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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조선의 관직제도와 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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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습니다. 북쪽에는 왕이 앉습니다. 고대의 예법에서는 방향이 고하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북쪽은 가장 높은 자리로 황제나 왕의 방위입니다. 그들은 북쪽에서 남쪽을 내려다 보며 앉습니다. 그래서 황제(왕)노릇한다는 뜻을 남면(南面: 얼굴이 남쪽을 향한다)한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림설명: 헌종의 가례장면 가운데(주황색 바탕의 단상)에 좌우로 도열한 사람들이 동반과 서반, 남쪽에 가로로 도열한 사람들과, 가운데 계단 아래 좌우로 도열한 사람들이 궁중의 별감, 경비원들, 악사이다. 별감, 환관, 하급서리 등을 남항이라고 한다. 2) 유품(流品)과 유품외(流品外): 유품이란 문무관 1품에서 9품까지의 품계를 가진 관직입니다. 유품외란 잡직과 같이 이 품계에 들어가지 않는 그외의 모든 관직을 말합니다. 유품외의 관직은 관직이기는 하지만 이 관직을 지닌 사람은 정식 관원으로 대우받지 못합니다. 이것은 환관이나 신분이 낮은 하급군인 등에게 포상으로 혹은 궁중에서 사역을 시키기 위해 부여하는 관직으로 이들이 이런 관직으로 승진해서 문무관의 자리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3) 토관(土官) 어느 지방에 강력한 토착세력이 있다고 합시다. 중앙정부가 그 지방을 직접 다스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들을 그대로 내 버려 두거나 그들 나름의 통치방식과 호칭을 그대로 둘 수도 없습니다. 이럴 때 중앙정부에서는 그 지방 내에서의 세력관계를 그대로 인정하되 그들에게 새로운 관직을 주어서 그들과 중앙정부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한편 그 사회에 새로운 통치질서나 지배시스템을 이식합니다. 예를 들어 A 지역의 토호들이 금성대왕, 은성대왕이라고 스스로를 부르며, 그 휘하에 10명의 장군을 두며 살고 있다고 합시다. 중앙정부는 대왕이란 호칭은 인정해 줄 수 없으니까 새로운 칭호를 내립니다. 아울러 중앙의 6조를 본 딴 6개의 행정조직과 기타 몇가지 조직을 나누어서 그곳의 토착세력을 적당히 안배해서 장으로 임명합니다. 이런 방식이지요. 그리고 토관계라고 별도의 품계도 만들어 이들 간에 상하관계를 줍니다. 그나마 조선에서는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추구했기 때문에 토관을 별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북방의 4군6진 지역과 제주에만 토관이 있습니다. 개성, 전주 등에도 두었다가 철폐합니다. 제주는 원래 토호세력이 강하고 중앙정부의 지배가 가장 미치지 못했던 지역이기 때문에, 4군 6진은 특수군사지역이므로 이 지역 토호들을 분발시키기 위해 토관을 준 듯 합니다. 또 토관이 있다고 해도 지방관이 파견됩니다. 그래도 조선초기에는 토관의 지위가 높아서 중앙에서 파견된 수령이 정7품이고 토관이 토관계 정6품을 지녔다면 토관이 더 상위로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세종 때부터 토관의 품계는 경관에 비해 1품계 낮추게 합니다. 토관 6품은 경관 7품에 해당하는 셈이 되지요. 원칙적으로 토관도 벼슬을 한 것이고 수령이나 기타 관직에 천거될 자격이 있습니다만 실제로 토관을 수령에만 임명해도 맹렬한 반대가 솟구치기 때문에 그런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 실직(實職)과 산관(散官), 산직(散職) 1) 실직(實職) 실제로 근무하는 자리가 있는 관직을 말합니다. 영의정이라면 의정부에서 근무하는 의정부의 수반입니다. 6조 판서라고 하면 6조의 장관들입니다. 이처럼 구체적인 직책과 임무가 있는 관직을 실직이라고 합니다. 2) 산관(散官) 실직에 있는 사람이 물러났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하면 퇴직입니다. 다시 입사하거나 관직을 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조선시대에도 어땠을까요? 