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정원/주서] 승정원일기 613년 5월 - 2

승정원 일기 (承政院 日記)- 개국 613년 5월 (2)

○ 19일

○ 20일 - 황해도 백성 황보아리영이 통신체의 사용과 귀여니 복권을 청하다. 

황해도 백성 황보아리영이 통신체 사용과 귀여니의 복권을 청하는 상소를 올렸으나 상께서 이르시기를, "별명이 있을 때까지 상소문 출납을 금(禁:금지)한다." 하셨다.

○ 21일 - 전라도 검률 장운익, 이조좌랑 박상진의 통신체 사용 불가론 및 황보아리영 치죄소

황보아리영의 상소에 대하여 전라도 검률 장운익과 이조좌랑 박상진이 소를 올려 통신체 사용 불가론과 함께 논란의 파장을 일으킨 황보아리영에 대한 치죄를 청하였다.

○ 21일  - 형조정랑 서양갑의 통신체 허용 관련 상소

형조정랑 서양갑이 통신체 허용에 관하여 상소 하기를,

최근 다시 불고 있는 통신체 허용론의 일반적인 근거는 언어는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일견 타당한 면이 있사옵니다.

예전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실 때 서두에 이르시기를,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짜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할쌔, 이런 젼차로 어린 백성이, 니르고져 홇배 이셔도 마참내 제 쁘들 시러 펴디 몯핧 노미 하니라..."

위는 '아래아'나 'ㅄ 쌍자음'등을 순화시켜 표현한 것이니, 원본과는 다른것인데 이것 역시 현재의 문체와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사옵니다.

허나 이런 역사성을 따질 때에는 언어의 또 다른 특성인 사회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사회성이란 사회 구성원들의 언어에 대한 약속으로 일부 개인이나 집단이 이를 임의로 바꾸거나 변질 시킬 수는 없는 일이옵니다.

오늘날의 통신체에 언어의 역사성을 적용시켜 논하려면 우선 사회 구성원들 다수가 통신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이에 대해 언어의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 필요성을 느낄 때 가능한 것이지, 젊은 세대 통신 문화의 전유물인 통신체를 언어의 역사성을 빌어 허용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어폐가 있사옵니다.

훈민정음 서두의 글이 오늘날의 말로 바뀌는 과정에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와 약속이라는 절차가 따랐습니다. 통신체에 대한 합의와 약속이라는 것은 통신상에서 일부 집단들의 합의와 약속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런 연유로 본조가 비록 통신상에 위치하고 있더라도 통신체를 허용할 수 없는 것이옵니다.

전하, 통신체를 배척하고 오히려 잊혀진 순우리말을 살리는데 힘을 보태시옵소서. 이것이 우수한 언어인 우리의 한글을 더욱 발전시키는 올바른 길일 것이옵니다.

하니, 상께서 이르시기를,

어떤 민족보다 훌륭한 언어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망각한 채, 제멋대로 바꿔 사용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 과인은 통신체 사용에 관한 분명한 의지를 천명한다. 통신체 허용 범위를 마련하라는 지난 전교를 거두고, 종전대로 그림문자(이모티콘)를 제외한 통신체. 외계어 등의 사용을 일체 금(禁:금지)한다. 병조에서는 순라를 강화하여 위반 게시물은 즉시 삭제토록 조처하고, 게시자는 엄히 훈계(訓戒)하라.

하셨다.

22일 - 사간원에서 형조 율학훈도 양귀헌을 탄핵하다.

사간원 대사간 한백겸이 형조 율학훈도 양귀헌을 탄핵하였는데, 그 탄핵하는 계본은 이러하였다.

형조 율학훈도 양 귀헌은 제11차 별시 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정9품계를 봉작받은 후, 개국 613년 4월 13일자로 형조 율학훈도직에 임명이 되었으나 개국 613년 4월 23일 이후 해당 관아에 등청을 하지 않아서 형조 정랑 서 양갑이 계고장을 발송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아무런 응답이 없자 사간원에 고발이 된 자이옵니다.

형조로부터 고발이 된 후 사간원에서 그를 조사해 본 결과 형조 율학훈도 양 귀헌은 부임초부터 형조의 업무를 완전히 익히지 못하여 업무 처리에 미숙한 점을 보였으며 조정의 예법(禮法) 역시 제대로 숙지(熟知)하지 못하여 당시 형조의 수장이였던 좌랑 한 종훈에게 많은 질책(叱責)을 당한 것으로 보여졌사옵니다. 그렇게 관직생활을 하다가 사적인 글을 마지막으로 종적(踵跡)을 감추어 오늘의 상황까지 이르렀사옵니다.

