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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역사소설
작성자 정병욱
작성일 2022/09/01 (목) 21:31  [해시(亥時):이경(二更)]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qpddnr901230
ㆍ추천: 0  ㆍ열람: 14      
[보덕] 칠삭둥이 제42편

백주(白晝)에 웬 젊은 선비가 명회의 작은댁을 찾아왔다. 선비가 기척을 내자 안에서
“뉘십니까.”
하는 찬모의 물음에
“나 병조정랑 유자광이오.”
대답하였다. 유자광이 명회의 집을 찾은 것은 참으로 뜻밖이었다.
“자네가 웬일로 나를 찾아오셨는가.”
자광의 뜻밖으로 자신을 찾아온 것에 석연찮음을 느끼고 있었다.
“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왔습니다.”
“이 나이에 기쁘고 말고가 어딨는가.”
“이시애가 자복하기를 고령군과 상당군 대감이 강효문과 모반을 꾀한 것이 반 간계였다고 실토하였다 합니다.”
“그래?”
그건 당연한 게 아니냐는 어투였다.
“상당군 대감께서는 허물을 벗으셨습니다.”
“고맙구먼.”
“행여 소인에게 섭섭한 마음이 있으시다면 함께 거두어주십시오.”
자광이 저자세로 나오자 명회는 머쓱하였다.
“섭섭할 게 뭐 있누. 인간사(人間事)란 게 다 그런 거지.”
“도량이 넓으십니다.”
“자네 이 소식을 들려주려고 일부러 예까지 찾아오셨는가.”
명회가 얼른 화제를 전환하였다.
“오늘 귀성군이 강순(康純)과 남이(南怡)와 더불어 개선하였습니다.”
“젊은이들의 세상이니.”
“백성들의 열광이 대단하였습니다.”
“그렇겠지.”
자광이 왜 자신을 찾았는지 점차 탐색하는 눈치를 보였다.
“한데 남이 장군의 얼굴빛이 편하지 않습니다. 그럴 테지요. 귀성군이 임영대군의 아드님이시니 사사롭게는 전하의 조카가 되지요. 그런 터에 전하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으니 남이 장군의 속이 편하지 않겠죠.”
“남이는 내 죽마고우의 사위일세. 뿐인가, 또한 태종대왕의 외증손이 되시니 귀성군에 뒤떨어질 까닭이 있겠나.”
명회의 말마따나 친구의 사위이기는 했으니, 다름 아닌 권람의 사위다.
“제 말은.”
명회가 얼른 말을 막듯
“남이가 귀성군에 뒤떨어질 이유가 없단 뜻이야.”
책상 위를 손바닥으로 치며 역정을 낸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귀성군과 남이가 모두 귀공자들이 아닙니까. 귀성군은 전하의 조카요 남이는 태종대왕의 외증손이 되니 실로 명문가의 자제들입니다. 측실의 자식인 소인에 비하겠습니까. 상당군 대감, 대감께오서는 경덕궁의 문지기로 시작해서 영의정에 오르셨습니다. 소인이 늘 대감을 마음속으로 존경하고 흠모한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사옵니다. 소인이 비록 귀성군과 남이에 비할 수는 없으나 대감의 생애를 살펴볼 때, 소인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유자광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다. 이에 명회가 화들짝 놀라며
“이런 을 보았나. 서출 주제에 감히 영상 자리를 탐한단 말이냐. 네가 전하의 성총을 흐리게 하여 속일 수는 있었을지언정 나를 속이지는 못하리라.”
“대감, 상당군 대감과 소인은 본질적으로 같은 부류가 아니 오리까. 궁을 지키는 갑사가 영상이 된다면 서출이라고 못 할 성싶습니까.”
“아니, 그래도 이, 이이!”
명회가 자신을 기어오르려고 덤비는 자광에게 이내 손가락질을 해대는 것이다.
“천골(賤骨)은 천골끼리 알아보는 법이옵니다.”
