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조선왕조 - 역사 세상

ㆍ작성자	이완용
ㆍ작성일	2008/05/17 (토) 23:56 [자시(子時):삼경(三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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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견] [一堂] 훈민정음 창제

우선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 반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왜 반대를 했는가에 대하여 우선 알아봐야겠지요?

헌승님 말씀처럼 양반층이 백성들의 삶을 몰랐기 때문에 반대했다는 것은 이유가 조금 이상한 듯하고 되려, '양반들이 중국에 사대를 하기 위하여 반대를 했다'라는 주장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조금 고민을 하게 됩니다.

왜? 조선 초기는 비록 명나라에 고개를 숙이고 사대정책을 펼친 것은 사실이지만 조선이 건국되던 시기까지만 하더라도 요동지역의 회복이라는 명목으로 조선정부 주도하에서 요동정벌을 위한 군사적인 행동이 관찰되고 있기 때문에 그후 얼마의 시기가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대사상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았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럼 훈민정음이 창제될 당시의 조선의 상황을 조금 살펴봅니다.

조선은 고려왕조의 국가시스템의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하여 무척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조선의 건국 과정 또는 건국후에 여러가지 조치가 취해지는데,

1. 지방의 군사력을 타파하여 중앙군에 편입을 시킵니다. 고려는 중앙집권국가의 모습을 나타내고는 있지만 그 성격을 보면 지방호족들의 연맹체의 성격이 매우 강합니다.

지방호족이 아들을 낳게되면 첫째 아들은 지방에 놔둔채로 두번째 아들을 중앙에 진출을 시킵니다. 이는 중앙에서의 활동보다 지방에서의 활동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내며 이와같은 현상은 고려가 중앙집권국가라기 보다는 지방호족들의 권력이 더욱 강한 나라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지방 호족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방법으로 첫번째의 작업이 지방군대를 없애 중앙군대로 편입시키는 것입니다. 명나라초기 요동지역에 대한 2차례에 걸친(고려말기와 조선초기) 정벌계획은 지방의 군대를 자연스럽게 중앙군대에 편입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전략이 되는 것입니다.

2. 지방 호족들 소유의 사람들을 국가관리의 체계로 변환 시킵니다. 조선은 양천제의 국가입니다. 천민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양민이 되는 것이지요. 이는 지방에 사는 백성들이 지방의 호족이 아닌 중앙정부에 세금을 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연스럽게 지방호족의 경제력의 약화로 이어지면서 중앙정부의 권력이 강화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세종초기 현대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호패제도가 성립됩니다. 호패제도의 성립은 조선의 백성들을 중앙정부에서 일괄관리하겠다는 것으로 이 또한 지방 호족들의 세력약화를 목적에 두고 있습니다.

3. 이러한 상황들과 연관이 되어 새로운 문자인 훈민정음에 관한 문제가 나옵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당시 지방호족 세력들의 성격은 고려중반기 이후의 군사력을 지닌 무인세력이 아니라 원나라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점차 유학자들이 지방세력을 형성하거나 무인세력들이 문인세력으로 변화된 것입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지역 백성들은 소유물과 같은 존재였으며, 그 백성들을 관리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백성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다시 정리를 하면 상기와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조선이 중앙집권국가를 지향하면서 지방세력의 소유물로 전락해버린 백성들을 국가가 관리하고자 하는 행위였으며, 이는 바로 지방세력의 약화로 이어집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드는 목적에는 기본적으로 지방 또는 중앙에서의 왕권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신하들에 대한 견제의 목적이 숨어 있으며, 같은 이유로 양반들의 반대도 있는 것이지요.

문자의 창제 하나만으로 신하들의 세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지방에서 점차 힘을 잃어가는 토호세력들과 신하들에게는 위협이 충분히 되는 것입니다. 훈민정음 창제의 시기에 신하들이 반대를 하였던 것은 이와같은 이유가 숨어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http://www.1392.org/bbs?history01:402

박범 617('08)-05-19 00:09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솔직히 처음 듣는 논리입니다. 모든 것을 왕권 강화라는 목적과 백성들을 위한 것이라는 두가지로만 귀결이 된다면 이와 다른 시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일반화된 역사상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완용 617('08)-05-19 09:22	[박범님] 처음 듣습니까? 저 또한 어디에서 들은 기억은 잘 안납니다. 하지만 왕이라는 최고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지키고 강화시키고자 하는 것은 기본적인 생리겠지요. 중종시대 사림과 훈구세력이 서로 견재하게 한다거나, 숙종의 환국정치, 영조의 탕평정책, 정조의 서자등용과 노비해방등은 모두 권력 강화를 위한 정책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조선초기 태종이나 세종의 정책도 권력강화라는 시각으로 바라본 것일 뿐입니다. 굳이 따진다면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을 잘알았던 왕은 세종보다는 많은 잠행을 행했었던 성종이나, 전쟁시 백성들의 참상을 바로보고 왕이 되었을 시 대동법을 추진한 광해군이 더 백성을 잘알고 사랑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고 세종의 업적을 낮추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종시대의 업적을 나름 제시각으로 바라본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일반화된 역사상같은 것은 우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저는 누차 말씀을 드렸듯이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전문과들과 달리 훨씬 자유롭게 다른 시각과 여러 의견을 필하는데 주저함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정확한 사실을 찾아내는 것은 전문가들의 몫이고, 저는 단지 즐길 뿐입니다. 저와 다른 의견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언급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또 그런 의견도 있구나 하면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이견이 있으면 또 찾아보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종의 한글창제는 비록 빈틈은 많겠지만 저로써는 이글과는 다른 또 다른 시각으로도 볼 수가 있는 개연성이 충분한 사건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 글도 단지 이견일 뿐입니다. 윤민혁님의 글이 틀렸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다른사람의 의견을 맞다 틀리다 할 만한 지식도 그러한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되려 원 쓰레드를 옹호하는 글이나 또다른 이견의 글이 올라오면 좋겠습니다. 역사세상이 의견과 토론을 위한 공간인데, 그냥 '글 잘읽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하는 댓글보다는 반대의견등이 올라오면 더욱 재미가 있겠지요? 토론방이라는 것이 답만을 이야기하는 공간을 아닐테니까요...