신이 보았건데, 이번 형조 율학훈도 양 귀헌의 탄핵건은 그 혼자만의 죄를 물어 치죄(治罪)하심은 합당한 처사(處事)가 아닌것으로 사료되옵니다. 물론 오랫동안 직무(職務)를 유기(遺棄)하여 관리 된 자로서 옳지 못한 행동을 보인 그의 죄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당시 형조 수장이였던 좌랑 한 종훈의 행동 역시 신은 이해할 수가 없사옵니다.

한 아문의 수장의 역할이 도대체 무엇이옵니까, 물론 수장의 주 역할은 하관(下官)을 잘 인솔(引率)하여 업무처리에 있어서 막힘이 없어야 하는 것이겠지만, 나아가 초임관들이 관직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는 부가(附加)적인 역할까지 수행하여야 하는 것이 한 아문의 수장직이 아니겠사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랑 한 종훈은 당시 초임관이였던 양 귀헌이 업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여 이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吐露)하면서 자신이 해야될 일을 정확하게 알려달라는 질문을 일체(一體) 무시하였으며 오히려 매번 잘못된 점만을 가려내어 질타(叱咤)한 것으로 보였사옵니다. 수장이 이와 같은 행동을 보이는데 어느 초임관이 계속해서 관직에 대한 활동의지를 보이겠사옵니까,

삼가 아뢰옵건데, 형조 율학훈도 양 귀헌의 관직을 거두시는 동시에 당시 수장이였던 좌랑 한 종훈의 건과(愆過) 역시 치죄하시어 주시기를 주청(奏請)드리옵니다.

상께서 비답하시기를,

탄핵한 바를 알겠다. 양귀헌(楊貴憲)을 파직하고, 해당 근무일수를 감(減:감산)하라. 다만, 한종훈(韓宗勳)은 일전에 책임을 물어 지방관으로 좌천(左遷)하였으니 거듭 징계하지 않겠다.

하였다.

22일 - 호구조사에 관한 군자감 제조 최영의 계본

호구조사와 관련하여 군자감 제조 최영이 계본을 올려 아뢰기를.

망극하게도 1/4분기 호구조사를 한후 끝임없이 공론이 일어나니, 이는 본시 가진 재주가 일천하고 성품이 용렬한데도  성은에 힘입은 것이며, 신이 일찍이 재주가 없음을 알고 그 직을 감당하기 어려워 여러차례 사직을 하고자 차자를 올렸으나, 결국 그 여파가 오늘에 이르렇습니다. 이제 신의 직을 거두어 학식과 인품이 뛰어나며, 열과 성을 다할수 있는 이에게 내려주시길 청하며 신은 조용히 초야에 지내고자 합니다.

함경도 부여맹 민지훈의 상소를 살펴보건데 조정정책에 대해 세세한 면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엿볼수 있었으니. 이는 분명 열과 성이 다하고 있는 것이라, 칭찬받아 마땅하다 사료되옵니다.

이제 전하께서 하교하여 조사한바에 대한 호조의 의견을 들으시고자 하오니 봉명하겠습니다. 경상도에서 조사하여 올라온 명단중에 민지훈이 상소에 기재되어있는 명단들은 호적신고소에 신고된 자로 신고일은 조사기준일을 시점으로 1달이내에 포함된 자로써, 마땅히 유효인구에 포함되어야 하며, 또한 충청도  1명을 제외하고  유효한자였습니다. 단지 호구조사 기간인 1개월시점에 호적 신고후 조사기간중에 활동하지 않았다하여 그 조사가 잘못되었다 지적함을 옳지 못하다 사료되옵니다. 또한 각도에서 스스로 조사하여 올린것을 마땅히 신이 그 내용의 진위 여부를 살펴보아아 하지만, 도에서 올린 내용들을 최초 검수때 작은 오차로인해 전부 부인한다면, 조사관과 책임관을 두고 조사하는 의미가 없다고 보며, 이는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는 처사라 사료되옵니다. 그간의 경위에대해 아뢰었습니다.

