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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역사소설
작성자 정병욱
작성일 2022/09/05 (월) 01:34  [축시(丑時):사경(四更)]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qpddnr901230
ㆍ추천: 0  ㆍ열람: 16      
[보덕] 칠삭둥이 제43편

태상왕의 붕어 이후에 임금은 명회를 국장도감(國葬都監)의 제조(提調)로 삼는다는 전교(傳敎)가 내려졌다. 국장도감의 제조를 영의정이 맡은 관례를 떠난 인사였다. 파란 많은 삶을 살아온 임금의 죽음 앞에서 공신들은 물론 문무백관이며 종친들을 막론하여 슬프지 않은 이들이 없었다. 십 년 넘는 세월 동안 병석에 빈번하게 누운 것을 생각하노라면 왕대비의 슬픔은 그치지도 마를 날이 없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명회가 국장도감의 제조로서, 귀성군의 견제 세력으로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빈궁 쪽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한편 귀성군 측에 붙은 부류들은 상하를 막론하여 상당부원군(上黨府院君)이 심어놓은 인사들로 골치깨나 썩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모두 상당부원군의 수족을 처리하는 안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귀성군 쪽에서는 신중론을 펴는 모양이나, 유자광과 남이 쪽에서는 강경론을 주장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세조의 총애를 받은 젊은 관리들이요, 종친들이랄 수도 있었으나 정신적 지주가 하루아침에 없어지고 보니 자연 분열의 조짐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귀성군은 너무 나약해서 틀렸어.’
유자광이 귀성군이 왕족인데다 우유부단한 성품을 지닌 것에 대해 매우 못마땅하기도 했다. 해서 남이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한명회를 처단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런데 도성 백성들 사이에서 유자광이 한명회의 편으로 돌아섰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귀성군이나 남이 쪽에서는 대수롭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루는 유자광이 야음(夜陰)을 타 명회의 큰집으로 찾아왔다. 자광이 명회의 사랑에 들어서자마자 지나가는 소리로,
“육선(肉膳)을 잡수셨나이까. 냄새가 구수합니다.”
“이, 이 사람이 큰일 날 소리를 하는구먼.”
“그걸 염탐하러 오셨나.”
하찮은 걸 가지고 떠보는 유자광을 못마땅해하였다.
“어디 상당부원군 대감 뿐입니까. 나이 든 정승들이 고기를 먹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나는 원체 고기를 하루만 걸러도 어지러운지라서.”
자광이
“상당군 대감, 천하가 다시 상당군 대감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아부를 해대는 것이다.
“한명회를 국장도감의 제조로 삼는다는 거 두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그랬다지. 쯧쯧쯧.”
자광의 언사가 매우 언짢기는 했다.
“네, 그랬습죠.”
“귀성군의 세상인 것을.”
“그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리고 있으니 소인이 대감을 찾아와서 항서(降書)를 쓰는 게 아닙니까.”
별안간 자광이 벌떡 일어서더니
“상당군 대감, 부디 소인을 거두어주소서.”
큰절을 올린다. 명회는 아무렇지 않은 듯 덥석 받아주었다. 자광의 큰절을 받은 명회가 자신을 찾아온 연유를 물었다.
“남이가 있지 않습니까.”
별안간 자광이 화제를 돌린다.
“남이라니?”
“남이가 어리석고 만용(蠻勇)스러우니, 귀성군은 능히 남이가 있어서 이길 수 있을 것이옵니다.”
“무슨 잇속이 있어 자네가 남이를 해치려고 하는가.”
“남이가 없으면 귀성군이 무슨 힘이 있어 천하를 움켜쥘 수 있으리까.”
“내 말은 자네가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묻는 걸세.”
행여 궤변(詭辯)을 늘이지 않나 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명회가 물었다.
“대감께서는 무엇을 얻기 위해 계유정난을 일으키셨습니까.”
순간 말문이 막힌다.
“아 나는 그.”
“부귀와 영화가 아니었습니까. 나라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것은 대의명분일 뿐. 실상 얻고자 하는 것은 부귀와 공명이 아니었나이까.”
“도둑 앞에서 점잔을 뺄 수 없으니 그렇다고 치자, 하나 무슨 수로 남이를 도모하겠다는 것인가.”
명회의 물음을 듣고 자광이 제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고이 접어둔 종이 한 장이었다. 그 종이 한 장을 펼쳐본 상당부원군은
‘역시 젊은이의 패기(覇氣)답구먼. 남이의 기개가 호방하다더니 헛소문은 아니구먼.’
만족해하였다. 남이가 지었다는 시구는 이러하다.

