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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부/동지사] <계본> 대행대왕 행장 정서
신이 전하의 어명을 받잡아 대행대왕전하의 행장 정서에 착수한 것이 이미 여러 달이 지났사오나 신의 불민(不敏)함과 태만(怠慢)함으로 인하여 오늘날까지 지연되었으니 그 죄를 어찌 이 한 몸으로 다 받겠사옵니까. 부디 신을 중죄(重罪)로 다스려 주옵소서. 군왕(君王)의 명은 하늘 아래 무엇보다 엄정(嚴整)한 것이온지라 감히 신이 전하의 명을 받들기는 하였사오나 본시 신의 학문은 천박(淺薄)하고 필력(筆力)은 용렬(庸劣)하여 가히 이만한 대임(大任)을 맡을만한 재주가 아니옵기에, 이번에 어전에 아뢰는 행장 역시도 시호도감에서 찬술한 행장을 이리저리 꿰어맞추는 정도에 지나지 않으니 실로 전하께 아뢰기도 부끄러울 지경이옵나이다. 다만 신이 스스로의 부끄러움만을 내세워 시일을 지체하는 것도 중죄이옵기로 이처럼 부족한 문장이나마 별단으로 아뢰오니 신의 불충(不忠)을 벌하여 주옵소서. 신이 처음 대행대왕 전하의 행장을 정서함에 있어 계획을 세우기를 열성조의 행장을 참조하여 년차에 맞게 사실들을 열거하며 더불어 대행대왕 전하의 성덕(聖德)을 널리 드높이고자 하였사오나 부족한 재주로 그 뜻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였사옵니다. 부디 바라옵건대 신에게는 중벌을 내리시고 시호도감으로 하여금 신의 부족함을 메워 행장을 완성토록 명하시옵소서. 이처럼 종사(宗社)에 죄가 깊은 신에게 전하께옵서는 동지중추부사의 관직을 하사하시어 당상을 예우하여 주시오니 감히 신이 고개를 바로 들 수가 없사옵니다. 이미 신의 경륜이 부족함이 내외에 드러났고, 일신의 병마가 깊어 입궐(入闕)조차 자유롭지 못한 지경에서 허명(虛名)만을 탐하고 국록(國祿)을 축내고 있사오니 이는 실로 국적(國賊)에 버금가는 악행(惡行)이라 할 것이옵니다. 바라옵건대 신의 관작을 거두시어 신의 죄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도록 윤허(允許)하여 주시옵소서. 신은 이만 물러가 삼가 전하의 하교를 기다리옵나이다. 개국614년 5월 4일 동지중추부사 신 이동진 <별단> 왕(國王, 대행대왕을 이름이니 이하 왕이라 칭함)의 휘(諱)는 모(某)이요, 자는 자산(子珊)이며, 호를 소명(昭明)이라 하였으니 시경(詩經) 대아편(大我)편 기취에 ‘군자는 만년토록 밝은 빛을 더하리라’ 는 뜻에서 취하신 것이다. 음력 5월 10일에 탄강하셨으니, 금상 전하께서는 바로 왕의 친아우님이시다. 태조(太祖)고황제(高皇帝)께서 왕업(王業)를 이루신 지 519년 째 되던 해에 이르러 오래전부터 흉악하고 불측한 마음을 품고 있던 도이(島夷)들이 그간의 은혜를 저버리고 일신의 영달(榮達)만을 꾀하던 역적(逆賊)들과 더불어 야합(野合)하여 국통(國統)을 침해(侵害)하니, 종사(宗社)의 위태로움이 백척간두(百尺竿頭)와 같고 누차에 걸쳐 동방(東方)에 비추어 오던 찬연찬란한 왕업(王業)이 역도(逆徒)들의 흉악한 횡포로 쇠하여지는 비운(悲運)을 맞았고, 그로 인하여 난세(亂世)의 사기(邪氣)가 아방(我邦)을 뒤덮어 백성들의 호곡성(號哭聲)이 천지간(天地間)에 가득하매 그들이 흘리는 혈루(血淚)가 내를 이뤄 천하를 덮었다. 이에 하늘과 땅의 신성한 혼령들과 지하의 열성조(烈聖祖)께서 이 비참한 광경을 보시고 가엾게 여기시어 잠저(潛邸)에서 국운(國運)의 쇠약함에 슬퍼하고 애통해 하시는 왕께 천명(天命)을 내리사 뭇 사람들을 힘써 위무(慰撫)하도록 명하시니 우리 왕께서는 천명을 자못 두려워하며 감히 받들지 못하시었으나 거듭 이어지는 하늘의 부름을 차마 피할 수 없으시었으니 이는 만백성들의 간절한 소망이기 때문이라. 마침내 하늘의 명을 높이 받드시고 난세로 어지러운 해동지역(海東之域)을 왕화(王化)로서 깨끗이 하시고자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을 받드실 것을 결심하셨는데, 이때가 개국 609년 8월 15일의 일이었다. 이러한 깊은 뜻을 간직하여 왕께서는 친히 종묘에 나아가 열성조들께 고유(告諭)하시기를, “지금 천하는 매우 어지러운 지경입니다.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서 있지 못하게 되니, 관리들이 사사로운 이익을 쫓아 일을 처결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백성들의 생활이 도탄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고급 관료들이 정책을 시행함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행하는 바가 떳떳하지 못하게 되니, 또한 이것으로 인해 천하는 더욱 혼란스럽게 되었습니다. 