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이후에는 일본 내지는 청나라와의 전면전을 염두해 둔 수군 전략이 수립되었습니다. 조선 정부는 통제영을 강화하는 한편, 경상도를 중심으로 한 남부 방어 체제와, 강화도에 통어영을 설치함으로써 서해안을 방어하는 체제를 수립하였습니다. 통제영은 경상, 전라, 충청의 삼도 수군을 관할하였으며 통어영은 경기, 황해, 충청의 수군을 괄할하였으며, 충청의 수군은 대일본 전시때는 통제영의, 대청 전시때는 통어영의 지휘통제를 받는 것으로 정리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임진왜란 때 활약했던 판옥선과 거북선의 비중을 늘려 수군을 강화하였습니다.

그러나 17세기 중엽부터는 조선을 둘러싼 해외 정세가 안정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직후처럼 전운이 돌지도 않았으며, 청과 일본 모두 내정이 안정됨에 따라 조선과의 관계도 원만해졌습니다. 다만 이 시기 조선의 해안을 위협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황당선(荒唐船)'의 존재였습니다. 황당선의 사전을 찾아보면 '조선 중기 이후에 이국선을 달리 이르는 말로 모양이 눈에 설어서 황당한 것이라는 뜻'이며,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조선조 중기 이후 우리 나라 연해에 출몰하던 소속 불명의 외국 선박'으로 설명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의 기사에 따르면 중종대부터 황당선이 출몰했다고 기록되고 있습니다. 간혹 황당선을 이양선으로 칭하기도 한다고 하지만 17세기 중엽 당시는 불법적으로 조선 연해에서 해상활동을 하는 중국의 어선이었는데, 이들이 조선에서 심심찮게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조선 정부에서는 황당선의 출현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이들이(황당선) 배에 올라와 약탈하기 시작할 때에 다른 네 사람은 물에 뛰어들었는데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겠다. ] - 1544년(중종39) 7월 5일

[ 요즈음 황당선의 출몰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니, 우리 나라 국경 안에 깊숙이 들어 와서 도로 사정을 익혀 놓았다가 창졸지간에 변란을 일으키는 일이 반드시 없다고 보장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 - 1701년(숙종27) 6월 19일

[ 강화 유수로 진무사를 겸하게 하였다. (…) 유수를 내직과 같이 보는 것은 예전에도 이런 예가 없었으니, 이제 별도로 명호를 세워 방어사의 예와 같이 하고서, 비로서 밀부와 유서를 내려주심이 마땅하겠습니다. ] - 1678년(숙종4) 10월 17일

[ 行兵曹判書金錫胄所啓, 江都墩臺四十餘處, 今可完畢於今月旬前 (…)] - 1679년 5월 7일(비변사등록)

한편,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영종진에 대한 군사적 조치였습니다. 영종진은 17세기 후반 강화도 방위 태세에서 아주 중요한 전략적, 군사적, 교통적 입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황당선 출현 방지도 그렇거니와 대동법 등 각종 개혁으로 인한 해운의 증가로 조운 관리의 주요 거점으로 중요성이 커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에 숙종은 영종진을 첨사진으로 승격시키고, 수군의 정원을 400명으로 올렸으며, 영종첨사를 방어사를 승격시키면서 방어영이 설치되었습니다. 방어영은 조선 후기 수도권 및 북방의 요충지에 설치되어 국방과 행정을 담당했던 군사기관으로 임진왜란 이후 육군부터 도입되어 점차 수군에도 설치가 되었습니다.

[ 병조판서 민암이 영종 첨사를 방어사로 높여서 강화와 서로돕는 형세를 만들기를 청하니, 그대로 따랐다. ] - 1690년(숙종16) 9월 3일

때문에 영총첨사의 관직의 명칭이 '경기수군방어사겸영종첨사'가 되었고 밀부를 받아 통어사의 관할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지휘권한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영청 천총을 겸직하게 했으며, 관할 속오군도 기존 5초에서 6초로 증가시켜 좌사와 우사로 나누어 편정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경기도의 수군 방위 채세는 강화도를 위시한 통어영과 영종진 방어영이 핵심을 맡게되는 체제로 전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