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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도감/제조] <차자> 사직소
신이 금령을 받자옵고 잠시 본가에 내려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으로 아조에 올곧고 뜻이 아름다우며 기개(氣槪)있는 자들이 하늘에 별처럼 많고 모래알같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으며 이는 열성조(列聖朝)와 호국영령(護國英靈)의 보우(保佑) 하심인 것 같아 실로 아조의 홍복(洪福)이 아닐 수 없사옵니다. 최근에 일어난 공신(功臣)에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니 능히 그들의 성품을 가늠할 수 있으며 특히 진사 이덕무와 김종서와 같은 이는 더더욱 찾아볼 수 없을 아조의 인재(人才)이옵니다. 신은 본래 용렬(庸劣)하고 비루(鄙陋)한 사람으로, 재주와 덕이 없으면서 일찍이 대행대왕께서 내리신 은혜가 하늘과 같아 죄책을 주지 않으시고, 오히려 군(君)으로 봉하여 녹을 먹게 하셨습니다 이는 분수에 이미 지나치거니와, 신이 가진바 재주 없이 외람 되게 성은에 힘입어 헛되이 자리에 올라 체모만 높였으니 실로 망극할 따름입니다. 요사이 공론이 일고 있는 창국공신건에 대해 조정은 물론이고 백성들 또한 의견이 분분하여 민심이 흉흉하니, 헛되이 공신의 영광된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아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전하께서 용단을 내려 교서를 내려시며 말씀하시기를 치세(治世)에 오점이 남더라도 명분(名分)보다는 실리(實利)와 의리(義理)를 택하기로 말씀하시니 공신의 한사람으로 감읍 또 감읍하였으나, 어떠한 신하가 군왕(君王)의 치세를 욕되게 하겠습니까 이는 모두가 바라는 바와 같지 않음이오니 거두어 주시옵소서 또한 이번일로 인하여 진사 이덕무가 함경도에 유배되어 있는 줄로 아옵니다. 비록 기휘를 범하였으나 지닌바 재주를 아끼시어 그를 방면하시고 조정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청하나이다. 아울러 신의 녹권과 가옥 전답 등을 반납하오니 거두어 주시고 시호도감 제조와 읍내서당 훈장에서 물러나 향리에 머물고자 하오니 하루속히 신의 직을 거두어 가시고, 공로 있는 어진 사람에게 넘겨 주시어, 여러 사람의 마음도 진정시키고 공론(公論)도 만족하게 하여 주소서. 삼가 하교를 기다립니다. 개국613년 9월 3일 시호도감 제조 신 최영  국왕 09/03[18:26]그간 수고하였다. 사직을 윤허한다. |
http://www.1392.org/bbs?sajor02: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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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회
강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