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막
한창렬은 매일같이 세주가 관계한 남자들이 매일 하루같이 부부의 집 앞에 항의 방문하러 올 때마다 비서를 시켜 그를 진정시키는 것으로 유인하다가 만일 말을 안들을 때 즉시로 납치하여 그들을 죽이기까지 하였다. 물론 총이 아닌 칼로 말이다. 이들의 정보를 각 보육원과 고아원에 찾아가 찾아낸 뒤 퇴소할 성인들을 대상으로 이들을 모집하여 불합리한 방법으로 이들을 처리해나간 것이었다. 남의 핏줄을 불러다 사악한 방법으로 대물림시키다가 그것이 발각될까 두려워하여 암암리(暗暗裡)에 그들을 죽였던 것이다. 이때 가장 마지막에 세주에게 아들을 낳게 한 남자 하나도 이 방법으로 끌려오다가 한창렬이 직접 칼부림을 하고 있었는데 그 남자도 못지않게 날렵한 지라 이리저리 피하다가 졸지에 한창렬과 같이 엎어져 엎치락 뒤치락 몸부림을 치다가 한창렬의 칼에 심장 한복판을 찔려 피를 토한 채 죽고 말았다. 야비한 방법으로 그들을 제거해나간 한창렬은 그 피 보는 맛에 습관적으로 사람을 아이 낳는 기계로 만들어놓았던 것이다. 그 탓에 세주는 정신착란(精神錯亂)을 일으킬 정도로 상태가 말이 아니게 되었다. 심지어는 한창렬이 밤이면 밤마다 자신의 손에 죽임을 당한 사내들이 꿈에 나타나 제 목을 조르는 꿈을 종종 꾸고는 하였다. 그것도 잠시. 창렬의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될 즈음에 그는 암이라는 불치의 병을 얻고 말았다. 그러자 창렬은 그 불치의 병을 얻은 자신이 매우 비참하였고, 세주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제 일신을 위하여 이혼을 통보하였다. 그러나 제 정신이 아니었던 세주 여사는 순순히 이혼을 안 하겠다며 네가 죽을 때 같이 죽어주마 하며 악을 써댔다. 하여 하는 수없이 어영부영 이혼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별장 인근 주민의 신고로 여러 구의 시신이 발견되자 경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서 한창렬은 졸지에 가해자로 지목되었다. 당연히 한씨 집안사람들과 그 재벌가의 직원들까지 모두 집요한 조사망에서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한창렬은 자신의 살해를 시인하였고 결국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 수감되어야 했다. 하지만 한창렬은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견디지 못한 채 비참하게 죽고 말았다. 돌연사했기 때문이다. 사인은 심장마비 혹은 원인 미상의 신생물(즉, 간암이었다. 치료시기를 놓쳤던 탓이 크다). 얼마나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는지 두려운 눈빛으로 눈을 뜬 채 죽고 말았다. 수행원이 회장님이 죽었다는 소식에 세주는 참았던 눈물의 둑이 터지며 그동안의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시어머니는 아들의 뒤를 따라 세상을 떠나자, 유례를 알 수 없는 한창렬 모자의 합동장례식을 치른 뒤 세주 여사가 자연스레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그 후에는 문화재단을 설립하여 자선사업에 이바지를 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마음이 느긋해진 탓에 세주 여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덤덤하게 말할 수 있는 오늘이 더욱 좋았다며 희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내가 인터뷰를 할라 치면 내 시어머니란 사람이 멀쩡히 눈을 뜬 채로 있는데 무턱대고 입을 나불거리다간 되레 혼쭐이 나고는 했죠.” 이후 독실하게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몇 번을 들락날락 했다. 그 덕이었는지 점차 독실한 신앙심을 굳힐 수 있었다며 즐거이 대했다. 아들도 같이 매주 주일만 되면 빠지지 않고 들락날락하여 독실하게 신앙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 민세주 여사가 민세주 여사의 그 겨울바람처럼 매서운 풍파를 이기고 마침내 봄볕에 다다를 즈음에 세상을 떠났을 때 그만큼의 허탈감은 이루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민세주 여사가 떠난 그 자리에 그 아들은 묵묵히 상주의 노릇을 해내고 있었다. 상주는 공교롭게도 내 또래였다. 저랑 닮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온갖 구박과 설움을 받아왔지만 아들이 그 후계자 자리를 물려받게 된 상황에서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뒤를 이어받아 자신도 자선사업에 동참해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렇듯 차가운 ‘파란’이 뜨거운 ‘파란’이 되어 돌아온 것을 비로소 깨우치는 순간이었다.
- 끝.
| 
[보덕] 파란 4화
寶德 善安 奉堂
정병욱(鄭炳旭)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리스도 말씀) 
[대표] <공지> 조선문학회 회칙 (627.04.28) 
최준 
강준영 
,,,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