더하여 열강의 이기에 자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니, 역시 이것으로 말미암아 백성들이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되게 되었습니다. 나라의 어지러움이 이처럼 극심하니, 어찌 이것이 신의 부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 아니할 수 있겠사옵니까. 덕이 부족한 신으로서는 그간 이러한 것들을 두고만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한 바가 있어, 이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종묘사직의 안정을 구하는 것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나라의 기강을 세워 기업을 만대후손에게까지 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법령을 분명히 하고 예에 따라 일을 처결하여 한 치도 그릇됨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몸소 절약과 검소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백성들의 모범이 될 것이며, 상주고 벌주는 것에 일체의 사심을 없애 문무백관이 직무를 행함에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언로(言路:상소)를 자유롭게 열어 언제나 백성들이 청하는 바를 들을 것이며, 그리하여 정사에 보탬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매사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마음을 새롭게 하며 백관들과 함께 국정에 임할 것입니다. 아조 600여 년의 기업을 영원토록 후세에 전하는 것은 저와 문무백관, 그리고 백성들의 간절한 소망이자 의무입니다. 이에 이를 종묘사직에 고하오니, 조종의 영령께서는 노력하는 바가 성취되어 나라가 흥성할 수 있도록 복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하시었는데, 이렇듯 왕께서 공손히 태조께서 밝히신 개국 성의(開國 聖意)와 함께 종묘와 사직을 다시금 받들어 지난 날 성왕들의 찬란했던 왕업(王業)을 이으셨음을 열성께 아뢰고자 종묘에 친히 납시고 고하매 천하의 모든 만 백성들은 일제히 거리로 뛰쳐나와 재흥(再興)의 경사에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지 않는 이들이 없었다. 왕께서는 종사를 공경히 받드시고 연호(年號)를 정하시어 종묘에 고유한 날부터 개국 609년이라 명하셨으니 이는 왕께서 태조 고황제의 창업 정신과 종통(宗統)을 그대로 이으시고, 더 나아가 태조 고황제 이후 열성조(烈聖祖)들의 아름다운 치적(治績)과 덕망을 본받으시고자 함이니 이는 무릇 나라를 다스리는 치국의 근본인 효(孝)를 지극히 받들고자 하심이었다. 하늘의 천명과 열성조의 도우심과 만백성의 바램으로 종통이 다시 이어졌으나 아직도 조정에는 인재가 없고 경외(京外)로 관리를 파견하는 것은 바랄 수도 없는 지경이니 아직도 종사의 안위(安危)가 반석(磐石)위에 올랐다 할 수는 없는 지경이었다. 이에 왕께서는 내외(內外)에 널리 인재를 구하기 위하여 개국609년 8월 21일에 대과(大科)를 시행하여 재흥의 대업을 함께할 고굉지신(股肱之臣)들을 찾으시니 구름떼와 같이 현신(賢臣)양장(良將)의 재목들이 모여들어 과거에 응시하였고, 왕께서 혜안(慧眼)으로서 그중 국량지재(國樑之材)들을 가려내시니 한성부 유생 박혁거세를 비롯한 6인의 인재가 급제(及第)의 광영(光榮)을 안게 되었다. 대과를 계기로 왕께서는 널리 백성들을 가르치고 교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선급(先急)한 일임을 확인하시고 개국609년 8월 26일에 면학(勉學)을 장려(獎勵)하는 교서(敎書)를 내리시기를 “각 고을의 관리들은 면학(勉學)의 기풍을 조성하라. 배움에 시기를 놓치지 않고 힘쓰는 선비들의 기상은 나라의 기틀이다. 문왕(文王:공자)께서 '내가 일찍이 종일토록 밥도 먹지 않고 밤새도록 잠도 자지 않고 생각해 보았으나 유익함이 없었다. 배우는 것만 같지 못하다.'라고 한 것은 배움의 중요함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배움에 충실한 연후에야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과 밝은 이치를 깨달음이 있을 것이며, 그러한 후에야 비로소 덕(德)과 지조 있게 실천하는 행동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비의 기상과 기개를 가진 문무관(文武官)들이야말로 나라의 간성(干城)이라 할 수 있다. 