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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역사소설
작성자 정병욱
작성일 2022/09/13 (화) 09:06  [사시(巳時)]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qpddnr901230
ㆍ추천: 0  ㆍ열람: 13      
[보덕] 칠삭둥이 제45편

대왕대비는 두려운 마음을 간신히 추스르고 수빈을 맞이했다. 수빈은 그제야 마음 놓아 통곡하였다. 역시 한명회를 믿을 바에야 차라리 자성대왕대비(慈聖大王大妃)를 붙들 작정이었다. 새 임금으로 즉위한 자산군은 자산군대로 자신의 친모를 대궐에 모셔다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랬기에 상당부원군을 불러놓고는
“나는 어머니를 대궐에 모시는 걸 막는다면 내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다짐했다.
다른 한편에서 대왕대비와 수빈이 의논하고 있었다. 시어머니가
“세조대왕의 탈상을 마치기도 전에 또 한 차례 국상을 치르는 처지이고 보니 의경세자의 존호를 높이는 일에 매달리지 못한 탓일세.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수빈을 채 달래기도 전에
“마마께서 수렴청정을 행하십시오! 만일 수렴청정을 행하신다면 만사가 다 편안해질 겁니다. 상당군을 비롯한 원상들이 신첩을 경계하고 대궐 밖에 머물게 하려는 것이 그 까닭입니다.”
“무슨 말씀이신가.”
“행여나 신첩이 왕대비가 되면, 신첩이 수렴청정을 행할까 보아 그것을 의심하고 경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마, 신첩의 소원은 한 가지입니다. 대궐에 들어와 전하와 함께 사는 것이 다른 뜻이 없습니다. 빈궁의 자격이든 임금의 생모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부디 모자간의 생이별(生離別)만은 하지 않게 해주시옵소서!”
간곡히 청하는 맏며느리를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대왕대비로서는 한숨 밖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꾸나. 대궐에 와서 살겠다는데 못 들어줄 것이 무엇이냐. 내가 옹졸하였다. 내가 어쩌다가 그리 옹졸한 생각을 했는지.”
상당군과의 손을 잡은 일이 못내 후회로 느낀 듯 대왕대비는 눈을 감은 채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다.
“마마, 마마의 자비심이 하해(河海)와도 같사옵나이다. 대왕대비 마마!”
대왕대비전은 수빈으로 하여금 잠저에서 나오게 하여 당신의 거처 부근에 자그마한 전각에서 거처하도록 배려했다. 대왕대비의 배려를 받은 수빈은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이렇듯 왕대비 책봉으로의 길에 첫발을 내디디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막바지에 다다른 가을비가 추적추적 빈청(賓廳) 앞뜰을 적시기 시작했다. 지부사 김수온이 비를 맞은 채 머뭇거리는데 명회가 나타나니,
“수빈이 거처를 대왕대비전 근처에 옮겼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물어본다.
“들었소이다.”
그러자 수온이가 집요하게 캐묻는다.
“전하께서 세분 윗전에게 아침 문후를 드리고자 면복으로 갈아입으시고 대왕대비전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소이다.”
“수빈이 대왕대비에게 수렴청정을 받아들이시라고 권하였답니다.”
“그것도 알고 있소이다.”
“상당군대감께선 장차 어찌하실 것인지. 만사가 수빈의 뜻대로 된 것이 아닙니까.”
“두고 봐야지요.”
이내 자리를 피하였다. 피하자마자 빈청 안에 들어서니 숙주가 앉아 있었다. 숙주는 입을 열었다.
“전하께서 모후를 생각하는 것을 막을 순 없지 않은가. 대왕대비께서 수렴청정을 행하시기만 한다면 수빈이 정사를 관여하는 폐단도 막을 수 있겠고.”
숙주의 말에 명회가 별안간 펄쩍 뛰었다.
“수빈을 모르셔서 그리 말씀하시는가. 대왕대비께서 문맹이시니 만사를 수빈과 상의하실 것일세. 그리되면 수빈이 수렴청정을 하는 것이나 진배없지 않은가.”
“그렇긴 하네만.”
“이 사람 범옹. 내가 내 일신의 영화를 위해서 수빈을 시기하겠나. 이 나라가 수빈의 치마폭에서 놀아날까 그것을 염려한 것일세. 두고 보시게 범옹. 수빈의 탐욕이 화근을 부를 것이니.”
