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지] 제0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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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조선문학회 발행 - 단체 발행 소식지 제053호 - 개국625(2016)년 4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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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박씨부인전 마지막회 보덕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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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부인전 마지막화(제15화)
- 보덕 작
한편 호왕에게 나아간 기룡대는 왕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호왕은 군사들을 이끌어 이제 조선에 이르렀다.
조선 국경에 이른 청군은 저곳 의주를 정벌하기 시작했다. 의주를 손쉽게 접수한 청나라 군사는 이제 안주에까지 침입하기에 이르렀으니 안주에서 보내온 파발에 의하면 평안도 전역을 모두 접수했다고 한다. 결국 박씨부인의 예측대로 청나라가 군사를 이끌고 조선에 침입하게 된 것이다. 왕은 이에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
시백이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는 것을 허락한 것이 큰 실수였다.
"맙소사! 시백이 없으니 이를 어찌한다."
아버지 득춘을 신뢰하는 만큼 그 아들 시백에게도 신뢰를 가지고 있기는 했다.
인조가 특별히 시백으로 하여금 우의정에 오르게 하기 위함이었다. 지난번 파발에 청나라 군사는 박씨부인의 예상대로 십만에 가깝게 주둔해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두말없이 김자점에게 문제되었다.
뒤이어 임경업을 부원수에 명하여 청나라에 대한 침입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을 조언했다.
설마 청나라가 조선을 침입한단 말인가. 하며 자점은 새옹지마에 가깝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허사가 되어 버렸다. 마침내는 임금이 한양을 버리고 남한산성에 다다랐다.
남한산성에 다다른 것을 보면 왕실의 종묘사직이 위태로운 것을 의미한다. 이시백은 박씨부인의 말에 따라 진행되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그 신묘한 능력은 그 어느 누가 따라잡을 수 있을까."
싶었다고 시백이 박씨부인에게 말하니,
"저는 모든 감각이 열려 있기에 그리 들리는 것입니다."
시백은 그런 아내의 모습이 그저 신기했다.
그런 이시백의 태도가 박씨부인에게는 못마땅하게 여겨졌다.
사십여 일 동안 대한 태도는 물론 적중했다.
그 사십여 일 동안 철옹성 같았던 남한산성이 함락되고 왕과 세자가 청나라 대군이 있는 삼전도까지 나아가 치욕을 치르고야 만다.
이때 이시백도 그곳으로 가다가 졸지에 볼모로 잡혀 끌려가고 박씨부인은 피화당에 사대부의 부인들을 모두 불러들여 피화당에 머물게 했다.
"부인의 은혜를 어찌 잊겠습니까."
하며 흐느끼는 한 부인네를 두고 박씨는,
"그러면 은혜를 원수로 갚지 마시오."
하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네들 남편들은 모두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죽임을 당하는 이들이었다.
그 중에서는 삼학사로 여겨지거나 또는 그 부하이거나 하는 이들의 부인들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청나라 군사들이 이시백의 집에 들이닥친 것은 순식간이었다.
"박소저는 나오너라!"
하는 청나라 장수의 으름장에 아녀자들은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그 즉시로 청나라 군사가 피화당 문을 박차 들이닥치니,
"박소저가 누구냐!"
박소저가 누구냐는 말에 박씨부인이 기다렸단 듯 벌떡 일어났다. 순간 장수 용골대가 박씨를 바라보자,
"내가 박씨니라!"
하며 박씨가 청나라 장수 용골대에게 바싹 다가갔다.
"이런 요망한 것을 봤나!"
청나라 장수가 박씨를 보니, 부녀자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하였다.
"내가 박씨니라. 뉘가 이 거룩한 곳에 쳐들어왔느냐!"
박씨부인의 우렁찬 아녀자의 소리에 청나라 군사의 기가 폭삭 죽었다.
"예부터 동방에서 예의를 지키는 나라로 여긴 거룩한 아국에 쳐들어온 네놈은 한낱 오랑캐로 행패를 부린단 말이냐!"
우렁차기에 앞서서 여장부로서의 어투가 청나라 군사를 다시금 기를 죽게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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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박씨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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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머리를 긁적이는 청나라 장수 용골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서 있자, 박씨부인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품에서 든 은장도를 들고 제 목에 칼날을 들이댄다.
"이, 이건!"
