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제287강 : 처분의사의 요부 - 사기죄

토지거래허가가 필요한 구역 내의 토지거래는 그 허가가 없으면 채권적인 효력, 즉 계약의 효력조차 쌍방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판례는 토지거래허가를 처음부터 배제, 잠탈할 목적으로 계약한 경우에는 확정적 무효로 된다는 표현까지 쓰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민사적 법리이고, 이번 시간에 물어본 사안의 경우는 이른바 서명사취사기로 보입니다.

사기죄에는 타인을 기망하여 재산상 이익을 수익하면 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무효의 계약으로 되어 본래의 소유권자에게 어떠한 재산상의 손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무관한 것이어서, 위와 같이 서명사취(속여서 서명을 받아냄)로 밝혀져 근저당권계약이 취소/해제되는 등으로 정리되어 실질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기죄는 성립합니다. 종종 손실/피해가 없으니 사기죄가 아니라는 경찰관의 말 때문에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는 케이스들이 있는데, 이미 판례는 현실적 손해를 요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대법원 1987. 12. 22. 선고 87도2168판결 참조)한 바 있기 때문에, 일단 속아서 재물의 교부를 하였으면 특별한 사정 없는 한 사기죄는 성립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토지거래허가신청서로 속여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서명날인케 하여 그것으로 대출계약을 맺어 근저당권상 피담보채무 상당액을 범인이 지급받았다면 사기죄가 되고, 특별히 이 사건에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은 7억원을 넘는 금액인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 5억 이상의 사기범행을 가중처벌하는 법규에 따라 그 죄목이 사기죄가 아닌 특경법위반죄(사기)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형량이 상당히 강해지게 되는 것이지요.

애당초 사기죄의 처분의사는 자기가 어떤 처분행위를 한다는 인식만으로 충분한 것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것까지 인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위 처분행위를 할 때 의사가 근저당권의 설정에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기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피고인은 특경법위반죄의 죄책을 지고, 피해자가 내용을 잘 모르고 한 것이더라도 영향이 없게 됩니다.

이상입니다.

개국631년 2월 21일

자운서당 훈장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