실직을 지닌 현직관원이 실직을 내놓고 현역에서 물러나면 바로 관인으로서의 모든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조선시대에 과거에 급제하여 품계를 받거나 관인으로 근무하여 승진한다는 것은 실제로는 그 품계에 해당하는 산계(散階)를 받는 것입니다. 1개의 품계에 두 개의 산계가 있습니다 정1품계에 해당하는 산관은 대광보국숭록대부, 보국숭록대부입니다. 문관의 경우 종1품은 숭록대부와 숭정대부입니다. 이런 식으로 종9품까지 관직명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단 정7품 이하는 산계가 한 개 씩입니다. 오늘날로 비유하자면 실직은 직책이고, 산계는 직급과 같습니다. 군대로 말하면 실직은 보직이고, 산계는 계급입니다. 알기 쉽게 군대로 비교하자면 대위는 계급이고 대위가 맡는 직책은 중대장, 과장, 사단참모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때 대위가 산계, 중대장, 과장, 참모 같은 직책이 실직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직이 없고, 산계만 보유한 관원을 산관이라고 합니다. 산계는 실직을 받아 관직마다 지정한 근무일수를 채우면 올려줍니다. 그외 국가의 경사, 왕의 즉위, 기타 여러 가지 애경사 때마다 특지로 올려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산관이 오늘날의 계급이나 직책과 다른 점은 조선시대의 산계는 평생을 보유한다는 것입니다. 그가 실직이 없어 재야인사로 있어도 이 산계를 보유합니다. 단 큰 범죄를 저지르거나 하면 이 관직을 회수합니다. 조선시대에 관인의 신분고하나 녹봉 산정 기준을 정할 때, 실직을 기준으로 할 것이냐, 산계를 기준으로 할 것이냐가 오래 논란이었습니다. 실직을 기준으로 하면 관원으로서 대우나 특혜를 받는 계층이 소수이고 거의 고정적이 되지만 산관을 기준으로 하면 수가 많아지고,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현재 실무와 무관하게 고하관계가 설정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대신 산관으로 하면 관원들의 입장에서는 특혜받는 계층이 늘어납니다. 논란 끝에 세종 때에 산관을 기준으로 하기로 하고 이것이 오랫동안 보존됩니다. <산관, 산계의 종류> 산계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문무관원에게 주는 문산계와 무산계가 있습니다. 종친에게는 문무관과 다른 독자의 산관직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공주의 남편 즉 왕의 사위인 의빈(儀賓)에게 주는 관계가 또 있습니다. 단 종친계는 정6품까지만 있고, 의빈은 종3품계까지만 있습니다. 여성도 사회적 존재가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까 이를 구분하기 위해 산계가 갑니다. 원래 산계는 봉건시대 때 제후와 영주들의 고하를 지정하던 봉작에서 유래했습니다. 그것이 국왕의 신하들에게 주어지니까 산계라고 하는데, 여인들에게 줄 때는 산관나 산관이란 말을 쓰지 않고 봉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구조상으로 보면 산계와 연속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궁중에서 일하는 여인들에게 주는 봉작이 있습니다. 이를 내명부라고 했습니다. 맨 상위는 왕의 후궁들에게 주는 봉작입니다 정1품이면 빈, 종2품이면 귀인, 정2품이면 소의..입니다. 여기는 문무관원과 달리 품마다 1개씩만 있습니다. 사극에 나오는 경빈, 정귀인, 박소의 하는 것들이 후궁에게 주는 일종의 산관입니다. 후궁에게 주는 품계는 보통 종4품 숙원까지입니다. 세자의 후궁들에게는 별도의 산관을 줍니다. 최고위가 종2품 양제인데, 세자궁은 종(從)2품, 종3품 하는 식으로 품만 설정되어 있습니다. 내명부의 중하급 부분은 궁중에서 일하는 여인들에게 주는 직급입니다. 드라마에 잘 나오는 상궁은 숙원 바로 아래 정5품직입니다. 그 아래로 상복, 상식, 상침, 전빈, 전의, 전선 등의 관직이 쭉 있습니다. 정5품 상궁부터 종6품까지는 2개씩 그 아래로는 품마다 3개씩 있습니다. 뜻으로 여기서부터는 아주 구체적인 임무를 상징합니다. 상식이나 전선은 왕의 식사를 담당하는 관원이란 뜻이고 상의, 전의는 의복 담당이 되겠습니다. 