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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적순부위] 주상전하께 아뢰옵니다
다시금 전하께 소를 올리지 않기를 바랐사오나 또 한번 이렇게 아뢰옵니다. 현재 사조의 현실을 보아하면 답답하고 한심스럽기 그지 없사옵니다. 조정의 신료들이 하나 둘 주상전하의 곁을 떠나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를 타 초야에 첩거하고 있는 재야의 인재들이 전하를 보필하기를 꺼리고 있으니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사옵니다. 소생 목숨을 걸고 아뢰는 것이니 더이상 주상전하의 밝은 눈을 어둡게 만드는 미사여구는 사용치 않으려 합니다. 조정의 현실이 이렇게까지 여러워진 이유는 모두 주상전하의 부덕으로 생긴 일이라 소생은 감히 직언하옵나이다. 소생이 지난 4월 11일자 상소에서도 아뢰었듯이 주상께서는 백성을 덕으로 다스리는 덕치를 행하시고, 조정신료들은 백성을 법으로 다스리는 법치를 행하여, 점점 멀어지는 민심을 주상의 곁으로 되돌아 오도록 하셔야 할것이라 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조정의 모습을 보면 주상께서는 만조백관 및 백성들을 엄히 다스리는 법치를 행하시고, 관리들은 백성들의 생활을 좀더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하여 덕치를 행하고 있으니 백성들의 민심이 주상전하께 돌아갈수 있을지 의문이옵니다. 조정의 신료들이 조금씩 부족하더라도 주상께서 옳은 길로 이끌어 주셔야 마땅하건만 지금까지는 그러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 아닌지 뒤돌아 보셔야 할 것 이옵니다. 물론 조정신료들이 사소한 잘못으로 사직을 청하는 것이 남발되어 왔으며 특히, 국정을 돌보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어야 할 의정부나 삼사의 관리들이 작은 허물로 조정업무에 부담감을 느껴 사직을 청하는 것이 보편적이라 의점부나 삼사의 관리로 가면 파직되거나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관습이 되어가고 있는것도 사실입니다만, 관리들이 그런 부담감을 가지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주상전하의 꼼꼼함에 혀를 내두르고 있는 것이라 소생은 생각하옵니다. 소생에게 주상전하께서 교지를 내려 관직을 제수토록 하겠다는 것을 감히 거부한것도 같은 맥락에서라 보시면 될것이옵니다.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나지 않을 만큼 물셀틈 없는 주상전하의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 관리들은 대체 어디까지 노력을 하고 수양을 해야 한다는 것이옵니까? 사람이라는 것이 모든것에 완벽하지 못한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식하셔야 할것입니다. 그 도가 지나치면 안되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한계와 능력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인정해 주셔야 조정의 대소신료들이 주상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더욱 주상전하를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해서 보필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한 창국초기처럼 주상께서 정전에 납시어 만조백관을 모아놓고 어떤 사안에 대한 전교를 내리시거나 어전회의를 통한 국정운영이 부족한것이 주상과 관리들 사이에 이질감을 쌓이게한 원인이 아닌가 생각되어 집니다. 주상께서 자주 정전에 납시어 친히 국정 운영 전반에 관해 관심을 가지시고 열의를 보이신다면 조정의 대소신료들이 따르지 않을리 만무하옵니다. 주상전하와 실무관리들의 많은 대화와 만남을 통해서 그들이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따르는 애로사항을 들어보고 이를 해소할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준다면 관리들과 주상전하 사이의 거리감이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보옵니다. 소생이 다시금 아뢰옵니다. 주상전하의 굳은 마음을 푸시고 좀더 넓고 포근한 마음으로 만백성 및 대소신료들을 대하시기를 바라옵니다. 진정으로 백성들을 위한 성군이 되시기 위해서는 좀더 도량을 넓히시고 모든것을 감싸 안을수 있는 아량을 키우셔야 함이 옳은줄로 아옵니다. 주상전하! 덕치를 행하시옵소서! 그렇지 못할때에는 사조의 존폐에 위험이 닥칠수도 있음을 유념하시옵소서. 소생이 전하께 아뢸 말씀은 이것 뿐이옵니다. 사조 개국 610년 5월 14일 경상도 정7품 적순부위 신용호 삼가 아룀.  국왕 05/22[02:42] 상소한 바를 잘 알겠다. 과인이 달리 무슨 비답을 내릴 수 있겠는가. 허나, 과인이 생각하건대 무엇이 덕치(德治)인지 무엇이 법치(法治)인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조야(朝野:조정과 민간)의 인식이 그러하다면야. 금일자로 적순부위 신용호의 불서용을 폐(廢)한다. |
http://www.1392.org/bbs?sangso: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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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용
김애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