불과"했던 모양이다. 적어도 '관리자'란 양반에게는 그러하였던 모양이다.

어느날 우연히 야후! 검색에서 조선을 검색하여 들어오게된 곳이 사이버조선왕조였다. "조선 시대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상의 가상 사회"라던 말은 거짓말이었다. 사이트 운영자의 독단에 의해 이용자의 의견과 권리와 책임들은 마구 무시되는 그저 그런 사이트에 불과했던 것이고 "조선 시대"를 가장한 또 하나의 "가상 독재 사회"에 불과했던 것이다.


/ 논설위원. 거북선. - 2004년(개국613년) 05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