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친왕] <알현> 폐하를 뵈옵니다
부황폐하를 알현하고자 소자 함녕전에 들었나이다. 옥체 만강하신지요. 폐하께옵서는 만 백성의 어버이시며, 태양과도 같으신 분이오니, 부디 성후(聖候)를 돌보시어 항시 무탈하소서.
작일(昨日) 신이 무례한 언행으로 폐하의 심기를 어지럽힌 듯 하여 심히 죄스럽습니다. 아직 어리고 몽매한 신이 항시 철 없는 의기(義氣)로 정사를 보려함에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합니다. 탑전에서의 언행 또한 다소 불손하고 무엄하니 이는 신의 큰 죄라 할 것입니다. 친왕된 자가 무지하여 폐하를 잘못 뫼시니 신은 어찌 하여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신이 오늘 함녕전으로 들은 이유는 신의 죄를 고하고 용서를 청하기 위함입니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이라 하였사온데 신이 황상께 무례히 잘잘못을 따지고 들으니 이는 필시 죽을 죄에 속할 것입니다. 신이 감히 무례한 언사로 황상의 심기를 불편케 하였습니다. 부디 하해와 같은 성은을 배푸시어 신의 죄를 사하여 주소서.
건원 2년 7월 9일
화친왕 이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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