각 고을마다 서당을 설치하고 도서를 간행하여 면학의 기풍을 조성토록 하라. 과인은 이를 지켜볼 것이다.“ 하시었다. 이는 국가의 기간(基幹)을 튼튼히 하는 것은 오로지 면학하고 장학(獎學)하여 학문이 널리 번성(繁盛)하고 문재(文才)가 승(昇)하여야만 이룰 수 있음을 깊이 혜량(惠諒)하시었음이니 왕의 영명(英明)하심이 이에 이르른 것은 오로지 본조의 홍복(洪福)이라 할 것이다. 왕께서 면학을 장려하심이 이에 그치지 않고 개국609년 8월 28일에 한성부 주부 박혁거세가 장계(狀啓)하기를 한성부에 서당이 개설되었으나 아직 그 이름이 없는데다 과거 열성조에서는 서원(書院)에 편액(扁額)을 하사한 전례(前例)가 있으니 고사(古事)에 따라 사액(賜額)하여 주시옵기를 청하니 이에 편액을 하사하시어 청암서원(淸巖書院)이라 하시옵고, 사주(祀主:제사를 지내는 대상)는 충정공(忠正公) 민영환(閔泳煥)으로 정하시며 이는 충절을 높이 기리자는 의미라 하교하시었으니 교육을 중히 여기시고 충절(忠節)을 우선으로 생각하시는 왕의 높은 경륜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학업의 증진으로 국기(國基)를 온전히 하시는 데 힘쓰시어 온 천하에 밝은 이로움을 펼치시고자 하시는 것은 모든 성왕(聖王)들의 한결 같으심이라, 면학과 학풍의 진작(振作)을 위한 왕의 성려(聖慮)가 이에 그치지 않고 개국 609년 10월 21일에 예조에서 성균관의 설치에 관하여 논의한 결과를 아뢰어 성균관을 복설하옵기를 주청함에 왕께옵서는 크게 관심을 보이시어 세세한 부분까지 친히 언급하시며 이를 윤허하시니 마침내 개국610년 1월에 성균관이 복설되어 인재 양성에 진력하니 관학의 부흥이 이때에 이루어졌다 할 것이며, 또한 이듬해인 개국611년에 교육기관개설절목과 성균관설치운영절목을 반포, 시행하도록 명하셨으니 학풍의 진작과 면학의 장려를 통해 인재를 키워 나라의 큰 재산으로 삼고자 하신 어의가 방방곡곡에 미치지 않음이 없었다. 한 나라에 임금과 백성이 있으되, 임금의 지극한 뜻을 받들어 백성들을 아끼고 어루만질 참한 인재들이 없다면 소용이 없는 일이라는 점을 헤아리신 왕께서는 참된 인재야말로 나라의 값진 재산이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두시면서 나라의 동량지재가 될 참신한 인재의 선발을 당부하시고 이와 같은 취지로 학문과 문풍을 크게 장려하셨으니 본조가 재흥한 이후로 수백에 이르는 인재들이 나와 조정에 출사하여 일하고 있다. 생각건대, 실로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시는 왕의 이러한 혜안과 총명은 백왕 가운데 과히 으뜸이라 할만 하리라. 나라를 다스리는 제도와 법, 그리고 질서에 이르기까지 나라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바로 잡아 나라의 기강을 세우는 일에도 왕께서는 그 어느 누구보다 많은 힘을 기울이셨다. 개국609년 8월 29일 전(前) 의정부 사록 서태후(徐太后)가 차자(箚子)하여 아뢰기를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을 본조의 국법으로 정할 것을 청하매 비답하여 이르시기를 “조선경국전은 조항이 너무 포괄적이라 세세하지 못하다. 즉, 국법으로 가용할 수 없고 단지 헌법과 같은 수준에서만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경국대전 또한 반포된 지 수백여 년이 흘러 도중에 첨부되고 수정된 곳이 헤아릴 수 없으니, 그 법의 자세함을 알고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여 대소신료들의 힘을 빌려 새로운 법전을 만들고자 하는데 그대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라고 하시니 국법은 일국을 경영함에 있어 그 근간이 되는 것으로 그간 본조의 사직을 지탱해 온 경국대전이 지금의 상황에 일맥상통(一脈相通)함이 매우 다르므로 왕께서 현실에 맡는 새로운 법전(法典)을 마련하시고자 하시었다. 왕의 이런 지극한 뜻을 받들어 조정내의 모든 대소신료들이 힘써 노력한 결과 창국 2년째 되던 개국610년 2월에 창국대전(昌國大典)이라는 이름의 법전(法典)이 완성되고 반포(頒布) 되었으니 이 창국대전의 완성은 본조의 체계가 확실히 잡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창국대전을 천하에 반포하시며 내리신 교서에 “육전이 완결되었으므로 이제 조정과 민간에 널리 반포한다. 