아마도 궁중 여인들이 맡는 여러 임무마다 하나씩 장을 임명해 놓은 것이고 상궁은 '궁'이라는 말이 표현하듯 그 모든 것을 총괄한다는 의미가 있거나 왕비나 후궁들을 받든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세자궁에도 이런 실무직이 있는데 역시 다 종품에만 설정되어 있습니다. 관원의 부인에게는 남편의 산계에 따라 또 다른 봉작이 주어집니다. 이를 외명부라고 합니다. 종친의 처와 문무관원의 처가 다릅니다. 문무관원의 경우 정1품, 종1품에 주는 최고위가 정경부인입니다. 사극에 아주 잘 나오는 단어입니다. 정경부인, 그것은 시집을 잘 가서 여성으로서는 최고위의 명예를 얻었다는 뜻입니다. 이것도 종9품까지 있는데, 정종을 구분하지 않고 1품 정경부인, 2품 정부인, 이런 식으로 한 개씩만 설정한 것이 특징입니다. 3) 산직(散職) 산직은 산관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실직처럼 관직을 주지만 실제 근무처는 없는 그런 관직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검교(檢校)와 동정(同正)직입니다. 정식 실직의 이름 앞에 검교, 혹은 동정이란 단어를 넣어 구분합니다. 실직이 승문원사라고 하면 검교직은 검교승문원사라고 부르고, 궁의 술을 관장하는 기관인 양온서의 장이 양온서령이라면 양온서령동정이란 동정직을 만듭니다. 검교와 동정의 차이는 관직의 고하로 구분합니다. 고려시대의 경우 실직의 품계로 문관 6품이상, 무관 5품직 이상에는 검교를 붙이고, 그 이하는 동정을 붙였습니다. 검교는 관직 앞에 붙고, 동정은 관직 뒤에 붙습니다. 원래 동정직은 당제에서 나온 것으로 실직은 녹봉을 다 주고, 동정이 붙으면 반만 주었습니다. 동정직으로 오래 근무하면 실직으로 전환시켜 줍니다 요즘식으로 하면 견습내지는 수습기간을 주는 것과 유사한데, 고려시대에는 산직으로 기능했습니다. 그러나 검교에게는 녹봉은 없어도 전시과는 주었고, 실직과 산직을 함께 보유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당연히 많은 폐단을 발생시킵니다. 우선 이름 뿐이기 때문에 매관매직할 때 아주 좋습니다. 대구시장이 수십명인데, 실직 대구시장은 한 명이고 나머지 수십명은 산직으로 줍니다. 그래도 검교, 동정직은 상당한 특혜가 따라오고 녹봉이나 전시과가 지급되기도 합니다. 이런 관직을 만든 이유는 좀 복잡하니까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조선초기에 검교와 동정직은 고려의 폐단으로 지목되어 폐지논의가 그치지 않는데, 수 십년간 논쟁을 하다가 태종, 세종 때에 대략 혁파합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노인직(老人職), 영직(影職)과 같은 새로운 산직이 만들어집니다. 그 내용은 아래에 산직의 종류에 별도로 서술합니다. ▶ 실직(實職)의 종류 1) 정직(正職): 문무관원에게 주는 실직을 말합니다. 산직, 잡직, 체아직 등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2) 체아직(遞兒職): 조선에만 있는 아주 독특한 관직체제입니다. '체'는 순번으로 교대, 돌아간다는 뜻이고 '아'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말 같은데, '체아'라는 용어는 원간섭기 때 몽고나 원에서 유래한 것 같으나 정확한 유래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속어에서 '체아'는 떼얼이라고 해서 물건을 건너준다는 뜻이라는 군요. 체아직은 물건을 건네주듯이 1개의 관직을 여러 명이 돌려먹는 관직입니다. 즉 A라는 체아직이 있다면 한사람이 지속적으로 이 관직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에게 주고 그들이 순번제로 그 관직을 보유하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중대장이라는 보직이 있는데, 4사람이 1년에 3개월씩 로테이션으로 중대장직을 수행하는 것과 같습니다. 체아직도 동반과 서반 체아직(잡직 포함)이 있습니다. 체아직은 주로 군인들과 관상감에서 천문과 역산을 담당하는 관원, 사역원의 역관, 내수사 서제, 형조의 법률관들, 내시부의 환관, 군기시에 속한 화살만드는 장인 등등의 기술직 관원에게 줍니다. <경국대전>을 기준으로 볼 때 동반 체아는 144개, 실제 관직을 받는 사람은 158명, 서반 체아는 1607개, 이 관직을 받는 사람의 총수는 3005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심할 것은 실제로는 사용하는 방법이나 실상은 좀 달라집니다. 체아직은 실제로는 그 일에 종사하는 동안 월급을 탈 수 있는 권리가 됩니다. 