하였으나, 상께서 사직하지 말라고 답하셨다.

○ 22일 - 관속 임명 관련한 경기 백성 김준호 상소

경기도 백성 김준호가 아뢰기를,

신은 현재 경기도에서 관속임명건의 처결을 기다리며 임시이방으로서 활동하고 있사옵니다.  이미 경기도 검률이 신을 경기도의 이방으로 임명하기위해 이조에 관속임명건을 제출했으나 처결이 되지않아, 재차 관속임명건을 제출하사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약 보름이 다 지나도록 처결되지 않고 있사옵기에 상소드리옵나이다.

현재 각 도에서는 관속을 구하기위해 혈안이 되어있음에도 이렇게 오랫동안 관속 임명건이 처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각 도의 업무를 마비시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옵니다. 하루 빨리 이조참판에게 명하시어 이조의 모든 업무를 신속히 처결하도록 하시옵소서.

하니, 상께서 이르시기를,

이조에서는 자세한 경위를 계(啓:보고)하라.

하셨다.

○ 23일 - 무관직의 증설에 대한 한성 백성 이순신의 상소

한성부 백성 이순신이 아뢰기를,

신은 이번 소과 원시에 응시하였나이다. 신은 무과에 출사하여 조정에 큰 공을 세우고 싶사옵니다. 헌대 무관직이 그리 많지가 않사옵니다.

엎드려 감히 청하옵건대 부디 무관직을 늘려 무관을 많이 등용하여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고 무관이 되고 싶어하는 백성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무관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고 병조뿐만 아니라 다른 체계적 군대를 창설하여 군병사와 장수 그리고 수장을 뽑아 무관을 많이 거느리시옵소서.

신 전하께 심려 끼쳐드려 송구하오나 이런 일은 그 전에도 있었던 걸로 알고 있사옵나이다.

부디 백성들의 뜻을 거두어 무관직을 늘려주시옵소서.

하니, 상꼐서 이르시기를,

상소한 바는 알겠다.

하셨다.

24일 - 병조수장 평정과 관련한 병조정랑의 계본

병조정랑 이현이 계본하여 아뢰기를,

신의 불찰로 3월 14일자 "지난 정월에 전조(銓曹:이조와 병조) 수장의 평정은 승정원에서 계(啓:보고)하라 명한 바 있는데,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니 이후로 전조 수장의 평정은 전조에서 직계(直啓:직접 아룀)토록 하라"는 전교를 송구하옵게도 확인치 못하여 승정원에 공문을 띄운 후 연통을 기다리다 이제서야 확인하고 아뢰나이다.

前병판 이휘가 대행대왕의 유교에 의하여 지난 3월 6일 병조 판서로써 첫 평정후, 평정기간인 두달이 지나지난 5월 5일자가 전 병판 이휘가 평정을 받아야 할 날이었고, 신 또한 지난 3월 11일 평정 이후 평정기간인 두달이 지나 5월 12일자가 평정을 받아야 할 날이 지났나이다.  

하니, 상께서 답하시기를,

전임 수장의 평정은 병조에서 조처하라. 정랑의 평정은 곧 조처하겠다. 아울러, 거듭 강조한다. 전조(銓曹:이조와 병조) 수장의 평정은 직계(直啓:직접 아룀)하라.

하였다.

25일 - 교서관 별제 조병옥이 사직을 청하였으나, 상께서 윤허하지 않으시다.

교서관 별제 조병옥이 아뢰기를,

미천한 신이 어쩌다 과거에 입격하여 대행대왕전하의 하해와 같은 성은을 입어 홍문관에 초임관리가 되었던 것이 약 1년 전이옵니다. 신의 자질이 부족하였기에 실수를 범하여 파직이 되었었는데 선대왕 마마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신을 다시금 관리로 등용하여 주셨으니 신이 어찌 이 은혜를 갚으오리까..

신이 경상찰방으로 재직할 시에는 임기를 채울 뿐 이룬 일이 없이 오로지 전임 지방관이 인계한 호구조사를 마쳤을 뿐이옵니다. 하여 신이 임기를 채운 후 사직하려 하였사온데, 전하께서 연초에 연두교서에서 관리들의 진퇴를 신중히 하라는 엄한 전교를 내리시고 또한 신을 예조에서 일하도록 명하셨기에 신이 감히 전하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여 부덕함을 무릅쓰고 예조의 관원으로 지금까지 자리를 지켰나이다.