과인이 친히 서문을 지어 내리니, 삼가 조정의 모든 신료들은 마음가짐을 바로 하여 지켜 행함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셨고, 반포하시며 친히 지어 내리신 어제서(御製序)에도 “예로부터 천명(天命)을 받아 나라가 세워지거나 중흥(中興)하게 되는 것은 모두가 예(禮)에 근거한 때문이다. 예란 사회의 규범과 법도, 의식을 아울러 총칭한 것이니, 이를 두고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의 준칙인 동시에 공명(公名)과 기강(紀綱)을 세워 조종(祖宗)의 대업을 반석(磐石) 위에 올려놓는 근본이라 한다. 이 예를 보완하는 것이 곧 법령(法令)이며, 법령의 요체는 대전(大典:중대한 법전)으로 귀결된다. 나라가 서게 되면 군신(君臣)과 조정(朝廷)이 법령을 세워 시행하기를 늦추지 않았으니, 제정 근거가 모두 각각이고 형식이 다를지라도 그 목적하는 바는 일치하였다. 바로 예로써 바른 길로 인도하고 법령으로 행동을 제약하여 나라의 기틀을 바로 세우기 위함인 것이다. 본조(本朝) 역시 하나의 조대(朝代)이니, 마땅히 법령 제도가 기초되어야 한다.” 하셨으니, 무릇 법과 질서를 바로 세워 치정에 반영함으로서 나라와 백성들에 대해 공경어리고 지극한 정사를 다하고자 하셨다. 또한 엄격한 법집행을 위하여 수사논죄절목을 제정하여 시행하셨으니, 이는 형옥을 신중히 하려는 왕의 지극한 뜻이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개국609년 9월 3일에 호조로 하여금 호패(號牌:신분증)를 발급하도록 명하시어, 10월부터는 호패를 가진 백성만이 관직에 나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정하셨는데, 이로서 오늘날까지 무릇 사조의 모든 백성들이라면 호패를 발급받고 활동을 하지 않는 자들이 없었다. 호패의 법을 몰라 간혹 실수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바로 잡도록 일깨워 주시니 뭇 사람들이 곧 이해할 수 있었다. 왕께서는 유교에서 비롯된 전통도 중히 여기고 소중히 하셨으나 무엇보다도 여기에서 비롯된 악습이 백성들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주고 있는가를 잘 알고 계셨다. 그리하여 즉위 초 남녀 차별과 신분제에 많은 악습과 폐단으로 인하여 많은 백성들이 그 폐단에서 신음하고 고통받고 있음을 아시고 이를 안타까이 여기시어, 남녀 차별과 신분제를 완전히 혁파할 것을 명하셨다. 개국609년 9월, 전(前) 의정부 사록 겸 병조 훈련원 본사 서태후(徐太后)가 수차례에 걸쳐 어전(御殿)을 문란(紊亂)하게 하고, 어명불이행 및 무고하여 그의 사악함으로 치죄(治罪)하기를 청하는 소(疏)가 수없이 올라왔다. 이에 왕께서 이에 서태후를 전옥서(典獄暑)에 투옥하였으나 그 죄를 뉘우치지 않고 그 언행이 방자함이 극에 이르자 왕께서 다시 형조에 명하시어 정형(正刑)에 처하셨다. 왕께서는 사악함과 부정함을 경계하고 멀리하며 선하고 본이 될만한 것을 가까이 여기시어 옳은 일이 있으면 반드시 바르게 행하도록 하고, 악하고 그릇된 일이 있으면 결단을 내려 과감히 버리시었다. 또한 대의(大義)를 바로잡고 억울함을 밝혀 살피고 다스리는 일도 왕께서는 잊지 않으셨다. 왕께서 대의를 바로 잡아 본조의 재흥을 이루리라 다짐하시고 즉위하신 이래 재야(在野)에서는 인조조(仁祖朝)의 반정(反正)으로 폐위(廢位)되신 혜종 (광해군) 대왕에 대한 복위(復位)를 청하는 상소가 끊이지 않았는데, 마침내 개국609년 9월 16일에 한성부 유생 최영(崔瑩)의 상소를 받아들여 복위에 대한 논의를 허락한다는 비답을 내리셨다. 그 다음날 조회(朝會)를 열어 제신(諸臣)에게 이르시기를, “과인이 중흥의 기치를 내건 이래, 가장 많은 상소가 있었던 것이 바로 '광해군 복위'와 관련된 것이었다. 이를 공론에 붙이기로 일전에 뜻을 밝힌 바가 있으니, 이제 그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백관들은 의견을 수렴하여 이와 관련된 의견을 아뢰도록 할 것이며, 백성들도 상소를 통해 조정의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 광해군 복위 여부와 관련된 문제는 찬반 다수결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명분의 있고 없음에 의해 결론을 낼 것이니, 신중하게 생각하고 글을 올려 논의를 진행하기 바란다. 또한 매우 신중한 사안이므로, 지금 과인의 뜻을 밝히지 않을 뿐더러 논의 기간을 명확히 설정하지도 않겠다. 과인은 많은 신하와 백성들이 참여할 것을 바란다. 