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지] 제008호
| |
 |
| |
| 경기도 조선문학회 발행 - 단체 발행 소식지 제008호 - 개국621(2012)년 9월 14일 |
| |
| |
| 정병욱님의 소설 |
| |
走馬圖(주마도)
2. 장질부사보다 무서운 삶 (3)
하지만 이에 어울리지 않게 근심을 덜 수 없는 결과를 낳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장남 호균(虎筠)이 화근이었다. 고종이 재위한 지 11년만인 1875년 운양호 사건이 일어난 직후의 일이었다. 이때 호균은 일본군의 수장에게 조선의 기밀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대역부도한 죄를 얻어 처형당하는 수모를 당할 뻔했으나 강화도조약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죄가 가볍다는 이유로 일본에 의해 석방되는 영광(?)을 껴안았던 것이다.
이후 호균은 밤이면 밤마다 방탕한 생활을 해왔고, 정처를 성정이 천박하다며 칠거지악을 거론하고 겁박하여 능욕을 보였다. 하여 집에 들어오지 않고 기생들과 사통하여 서자녀(庶子女)들을 두루 낳았으니, 장씨 집안에 수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러기를 어느덧 이십 년이 지났다. 이에 아버지 장효가 말하였다.
“내가 집안을 다시 일으킨 죄가 매우 크구나. 네놈을 자식으로 삼은 나는 죽어서도 죄를 씻어버리지 못하리라. 그러느니 차라리 왜놈과 손을 잡은 네놈을 죽이지 못한 이내 몸이 죽어야 마땅하렷다!”
이 바람에 장효 영감이 기다렸다는 듯이 목을 매달아 죽었다.
이후 소식을 접한 호균이 달려와 통곡하여 자신을 뉘우치고서는 저 멀리 강원도 구석진 인적 없는 곳으로 가 그곳에서 은거하였다.
한편 이와 다르게 차남 호기(虎基)는 아버지의 성정을 그대로 물려받아 한 치의 부끄러움 없이 가문을 일구어내는데 주력하였다. 을미사변이 일어나자 의병에 가담하여 왜군과 싸우지를 않나 단발령(斷髮令)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반대하다가 주위의 친척의 말에 따라 단발령을 받아들여, 치욕을 되씹었다. 그러한 까닭에 신학문(新學問)을 받아들였으며 집안에서도 개화하도록 노력하였다.
이후에 호기는 외가인 법성포에서 시집을 온 송씨 여자와 같이 동침하여 여섯 남매를 두었다. 장남은 영인이요, 차남은 영철, 셋째는 태어났으나 전염병으로 일찍 죽고, 넷째는 영방, 다섯째는 영화라는 딸이며, 여섯째, 그러니까 막내아들은 영도였다.
- 계속 기고합니다. |
| |
| |
| 오덕성님의 시 |
| |
그가 온다
- 東川
그가 온다
저 멀리서 서서히 온다
그는 누군가의 희망이고
누군가의 절망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도전이고
남에 대한 경쟁이다.
그는 미래의 성공이고
현재의 실패이다.
그런 그가 온다
저 멀리서 서서히 온다 |
| |
| |
| 정병욱님의 소설 |
| |
走馬圖(주마도)
2. 장질부사보다 무서운 삶 (4)
하지만 이런 행복도 잠시 을사년에 일어난 늑약으로 호기는 충격에 사로잡히고야 말았다. 그러한 연유로 인해서 그러는지 호균은 아우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형제의 우애를 어이해 끊는단 말인가.
‘형님을 기어코 모시고야 말겠다.’
는 신념으로 강원도 어느 구석진 산골에 이르러 형에게 찾아가 이야기하였다.
“형님. 어쩔 수 없이 왜놈의 손아귀에 놓인 상태가 되었소이다. 그만 웅크리지 말고 당당히 세상에 나오시구려!”
아우의 성화에 못이겨 형은 바로 세상과 다시금 마주하였다.