돌아보면 실상 소과의 생진원시 모두에 입격한 것으로 말미암아 품계가 조금 올랐을 뿐, 신이 선대왕 마마와 전하의 성은에 보답할 만한 공을 세운 것이 없음에도 단지 교서관에서 자리를 지키고 앉아 품계를 올리고 날 수만 채우고 있으니 신이 어찌 더이상 조정에 앉아 관리로서 일하기에 합당하겠사옵니까?

능력이 없고 덕이 부족하여 마땅히 재주없음을 알고 분수를 지켜 물러나야 하건만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오늘에 이르렀으니, 신과 같은 자가 조정에 오래 있음으로 해서 오히려 조정의 관리들이 백성들을 보살피지 않고 제 안위만 염려한다는 비난이 일까 두렵사옵니다.

청컨데 부디 용렬한 신의 사직을 윤허하시어 신이 향리로 돌아가 수신(修身)의 뜻을 다시금 깨우쳐 부족함을 채울 수 있도록 하여주시옵소서.

하니, 상께서 이르시기를,

사직서를 이조로 제출치 않고, 과인에게 사직소를 올렸기에 비답을 내린다. 사직을 청하는 뜻은 알겠으나, 유사시 예조를 통솔할 관리가 없기에 사직을 윤허할 수 없다. 추후, 적임자가 있다면 사직을 윤허하겠다.

하시며 윤허하지 않으셨다.

25일 - 현직관리 이의방, 한백겸 급서에 관한 좌참찬 이휘의 계본

의정부 좌참찬 이휘가 계본으로 아뢰기를,

오늘 호조에 한백겸과 이의방의 사망신고서가 접수되었음을 알았나이다. 모두 현직에 있는 관리들로서, 불현듯 사망하니, 실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특히 한백겸은 사간원 헌납이라는 중책에 있으면서도,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고 사망하니 이는 여타 관리들의 기강을 바로 잡는 책임이 있는 양사의 수장으로서 할 바 가 아닐 것이옵니다. 지난 개국 611년 12월 12일 대행대왕께서 이러한 조정의 풍토를 바로 잡으시고자, 엄한 전교를 내리신 바 있으니, 사간원 헌납 한백겸은 수장으로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고 돌연 사망하였으므로, 그 관작을 추탈하시어 후세에 엄한 교훈으로 남기셔야 할 것으로 사료되오니다.

또한 훈련원 주부 이의방은 병조에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하나, 그 처결이 되지 아니하였으니, 그것은 내지 아니한 것과 같습니다. 이 역시 대행대왕 전하의 전교대로 그 품계를 참하인 정7품 적순부위로 강등하여 후일의 경계로 삼으심이 옳다 사료되옵니다.

신이 안타까운 것은 사망한 두 신하가 모두 전하께 충성을 바쳤던 자들이옵니다. 민국의 여러가지 사정이 있으면서도 종사에 그 몸을 바치기를 주저 하지 아니하였던 자들이온데, 이들이 갑자기 사망한 사유에 대하여 전하께 억울하고 비통한 심정으로 아뢰고자 하는 것이옵니다. 이의방은 전일까지 게시판 순라에 열심이었으며, 통신체 등 사악한 문체를 바로 잡기에 여념이 없었고, 한백겸도 오늘 새벽에 의정부에 들어 신에게 이르기를 민국의 시험으로 인하여 업무가 며칠 늦어질 것이라 고하는 등, 이렇듯 갑자기 사망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에 선교랑 신대치가 올린 한탄 글에 반응을 보이다가 그리 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대치가 한탄하기를 '벼슬 하는 이 중에 백성들에게 부끄러워 하는 이니 하나도 없고 모두 백성위에서 군림할 궁리만 하고 있으니..백성들에게 해준것이 뭐가 있다고 걸핏하면 치죄하고 훈계한단 말인가...치죄하고 훈계하여 버리고 상하게 하지 않으면 저들이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단 말인가..
옹기 종기 모여 몇몇 사람만 임금에게 충성하고 신하를 사랑한다 하니, 그 나머지는 전부 죄받아 죽을 판이네 그려..'하였습니다. 스스로 한탄한 말이라 하나, 이 나라 관리들을 모두 한꺼번에 비하하는 말이니, 어찌 신대치에게 분노하는 자들이 없겠습니까? 불행히도 한백겸과 이의방은 이러한 한탄에 맞대응을 하다가 스스로 분노를 이기지 못해 분사한 것입니다.