그리 하여야 공의(公議:공론)가 수렴되었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라고 전교를 내리시고 곧 복위에 대한 논의를 시행케 하여 마침내 개국611년 12월 15일 광해군으로 강봉되어 있던 선대왕을 추시(追諡)하여 혜종경렬성평민무헌문대왕(景烈成平愍武獻文大王)으로 높이시고 부인 유씨를 혜장왕후(惠章王后)로 높이어 종묘 영녕전(永寧殿)에 몸소 납시어 그 신주(神主)를 공손히 봉안(奉安)하셨으니, 안팎의 모든 백성들이 이 소식을 듣고 왕의 대의를 받들어 효를 숭상하는 지극 공경한 뜻에 감격해 하지 않는 이들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개국609년 10월 7일에는 한때 보위(寶位)에 계시다가 쫓겨 억울하게 승하(昇遐)하신 후 영월 장릉(莊陵)과 남양주의 사릉(思陵)에 따로이 계시면서 저승에서조차도 부부로서의 연을 제대로 맺지 못한 채 그 한을 품고 계시는 단종대왕과 정순왕후를 사릉으로 한데 모셔 두 선대왕 내외분의 지원극통(至冤極痛)함을 풀어주시었으니 이는 그릇된 것을 바로잡고, 억울한 것을 풀어 순리(順理)대로 흐르게 하시는 지극한 성은이시니 이야말로 국운(國運)을 새로이 여시고 종통(宗統)의 정순(貞純)을 사해(四海)에 보이시는 업적이라 할 것이다. 왕께서는 정사(政事)를 돌보실 때 항상 백성들을 생각하시고 염두에 두셨다. 그러므로 정사와 관련된 일련(一連)의 문서들을 일일이 재가(裁可)하실 때에도 늘 신중하게 차질없이 정확하고 명석하게 처리하셨다. 행여 정사로 인하여 백성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 지를 염려하시면서 백성들에 위해(危害)를 입힌 관리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엄히 일깨워 주시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초입사(初入仕) 관리들에 대해서는 백성들에 대한 정사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셨고, 신임 관리 뿐만이 아닌 다른 모든 관리들에 대해서도 양심에 맞게 책무를 다하도록 북돋워 주셨으니 개국609년 10월에 하교하시기를, “과인(寡人)이 정전에 나아가 신하들로부터 민국정부의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어찌하여 각자 자신들에게 있는 허물은 한 치도 생각지 않으면서 타인의 어긋난 행실만을 문제삼아 논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스스로는 노력하지 않으면서 어찌 다른 사람의 잘됨을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양심과 도덕, 책임은 모두 사라져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보이니, 과인의 헤아림으로는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유교적 기본 질서 아래에서 원칙과 이상, 대의명분을 제1의 가치로 하여 모든 신민들이 행실의 지침으로 삼기를 600여 년인데, 지금의 상황이 이러하게 된 것은 정녕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그릇되고 잘못 인식된 유교 가치와 온정주의, 정실주의 등으로 인해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닌가. 공을 위해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자라면 마땅히 옮고 떳떳함을 나아가고 물러감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과인이 경서에서 읽기로 '옛날의 제왕은 약속을 극히 밝게 하고, 거짓말을 하는 일은 없었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제왕이나 관원은 물론이고 저자거리의 이름 없는 백성들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문장이다. 공자가 말한 극기복례(克己復禮:나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 또한 전체에 대한 예(禮)를 이른 것이다. 관리들이 원칙과 책임을 의(義)로써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장차 무엇으로 그 자신의 행실을 해명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백성과 시장으로부터 신망을 잃게 된다면 장차 무엇으로 국가의 대사를 추진할 수 있겠는가.” 