하며 용골대가 놀라는 양을 보자,
"내가 이 칼에 목을 꽂아 죽는 순간 네놈들은 즉시로 내 목을 베어다 천자를 폐한 네놈 우두머리에게 바쳐 국가에 충성한다고 하겠다. 그러면 너는 부귀영화를 누리어 자손만대에 길이길이 남고도 남을 테지. 허나 네놈은 그 즉시로 이 죄의 댓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죽어서 어찌 염라대왕 앞에 나아가려괴."
청나라 장수 용골대에게 훈계를 한 박씨부인. 쭈그린 채 두려워하던 부인네들은 초조하게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때 용골대가 정신이 없는 틈을 타,
"박씨! 어서 저자를 죽이시오!"
하며 다른 부인네가 소리치니,
"내 이 은장도로 너를 죽이고 나도 죽일 것이다."
박씨부인은 자신이 죽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하여 용골대의 아랫도리를 찔렀다.
아악―!
뒤이어 목도 찌른다.
용골대가 피를 장렬히 토하며 쓰러진 채 죽으니, 청나라 군사들이 저 멀리 달아나는 모양을 하는 것을 바라보던 박씨는 자리를 정리하였다.
청나라 대군은 이 소식을 듣고 크게 노하였다. 특히 용골대의 동생 용흘대가 대노하였다.
"이런 고얀 년을 보았나!"
그러면서도 그녀를 차마 죽이지 못한 것이 한이라도 되듯 통곡하기 시작했다.
인조의 어리석은 처신이 마침내 명나라의 멸망을 불러냈다. 명나라는 드디어 멸망의 길에 다다랐다. 수도 북경은 반군인 이자성의 손아귀에 넘어가 함락되고, 황제인 숭정제는 뒷산에 목을 매달아 죽었다. 하지만 이를 애써 부정하기라도 하듯 명나라의 옛 수도인 남경에 나아가 남명이라는 나라를 세웠으나 청나라 대군에게 짓밟힌 채 멸망당하니, 주원장 이래로 이어진 명나라의 이백 여년의 역사의 한 페이지도 사라진 순간이었다.
이때 삼전도에서 인조는 굴욕을 당하였다. 청나라 왕에게 천자의 예로서 무릎을 꿇으니 신하들과 모든 백성들이 읍곡하였다.
임금이 머리를 여러 번 찧어 큰 굴욕을 낳았다. 드디어 용흘대가 대군을 이끌고 박씨부인의 처소로 다다르니, 그 즉시로 피화당에 이르렀다.
피화당은 청나라 대군의 수색으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박씨부인은 보이지 않았다. 그 곁을 지키던 계화가 대신해서 이를 지켜보고 있을 뿐. 박씨부인은 임금의 거처인 궁궐 앞에 앉아 남편의 무사귀환을 청하였다.
소복 차림의 박씨부인은 지푸라기로 된 자리를 깔아 자신의 무릎 앞에 도끼를 놓으니 이 광경을 지켜보던 만백성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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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도 두렵지 않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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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충절을 모르는 이는 만천하에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 소식을 접해들은 허수아비 임금은 그렇게 박씨부인의 충절을 인정하며 정경부인의 품계를 주고 충렬부인으로 봉하니, 매달마다 일용할 양식으로 곡식들을 베풀도록 배려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청나라 조정에서는 그러한 그녀의 강직에 반해, 신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시백을 조선으로 되돌려 보내었다.
이에 한술 더 떠 조정에서 이시백의 자식들에게 녹봉을 더 얹어주는 일도 일어났다.
그러한 것에 배를 아파하던 용흘대가 다시 침입하였다.
그때 박씨부인이,
"뉘 집에 허락도 없이 드는 게냐!"
철로 된 밥통을 삶을 기세로 박씨부인은 그를 으름장을 쳤다.
"하늘도 두렵지 않느냐!"
우렁찬 박씨부인의 기개에 용흘대는 움찔했다.
'저것의 목을 쳐버리면 좋았을 것을.'
한참을 후회한 용흘대는 무릎을 꿇었다.
"일개 사대부 집안에 함부로 들이는 미개한 짓은 무엇이더냐!"
그러자 용흘대는 스스로 자결하고자 햇으나,
"네놈의 그 미개한 것이 든 머리를 쳐야할 것이야!"
하면서 아수라장이 된 집안에서 발견된 책들을 용흘대 앞에다 내동댕이치듯 박씨부인이,
"네 안에 잠든 머리를 깨워야 할게야. 조선은 한낱 미개한 나라인 네 나라와 상용할 처지가 되지 못하니라. 헌데 조정은 백성들을 돌보지 못할망정 제 이익만을 챙기려고 백성들의 고혈을 빼놓았느니라. 그러니 너도 그에 더하지 말고 스스로의 내정을 다져야 할 것이야!"
