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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부/진사] 상소문이 저지른 다섯 가지의 죄
첫째, 임금님이 그의 상소문 한 장 때문에 스스로 문로(聞路:듣는 길)를 차단하게 하여 성상께서 직접 내리신 '개국 613년 갑신년 연두교서'를 무색하게 만든 죄이옵니다. 성상께오서 이덕무가 올린 상소문으로 인해 술렁거리는 조정 안 밖을 수습하시기 위하여 창국 공신 개정과 관련한 상소, 차자, 청죄소 등을 일체 금하시는 금령(禁令)을 내리셨으니 이것이야 말로 군주의 문로(聞路)가 차단된 예가 아니라 하겠습니까. 그것을 우려하신 성상께오서 빈청 2실에 따로 언로를 열어놓으셨으나 이덕무의 상소문으로 인해 술렁거리는 백성들을 한 곳으로 규제하기에는 부족하여 또 다시 빈청 논의를 금하셨으니 창국 공신 개정과 관련한 실오라기 같은 언로마저 차단되었사옵니다. 이로 인해 성상께서 직접 내리신 '개국 613년 갑신년 연두교서' 는 그저 빛바랜 종이 한 장이 되었습니다. 성상께서 내리신 그 교서의 내용 중 일부를 살펴보면, '조정 관직에 있는 뭇 신하들은 자신의 집안을 걱정하듯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열(熱)과 성(誠)을 다해 과인을 바른 길로 인도할 것이며, 향리의 유생, 선비, 백성들도 생각하는 바가 있거든 상소하여 그 뜻을 알리도록 하라. 이 나라 선비들의 소리가 곧 열성조의 말씀이요, 이 나라 백성들의 말이 곧 하늘의 가르침이니,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언로(言路)'를 분명하게 열어 두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과인의 뜻을 십분 헤아려, 나라를 다스리는 바른 도리가 천하를 밝게 비출 수 있게 하라.' 라고 성상께서 직접 전교하셨으나 이덕무의 상소문으로 인한 여파를 수습하시기 위해 스스로 문로(聞路)를 차단하실 수 밖에 없으셨으니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이덕무의 죄가 크지 않다고 하겠나이까. 또한 성상의 어명을 빛바랜 한 장 종이로 전락시켰으니 죄인 이덕무를 유배에 처하신 것은 당연하신 처사이옵니다. 둘째, 임금님이 그의 상소문 한 장 때문에 사람을 유배에 처하게 만든 죄이옵니다. 그는 자신이 올린 상소문 한 장이 공신들을 격렬히 폄하하고 다소간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이유로 유배형을 선고받았으나 유배형을 선고 받은 궁극적인 이유는 하늘 아래 최고 지존이신 성상의 심기를 거스르게 한 것이옵니다. 그 어느 죄 보다도 성상의 심기를 미편하게 한 죄는 깨알 하나와 같이 작은 과오라 할지라도 중형(重刑)을 면치 못하는 대죄이오니 유배에 처하여야 함이 마땅하나 그가 저지른 죄는 또 있사옵니다. 그 근거는 2002년 2월 12일 대행대왕 전하께옵서 내리신 '개국 611년 임오년 연두교서'의 내용 중 일부에서 찾을 수 있사옵니다. '그러나 전교를 내린 이전과 이후가 서로 다르거나 또 중첩되고 배치되는 내용의 비답이 없었던 것도 아니니, 이는 대개 과인 스스로가 매사에 만전을 기하지 않았거나 혹은 신하들이 살펴 지적하지 못하였거나 과인의 학문이 희(喜), 노(怒), 애(愛), 구(懼), 애(哀), 오(惡), 욕(慾)의 칠정(七情)에서 자유롭게 제어하는 경지에 이르지 못한 때문이다. 즉, 중국 춘추전국시대 조(趙)나라의 인상여(藺相如)가 혜문왕(惠文王)에게 기약한 것과 같은 '완벽(完璧)'을 추구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죄인 이덕무는 성상 전하를 한 구(口:입)로 두 언(言:말)하는 분으로 만들었으며, 매사에 만전을 기하지 않는 불성실한 분으로 만들었사옵니다. 그 근거는 위에 이미 언급된 '개국 613년 갑신년 연두교서'의 내용 중 일부에서 찾을 수 있사옵니다. 