하셨으니 비록 민국(民國) 정부(政府)의 사례(事例)를 예로 들었다고 하나 이는 왕께서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여러 가지로 노심초사(勞心焦思)하시고 각별히 애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왕께서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엄히 적용하여 백성과 나라를 위해 힘써 노력한 관리들에게는 후한 상을 내리셨고, 직무(職務)를 태만(怠慢)히 하여 민폐(民弊)를 일삼은 자는 엄히 치죄(治罪)하시었다. 뿐만 아니라 형옥(刑獄)에 있어서도 신중히 하여 행여 억울하게 누명(陋名)을 쓰고 이로 인해 갇힌 자들은 없는 지 신중하게 처리하셨다. 공평 정당하면서 신중하게 이루어진 왕의 이러한 신상필벌과 형옥의 원칙은 뭇 관리들에게 본이 되었고, 모든 백성들은 이러한 왕의 식견(識見)에 크게 감탄하며 존경해 마지 않았다. 또 개국611년 2월 한 가문의 가족들을 중심으로 관리를 뽑는 시험인 과거에서 부정이 일어나 조야(朝野)를 비롯한 나라 안팎이 큰 충격에 휩싸이매 왕께서는 홀연히 개탄하시고 해당 관원 및 연루자들을 엄벌할 것을 명하시며 전교하시기를, “과거에 급제하여 품계를 받거나 승품이 되어 조정의 관직을 받아 경외관에서 일할 자들이 그 시작에서부터 속임수를 쓰게 된다면 종묘사직의 앞날을 기약할 수가 없다. 과거에서 부정을 저지르는 것은 곧 임금과 조정을 기만하는 것이니, 시관들은 물론이고 예조와 병조의 관리들도 과거가 이미 끝났다고 하더라도 시권(試券:답안지)을 부지런히 살펴 부정한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때 속임이 통했을지라도 끝내는 사실이 밝혀진다는 것을 과거에 응시하는 유생과 한량 및 전현직 관리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하셨으니, 이것은 무릇 사악함과 부정함을 경계하고 선한 것을 가까이 여기시는 왕의 결연한 의지와 뛰어난 결단력을 보여주시는 것이니 왕의 이러한 의지는 뭇 선비들은 물론 만 백성의 귀감(龜鑑)이 되기에 충분하였다. 왕께서 정도(正道)를 이토록 중시(重視)하시고 이를 널리 알리고자 하시었으나 우매한 역신(逆臣)들은 왕의 지극한 뜻을 깨닫지 못하였으니 개국610년 2월 역신 정여립이 모반을 일으켰다. 여립이 불측한 행실과 언동으로 대동계를 조직하여 사람을 끌어모아 왕을 기만하고 더 나아가 조정과 온 나라의 백성들을 일대 혼란에 빠뜨리니, 왕께서 엄히 이들을 치죄하여 바로 잡으시는 동시에 더 이상 이런 불순한 행실이 없도록 내외에 단단히 경계하도록 이르시니, 나라의 기초를 다지기 위하여 뭇 잡인들을 엄금하신 바 되시니, 법의 집행에 있어 그 위엄이 추상같아 조야가 왕의 위엄에 고개를 숙였다. 개국610년 3월에 이르러 경상도 동래현에 의사자(義死者) 고(故)이수현(李秀賢)을 기리는 정문을 하사하시니 이로서 의롭고 올바른 일을 행한 이들의 의기(義氣)를 널리 기리고 그들이 행한 선행(善行)들은 모든 백성들이 두루 본받고 장려하도록 하셨다. 이는 정(正)을 드높이시고 사(邪)를 멀리 배척하시는 멸사입정(滅私立正)의 뜻이 한결같으심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개국610년 11월 실록청(實錄廳)을 개청하도록 명하시어 글을 잘하는 신하들로 하여금 왕 당대의 사초를 남겨 후대의 실록으로 삼도록 본을 보이셨으니 역사를 존중하는 모범을 보이시며 역사를 거울로 삼아 후대에게 교훈과 경계로 삼고자 하신 영명하신 왕의 결단에 조야의 모든 선비들이 감복해 마지 않는 자들이 없었다. 한 해가 지나고 새 해를 맞이하매 왕께서는 백성들과 관리들에게 연두교서를 내리시면서 지난 날에 행한 정사에 잘된 것이나 잘못된 것이 있는 지를 되돌이켜 보고 잘못된 점들에 대해서는 늘 반성하셨다. 언제나 늘 백성들을 생각하며 정사에 임해 오셨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연두교서가 늘 그러 했지만 특히 그 가운데 개국 611년 2월에 내리신 연두 교서에서 왕께서는 “그동안의 수많은 전교(傳敎)와 비답(批答)이 있었으나, 과인은 그것이 얼마나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세세하게 알지 못한다” 하시며, 관리된 자들의 기강해이를 한탄하시고, 기풍을 바로잡고, 옛제도의 충실한 수행과 현실에 맞게 고치는 것에 대한 신중함을 강조하셨으니, 첫째가 어명과 관계된 것이고, 둘째가 인사에 대한 것이며, 셋째가 요즘 사람들의 경박한 풍속을 논한 것이고, 마지막이 시책을 펴는 원칙과 그 원칙 적용의 어려움에 관한 것으로서, 위로는 관리에서 아래로 백성에 이르기까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찰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이로서 즉위 이래로 늘 한결 같이 자나깨나 노심초사 어떻게 하면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고 나라를 안정케 하는 정사를 펼 것인가에 대해 고심하고 또 고심하시던 왕의 면모를 알 수 있다. 