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 <녹훈> 정공신 훈급에 관하여

녹훈도감, 의정부, 홍문관, 예조 등의 공신 훈급과 관련한 계본을 차례로 읽고 의중을 정리하여 비답한다.

계본에서 모두 논하기로 이휘와 이완을 정공신 1등에 책봉해야 한다고 하는데, 과인의 생각도 대체로 그와 같다. 이들 2인 이외에 누구를 더하여 1등공신의 반열에 올리겠는가. 이휘는 무관을 대표하여, 이완은 문관을 대표하여 조정에 출사한 이후 줄곧 여러 관청에 종사하면서 전력을 다해 관리들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인사 업무를 원활하게 하고 각종 제도를 창안 및 이행하는 등의 고된 업무를 능히 감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2인을 1등으로 책훈하는 것에 있어서는 조정 내외에서 특별한 이견(異見)을 제시하는 자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조는 의정부에서 1등으로 명단을 올렸으나, 앞서 말한 2인에 비하면 공로가 낮고 지금까지 관계한 업무가 예조에 치우쳐 상대적으로 협소한 편이니, 도감, 홍문관, 예조 등의 의견에서와 같이 최영 등과 함께 2등으로 책록함이 마땅하다.

계본에서 최영, 조조, 유치의, 강다소, 노사신 등을 정공신 2등에 책봉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에 관하여는 조정 내에서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최영은 창국 원년부터 조정에 관계하던 자이니 1등에 수록하여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나, 허물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어서 부득불 2등으로 책봉한다 하고, 조조는 입조한 지 1년에 지나지 않으나 그간 노력하여 수고한 바가 매우 지대하므로 역시 2등으로 책봉한다 하지만, 이외 유치의, 강다소, 노사신 등에 이르러서는 관리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므로 거듭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도감, 의정부, 홍문관 등에서는 유치의를 2등으로 올려 놓았으나 예조에서는 3등이 가하다고 하였다. 또 홍문관과 예조에서는 노사신의 이름을 2등에 언급하였으나 도감과 의정부에서는 3등에 명시하였다. 과연 이들의 공로가 최영이나 조조의 경우와 비교하여 같은 등급에 어울릴 것인지에 관하여 조정 내의 논의가 분분하다는 것이 된다. 특별히 불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지만, 고심을 하면 역시 최영이나 조조의 공로와 비교하여 부족함이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니, 그것이 문제가 된다.

강다소가 2등에 합당하다고 하지만, 정작 정공신 2등에 합당한 인물은 신용호가 아닌가 한다. 설령 신용호에게 최영과 같은 허물이 있어 한 등급 강등하여 3등으로 책봉해야 하기 때문에, 무관으로 2등에 수록할 자가 없어 강다소를 2등으로 올려 책봉해야 한다는 것이 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병조에서 장기간 근속하였다고는 하나 대부분 관원으로 그러한 것이고 수장으로 일한 것은 7일 남짓에 불과하였다. 그 치밀한 업무 수행이야 과인도 잘 기억하고 있지만, 역시 그 남긴 자취가 2등에 합당한 것인지를 다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계본에서 정공신 3등으로 책봉해야 한다고 아뢴 명단 가운데 공통된 이들은 이방원, 신용호, 허준, 양지원 등이다. 이들 4인은 그대로 3등으로 하여도 특별한 이견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의정부와 홍문관에 의해 계본 가운데 절반의 의견으로 거명된 이들이 박심문, 김도민, 조성민, 박수현, 조동선 정도인데, 과연 이들 5인이 3등에 합당한 인물인가 하는 것이, 앞서 2등에서의 3인과 같이 녹훈 논의에 문제가 된다.

박심문은 생전 언행이 자못 대의를 잃었는데, 이런 경우를 공신으로 책봉한다면 후세에 영향이 어떠하겠는가. 김도민의 경우는 어명을 기다리지 않고 낙향하였다가 파직된 예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또 어떠하겠는가. 조성민은 비록 이조와 형조에서 노력한 바가 있다고 하지만 행동이 순조롭지 못하여 최근 관직에 다시 나왔을 뿐이고, 박수현의 공로는 그러한 조성민의 공로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조동선은 예조와 관련한 일에서 여러 공적이 있으나, 역시 한 분야에서만이 성과를 보였을 뿐이다.

다시 논의하여 훈급을 정해야 할 대상에는, 2등에서의 유치의, 강다소, 노사신 등과 3등에서의 박심문, 김도민, 조성민, 박수현, 조동선 등이다. 과인의 생각으로는 유치의와 노사신은 2등이 가할지 모르지만, 강다소는 3등에 봉해야 마땅하다고 여겨진다. 또 김도민, 조성민, 조동선은 3등에 가까스로 수록할 수 있지만, 박심문, 박수현은 여러 이유로 원종이 합당하다고 여긴다.

관계된 관청과 할 말이 있는 관리들은 이와 관련하여 논란이 있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정해 계본할 것이다. 원종 이하 훈급은 정공신을 정한 이후에 비로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신하들의 공적과 공로를 치하하고 포상하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라 할지라도, 그 칭찬하고 칭송하는 말이 참되고서야 공신으로 책봉되는 신하들이 진실로 영광되고 그것을 바라보는 백성들이 진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된다. 조정의 기강이 매우 중요하니, 어찌 관대하게 등급을 올려 정하는 것을 위주로 하여 공신의 훈호(勳號)를 결정할 수 있겠는가.

작은 수고로움이나 한 부분에서의 작은 공적이라면 다른 상을 내리거나 품계를 1, 2계 올려 주는 등의 혜택을 베푸는 것으로 충분하다. 공신을 책봉하는 등의 일은 예로부터 매우 중차대한 사업이었으니, 태조고황제께서 개국공신을 책봉하셨을 때나 선조대왕께서 선무공신을 책봉했을 때와 비교하여 조종조의 의리(義理)를 분명하게 밝혀 무겁게 시행해야 한다. 과인이 녹훈이나 추존, 추증, 추시, 배향 등과 관련하여 전교할 때마다 일관되게 말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니, 제신(諸臣:문무백관)들은 이러한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과인이 금번 비답에서 사헌부의 녹훈 계본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그것이 의정부의 계본과 별반 다른 점이 없기 때문이다. 문서를 기초하여 계본한 관리가 동일인이라고는 하나, 전일 같은 일로 문책하려 한 일이 있었는데 또 다시 이와 같은 계본이 올라온 이유가 무엇인가. 이래서는 다른 한 관청의 독립된 의견이라 할 수 없다. 사헌부에서는 사간원과 더불어 논의하여 비답과 관련한 의견을 정해 올리도록 하라.


- 개국611년 12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