신 등은 그동안 조정에 출사하여 수많은 관직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으나, 한번도 백성 위에 군림하여 본 적이 없습니다. 군림은 커녕, 맡은 바 소임을 감당하고자 급급하였고, 이나라 사조에 백성들이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하여 분골쇄신한 것 밖에 없습니다. 사조에 무슨 관리로써 권력이 있겠습니까? 우리 관리들이 조정에 출사하면서 녹봉을 받은 적이 있사옵니까? 아니면, 그에 상응하는 이득을 취한 것이 있습니까?

신대치가 죽은 한백겸에게 일갈하기를, '관리해봐야 득되는것도 없는데 그럼 도대체 왜 관리를 하십니까'라고 하였다는데, 얻는 것이 있어 관리를 한다 하니, 이제 신도 물러나야 할 것이옵니다. 시간을 쪼개가며, 조정에 봉직하는 것은 오로지 일신의 영달을 위한 것이고, 관리의 수가 모자름에도 불구하고, 유품자가 유유자적하면서, 이런 저런 조정일에 변죽을 거는 것은 옳은 일이란 말입니까? 신은 억울하고 또 억울할 따름입니다.

대행대왕께서 지난 개국610년 11월23일 '문체를 바르게하는 교서'에 이르시기를, 선비들의 문체(文體)가 날로 비속함을 더하고 있다고 한탄하시면서, 정조선황제(正祖宣皇帝:정조)께서 패관소품(稗官小品:소설)체의 금지를 명한 문체반정(文體反正) 에 비유하되. 강력하게 통신체 사용을 엄금하시는 전교를 내리셨고, 승하하실때까지 이에 대한 한치의 양보가 없으셨는데, 승하하셔서 그 재궁이 식기도 전에, 그에 대한 번복을 주장하는 신대치는 과연 바른 선비라 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대한 강력한 금상 전하의 통신체 금지 재천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하된 자로서 임금 노릇 못할 자 운운하며, 감히 주군을 능멸함에 이르르고, 아래로는 바른 문체를 지키고자 하는 관리들을 모욕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으니, 이 어찌 죄가 가볍다 하겠습니까?

부디 아뢰건데, 신대치의 죄를 없다 하지 마시옵소서. 양대에 걸친 군주의 강력한 어의를 꺾고자 하였고, 그 어의를 충실히 따르는 관리들의 명예를 훼손하였으니, 마땅히 그 죄를 치죄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나라의 기강을 뒤흔드는 처사이니, 지난날 선조대왕 때의 정여립보다 어찌 죄가 가볍다 하겠습니까?

국법을 어기고, 돌연 사망한 한백겸과 이의방에게도 중벌을 내리셔서 국법의 지엄함을 알리시는 것과 같이, 어명에 저항하고, 이번 사단의 단초를 만든 신대치에게도 똑같은 중벌로 역시 국법의 지엄함을 온 강역에 알려주시옵기를 청하옵니다.

하니, 상께서 이르시기를,

법도에는 어긋나나 특별히 전교하니 승정원에서는 급서(急逝)한 관리들은 조문하라. 승정원에서 조문을 마친 이후에는 규례(規例)에 따라 한백겸(韓百謙)은 관작을 삭탈하고, 여절교위 이의방(李義方)은 적순부위로 강등하라.
좌참찬이 계청(啓請)한 신대치(申大治)의 논죄는 윤허하지 않겠소. 일간, 양사(兩司)를 비롯한 중앙관청의 인사를 권도로 단행하겠소.

하셨다.

25일 - 관보 발행을 청하는 전라도 백성 이은의 상소

전라도 백성 이은이 상소를 올려 관보의 발행을 청하니, 상께서 이르시기를,

상소한 바를 알겠다. 승정원의 조처가 있을 것이니 심려치 말라.

하셨다.

○ 26일 - 통신체와 관련한 한성참군 김현유의 상소

한성참군 김현유가 상소하기를,

신 한성부 참군 김현유, 통신체와 관련된 사건들에 대하여 상소를 올리나이다.