왕께서는 나라와 종사에 충성한 우국지사들에 대한 예우도 잊지 않으셨으니, 개국611년 6월에 섬나라 흉적들의 참혹한 횡포에 맞서 나라를 구하고자 분연히 의거(義擧)를 일으킨 의사(義士) 윤봉길(尹奉吉)을 정2품 자헌대부(資憲大夫) 의정부좌참찬(議政府左參贊)으로 추증하시고 더불어 시호를 '충의(忠毅)'라 하였는데, 시호법(諡號法)에 난세를 맞이하여 나라를 잊지 않음을 '충(忠:臨亂不忘國)'이라 하고 용감하게 행동하여 적을 섬멸한 것을 '의(毅:致果殺敵)'라 하므로 그리 정한 것이다. 또한 개국612년 9월에는 꿋꿋한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다한 유현(儒賢) 최익현에게 정2품 정헌대부(正憲大夫) 예조판서(禮曹判書)를 추증하고 시호를 '충경(忠敬)'이라 하였는데, 시호법(諡號法)에 자기 몸이 위태로우면서도 임금을 받들었음을 '충(忠:危身奉上)'이라 하고 정의를 지켜 굴복하지 않았음을 '경(敬:守義不屈)'이라 하므로 그리 정한 것이다. 이처럼 충절(忠節)들을 높이 추존(追尊)하는 것은 그들의 충의과 절개를 위안(慰安)하여 길이 현창(顯彰) 하심이니, 모두가 불의를 멀리하고 정의를 가깝게 하여 대의를 보다 바르게 하신 왕의 지극하고 결의에 찬 뜻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개국611년 7월, 지난 을사년(1905)에 신자로서 감히 군상(君上)을 능멸하고 기만하여 일신의 영달을 위해 백성들과 나라를 저 간악한 섬나라 흉적들과 함께 도적질하는 데 앞장 선 이완용, 이근택, 이지용, 박제순, 권중현등 5역신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도록 하고 그 죄상을 따져 악시(惡諡)를 내리는 동시에 그 죄책비문을 새기도록 하여 후세에게 길이 경계하도록 하셨으니, 이는 왕의 선대이신 고종태황제와 순종효황제께서 당하신 저들의 간악한 흉계에 대한 역사의 정당한 심판이었으므로 나라의 온 백성이 기쁨에 눈물을 흘리지 않은 자가 없었다. 개국611년 8월 15일에 창국 2주년에 임하여 내외(內外)에 전교하시어 이르시기를 “과인이 고묘(誥廟)한 지 2주기가 되는 오늘에 이르러, 이를 기념하는 교서를 내려 나라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된 데에 그간 많은 백성들의 노고가 있었음을 분명하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과인은 모든 것이 부족함에도 군주의 자리에 올라 그 지위를 감당하지 못할까 매번 걱정을 하였으나, 다행히도 열조(列朝)께서 내려주신 큰 복(福)이 있어 지금과 같이 나라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으며, 또 여러 신하들와 많은 백성들이 수고한 바가 있어 종묘와 사직을 지금과 같이 보전할 수 있게 되었다. 조정의 위태로운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적이 또한 적지 않았으니, 대개 그 원인은 과인이 정사에 매진하지 않은 까닭에 있었다. 조정이 위태롭게 된 원인은 물론이고, 보다 융성하게 되지 못한 원인 또한 과인에게 있다고 할 것이니, 그 누구에게 허물을 돌릴 수 있겠는가. 본조 개국 이래로 덕치(德治)가 행해지지 않은 적이 드물었는데 과인의 치세(治世)에 이르러 그러한 말이 더 이상 회자(膾炙)되지 않게 되었으니, 이는 조종조께 죄송스러운 일임은 물론이고 조정의 역대 대신(大臣)과 명신(名臣)들에게도 매우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다행히 지금 조정에 수고를 아끼지 않은 신하와 백성들이 있어 군주가 덕을 잃고 나라가 혼란하다는 소리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으니, 과인에게는 실로 감읍(感泣)해야 할 일이라 하겠다. 이제 창국 2주년에 이르러, 다시금 종묘에 고하는 의식을 통해 지난날 맹세를 새롭게 하여 이후 정사에 임하고자 하니, 조정 제신(諸臣)들과 팔도 백성들은 과인을 도와 나라가 더욱 흥성(興盛)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기 바란다." 하시었다. 개국611년 9월 10일에 예조좌랑(禮曹佐郞) 정재안(鄭宰安)등이 왕께 존호(尊號)를 올려 가납하시기를 청하자 사양하시며 전교하시기를 “가납할 수 없다. 