성상께서는 갑신년 연두교서에서 소신을 포함한 만백성들에게 열과 성을 다하여 성상을 바른 길로 인도하고 생각하는 바가 있거든 상소하여 그 뜻을 알리도록 하라고 하시면서 이 나라 선비들의 소리가 곧 열성조의 말씀이요, 이 나라 백성들의 말이 곧 하늘의 가르침이니,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언로(言路)'를 분명하게 열어 두지 않을 수 없다고 하셨으며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인의 뜻을 십분 헤아려, 나라를 다스리는 바른 도리가 천하를 밝게 비출 수 있게 하라고 하셨나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이덕무가 올린 상소문의 내용이 성상의 입장에서 야멸치고 심기를 심히 어지럽게 하였으므로 그가 공신들을 격렬히 핍박하고 국정 초유의 혼란을 초래케 했다는 죄목을 씌어 그의 언로를 차단, 함경도 맨 꼭대기에 유배를 보내셨으니 성상께서는 언로를 자유로이 할 것이라는 전교를 지키시려 노력을 다하셨으나 이덕무가 올린 상소문 한장으로 인하여 심기 미편하신 관계로 '언로를 분명하게 열어두겠다' 는 전의 전교 내용이 무색하게 언로를 차단하시었으니 성상의 심기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미편하게 만듦으로써 성상을 한 구로 두 언하는 분으로 능멸하고 불성실한 분으로 만든 이덕무의 죄는 태산과 같이 무겁고 크옵나이다. 셋째, 임금님이 그의 상소문 한 장 때문에 충신들과 멀어진 죄이옵니다. 성상께옵서 그의 상소문을 접하시고 심기가 매우 미편하시어 그를 유배에 처하셨으니 어느 누가 성상을 위하여 쓴소리를 하겠습니까. 죄인 이덕무는 성상의 심기를 극심하게 어지렵혀 성상을 한 구(口:입)로 두 언(言:말)하는 분으로 전락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 나라 종사와 사직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까지 마다하지 않는 충신들의 간언을 성상의 귀에 닿지 못할 정도로 멀어지게 하였으니 장차 이 나라의 미래가 어찌 되겠습니까. 천하의 권세를 틀어쥐고 있는 군주의 의무는 충신이 간하는 쓴소리에 격노하지 말고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종사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거늘 이덕무라는 자의 상소문 한 장 때문에 성상께옵서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생겼사오니 죄인 이덕무의 죄가 어찌 가볍다 하겠습니까. 넷째, 임금님이 그의 상소문 한 장 때문에 대행대왕전하의 유교를 어기게 만든 죄이옵니다. '대개 조정에서 필요한 인재를 크게 아끼는 마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행여 전교나 비답으로 인해 크게 실망하거나 재야에 칩거하는 자가 생길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신이 위에 적은 전교는 불과 몇개월전 왕세재 책봉하고 대행대왕전하께옵서 내린 윤음이옵니다. 대행대왕전하께오서 신하들이나 백성들에게 전교나 비답을 내릴때의 마음자세를 친히 알려주셨음을 성상께서도 숙지하고 계셨을 것이옵니다. 허나 이덕무의 상소문 한 장으로 인해 심기가 너무도 미편하신 나머지 위와 같은 사실을 숙지하고 계셨음에도 그에게 가혹한 철퇴를 가하셨사옵니다. 성상의 심기를 미편하게 하여 성상께서 선대왕의 유교를 어기게 함으로 말미암아 군주를 천하의 모리배와 불충자로 전락시킨 이덕무의 과오가 어찌 작다 하겠나이까. 소신은 이덕무가 유배형을 받은 것만 하더라도 성상전하의 은혜에 감읍해야 한다고 생각하옵니다. 다섯째, 임금님이 그의 상소문 한 장 때문에 만고에 길이 남을 치세의 오점을 남기게 만든 죄이옵니다. 임금의 말과 행동은 함부로 생기는 것이 아니옵고 연신 심사숙고 한 뒤에 생기는 것입니다. 성상께서 연일 심사숙고 하시며 남기신 전교에서조차 '치세(治世)에 오점이 남더라도 명분(名分)보다는 실리(實利)와 의리(義理)를 택하기로 용단을 내렸다.' 라고 하셨으니 이것은 성상께옵서 이덕무의 상소문 한 장에 적힌 뜻을 어느 정도 참작하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옵니까. 그러나 그의 상소문이 성상의 심기를 미편하게 하였으므로 그의 거룩하고 지조있는 명분(名分)은 성상의 노여움에 쓸쓸히 매장되어 버렸으며 그것으로 인해 유배형까지 언도받음으로써 성상께 씻을 수 없는 치세의 오점을 남게 한 이덕무의 죄가 어찌 가볍다 하겠습니까. 그는 임금의 심기를 어지럽혀 군주를 잘못된 길로 인도 하였으며, 임금의 행실을 욕되게 하는 것에 모자라 성상께서 치세에 길이 남을 오점까지 남기게 하였사옵니다. 