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제286강 : 형사분쟁해결(11)

사기죄는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타인을 기망하여, 그 기망에 의하여 처분행위를 하고 이로 인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형법 제347조). 여기서 불법영득의사라 함은, 권리자를 배제하고 취득자가 마치 자신이 소유자인 것처럼 그 물건등을 경제적-법적 용법에 의하여 사용하려는 의사를 말합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주인은 못 쓰게 하면서도 내 것이 아닌데 내것처럼 쓰려는 의사를 불법영득의사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재산죄에는 위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요소인 불법영득의사가 포함되지만, 손괴죄의 경우에는 그 물건을 사용할 의사로 파괴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므로 불법영득의사를 요하지 않습니다.

하여간, 사기죄에는 처분행위가 필요합니다. 사기범인의 기망행위가 있고, 그 기망행위로 인하여 착오에 빠져 피기망자가 재산의 처분행위를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처분하는 그 법률효과에 대하여 소극적인 인식으로 충분한지, 처분을 유효하게 한다고 믿고 하는 적극적인 의지여야 하는지, 혹은 처분의사는 전혀 요하지 않는지에 관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습니다.

어떤 사안에 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일단 요구하는 대로 서류를 작성해 주어 서류의 작성명의인이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된 케이스를 가지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피고인이 토지소유자이자 매도인인 피해자 갑 등에게 위 토지의 토지거래허가등에 필요한 서류라고 속여 근저당권설정계약서등에 서명날인하게 하고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은 다음, 이를 이용하여 갑 등의 소유 토지상에 갑을 채무자로 한 근저당권을 을 등에 설정하여 주고 돈을 차용하는 방법으로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였는데, 위 저당권의 피담보채무는 총 7억 2천만원이었다면 피고인에게는 어떤 죄가 성립하는지, 피해자 갑이 서류의 내용을 잘 몰랐을 뿐 근저당권설정을 허락할 의사는 없었다면 달라지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개국631년 1월 26일

자운서당 훈장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