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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제88차 소과 생원시 응시
: 조선왕조의 15대 임금이었던 광해군을 능양군(인조)이 반정을 일으켜 몰아내고 새 국왕으로 즉위하였다. 만약 응시자가 인조반정 직전의 조정 신하 가운데 한 사람이었고, 미리 반정이 일어날 것을 알았더라면 어떤 행동을 하였겠는가. 반정에 참여하였겠는가, 반대하였겠는가. 또 그러한 행동을 결단하고 실행하게 된 이유나 명분은 무엇인가. 응시자 본인의 의견을 기술하라. (200자 이상으로 답안 작성) ---------------------------------------------------------------------------------- 응시 과목 : 생원시 답안 내용 : 반정이란 무엇인가. 삿된 것을 바로잡아 옳은 상태로 되돌림을 말한다. 흔히 폭정을 행하는 임금을 폐위하고 새로운 임금을 옹립하여 정국을 바로잡는 것을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기준’이다. 삿된 것의 기준, 옳은 것의 기준. 이 기준에 따라 반정을 바라보는 관점은 달라진다. ‘삿되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과연 ‘옳은 것’인가. 나는 그 기준에 동의할 수 있는가. 바로 이 부분이 관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우리는 반정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또한 광해군이 역모와 관련된 고변을 일관되게 무시하였고, 심지어 반정 당일의 고변조차 물리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실패하는 것이 도리어 이상할 노릇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정에 참여하였겠는가 반대하였겠는가"라는 질문은 일종의 시험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이 질문은 광해군에게 동정을 느끼는가, 반정 세력의 명분에 동의하는가, 로 바꿔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반정의 명분은 사실 빈약하다. 인목대비가 내세운 광해군 폐위의 이유 중 과연 폐위의 이유로서 보편타당한 것이 얼마나 되는가.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인 영창대군 증살 사건 역시, 성리학이 지배하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십분 고려한다하더라도 왕위 보존을 위해 형제를 도륙한 일이 비단 광해군에게만 해당되는 일인가 하는 것이다. 태종이 그랬고 세조 또한 그랬다. 폐모살제로 천륜을 저버렸다며 반정을 일으킨 능양군은 임금이 된 후에 자식을 죽이지 않았는가(설일 뿐이지만 신빙성이 높다). 형제를 죽였다는 사실은 인륜적으로 봤을 때 크나큰 과오가 아닐 수 없지만, 광해군의 취약했던 정치적 입지와 왕조 국가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유독 광해군에게만 이러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명분쌓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광해군이 인목대비의 지적처럼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는가 하는 점 역시 의문이다. 왜란 이후 황폐화된 국토와 이반된 민심을 수습하는데 나름의 역할을 하였고, 대동법을 실시하여 민간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무리한 궁궐 준공 사업으로 백성의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왜란으로 대부분의 궁궐이 소실된 탓에 임금이 월산대군의 사가에서 머무는 상황에서 이 또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강한 비판에 직면했던 중립외교 정책 역시 이제는 훌륭한 실리 외교의 표본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실정 내지 폭정과는 거리가 먼 광해군이 제거된 것은 단순히 정치적 이유에서지, 도덕적 이유에서라고 보기엔 어렵다. 따라서 만약 응시자 본인이 김자점, 이귀 등의 쿠데타 모의를 미리 알고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이를 저지하였을 것이다. 인조반정은 대북 정권 치하에서 서인이 일으킨 '정변'일 뿐 '혁명'이 아니다. '5.16쿠데타'이지 '5.16군사혁명'이 아니듯, 국가와 백성을 향한 개혁의 칼날이 아닌 기득권 내부를 향해 겨눈 정변의 칼날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어떤 이유에서든 지지받을 수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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