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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역사소설
작성자 정병욱
작성일 2022/08/10 (수) 18:15  [유시(酉時)]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qpddnr901230
ㆍ추천: 0  ㆍ열람: 25      
[보덕] 칠삭둥이 제36편

월산군의 혼례식이 다가올 즈음에 수빈은 아들 월산과 자산을 데리고 대궐로 들어갔다. 시아버지 수양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다. 이날 맞춰 한치형이 한명회의 집으로 향했다. 명회가 부인 민씨로부터 찻상을 대접하도록 권하였다. 두 사람은 찻상을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 그러다가 민씨가 물러가는 틈을 타
“상당군 대감, 대감께서는 이제 영상으로 올라가셔야 하지 않습니까.”
치형이 대뜸 한마디를 내놓는다. 이는 수빈의 의중이기도 했다. 치형은 이때부터 수빈의 수족 노릇을 자처하는 처지였을 뿐만 아니라, 명회와는 한 집안의 먼 친척이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내뱉은 물음이기도 했다. 그러자
“영상?”
밑밥을 던지듯 물어보는 명회가 머뭇거렸다.
“그게 순리지요.”
확신에 찬 한치형의 대답을 듣고 기막혀 웃는다. 웃더니
“하고는 싶으나 전하께서 시켜주시겠소이까.”
“누구보다도 수빈 마마께서 간절히 원하신 바입니다.”
“수빈께서?”
의외로 수빈이 자신을 영상에 앉히고자 발 벗고 나섰다는 말을 듣던 명회가 멈칫하였다. 먹잇감을 눈앞에 두고, 행여 먹다가 죽거나 탈이 나지 않을까 멈칫하고 보는 명회였다.
“수빈께서는 이루지 못한 소원이 있으시옵니다.”
“그거야 중궁이 못되신 것이 한이 아니겠소이까.”
명회는 모사꾼답게 수빈의 의중을 파악하였다.
“유난히도 야망이 크신 분이셨으니.”
중얼거리듯 대답하는 그를 치형은 놓치지 않는다.
“수빈께서 한 가지 소원이 더 있다고 하십니다.”
수빈의 소원이 무엇인지
“말씀하시게.”
명회는 내심 궁금해한다.
“중전은 못되셨으나 대비는 되고 싶다고 하십니다.”
치형이 멋쩍어 웃음을 터뜨린다. 그제서야
“이 사람이. 그게 웃을 일인가. 중전이 못됐으니 대비(大妃)라니.”
수빈의 의중을 파악하고는 명회가 안절부절하였다. 치형이 수빈의 의중을 덤덤하게 말하자
“답답한 사람. 지금 양정의 일로 전하께서 대노하고 계시는데 나를 영상에 앉히시겠소이까?”
“한 가지, 상당군 대감께서 하실 일이 있으십니다.”
“뭔가.”
“양정을 살리는 일에 나서지 마시라는 수빈 마마의 분부십니다.”
“그리할 수 없네. 날 믿고 하는 일인데 설령 전하께서 나까지 죽이신다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네. 내가 양정의 목숨을 구하지 못하고 무슨 염치로 나를 따르는 사람을 대하겠는가.”
“양정을 죽여 대업을 이룰 수만 있다면.”
“물러가시게. 나는 목숨보다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네. 나를 정녕 의리를 저버리게 할 속셈이신가.”
사랑 밖까지 쩌렁쩌렁 명회의 화난 소리가 들려왔다.
같은 시간에 수빈이 직접 시아버지 앞에서 직접 차를 달이고 있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시던 금상이 대뜸
“한명회의 막내 여식을 며느리로 삼겠다고 했느냐.”
며느리에게 물어보았다.
“네, 아버님. 상당군의 여식이 세자저하의 빈궁으로 들어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한이 오죽 크겠나이까. 자산군이 비록 하잘 것 없는 왕손이오나 그만하면 상당군의 한을 풀어드릴 것이기에.”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수빈은 이내 흐느끼는 게 아닌가.
“아가, 울고 있느냐.”
한때나마 백령백리하여 자신의 가는 길을 누구보다 지지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맏며느리였다. 그런 맏며느리가 당당 왕비의 자리를 눈앞에 둔 채 지아비를 여의고, 청상의 몸으로 대궐 밖에 나가 살며 세 남매의 훈육으로 세월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금상은 일말의 죄책감이 드는 것이었다.
“내게는 월산과 자산이 소중한 손주니라. 섭섭했구나. 내가 월산하고 자산을 자주 불러들였어야 하는데 섭섭할 수밖에.”
“아닙니다. 전하. 저는.”
수빈은 옷소매를 들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닦는 것이었다.
“월산군은 철이 들어서 대궐을 지낸 탓으로 별말이 없지만, 자산군이 유난히도 대궐을 구경하고 싶다고 어찌나 조르던지. 자산군은 강보에 싸여 대궐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게 마음이 걸려.”
수양은 눈물을 흘리며 넋두리를 늘어놓는 며느리를 하염없이 안타까워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수빈이
“아버님의 업보를 제가 거두고 싶습니다. 아버님을 병구완만 한다면 부스럼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병이라도 제가 지고 갈 것입니다.”
며느리가 이제 열부(烈婦)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고서 수양은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며느리의 앞길이 매우 안타까웠다.
“마마, 소원을 말씀드려도 될지요.”
오랫동안의 침묵을 깬 수빈의 물음에
“아암, 되고말고. 그래야 내 마음이 홀가분하지 않으냐.”
