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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분순부위] 전하, 아뢰옵니다
주상전하! 종7품 경상도 분순부위 신용호 아뢰옵니다. 이렇듯 전하를 뵈오니 송구스럽기 그지 없사옵니다. 소생, 주상을 능멸하는 대역죄를 짓고도 조정대신들의 도움과 전하의 성은으로 이렇듯 몸 성하게 전하를 다시 뵈올수 있게 되는 것이 송구할 뿐이옵니다. 소생은 주상을 뵈올 면목이 없사오나 이렇듯 소를 올리는 이유는 전옥서에서 곰곰히 생각해본 조정의 현실태와 그 문제점, 또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함이니 뿌리치지 마시길 바라옵니다. 우선 조정의 현실태를 바라보자면 한심하기 이를데가 없사옵니다. 주상께서 나라를 창국하실때의 큰 의미는 이미 쇠퇴하였으며, 조정의 대소신료들은 국익에 우선하기보다는 개인의 영달에 주력하니 국력은 쇠약해질만큼 쇠약하여 뜻이있는 선비들은 출사를 꺼리고 현 조정의 한심한 작태에 실망한 관리들은 저마다 관직을 버리고 초야에 묻히기를 원하고 있는 실정이옵니다. 또한 남은 관리의 대부분은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파악을 하지도 못하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시키는 업무만을 겨우겨우 해나가며 품계를 올리는데 급급할 뿐이니 어찌 조정이 제대로 운영되길 바라나이까? 소생 또한 그러한 인물중에 하나였는지라 감히 이렇듯 조정의 대소신료들을 함부로 욕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물론 모든 관리들이 그러하다는 것은 아닌지라 청렴하고 지조있는 관리들에게는 죄송스런 마음 금할길 없사오나, 현 조정의 실태가 이러하니 함구하고 넘어갈수가 없어 이렇듯 아뢰나이다. 조정의 기강이 이렇듯 문란해지고 쇠퇴의 길을 걷게 된 이유에 관해서 소생의 생각을 아뢸까 하옵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소생의 미흡한 생각으로는 주상께서 조정의 대소신료들을 충분히 신뢰하지 않음에 가장 큰 연유가 있는듯 하옵니다. 소생이 그동안 지켜본 조정의 업무는 어항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이미 주상이 정해놓은 틀 속에서 주상의 의견에 장단이나 맞추고 있는 실정이니 한심하다 하지 않을수 없나이다. 이는 주상의 국정운영이 잘못된 탓이기도 하거니와 조정신료들의 마음가짐이 잘못된 탓이기도 하옵니다. 조정의 업무는 주상의 뜻을 파악하고 그에 맞추기 위한 논의만 해오고 있는 것이 고작이니 어찌 백성을 위하고 백성을 다스리기 위한 일이라 하겠나이까? 이는 주상의 뜻이 완강하여 그 누구도 그 뜻을 거스리고자 하지 않는 것이 그 첫번째 문제이며, 주상에게 미움을 사게되면 승품은 힘들어지며, 마땅히 좋은 관직에 오르기도 힘들어지니 이를 두려워한 조정의 대소신료들의 처신이 그 두번째 문제이며, 법전과 세법, 지침을 바로세우는데 급급하여 백성을 돌보는 일에 소홀히 하니 민심이 점점 떠나고 있는 것이 그 마지막 문제일 것이옵니다. 이렇듯 조정이 어지러우며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안고 있사오니 어찌 국가의 나아갈바를 바로 잡을수 있겠나이까? 이에 소생의 짧은 식견으로 해결책을 제시하오니, 원컨데 무매한 소생의 의견을 받아들이시어 조정의 기강이 바로 설수 있도록 하시옵길 바라옵니다. 첫째로, 주상께서는 조정대신들을 신뢰하시어 그들의 의견에 융통성있게 대처하시어 긍정적인 방향으로 수렴하여 주시옵길 바라오며, 국가의 법전과 지침을 세우기에 앞서 백성들의 고충과 원하는 바를 먼저 생각하여 국정에 임하여 주시옵길 바라나이다. 둘째로, 조정의 대소신료들은 사사로운 이익을 위하여 주상전하의 마음을 사로잡을수 있는 계본을 올리기 보다는 백성들을 먼저 생각하는 업무를 처리하여 주상께 계본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것이며, 주상의 잘못된 판단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문무백관들이 함께 나서서 바로 고쳐 시행할수 있도록 간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것이옵니다. 셋째로, 앞서 아뢴바와 같이 백성을 먼저 생각하여 행하는 국정으로 민심을 바로잡아 초야에 묻혀 한숨으로 국정을 한탄하고 있는 재야의 인재들이 스스로 국정에 참여할수 있도록 행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공을 세운자는 상을 내리고 죄를 지은자는 벌을 내리심에 한치의 사사로움이 있어서는 아니될 것이옵니다. 그리하여야 백성들이 주상이 이끄는 이 나라 사조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옵니다. 주상께서는 백성을 덕으로 다스리는 덕치를 행하시고, 조정신료들은 백성을 법으로 다스리는 법치를 행하여, 점점 멀어지는 민심을 주상의 곁으로 되돌아 오도록 하셔야 할것이옵니다. 엎드려 청하오니 주상전하께오서는 소생의 소를 가벼이 보시지 마시옵고 깊이 생각하시어 후세에 길이 남을 성군이 되시옵길 바라나이다. 소생, 이만 물러나 전하의 비답을 기다리겠나이다. -개국 610년 4월 11일- -- 경상도 분순부위 신용호 올림 --  국왕 ( ) 04/13[03:36] 분순부위 신용호의 고견(高見)은 마음속에 간직할만 하다. 다만, 그 애절한 마음만을 항상 내세울 뿐, 실천하지 못함이 문제라 하겠다. 조명간에 교지(敎旨)를 내려 상소한 바를 직접 실천할 수 있도록 관직을 제수토록 하겠으니, 사양치 말 것이다. 초야에 칩거하고 있는 인재 중의 제1인이 분순부위 신용호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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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용
김애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