박범 617('08)-05-19 11:25	훈민정음의 창제는 백성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시작이 "나랏말이 중국과 다르다"고 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 말은 바로 발음이 다르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 발음을 정확하게 표기하는 것이 바로 훈민정음의 목표가 되겠죠. 여기에서 이두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두는 한자어를 차용하여 우리말의 발음을 표기하는데 이 또한 한자이기에 읽기 힘든 측면이 많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자 이외에 한자로 표기할 수 없는 우리말을 표기할 문자가 필요했겠죠. 그런 의미에서 훈민정음이 만들어졌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양반들이 이를 반대했는데, 중국처럼 한문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굳이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그러나 모든 문서가 한문으로만 쓰인 것은 아니었기에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훈민정음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문서를 보면 조선시대 내내 수많은 한문과 함께 이두가 사용되었으며, 이는 개항기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국한문혼용체는 이러한 현상의 중간단계에 해당한다고 보이는데, 한글의 경우, 순한글 아니면 조사에서 한글을 쓰고 나머지 한자어로 되어 있는 부분은 한자로 씁니다. 아마도 훈민정음의 쓰임은 여기에 주안점이 두어졌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쓰기에 편리하게 했다는 측면이 왕권강화보다도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완용 617('08)-05-20 09:08	덕분에 실록도 뒤져보고 다시한번 최만리의 상소도 읽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본글의 내용은 조금 무리가 있어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조금더 억지스러운 주장을 하게되면 최만리의 상소중 5번째의 내용에 세종이 한글을 만드는데, 신하들과의 상의가 없었음을 비난합니다. 아무리 백성들이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재상들과 상의를 했어야 하고 여러사람들의 의견을 물어 행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조선이 아무리 왕조 국가라고 하더라도 왕이 혼자 전권을 휘두르는 것에 대한 견제로 보입니다. 조선은 건국 초기부터 왕권을 강화하려는 왕과 신권국가로 만들려는 신하들간의 대립이 심했습니다. 그의 연장에서 왕이 혼자서 마음대로 국정을 운영하는데 반발이 나온것이며, 최만리의 상소는 그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합니다. 세종이 성군이기에 최만리를 비롯한 반대한 신하들을 하루만에 풀어준 것이지, 전왕이었던 태종이었다면 감히 왕권에 도전한다고 하여 세종과 같은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었을 것 같습니다. 한글창제의 목적은 윤민혁님의 의견이나 박범님의 의견 모두 틀림이 없을 것이지만, 최소한 그 실행과정에서는 왕권과 관계가 있는 듯 합니다. 좋은 의견들 감사드립니다.

안중근 617('08)-05-21 18:25	"지방호족이 아들을 낳게되면 첫째 아들은 지방에 놔둔채로 두번째 아들을 중앙에 진출을 시킵니다. 이는 중앙에서의 활동보다 지방에서의 활동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내며 이와같은 현상은 고려가 중앙집권국가라기 보다는 지방호족들의 권력이 더욱 강한 나라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조금 이상합니다. 둘째 아들을 중앙에 올려보냈다고 해서 중앙보다 지방의 활동을 더 중요시했다고 보는 것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물론 고려가 중앙집권국가로서 조선에 비해 집권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고, 지방의 호족(나중에 향리)의 세력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건...... 그리고 호패법을 실시한 것은 세종이 아니라 태종이지 않습니까? 자신의 생각을 활발하게 펼치는 이완용님의 용기가 참 대단합니다. 배우고 싶습니다. 참 재밌네요.....

이완용 617('08)-05-22 09:08	마지막 말씀은 마치 비아냥 처럼 들립니다. 고려의 지방권력에 대한 비유를 들었을 뿐입니다. 단순하게 조선이 고려보다 중앙집권에 힘을 썼다는 의미이며, 자체가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또한 호폐법은 고려말부터 시도가 있었으며 태종때에도 실행을 하려고 했으나, 실패를 합니다. 그래서 세종때 재논의가 있었습니다.(세종28년10월28일) 요점은 조선초기 중앙집권화를 위한 왕들의 노력을 이야기한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중앙집권화 노력의 일환에서 훈민정음창제를 바라본 것일 뿐이네요.

조병찬 617('08)-11-13 16:03	요즘 대왕세종에서 한참 나오는데 이 글을 읽으니 더 자세하게 알아갑니다.

김산 618('09)-05-24 09:35	와 분쟁이 치열하군요

이재혁 618('09)-11-04 14:47	잘보고 갑니다.

김동현 619('10)-03-21 07:46	한글 관련 논쟁은 미스테리한 것 같네요...

김시습 620('11)-10-18 02:11	역사 해석에 대한 이완용님의 시각은 참으로 훌륭합니다. 한가지 사건에 대한 다양한 각도에서의 접근은 역사를 더욱 재밌게 만드니까요^

[憲勝] 세종대왕님의 훈민정음 창제	윤민혁	2008/05/17-14:37	402

[이견] [一堂] 훈민정음 창제	이완용	2008/05/17-23:56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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