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진사] 종사랑 권성유를 벌하시옵소서
소신, 북문에 백배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삼가 아뢰옵니다.
소신은 평시에 권 진사를 훌륭한 문재(文材)라 생각하고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정보를 공유하는가 하면 읍내주막에서도 청담(淸談)을 나누며 많은 친분을 쌓아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관리자 모욕사태와 더불어 금일(今日), 권 진사의 망언을 들으며 진실로 비분강개(悲憤慷慨)한 감정을 숨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죄가 큰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금전지급과 호구조사(戶口調査)에 항상 힘쓰는 호조관원(戶曹官員)들의 노고를 외면하고 호조관원의 가벼운 과실을 폐단(弊端)이라 포장하여 사사(事事)이 전하께 사뢰오는 그 궃은 심술이며 기본적인 예의를 망각한채 업무에 열심인 호조관원을 무지하다느니, 좌랑 김영일이 죄라느니 일컬으며 상소문을 올리는 망동은 사조의 모든 관리를 모욕하는 처사라고 사려되옵니다.
물론 소신은 이번 사태의 전후사정을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 설령(設令) 호조관원들의 가벼운 과실이 있다고 할지언정 그 원인이 자신의 금전이니 가옥이니 하며 일신(一身)의 영달(榮達)을 추구함에 있다는 것을 아는 까닭에 더욱 분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는 것이옵니다. 전하께서는 기본적인 예의와 법도를 상실한 간신(奸臣) 권성유를 관리로 임용하고자 전교를 내렸으니 이 황망(惶忙)함을 어찌 다 말씀드리겠나이까.
전하, 도리어 전하께서 무고한 고굉지신(股肱之臣)을 모함한다하여 천신(賤臣)의 죄를 물으시면 소신은 그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이 나라의 예의와 기강이 세워진다면 어떠한 벌을 받는다 하여도 억울함이 없을 것입니다. 부디 사조에 지엄(至嚴)한 법도가 살아있음을 권 진사를 벌함으로서 만민에게 보여주시옵소서.
 국왕 01/28[00:33]
아뢴 바는 알겠으나, 논죄(論罪:죄를 논하여 형의 적용을 정함)할만한 수준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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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용
김애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