그러니까 그가 1년 동안 중대장으로 복무한다고 해도, 체아직을 보유하는 3개월 동안만 녹봉을 타는 것이고, 나머지 기간은 놀든가 무보수로 일하는 것입니다. 원래 조선시대의 하급군인이나 사역직은 지금과 같은 고용제가 아니고 역으로 징발되어 근무하는 직책이 많습니다. 그러나 징발되었어도 관직이 있는 자에게는 녹봉을 주는데, 이것이 근본적으로는 부역제니까 1년 내내 근무하는게 아니고 1년에 몇 개월씩 돌아가면서 근무합니다. 그래서 근무하는 동안만 관직에 합당한 봉급을 주게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체아직을 받는 동안 근무하고 받지 않는 동안은 놀고 이렇게 된 것만도 아닙니다. 체아직은 월급주는 권리로 전용되어서 관직 명칭과 무관한 직종의 사람에게 주고, 그 중에는 1년 상시 근무하는 관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상은 이렇게 됩니다. A라는 곳에 근무하는 사람은 12명인데, 정부에서는 3사람의 자리에만 월급을 책정합니다. 그래서 한사람의 월급을 4사람이 나누어 가집니다. 나누는 방법은 4사람이 돌아가면서 3개월씩 월급을 받는 것입니다. 당시는 녹봉을 수령하려면 관리임명장(고신이라고 함. 신분증 대용으로 사용했음)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 임명장이 3개월은 갑에게 갔다가 3개월은 을에게 가고 3개월은 병에게로 넘어가고 이런 식입니다. 조선후기에는 그나마 이런 것도 높은 사람들이 뺏아먹어서 체아직의 상당수가 관직의 발령은 대기하고 있는 자나 문무관으로 있다가 은퇴한 사람들에게 주는 연금 구실을 합니다. 즉 "종합청사 수위장"이라는 직이라면 실제 그곳에 수위장 역할을 하면서 근무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종합청사 수위장이라는 관직은 은퇴한 갑에게 가 있습니다. 그는 근무는 않으면서 이 관직에 배정된 녹봉을 탑니다. 물론 1년내내 독식은 못하고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과 임명장을 돌리기도 하겠지요. 3) 잡직(雜職): 하급군인, 궁에 근무하는 장인, 화원, 청소, 요리, 말 돌보기 등을 담당하는 각종 사역인들에게도 관직을 주어야 하고 그들 내부에서 위계질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들을 문무관원과 동일하게 대우할 수 없으므로 이들에게 주는 관직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잡직입니다. 잡직 동반과 서반의 구분이 있습니다. 잡직을 구분하는 품계도 세종 때에 잡직계라고 해서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잡직과 잡직계는 6품까지밖에 없습니다. 간혹 이들에게 포상으로 정식 관직이나 관계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1계를 낮추어 주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실제 유품직이나 품계를 받을 때는 7품을 받게 되므로 참하직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도 대개 마지막 퇴임단계에 포상으로 주는 것으로 평생 유품외로 머물러 있다가 품내로 들어왔다는데 만족하는 것으로 더 승진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잡직은 전부 체아직입니다. ▶ 산직의 종류 고려시대의 산직은 수습사원의 의미도 있고, 높은 사람을 대우하는 예우직의 의미도 있습니다. 적당히 특권과 녹봉, 혹은 토지지급이 수반됩니다. 고려후기에 이런 산직제도는 두가지 문제를 낳았습니다. 첫 번 째는 관직의 남발입니다. 고려후기에 전란이 잦아지면서 재정과 군인이 부족해집니다. 국가는 첨설직이라는 별도의 산직체제까지 만들어 관직을 남발합니다. 이것은 재지사족이나 지방의 토호, 혹은 일반백성까지 관직을 얻고 지배신분층으로 상승하는 기능도 하지만 실제로는 면세, 면역계층을 대량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것은 국가적으로 보면 신분제와 조세운영을 크게 왜곡시킴으로서 국가운영을 엉망으로 만들고 사회불안의 요인이 됩니다. 