본래 재주가 없고 능력이 미천한 신이 한성부 참군직을 맡아 이룬 것이 아무것도 없는지라, 신은 항상 자중하며 남들과 척을 지지않고 신의 업무에만 열중하려 했사옵니다. 하오나 현 시국이 그저 잠자코 있기에는 잘못된 점이 많기에 감히 상소를 올리게 되었사옵니다.

얼마전 황해도 병방으로 있는 황보아리영이 귀여니의 명예 회복을 주장하는 상소를 올린 것을 발단으로 다시금 아조에 통신체 허용론이 일어났사옵니다. 이미 여러차례 통신체 사용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전하의 의지가 있었음에도 계속해서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명확한 명분이 없이 그저 통신체는 안된다는 식으로 밀어부쳤고 정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하옵니다. 신은 차후에 이런 일이 다시는 없게 하기 위해서는 통신체에 대한 정확한 규정을 마련하고 왜 통신체 사용이 옳지 않은가에 대하여 밝혀 그것을 만천하에 공포해야 한다고 생각하옵니다.

또한 자결한 관리들에 대하여 아뢰나이다. 근래에 경기도에서 사간원 헌납 한백겸, 훈련원 주부 이의방, 선교랑 신대치 등이 논쟁을 하던 중 서로 책임이 있다느니 하며 자결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나이다. 자신의 맡은 바 임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신이 위 3인에 대해 뭐라 할 자격은 없으나, 저들의 책임감이 부족함은 마땅히 엄히 다스려져야 하옵니다. 민국 내에서도 지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다소 언성이 격해지는 경우는 있으나 그렇다고 하여 자결하는 자들이 몇이나 되겠사옵니까. 하온데 사조가 인터넷 상이라고 하여 조그만 충돌이 있다고 해서 자결해버리고 만다면 과연 몇이나 살아남을 수 있겠사옵니까. 더구나 저들은 모두 품계가 있고 두사람은 현직 관리이옵니다. 그런자들이 사직서도 내지 않고 무작정 자결을 해버린다면 후임관이 없는 상태에서 그 관청의 업무사항들은 어찌 되겠나이까. 비록 전례가 없는 일이나 한백겸, 이의방, 신대치 3인의 사망신고서를 반려하고 다시 불러 이들에게 그들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하도록 해야할 것이옵니다. 또한 그들로 인해 어수선해진 사조의 분위기에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고 신은 생각하옵니다.

경기도 검률 성혼에 대하여 아뢰나이다. 성혼은 자신이 한백겸, 이의방, 신대치 3인의 논쟁을 중재하지 못하여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사직소를 어전에 올렸나이다. 물론 언쟁이 격해지기 전에 그것을 중재하는 것 또한 지방관의 책임이라 하겠으나 그것이 지방관이 사직을 해야할 정도의 일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옵니다. 이와같이 작은 과실이 있다하여 물러나는 행동은 관리들의 진퇴를 무겁게 하라는 전하의 명에 어긋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디 경기도 검률 성혼의 사직소를 반려하시고 경기도 검률로서 다시금 임무에 충실하도록 해주십시오.

신이 한성부에 부임하여 무엇 하나 이뤄내지 못하고 오히려 유효인구수만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이 타인을 비판하는 상소를 올렸다는 점에 대해 신은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나이다. 이 부끄러운 마음을 떨쳐내고 전하의 하해와 같은 성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신은 앞으로 한성부에서의 남은 임기기간에 유효인구를 증가시키고 한성부를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겠나이다.

하니, 상께서 이르시기를,

일련의 사태를 접하고, 고심한 끝에 고쳐 전교한다. 예조에서는 빈청(賓廳)을 열어, 사문서(私文書)상 통신체 허용 여부. 허용시 통신체 사용 범위. 불허(不許)시 위반자 규제 정도 등에 관한 조야(朝野)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여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결론을 내도록 하라. 과인은 빈청 논의의 결론을 전적으로 수용(受容)하겠다. 아울러, 명일부터 통신체 허용 관련 상소나 차자는 일체 금(禁:금지)한다.

하셨다.

○ 26일 - 경기 검률 성혼이 사직을 청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으시다.

경기 검률 성혼이 차자를 올려 통신체 논쟁에 따른 현직 관리 급서에 관하여 책임을 들어 사직을 청하였으나 상께서는 윤허하지 않으셨다.