백두산의 바위들은 칼을 갈아 없애고
두만강의 푸른 물은 말을 먹여 다 말랐네.
사내 나이 스물 되어 나라 평안 못 이루면
이다음에 어느 누가 대장부라 칭하겠나.

남이가 지었다는 <북정가(北征歌)>라는 시(詩)다. 명회는
“그래, 이것이 무에 어쨌다는 건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뒤이어 유자광이 뒤이어 다른 종이를 꺼내 상당군에게 내보이니, 상당군은 ‘나라 평안 못 이루면’을 ‘나라를 얻지 못하면’으로 시귀(詩句)가 바뀌었음을 알아냈다.
“나이 스물에 나라를 얻지 못하면 대장부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으니 이것이 역모가 아니고 무엇이리까.”
자광의 계략에 명회는 새하얗게 질렸다. 자광이 물러가자 낙담하기 시작했다.
‘이놈이 천년 묵은 악귀(惡鬼)가 아닌가!’
오랜 벗이었던 정경 권람의 사위이니만큼 남이를 각별하게 생각해오던 처지였건만 세조대왕의 붕어 이후에 돌연 자신의 자리를 탐내려는 야욕을 펼치다니 그 배신감은 이루 형언하기 어려웠으리라. 명회는 향이로 하여금 곧바로 수빈궁에 기별하여 직접 찾아가서 유자광을 만나도록 주선하게 했다.
“아이고, 양덕방(陽德坊) 마님이 아니십니까.”
가마를 타고 온 향이를 조득림이 극진히 마중하였다. 마치 주인을 지키는 충견과 같이.
“태비 마마께서 수빈마마를 애지중지하신다는 소문이 헛말이 아니었습니다.”
“말씀도 마십시오. 수빈마마께서 하루만 입궐을 거르셔도 안절부절못하시니.”
서로 입방아를 찧다가 수빈궁 마름 임 서방이 향이를 맞이하였다. 융숭한 대접이었다. 수빈을 맞이하고 향이가 명회의 뜻에 따라 유자광을 소개해주는 것이다. 수빈은 초반에 서출이랍시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향이가 명회가 적극적으로 추천하기에 수빈이 수긍하였다. 자광과 수빈은 어두운 밤. 어느 이름 없는 암자에서 은밀히 만났다. 두 사람은 왕년의 칠삭둥이 한명회처럼 세상을 뒤집어엎을 뜻을 밝혔다. 자광은 자신의 꾀를 이용만 하고, 서출로 태어났답시고 하찮게 생각하여 푸대접을 일삼아왔다. 귀성군과 같은 젊은이들한테 맺힌 한이 깊었다. 수빈은 자광을 보낸 다음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서출의 몸으로 세상을 거꾸로 뒤집어엎겠다는 것도 모자라, 나 같은 아녀자와 살생을 논하다니. 참 담력(膽力)이 넘치는 사람이구먼.’
해양대군이 보위에 오른 뒤 처음으로 분경(奔競)을 행하고자 하는 이들을 단속한다는 명을 내렸다. 그런데 대신들의 분경을 금지하고 있었으나, 종친들의 분경은 허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자성왕대비(자성왕비)의 명에 힘입어 분경 자체를 금지하였는데, 귀성군이 덫에 걸려든 것이었다. 명색이 영의정이었던 만큼 귀성군에게 아부하는 이들이 점차로 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한번 쥔 권세가 자연히 다른 물줄기를 타고 흘러가는 법이니 이것이 귀성군에게 있어 몰락의 길로 접어드는 빌미가 되어버렸다. 그 결과로 귀성군은 분경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영의정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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