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夜

                      달밤[月夜]


짧은 삼베옷에 조그만 집 동쪽을 거닐다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오동잎 놀라네

외로운 성의 풀벌레 소리 속에 달이 걸리고

온갖 나무들 이슬기운 속의 가을에 젖어있네

예나 이제나 어지러운 일은 언제나 끝날건가?

하늘 땅이 멀고 넓어 아득한데 이 길은 막혔구나

집이 가난해도 구제하지 않고 도리어 나라 걱정하니

어리석은 충정이 깜깜한 방 같음을 스스로 웃네


短褐徘徊小院東(단갈배회소원동) 驚梧一葉乍金風(경오일엽사금품)
孤城月괘蟲吟裏(고성월괘충음리) 萬樹秋涵露氣中(만수추함로기중)
古今紛운何日了(고금분운하일료) 乾坤遼闊此途窮(건곤요활차도궁)
家貧無恤還憂國(가빈무휼환우국) 自笑愚衷漆室同(자소우충칠실동)



작가는 고시언(高時彦, 1671∼1734)님입니다.

역관출신으로 자는 국미(國美), 호는 성재(省齋),율원(栗園)이며 본관은 개성입니다.
역과(譯科)에 급제하여 역관이 된 뒤, 여러 차례 청나라에 다녀와서 외교관으로서의
실력을 발휘하여 그 공으로 2품의 관계에 오르셨던 분이시지요.

지금 예조에서는 잡과(역과, 율과, 의과, 음양과를 뜻하며 조정에서는 역과, 율과 도입 여부 논의 중)
시행 여부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역관 출신인 이 분은 한시에 뛰어나서 당대의 위항시인(委巷詩人) 임원준, 홍세태, 정래교등과
함께 당풍(唐風)을 본받은 4대시인으로 일컬어졌습니다.


출전은 ≪風謠續選(풍요속선)≫ 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