기분이 언짢아진 명회는 그제야 유자광이 찾아온 의중을 알아챘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유자광의 적반하장에 기가 막히기는 했다. 그러나 들으면 들을수록, 딴은 일리 있는 말이기도 했다. 남이는 자신의 죽마고우인 권람의 맏사위이며 일전에 있었던 이시애의 난을 진압하는데 귀성군 이준과 함께 참여하여 전공(戰功)을 세웠다. 그런데 이들의 편에 섰던 유자광이 왜 자신을 찾아왔을까. 그 의문을 헤아려보는 것이었다. 같은 정난공신의 이복동생이니만큼 나름 사람대접을 해주었더니, 자신의 처지를 빗대는 태도에 어쩐지 기분이 언짢았다. 경덕궁의 궁지기와 갑사(甲士)에 빗대려고 보는 의중을 생각하고 생각하느라고 밤새 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이튿날 수빈궁에서 화병을 앓다 못해 혼절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윽고 수빈이 둘째언니 계양군 부인의 집에서 정양하더라는 말도 심심찮게 퍼졌다. 같은 편인 줄로 믿었던 명회의 배신이 얼마나 컸으면 그랬을까. 실록에 따르면 수빈이 병상에 눕게 되자, 시아버지인 임금이 직접 계양군의 집에 찾아가 맏며느리의 완쾌를 기원하며 위로했다고 한다. 수빈이 병을 털고 일어났지만, 시아버지인 금상의 병환은 더욱 깊어져 갔다. 설상가상으로 세자가 족질(足疾)에 걸렸다는 풍문이 떠돌고 있으니 왕실의 앞날이 캄캄해져 갔다. 한명회를 대신해 줄 줄 알았던 시아버지가 갑자기 변을 당하면 과연 그 후사가 든든한가. 하늘의 정해진 이치를 아무리 백령백리하다는 수빈일지라도 알기 힘들 지경이었다.
칠삭둥이 한명회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홍윤성에게서 들은 걸 떠올렸다.
윤성이 귀성군을 두고
“어허 형님께서는 두고 새파랗게 젊은 게 수염 하나도 안 깎고 우리 같은 정난공신들이 만들어놓은 정권을 누워서 떡 먹듯이 삼키려고 드니 구경만 하고 계시기요.”
“그러면 어쩌겠느냐. 전하의 뜻이 정 그리 하시다면.”
“내가 형님을 잡아넣었다고 서운해하십니까. 내 손으로 잡아넣었기에 망정이지. 귀성군이었으면 형님은 벌써 요절나도 진즉에 났소.”
그러자 명회가 입을 쩝쩝 다신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듯.
“돌아가시게.”
“아 형님.”
“대세를 따라야지. 난 귀성군에게 인사나 좀 하러 가야겠다. 자네도 살아야겠다면 귀성군의 눈 밖에나 나지 마시게나. 응?”
명회는 거의 먹이를 찾아 헤매는 山岑生과도 같았다.
“형님은 배알도 없으시우. 에이그.”
명회의 답답하다고 혀를 끌끌 차댔다. 날이 갈수록 병환이 악화일로에 접어들자 임금은 스스로 임금의 자리에서 물러나 세자에게 선위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세태가 이러하니 수빈은 그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못한 채 초야에 묻혀 살기를 중궁전에 대놓고 다짐하였다.
상왕으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왕은 여보라는 듯이 귀성군 이준으로 하여금 영상으로 삼았다. 스물여덟의 나이였다. 이를 두고
“맨땅을 파먹고 살았음, 살았지. 어린아이 밑에서 국록을 먹기는 싫소!”
홍윤성이 방방 떴으나,
“그러면은 낙향을 하던지.”
방법이 없기는 명회도 마찬가지였다. 이 와중에 어두운 밤길을 뚫고 한치형이 명회를 찾아왔다. 치형이 찾아온 것에 명회는 매우 언짢았다.
“나보고 어찌하라고 찾아오셨나.”
제 코가 석 자인 자신을 왜 찾아왔느냐고 비아냥거린다.
“상당군 대감, 대감께서 나서서 해결하셔야지 않겠습니까. 수빈마마께서는 목숨을 걸고 계십니다. 전하께서는 귀성군을 영상에 앉히시고, 그 연후에 효령대군의 사저(私邸)로 이어하시려고 하신답니다. 만사를 세자저하에게 넘기려고 하시는 게 아닙니까. 세자저하를 보위에 세우는 것은 할 수 없겠으나 귀성군이 영상이 되는 것만큼은 막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명회가 아무 대답이 없자 별 소득이 없음을 느낀 치형은 무거운 마음으로 되돌아갔다. 향이가 보다 못해
“대감,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우리 대감께서도 생각이 있으실 겁니다.”
위로랍시고 치형에게 넌지시 건넨다.
“세상인심이 참으로 야박합니다그려.”
