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여
주님은 나의 고뇌를 아시는가.
세상의 풍파에 시달리며
아버지 당신이 계신지도
모르고 살았다네.
머나먼 광야에서의 여행에서
돌아온 자식이 얼마나 고단하랴.
얼마나 힘들었느냐. 발길에 차일라.
공들여가며 자식을 걱정해주는,
아니 걱정해주시는 자상한 우리 아버지.
아버지는 항상 자식의 애틋한 사랑을,
아니 그 자상함을 몸소 보이고프건만
그것을 모른척한 어리석은 내가 미울 뿐
그러나 아버지는 하늘과 같으시니
어찌 아버지를 순종치 않으랴.
世波(세파)에 시달리는 나를,
나의 그 마음으로 나의 그 고뇌를
상처로서 받아들이시며 치유해주신다.
아버지여,
아버지시여!
나의 눈을 보아 주소서!
번민에 사로잡힌 나의
나의 그 맑은 그 눈망울을.
그 눈망울이 아버지 당신과 같기를. |
을씨년스러운 서울의 오아시스
서울역의 을씨년스러운,
빌딩 숲의 거대함은
말할 것도 없고
아스팔트, 드넓은 아스팔트 벌판은
기계로 만들어진 말이 우후죽순
제 정열을 뿜어낸다.
그 빌딩 숲 속에 오아시스가
있으려나 그러지만 그 오아시스는
후지디 후진 집들,
아니 낡디 낡은 건물들 뿐,
졸지에 늙은 이가 되어버린
이 오아시스는 무참하게 사라지고
말 것이다. “아이고, 이 늙은이 살려!”
이 한 마디 소리도 없이
비명도 지르고는 않고
조용히 암매장 당하고 마는
가엾은 오아시스의 보물. |
정병욱
[문학회지] 제0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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