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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부/보공장군] 천명을 행하시옵소서
전하께서는 지난번 의정부 이 사인의 차자에 대한 비답으로 "멀지 않아 천명(天命)에 따라 의(義)로써 결단하는 바게 있게 될 것이다." 라 하시며 신들에게 의혹만을 남기셨사옵니다. 또한 그 이후로 또 10여일간 어전에 납시지 않으시니, 나라는 점점 혼란에 빠지고 기강이 무너지고 있사옵니다. 참으로 근 한달간 본조에는 용상의 자리가 비어있는 듯한 공허함이 가득하니, 어찌 이를 제대로된 국가라 할 수 있겠사옵니까? 전하께서는 초심을 잃으시고 다시 찾지 못하고 계시옵니다. 전하, 금일 백성 김형준의 상소가 과연 여러 신하들의 주청대로 역심을 품은 것이겠사옵니까? 오늘 이자리에서 신은 통훈대부 故박심문이 이미 아뢰었으며, 또 오늘 김형준이 아뢰었듯이 비록 역적의 오명을 뒤집어 쓴다 하여도 전하께 사직을 위해 대의로써 청하옵니다. 일찍이 맹자가 이르기를, '민위귀,사직차지,군위경(民爲貴,社稷次之,君爲輕)' 이라 하여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백성이요 그 다음이 사직이요, 군주는 그 보다 가벼운 존재라고 하였사옵니다. 故박심문과, 백성 김형준이 양위를 청한 것은 사직을 위한 대의였지 보위를 찬탈하고 국가를 뒤엎을 역심이 아니었사옵니다. 지금의 본조는 사직이 매우 위태로운 지경에 있사오니, 전하께서는 부디 대의로 천명을 밝히시옵소서. 지금이라도 사직을 다시 돌볼 의욕을 밝히신다면 뭇 충신들의 보위 아래 다시금 나라를 흥성하게 될 수 있을 것이오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마땅한 후계자를 정해 양위하시어 사직을 보존케 하시옵소서. 전하께서 속히 천명을 결단하셔야, 이곳 조선의 사직이 보존되는 것이옵니다. 사직이 위태롭다 보니 신은 신하로서 임금꼐 양위를 언급하는 것이 왜 불경한 것이라는 것 조차 알지 못하는 아둔한 인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신, 서양갑 오직 사직을 위한 마음 하나로 신의 모든 것을 걸고 아뢰오니, 전하께서는 부디 만백성과 사직을 위해 천명을 행하시옵소서. 신은 역적의 오명을 뒤집어 쓴다 하여도 사직이 보존되고 나라가 다시 흥성해 질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옵니다. 부디 신의 뜻을 가납하여 주시옵소서. 개국 611년 5월 8일 한성부 보공장군 서양갑  승정원 05/12[23:30] 유중불하(留中不下:비답을 내리지 않으심). 본 차자에 대하여는 금일 5월 12일에 '유생 김형준 등의 상소 문제에 관하여' 전교(傳敎:하교)에 아울러 비답을 내리셨으니, 해당 전교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http://www.1392.org/bbs?sangso: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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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용
김애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