나직이 치형은 웃어넘긴다. 금상이 세자에게 선위하겠다고 공언한 직후 세자에게, 대리청정(代理聽政)하도록 명했다. 뒤이어 영의정에 오른 귀성군이 섭정을 맡았다. 이는 금상이 대군으로 있을 때 영의정으로 앉은 지 십여 년이 지난 뒤였다. 그러나 금상의 기대와는 다르게 여전히 병권이 한명회의 수중에 있었으며, 지방의 수령들 또한 한명회가 주름잡고 있었다. 칠삭둥이 한명회가 이렇듯 권세가 막강하더란 말인가. 젊은 패기(覇氣)를 가지고 새로운 정치를 불러일으키려고 했던 포부는 바람 앞에 위태로이 꺼질 듯 흔들리는 촛불처럼 위태하기만 하였다.
금상은 세조 14년 9월 7일에 예조판서 임원준(任元濬)에게 명하여 세자를 즉위하게 하여 면복(冕服)을 차려 입히도록 했다. 실록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정인지 등이
“성상의 병이 점점 호전되어가는데, 어찌 갑자기 석위(釋位)하고자 하십니까? 신 드은 불가하옵니다.”
하자 임금이 성을 내며,
“운이 간 영웅은 자유롭지 못한 것인데, 너희들이 어찌 내 뜻을 어기고자 하느냐? 이는 나의 죽음을 재촉하고자 하는 것이다.”
말하였다. 왕의 뜻이 매우 간곡하여, 조정 대신들은 일제히 대례복(大禮服)을 차려입어 새 왕의 즉위를 맞이하였다. 세자 해양대군이 경복궁을 나와 수강궁 정침에서 즉위하였다. 이에 새 왕이 부왕(父王)을 태상왕(太上王)으로, 모후(母后)를 태비(太妃)로 부르도록 명하였다. 그리고 소훈 한씨를 태상왕의 명에 의해 중궁이 되었다.
태상왕이 즉위한 야심한 밤에 수빈은 의경세자의 위패를 모신 사당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수빈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오늘 세자저하께 전위하시고 태상왕으로 물러나셨습니다. 신첩을 버리시고 월산군과 자산군을 버리신 건 아닐는지요. 세간의 비웃음소리가 신첩의 귓가에 쟁쟁히도 들립니다. 언감생심 대비의 꿈을 꾸는 신첩을 두고 웃는 게 아니겠습니까. 수모를 당하고 사느니 차라리 월산군과 자산군을 데리고 저하의 산릉을 찾아 참배한 다음 함께 죽을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죽는 것은 쉬운 게 아닙니까. 옛말에 죽는 것보다는 사는 것이 더 힘들다고 했습니다. 살아야죠. 살아서 저하의 아들이 보위를 잇는 영광을 보아야 하지 않습니까. 하오나 그 길이 보이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아무리 나아갈 길을 바라보고 둘러보아도 캄캄한 길뿐이니. 저주를 퍼부으리까. 소훈 한씨의 자식들이 비명횡사하라고 날마다 명산대찰마다 찾아가 불공을 드려 저주하오리까.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신 부처님께서 신첩의 몸에 불벼락을 내리신다고 할지라도 그래서 저하의 아드님께서 보위를 이을 수만 있다면 신첩은 그리할 것입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어찌해야 그 길이 열리겠습니까. 어디엔가는 광명천지(光明天地)로 가는 길이 있을 것이 아니 옵니까.’
울분을 실컷 토한 수빈은 서둘러 명회의 작은집으로 찾아갔다. 향이가 수빈을 맞이하였다. 수빈이 향이에게 다짐하듯
“상당군께 말씀을 전해주시게나.”
하였다. 때마침 명회가 안에 있었다.
“네, 마마.”
“내 뜻이 아직 거기에 있다고 전해주시게.”
이때 향이가 부여잡으려는 듯
“마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소인이 들어가서.”
하였지만,
“가자.”
수빈은 이내 돌아갔다. 향이가 직접 전하니,
“참으로 대단한 양반이 아니신가.”
하며 명회가 낄낄거리며 웃어넘긴다. 수빈이 예사로 말한 게 아님을 눈치챈다. 마냥 대가 센 마나님인 줄 알았는데, 여장부(女丈夫)처럼 당찬 포부를 가졌음을 절감하는 것이다.
―선위한 지 이틀이 되어서야 임금은 붕어하였다. 향년 52세요, 재위 기간은 1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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