하며 소리를 쳤고, 또 이르길,
"돈보다 귀한 것은 오직 책이니라. 이 책들은 사람들을 귀히 여기게 하니라. 곧 속말에 돼지 목에 진주라 일컫지 않다던가. 훔쳐가기만 해도 소용이 없는 법."
박씨부인의 이러한 강대한 성품에 위압을 느낀 용흘대는 곧바로 청나라로 건너가고 말았다.
호란을 겪고 나자 조정의 인조는 정작 청나라 땅에서 돌아온 세자 내외를 청나라의 미개한 문물을 받아들였단 이유를 들어 문전박대하고 죽였으며 백성들에게 무자비한 폭정을 일삼아왔다. 이러한 고로 왕은 죽음을 맞이하고, 박씨부인의 지아비인 이시백은 조정에서 물러나와 낙향하여 박씨부인과 삶을 이어나갔다. 이에 충격을 받은 효종 임금이 돌아오기를 독촉하였다.
그러나 박씨부인이 이시백이 세속과의 인연을 저버리겠다고 하는 통에 대신 편지하길
,
불가에 인연을 맺어 세속과의 정을 끊고자 하오니, 그 어지신 성총과 어이 비하겠나이까.
하면서 조정에 들어가기를 거절하였다.
정경충렬부인 박씨 신위
이시백이 죽은 지 2년 뒤에 덩달아서 박씨부인이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하였다. 어찌 박씨의 그 충정을 잊지 못할까. 진정한 여장부일세!
대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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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혜공왕 제9화 봉당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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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혜공왕 제09화
- 봉당(奉堂) 작
만월을 새 왕비로 맞이하기 전에, 그러니까 삼모가 한이 서린 구중궁궐을 떠날 때 왕을 알현하였을 때가 떠올랐다. 자신은 후사를 이을 수 없다는 자책감으로 눈물을 뿌릴 날이 끊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왕비가 태연하게 왕을 알현하여 폐비가 되었음을 알려주니 물론 어머니의 성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반대했다. 하지만 여론은 기울게 마련인지라 하는 수없이 왕의 손으로 폐비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덧 십년이 넘고 이십 년이 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 태자의 이상한 징후는 태후에게 큰 비극으로 나아가는 단추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태후의 죽음은 다음날에 있었다. 태후는 태자의 기대가 지나친 까닭으로 화병에 몸져 누워 지병을 앓던 찰나 생을 마쳤다.
이제 왕이 직접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만월은 왕의 친정에 불만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살아왔다. 자식에 대한 지나친 바람이었을까 왕에게 병이 들었다.
태자가 장성하자 경덕왕의 서거가 전해졌다. 그 후 혜공왕은 정치의 상황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만월태후가 섭정하기에 이르렀다. 소덕태후 덕에 선왕의 계비 자리를 맡게 된 그는 떡두거비같은 자식을 얻었다.
그 아들에게 불운이 타고났다는 선인의 말을 듣고서는 그 즉시로 아랫것을 시켜 그 선인을 남몰래 찾아내어 죽이라는 말을 내뱉었을 정도로 안하무인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끈질긴 노력에도 하늘에서는 그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금상의 나이 여덟살. 만월의 섭정은 이루어졌다. 한데 맙소사.
그녀에게도 애인이 있었다. 그 애인의 이름은 김양상. 그는 선왕인 경덕왕의 신임을 한몸에 받은 귀족들 중 하나였다. 양상과 만월은 어린 시절부터 죽마고우처럼 지낸 사이였다. 그리고 사랑에 눈 뜰 나이에는 혼사가 오고가곤 했던 사이였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만월과 양상은 군신의 관계로 자리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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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림] |
박씨부인전을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추후의 후속작은 없으며 당분간은 <혜공왕>과 <청년들이여>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많은 애독을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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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 |
변절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 이 이야기는 인간의 무력함을 부르는 서사시라 할 것이다.
살고자 변절을 할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인간. 그를 부모로 삼아 살벌한 세상사를 살며 그 원죄를 겸허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자녀들. 이들의 삶이 어떠한 것을 보여준 소설! <박판사전> 많은 관심과 애독을 바라는 바이다.
<박판사전朴判事傳> - 보덕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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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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