“마마께서는 무엇이든 다 들어준다고 하셨습니다.”
“이 자리 말고는 무엇이든 다 들어주마.”
수빈이 그제야
“영상을 제게 주십시오. 아니 됩니까, 마마.”
본심을 드러낸다. 수양이 맏며느리의 당돌함을 보고 껄껄 웃는다.
“영상 자리를 얻어서 무얼 하게.”
“상당군의 여식을 자산군의 며느리로 삼는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기왕이면 영상의 여식을 며느리로 얻는 것이 체면에 서는 일이 아니오리까. 어느 명문의 대갓집에서 하찮은 왕족에게 며느리로 주겠나이까.”
“아가, 한명회는.”
수빈이 말을 막는다.
“비록 자산군이 보위를 이을 왕손은 아니옵니다만, 전하의 엄연한 손주이니.”
“생각해보자꾸나.”
며느리의 눈치를 보는 금상이었다.
“아버님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 것입니다. 신첩의 마지막 소원이옵니다. 아버님.”
시아버지의 승낙 아닌 승낙이랄까. 암묵(暗默)에 가까운 승낙을 받은 뒤, 해 질 녘이 되어서야 돌아오는 수빈은 득의양양하였다. 명회의 부인 민씨를 만나기 위해, 향이로 하여금 중간다리 역할을 하도록 청한 까닭에 민씨와 일종의 상견례를 치렀다. 민씨가 처음에는 막내딸이 잔병치레를 앓는다며 마다하였으나, 수빈이 자산군의 배필로 막내딸을 맞이하고자 하는 확신이 묻어 나왔기에 물리고 싶지 않았다.
금상은 선위 파동을 일으킨 양정을 파직시키고, 의금부에서 추국하도록 명하였다. 물론 명회를 사돈으로 맞이하고자 하는 바도 없지 않았다. 게다가 사헌부와 사간원에서 줄줄이 양정을 탄핵하는 상소를 빗발치게 올라오기까지 하였으니 예사 사건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명회가 양정으로 북삼도, 그중에서 평안도와 함경도를 두루 돌아다니게 하고, 중앙에 복귀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던 까닭에 불만이 목구멍까지 가득 찼다. 그래서 명회를 보호해주고자 하는 행위였다.
그날 밤. 명회가 향이가 기거하는 작은집에서 자그마한 주연을 베풀고 있었다. 양정에 대해 떨떠름한 태도를 취하는 명회의 모습을 보고 홍윤성이 대뜸 명나라에서 구한 청자를 내팽개치며 행패를 부리는 게 아닌가.
“이런 못난 . 아까운 자기는 무슨 죄가 있다고 깨트리는 게야.”
“이까짓 자기가 아깝소?”
“아깝지. 명나라 갔을 때 구한 아주 귀한 물건이야.”
“형님은 사람도 아니오.”
“아니면은?”
“아니, 그렇게도 그 양반이 무섭소?”
“무섭지. 임금의 말 한마디면 어떤 이 살아남겠느냐.”
“예끼, 형님은 배알도 없으시우? 그 양반이 누구 덕에 그 자리에 앉아 있는데.”
보다못해 윤성의 옆에 앉은 홍달손이
“어허 말씀이 과하이.”
눈을 꽉 감은 채 점잖게 타이르는데
“남양군 형님한테도 실망했소. 하다못해 청원군 형님의 변명을 거들어줄 것이지. 그래, 꿀 먹은 벙어리 마냥 가만히 앉아만 계시기요?”
애꿎은 화풀이를 한다. 우직한 게 탈인 걸 알고 있는 명회가 혀를 쩝쩝 다시며
“그러는 네은. 그러는 네은 어째서 한마디 말도 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었느냐.”
윤성에게 언짢아했다.
“어허이, 일등공신이 입을 다물고 있는데 이등공신인 내가 입만 연다고 내 말을 들어주겠소.”
“이런, 이런, 이런 못난 .”
하며 윤성에게 손가락질을 하는데 오늘부터 형님이 아니라며 윤성이 씩씩거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명회의 입안은 쓴맛으로 가득 찼다. 자신의 일신을 위할 것인가. 아니면 의리를 끝까지 지키고자 할 것인가. 모사에 길들여 버린 명회는 기어코 의리를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시류(時流)를 쫓은 것이다. 윤성이 양정을 지켜줄 것인지 대뜸 단단히 다짐하고 보는데 명회가
“난 못하네.”
“뭐요?”
대답하자 윤성의 눈이 뒤집힌다.
“임금에게 물러나라고 했으니 대역죄인이 아닌가.”
“예끼, 의리 없는. 에잇!”
하며 주안상을 뒤집어엎는 것이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을까.
“내가 장담하건대 네 아들은 결코 보위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 내가 죽어서 원귀가 되어서라도 네 아들을 데려갈 것이니.”
양정이 금상을 능멸한 대가로서 처형되었다. 양정의 아들이 넷이나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청도(淸道)에 노비로 보내졌다.
―월산군은 예정대로 혼례를 치렀다. 실록에 의하면, 월산군의 혼례를 병조참판 박중선의 딸을 영순군 이부의 집에서 친영했다고 하였으며, 재추들이 혼례식에 빙 둘러싸서 구경하고, 월산군의 배필을 상원군부인으로 봉한다는 교지를 내렸다 한다. 특히 흥미로운 건 임금이 사복시(司僕寺) 담 밑에서 비루를 만들어 중궁과 이를 지켜볼 정도였다고 하니 몰락한 왕족의 혼사로서는 매우 호사로웠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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