○ 27일 - 예조 참판 이동진의 청죄소

예조참판 이동진이 자신의 죄를 청하는 상소를 올렸으니, 그 내용은 이러하였다.

학문은 부족하고 경륜은 얕아 조정대사의 말직(末職)이나마 감당하기 힘든 천신(賤臣)이 예조의 수장이라는 막중대사를 맡아 감히 오늘까지 유지하여온 것은 오로지 신을 어여삐 보아주신 전하의 성은(聖恩)에 만분지 일이나마 보은(報恩)코저 함이었나이다. 신의 지위가 당상에 이르렀고 전하의 하해와 같은 은총(恩寵)으로 원종공신의 광영(光榮)을 누렸으니 신이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나이까.

하온대 전하의 성은에 보답키 위하여 분골쇄신(粉骨碎身)하여도 모자랄 천신(賤臣)이 그 직분(職分)을 소홀히 하여 조정에 다시없을 누를 끼쳤으니 신의 죄가 크고도 무겁사옵나이다. 근일(近日)에 통신체에 관한 논쟁으로 내외(內外)가 어수선하더니 급기야 조정의 중추와 같은 현직관리 이인(二人)이 자결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예법을 관장하는 예조의 수장으로서 신의 불충과 직무유기가 가히 태산(泰山)과 같다 할 것이옵나이다.

더욱이 통신체에 관한 일은 전하께옵서 적정한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라 하교(下敎)하시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탓으로 작금(昨今)과 같은 사태를 초래하였으니 천신의 죄가 하늘을 덮고도 오히려 남음이 있사옵나이다. 이는 당상의 반열에 이른 관리로서 차마 감당할 수 없는 죄이오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신의 관작(官爵)을 추탈(追奪)하시옵고 변방(邊方)으로 유배(流配)하시어 후인(後人)의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도록 하시옵소서.

이미 죄가 극에 달한 천신이 입이 있다한들 무슨 할 말이 있겠사옵니까마는 한때나마 예조의 수장으로 재임한 자로서 신의 충정을 다하여 마지막으로 전하께 진언(進言)드리고자 하옵나이다.

통신체란 민국(民國)에서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야기된 새로운 풍속(風俗)의 하나라 할 것이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인지라 시류(時流)에 따라 많은 풍속이 혹은 새로이 생겨나고 혹은 사라져 없어져 가는 것이니 이를 일일이 조정에서 규정하고 개입하는 것이 적정치 않을 수도 있을 것이옵나이다. 하오나 열성조(列聖朝)께옵서 삼강오륜(三綱五倫)의 예법을 널리 알리시고, 인륜(人倫)을 저바리는 죄를 크게 징치(懲治)하시오며 더불어 시정(市井)의 풍속을 교화(敎化)하시옵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시는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시옵소서. 비록 세속의 풍속이라 하나 크게 장려(壯麗)하여 널리 알려야할 것이 있으며, 엄히 경계(警戒)하여 발호(跋扈)를 막아야할 것이 있는 법이옵니다. 통신체라 하는 것 또한 이를 인터넷상의 세속이라 하여 방치(放置)하는 것 만이 능사(能事)는 아닌 것이니, 그것이 올바른 한글 사용을 저해한다면 마땅히 백성들로 하여금 이를 경계하도록 조정에서 훈계(訓戒)함이 마땅할 것이옵나이다.

하온대 신이 저어하는 것은 통신체를 사용한 글이라 하여 이를 삭제(削除)하고 엄벌(嚴罰)한다면 많은 백성들이 자신의 뜻을 표현하고자 하는 데에 적지 않은 장애(障碍)를 줄 수 있을 것이오니 다만 통신체의 사용을 금하고 있음을 당사자에게 알리고 앞으로 이의 사용을 자제하여 주도록 선도(先導)하는 선에서 그친다면 통신체의 무분별한 남용(濫用)을 방지함과 동시에 백성들의 언로(言路) 또한 막지 않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옵나이다.

천신의 짧은 소견이나마 소용(所用)될 수 있다면 신은 기쁜 마음으로 수형(受刑)의 길을 떠날 수 있을 것이옵나이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신의 죄는 징치하시옵고, 신의 진언 중에 조금이나마 소용되는 바가 있다면 참고하시옵기를 간절히 소망하옵나이다.

상께서 답하시기를.

아뢴 바는 알겠다. 물러가 직임(職任)에 충실하라.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