두 번 째는 족벌적, 혹은 귀족적 소수 집단의 권력독점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첨설직이나 산직을 이야기 할 때 이것을 이용한 신분상승을 많이 거론합니다만 실제로 이런 산직제도를 운영하면 아랫사람에게 가는 것보다는 지배층에게 가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고려시대에는 유아에게까지 관직을 주었다는 기록이 많고 그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18세 이전에는 관직을 줄 수 없다는 법까지 만듭니다만 이런 산직제도는 소수 지배층의 족벌적, 집단적 지배를 가능하게 해 줍니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세습적 특권은 없고 지배층이 되려면 관직을 얻어야 하는 만큼 가문이 아닌 실력과 경쟁이 주가 되는 사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다양한 산직과 인사, 관료제 운영상의 장치들 때문에서 소수가문의 대를 이은 집권이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도 조선에서는 고려시대의 지나친 폐쇄성과 소수가문의 전횡에 대해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보면 소수가문의 권력독점을 근절했다기 보다는 소수가문이 권력을 독점할 때의 지나친 폐단을 경계해서 어느 정도의 선과 정도를 넘지 않도록 다양한 견제장치를 둔 셈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 성과는 아주 놀라웠습니다. 이제부터 이야기 하는 산직제도도 그런 개혁의 소산입니다. 조선에서는 초기에는 검교와 동정직을 그대로 두지만 결과적으로는 급료를 주는 산직을 혁파하고 말 그대로 명예직인 새로운 산직체제를 만들어 냅니다. 1) 영직(影職): 영직은 문자 그대로 그림자 관직입니다. 말그대로 이름 뿐인 관직이지요. 급료도 권력도 근무처도 없습니다. 왜 이런 이상한 관직을 만들었을까요? 조선시대에 최고의 보수는 관직입니다. 그것이 사회적 위상과 특권과 사회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자본주의 시대같으면 일단 돈으로 보상을 하겠지만 조선시대는 아직 돈으로 보상하는 시대는 아닙니다. 일반 백성은 군역을 지고, 장인은 궁이나 관에 징발되어 노동을 하고, 노비는 주인에게 가서 노력봉사를 함으로써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이런 걸 부역제라고 하지요. 그러므로 부역의 대가는 돈으로 지불되지 않습니다. 아니 부역이란 자체가 의무이므로 굳이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지요. 그러나 세상이 어디 그렇습니까? 무보수로 사람을 부려먹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장인에게 특별한 작품을 부탁할 때, 아전 중에서도 특별히 일을 잘하는 사람이 필요할 때, 화원에게 중요한 초상화를 그리라고 할 때,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지요. 군인은 특히 문제입니다. 군인 중에는 위계질서가 있어야 하고, 목숨을 담보로 하는 직업인 만큼 특별한 보답없이 그들의 분전과 충성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군인 중에도 시위대나 경호원 같은 경우는 더욱 특별한 뭔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서리나 장인, 하급군인의 직무를 수행한 사람들에게 정식 관직을 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나온 만든 것이 이름뿐인 관직인 영직입니다. 보통 이런 관직은 지정한 근무일수를 다 채운 사람에게 마지막에 주는 관직입니다. 다만 이런 영직이 실제로 어떤 특권은 수반했는 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 명시한 반대급부나 특권은 없습니다. 그래도 이런 관직이라도 가지면 동네에서 큰 소리는 칠 수 있었거나 조금은 특별대우를 받았을 지도 모르지요. 영직의 수혜자가 다 평민은 아닙니다. 조선시대에는 양반 자제라도 능력이 떨어지거나 하는 친구들은 이런 하급관직에 많이 진출했습니다. 이들 중에는 조금씩 승진해서 정직을 얻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대신 조선시대에는 아무리 양반자제라도 지나친 무능력자가 관직을 차지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드시 시험을 치뤄야 했습니다. 이것은 영직만이 아니라 여러 산관직과 체아직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2) 노인직: 유가의 경로사상에 의거해서 80세 이상의 노인에게 관직을 주는 제도입니다. 