이윽고 대왕대비는 영의정 홍윤성에게 수렴청정한다는 내용의 의지를 내렸다. 처음에는 원상들에게 다짐하듯 수빈에게 섭정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원상들로부터 세 번이나 거절을 당한 뒤에야 자성대왕대비는 수렴청정을 맡게 되었다. 이는 형식상의 절차였다. 수빈이 알려준 대로 행하였을 뿐이었다. 이렇듯 수렴청정으로 돌아가는 형세가 자연 한명회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다급해진 명회는 소실 향이더러 한밤중이라도 괜찮으니 속히 수빈을 맞이하도록 준비하라 일렀다. 야심한 밤중에 수빈은 약속대로 향이의 집에 찾아왔다. 수빈과 담판을 짓고자 함이었다. 수빈을 맞이한 명회가
“마마, 소인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시는 것이옵니까. 아니면은 이 늙은이를 오늘 밤에 해치려는 것이옵니까.”
“그럴 리가 있습니까. 대궐 밖에 나서면 상당군 대감의 세상이라고 합디다. 상당군께서는 나를 보호해주셨으나 상당군의 진위를 알지 못하니.”
“말씀을 해주시지요. 상당군께서는 나를 믿지 못하시는 궁극적인 이유가 있습니까.”
“무릇 조정의 대사란 아녀자가 정사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옵기에. 세조대왕께서도 원치 않으시는 일입니다.”
“나는 소원이 한 가지뿐입니다. 전하를 모시고 대궐에 와서 사는 것이옵니다. 나는 이미 그것을 이루었습니다. 한 가지 더 소원이 있다면 대비가 되는 것이니.”
“그것을 믿으라고 하십니까.”
“믿으셔야지요. 당연히 믿으셔야지요. 나는 오늘 밤에 생사를 걸었습니다. 상당군의 도움으로 나는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내 아드님께서 보위에 오르셨으니 상당군의 힘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상당군께서 제 앞길을 가로막으신다면 마땅히 생사를 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녕 마마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수렴청정을 원하십니까. 정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만 하신다면 이 늙은이가 앞장서서 의경세자를 추숭하고 마마께서 왕대비에 진봉(進封)하는 것을 도와드릴 것입니다. 하오나.”
“약속하지요.”
“어찌 믿으라 하십니까.”
“믿으실 수밖에요. 그것이야말로 상당군께서 사시는 것입니다.”
수빈은 회심의 미소를 띠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예전처럼 선문선답을 주고받는다. 그러더니
“믿어드리지요.”
명회 쪽에서 말이 나왔다.
“대왕대비께서 수렴청정을 하신다면 그 밖의 일은 눈감아드리리다. 하오나 은밀히 하시옵소서. 은밀히 하셔야 합니다.”
수빈에게 다짐하듯 되짚는 것이다. 수빈은 만족의 빛을 띠었다.
“한 가지 더 약속드리리다. 대궐 밖의 일은 모두 상당군께 일임할 겁니다. 되셨습니까? 신세를 갚겠다는 뜻입니다.”
“신이 무엇을 바라리까. 대비마마.”
제 뜻이 관철되자 하례를 드린답시고 큰절을 올리는 게 아닌가. 수빈은 비로소 명회와의 담합(談合)이 성사된 기쁨을 만끽(滿喫)하였다. 두 사람의 밀담(密談) 이후에 대왕대비는 수렴청정을 시작했다. 이때 조선왕조 오백 년 역사상 최초로 행한 수렴청정으로 역사에 기록된다. 어린 임금의 옆자리에 염(簾-발)을 내리니, 이는 왕실의 웃어른을 신격화하고자 하기 위한 것이라 추정된다. 특히 수렴청정 기간 중 신료들이 임금보다 먼저 대왕대비에게 예를 행하였으니 정전에서 임금과 신하들이 모이면 먼저 대왕대비에게 네 번 절하고 일어나고 임금에게 또한 네 번이나 절하고 예를 행했다. 이러한 수렴청정의 예는 조선왕조가 멸망하기 직전까지 오래도록 전해진다. 초창기에 행해진 수렴청정이니만큼 상당군의 묵인 아래에 대왕대비의 뒤에서 은밀히 정무(政務)를 보좌(補佐)해주었다. 하기는 시아버님이신 세조대왕의 불경 간행을 도왔다고 하였으니 시부모 내외의 신임은 더욱 돈독할 수밖에 없었다.
대왕대비의 정무를 보좌하는 동안 수빈은 승정원의 승지와 비슷한 업무를 맡는 내관인 승전색(承傳色)을 대신하여 상궁 조씨(曺氏)에게 그 직무를 도맡게 했다. 조 상궁은 원래 광평대군의 사저에 궁녀로 지내다가 수라간(水刺間)을 거쳐 상궁으로서 오랫동안 자성왕비를 모셨었다. 그 인연인지는 몰라도 시시때때로 드나들며 자성왕후와 수빈궁 사이에 중간다리 역할을 해왔다. 수빈이 대궐 안팎의 소식을 알게 된 것도 바로 이 조 상궁을 통해 들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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