하여, 충청도 죄인 이덕무는 유배는 고사하고 정형(正刑:사형)에 처해져야 마땅하나 함경도 유배에 그치게 하셨으니 소신은 성상의 영명하심에 그저 엎드려 감복할 따름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금일 저지른 소신의 다섯 가지 죄와 그 형벌에 대해 아뢰옵니다. 첫째, 성상께오서 소신의 상소문 한 장 때문에 심기가 심히 미편하시게 되셨으니 이는 이덕무가 상소문을 올린 순간에 저지른 죄와 다르지 않사옵니다. 그러하니 소신은 골백번 유배에 처해져야 마땅하옵니다. 둘째, 성상께오서 소신의 상소문 한 장 때문에 소신을 유배에 처하신다면 소신이 성상의 심기를 크게 어지럽힌 죄, 군주의 문로(聞路)를 차단하고 지난날 성상의 전교를 무색하게 만든 죄를 어찌 면할 수 있겠나이까. 이덕무는 성상의 성총을 입어 유배에 그쳤으나 형편 없는 위인에 불과한 소신이 성총을 얻기에는 분수가 폭포수와 같이 넘치니 정형(正刑:사형)에 처해져야 마땅하옵니다. 셋째, 성상께오서 소신의 상소문 한 장 때문에 소신을 정형(正刑:사형)에 처하신다면 만고에 치세를 베푸신 성상을 순식간에 폭군으로 만듦으로써 조정 대소신료들과 조정 안 밖의 만 백성들을 괴롭게 한 죄를 어찌 면할 수 있겠나이까. 이덕무는 성상의 성총을 입어 유배에 그쳤으나 형편 없는 위인에 불과한 소신이 성총을 얻기에는 분수가 폭포수와 같이 넘치니 팽형(烹刑:삶아 죽이는 형벌)에 처해져야 마땅하옵니다. 넷째, 성상께오서 소신의 상소문 한 장 때문에 소신을 팽형(烹刑)에 처하신다면 성상께오서 대행대왕전하의 유교를 어김으로 말미암아 하늘 아래 최고의 지존이신 군주를 천하의 불충자로 만든 죄를 어찌 면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선대왕의 유교를 함부로 깨는 일이므로 대역죄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덕무는 성상의 성총을 입어 유배에 그쳤으나 형편 없는 위인에 불과한 소신이 성총을 얻기에는 분수가 폭포수와 같이 넘치니 능지처참(凌遲處斬)에 처해져 소신의 송장이 토막토막 나뉘어 나뒹굴어도 무어라 발명할 수 없사옵니다. 다섯째, 성상께오서 소신을 능지처참(凌遲處斬)에 처하신다면 소신의 주검은 조각낼 수 있사오나 만고에 길이 남을 오점을 평생토록 씻을 수 없을 것이오니 소신이 무간지옥, 촤마지옥에 떨어져도 무슨 염치가 있어 발명을 하겠나이까. 죽어서도 대죄를 씻지 못하는 형편 없는 위인이 지금까지 살아서 전하께 충성을 바치고 이 나라의 종사와 사직을 보존 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듯 소신의 목숨은 붙어있을 필요가 없는 목숨이오며 죽어도 귀찮은 목숨이오니 성상께오서 소신의 목숨을 취하시든 그렇지 않으시든 성상의 구미대로 하시옵소서. 소신은 오로지 성상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하오나 소신의 목숨을 취하신다 하여도 성상께서 만고에 남기신 치명적인 오점은 모두 지워지고 사라지지 않을 것이옵니다. 성상께옵서 치명적인 오점을 지우시는 길은 참을 수 없는 노여움이 성상께 강림하더라도 심기를 바로 다스리시고 국정을 바로 세우시는 길 밖에는 없나이다. 성상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방자한 언행을 서슴지 않은 죄인은 염치불구하게도 죽기를 각오하며 삼가 전하의 하교를 기다리옵니다. 개국 613년 9월 3일 한성부 흉수(凶囚) 박수량  국왕 09/03[17:00]조정(朝廷)의 형편을 고려하여 양편(兩便)을 모두 거두고자 이덕무(李德武)를 일시 격리하고, 명분(名分)도 잠시 돌려 둔 것인데 이제는 소용이 없을 듯하다. 너희가 원하는 것을 곧 이루겠으나, 성급하였기에 이후로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덧붙여, 과인은 이덕무나 김종서(金宗書)를 공신들만큼이나 진심으로 아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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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용
김애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