양천을 불문하고 준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별다른 특권이나 실권은 없습니다. 경로사상도 좋지만 굳이 관직까지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로는 실생활에서 실현될 때는 예의와 풍습에 해당합니다. 이런 부분까지 관직으로 예우하게 하는 것은 예의와 풍속에까지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조선시대에는 불효, 불충, 하극상은 물론 이웃과의 불목, 불화까지 처벌대상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노인에게 관직을 주어 경로를 강요합니다. 뜻은 아주 좋지만 국가의 관직으로 이런 기능을 한다는 것은 국가의 지배와 관여 영역이 일상사까지 파고든다는 의미가 되지요. 왜 굳이 그런 것을 따지느냐? 경로란 좋은 것이고, 국가의 이런 시책은 아주 좋은 것이 아니냐라고 말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결과만 따지고 절차와 과정, 방법을 중시하지 않는 근시안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발상입니다. 그 시책의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국가가 개입하는 영역과 역할이라는 부분에 대해 우리는 예민하고 냉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사회에서도 우리는 국가의 경제부양책이나 지원책은 좋고 규제는 나쁘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전에 먼저 판정해야 하는 문제는 그것이 지원책이나 규제냐라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영역이냐 개입하지 않아야 하는 영역이냐, 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하느냐에 있습니다. 요즘은 신문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만 지금도 가끔 가다 보면 지원은 좋고 규제는 나쁘다는 식으로 논점이 잘못되어 있는 경우를 봅니다. 노인직에서 보듯이 이런 사고방식에는 오랜 역사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동양에서는 개인의 자유보다는 집단과 국가의 논리가 강하고, 국가와 정부는 서비스 보다는 지배와 해결사의 기능을 더 강조합니다. 우리들 스스로도 그렇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구요. 이곳에 기재한 글들 여러 곳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였지만 노인직 또한 그런 사례의 하나입니다. 3) 산관직: 실제 관직과 똑같은 관직을 주되 말 그대로 명칭만 주는 경우입니다. 산관만 있는 경우는 산관이 정3품직이라도 혹 조회에 참여하거나 시위하거나 할 때는 다른 3품의 맨 끝에 서게 했고, 그 품을 상징하는 띠를 맬 수 없게 했습니다. 현직에 있다가 은퇴한 관원도 이런 산관을 그대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2품 이상은 관직에서 물러나고 늘 실직으로 대우를 받았습니다. 군공자. 기타 공로자 등에게 산관으로 관직을 주는 경우는 조선시대에 널리 사용됩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주는 산관직도 경계해서 도적을 체포한 수령, 군인 등에게는 관직으로 상을 주지 못하고 포상만 한다는 규정이 경국대전에 실립니다. 그러나 전쟁이 나면 관직 말고는 마땅한 포상책이 없습니다. 재산이란 것도 관직이 없으면 권력의 횡포 앞에 언제든지 무방비 상태가 될 수 있는 사회였느니까 말이지요. 그래서 점차 산관직의 제수가 많아집니다. 임진왜란 이후는 정부가 아예 관직을 팔아먹었는데, 이게 다 산관직입니다. 돈을 아주 많이 내면 수령직이나 하급관직을 살 수도 있었지만 보통은 산관직이었지요. 이것이 조선 후기 신분제와 조세제도, 군사제도를 혼란하게 만든 주범이 됩니다. 말기에는 아주 싸져서 영의정 직첩도 쌀 10가마 정도였다고 하지요.  윤난정 11/03[02:30] 아하,,이리보니 조선시대의품계에 대해 막연히 알고있던것이 많이 풀린듯 합니다.,. 참으로 좋은 정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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