그러나 오년 뒤에 국치를 당하고 나서 치욕을 떨었던지 호균의 부인이 스스로 양잿물을 마시고 죽었다. 그러자 다시 세상과 마주하지 않겠노라며 스스로의 얼굴을 칼날로 할퀴기도 했었다. 이 소식을 접한 호기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장씨 일가에게 무엇보다 피와 맞바꿀 수 없었던 논밭을 왜놈에게 빼앗기게 되자 호기의 부인은 하는 수없이 일본인 지주의 찬모로 나앉게 되었다. 그러면서 호기 노인은 이를 수치로 받아들이며 곡기를 끊었다.
그러나 이를 불쌍히 여긴 지인이었던 노 참찬이 자신의 손녀딸과 맺어줄 아들을 구하겠노라고 나서면서 호기 노인은 그 말을 받아들여 영인과 맺어주고자 했다. 우선 영인은 맏이로 고등교육을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여 결혼시키고 나서 유학을 보낼 생각이었었다.
그러나 영인이 이를 눈치채었던지 반대하기에 이르렀다. 호기가 한 행위가 곧 구세대에서 비롯된 인습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듣던 호기 노인은 아들 영인을 보고서 진정으로 장질부사보다 무서운 삶을 시작하겠구나 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
| |
| |
| 최준님의 시 |
| |
추(秋)
푸른 나뭇잎 어느새 물들어
바람에 흔들려 정처없이 떠도는누나
그렇게 바람결 따라 흘러들어
내 마음 한 켠에 스며들어오며
어지럽고 답답한 이내 마음
어러만져주니
복잡한 심정 어린아이 잠든 모습처럼
곤히 잠재워준다
그래서인지 난 춘하추동(春夏秋冬)中에서
秋가 제일 좋아라하더라 |
| |
| |
| |
| [시] |
- 서성일님의 시
여왕을 위하여
그녀는 이 집의 여왕이다
자신은 조국과 결혼했노라고
단언했던 영국의 어느 여왕처럼
그녀는 평생 수컷 한 번
품에 안은 일 없었다
그녀의 그 콧대 그 눈빛 그 우아함
그 옛날 솔로몬을 시험한
시바의 여왕도 자기만은 못하리라
그녀는 자부한다
그녀는 언제나 제 발을 핥아댄다
마치 칼날을 벼르는 무사처럼
조용하고도 치밀하게
발톱을 다듬어댄다
그녀의 코는 기름을 발랐는지
윤기가 자르르하다
그녀의 코는 항상 차갑지만
그 코를 넘나드는 바람은
언제나 뜨겁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생선비린내!
그녀는 그 비릿한 향내에 이끌려
경쾌한 발걸음을 울린다
비린내 고린내 지린내는
그녀의 힘이다
결국 호메이 하나 입에 물고
그녀는 개선문 안으로 들어선다
한껏 향기를 내뿜는 전리품 앞
그녀의 가슴은 힘차게 요동친다
요놈을 머리부터 먹을까
몸통부터 먹을까
아니면 꼬리부터 먹을까
그녀는 잠깐 생각하다가
가장 통통해 보이는 복부를
덥석 베어문다
호메이의 눈엔 눈물이 맺힌 듯하지만
그녀는 녀석의 맛에 정신이 팔려있을 뿐이다
어느새 화려했던 만찬이 끝나고
그녀는 포근한 왕좌에 앉아
다시금 제 발을 핥아댄다
그녀의 침 때문에
여왕의 발에는 비린내가 진동한다
갓 세이브 더 퀸. 여왕을 위하여. |
| |
| |
| |
| [시] |
- 이여송님의 시
오리
광기의 바람을 품은 그들은
이미 이 세상의 생명체가 아니었다.
혁명의 물결은 퍼져나가고
여우들은 숲을 떠났다. 찢어지는 가슴과 함께.
반혁명주의, 또다른 절대주의자. |
| | |
| |
| |
|
![[1]](./data/board/member/img/1/i_e396fea4e6.gif "[1]")
오덕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