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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사인] <차자> 전하의 등청에 대하여
전하께서 지난 4월 12일 등청하시어 소과 시제개편과 관련된 업무를 처결하신 이후로 오늘 21일에 이르기까지 근 십여일을 등청하여 업무를 처결하지 않으시니, 조정의 모든 업무가 중단된 바 되었습니다. 전하께서는 종사를 어찌 이끌어 나가려 하십니까? 이 나라의 종사가 풍정에 놓인 등불과 같지 않습니까? 만약 관리가 십여일 간 아무런 사전예고없이 등청하지 않아 업무를 처결하지 않음으로서 조정의 막중대사에 차질이 생긴다면, 그들은 마땅히 엄한 징계를 받을 것입니다. 하물며 군주는 어떠하겠습니까? 군주는 무치(無恥)라 하였으니, 더욱 경계하여 정사에 임함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작금의 현실을 돌아보시오소서. 어전에 음란광고가 올라와도 며칠 동안이고 방치되지 않나, 조정의 온갖게시판에 광고로 도배를 당해도 이를 저지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리 어려운 지경인데도, 전하께서는 중요한 업무조차 처결하지 않으시니, 한 줌 밖에 안 남은 나머지 관리들마저 이제 업무를 처결하지 않고, 조정에 사람이 없는 실정입니다. 전하께서는 조정의 신하들이 털 끝만한 죄라도 범하였을때 이를 엄히 징계하시고, 후세에 경계로 삼으시는 것을 주로 하셨습니다. 상소문에 어투가 잘못된 자들은 여지 없이 면박을 당하였으며, 특히 옥당의 관리가 그리 하였을때는 파직당하였고, 자신의 자력을 잘못 관리한 자들은 면직 내지는 파직으로 그 엄함을 나타내셨습니다. 오늘에 이르러 전하께서는 하루에 한 번씩 업무를 처결하시던 옛 열성조들의 모습은 차치하고라도, 며칠에 한 번, 급기야 오늘과 같이 장기간 미등청하시는 경우가 발생이 되니, 이제 전하께서는 이를 신민들에게 어찌 설명하시려하시나이까? 이제 많은 백성과 관리들이 본조를 등지고 사망하였습니다. 남아있는 자들은 손으로 꼽아도 될 듯한 현실에 전하께서는 과연 이 나라를 어찌 이끌어 가려 하십니까? 이나마 남아 있는자들까지 이 조정을 떠나게 될까 두렵습니다. 전하께서는 성심을 가지시고, 나라를 어려운 시국에서 구원하여 주시옵기를 청하옵니다. 삼가 마음을 다시 가다듬으시어, 정사에 진력하시고, 성군으로 역사에 길이 남는 군주가 되어 주시옵소서. 신 이휘, 돈수백배하고 삼가 물러가 하교를 기다랍니다. 개국612년 4월 21일 가정대부 행의정부 사인 신이휘
 국왕 04/25[06:00] 작년 3월 이후로 근 1년여 만에 다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었으니, 이것으로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과인은 보통 사람의 자질조차 타고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평소 노력하는 바 또한 범인(凡人:평범한 사람)의 축에도 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말은 구차한 변설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사람이 군주의 자리에 있는 것이 어찌 백성들의 행복이겠으며, 종묘사직을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겠는가. 비록 10여 일 동안 정무를 멀리한 것으로 사태가 그쳤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몸과 정신도 예전과 같지 않다. 이제 과인의 거처를 결정해야 할 때가 된 듯 하니, 멀지 않아 천명(天命)에 따라 의(義)로써 결단하는 바게 있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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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회
강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