천하에 큰 덕이 있는 군주라면 마땅히 존호를 올려 그 덕을 칭송해야 하겠지만, 어찌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허송세월하는 과인에게까지 존호를 올린다고 하는 것인가. 진실로 자격이 없어 그런 것이지, 세 번 사양하는 허례를 갖추고자 이러한 비답을 내리는 것이 아님에 유념하라.” 하시었는데 왕께서 스스로 삼가하고 겸허함이 대개 이와 같았다. 개국 612년 계미년(癸未年) 정월 초 하루에 연두 교서를 문무백관에게 내려 이르시기를, 주요 국정 지표로, 인재 등용 제도의 보완과 형벌 집행의 형평, 지역별 특색화 등의 3가지 사안을 말씀하시며, 교육을 진흥시키고 선행을 장려하는 등의 일에 대하여도 누차 언급하셨으니, 이는 왕께서 팔도의 활성화를 위하여 몸소 정책을 수립하시고, 진행하셨으나, 조정 여건 미숙으로 진도가 미진하니, 또다시 신하들을 독려하시기 위함이셨다. 이러한 왕의 노심초사는 옥체에 병환을 가져왔고, 그로 인하여 왕께서 십여일 간 정무를 폐하신 바가 있었는데, 개국612년 4월 25일 의정부 사인 이휘 등이 이에 대한 부당함을 간언(諫言)한 바. 이에 성답하여 이르시기를 "과인은 보통 사람의 자질조차 타고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평소 노력하는 바 또한 범인(凡人:평범한 사람)의 축에도 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말은 구차한 변설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사람이 군주의 자리에 있는 것이 어찌 백성들의 행복이겠으며, 종묘사직을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겠는가. 비록 10여 일 동안 정무를 멀리한 것으로 사태가 그쳤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몸과 정신도 예전과 같지 않다. 이제 과인의 거처를 결정해야 할 때가 된 듯 하니, 멀지 않아 천명(天命)에 따라 의(義)로써 결단하는 바게 있게 될 것이다" 고 하셨다. 왕께서 심신의 병환이 깊어지시어 이런 비답을 내리셨으니, 당상, 당하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신료들은 군주를 보필함에 부덕한 소치에 대하여 눈물을 흘리지 아니한 자가 없었다. 왕께서 심신에 병환이 깊어지기 시작하신 지가 대개 이때부터였다. 왕께서는 옥체가 미령하신 가운데서도, 정무를 게일리 하지 않으시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아니하셨으니, 개국612년 7월 28일에 그동안 공신도감으로 시작되어 녹훈도감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게 논의되었던 창국공신 책봉에 대해 결단하시며, 창국공신 정공신 이휘 등 11명. 원종공신 김병호 등 15명을 책봉하시니, 이는 만 백성의 경사와 다름없었다. 창국공신 책봉 별교서에 이르시기를, "나라가 평온한 치세(治世)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어 과인이 3년 전에 종묘에 나아가 맹세한 바를 일부나마 지킬 수 있는 된 것을 누구의 공이라 하겠는가. 창국(昌國) 초기에 각 관아(官衙:관청)의 기틀을 공고히 하고 각종 법령과 제도를 제정 또는 시행하는 데 크게 일조한 자, 끊임없는 수고가 요구되는 인사, 교육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룩한 자, 아름다운 일을 칭송하고 그렇지 못한 일을 징계하는 등의 사무에 최선을 다한 자, 과인을 좌우에서 보좌하며 견마지로(犬馬之勞)의 수고로움을 다한 자, 행실을 항상 올바르게 하여 충효(忠孝)와 절의(節義)의 이치를 몸소 행동으로 옮긴 자, 활발한 활동으로 팔도(八道) 각지를 흥성(興盛)하게 한 자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가운데 어느 하나에라도 부족한 점이 있었더라면 어찌 지금과 같은 나날을 맞이할 수 있었겠는가. 군주의 도리에 있어 이러한 신하들의 노고(勞苦)에 보답하는 특별한 은전(恩典)을 베풀지 않을 수가 없다." 고 하시었으니, 이로 인하여 왕과 함께한 고굉지신들에 대한 배려가 그 결실을 볼 수 있게 되어, 공신들이 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으니, 마땅한 나라의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또한 왕께서는 왕의 치세가 얼마 남지 아니함을 아시고, 후대를 준비하시기 시작하였으니, 그동안 왕의 옥체 미령함으로 말미암아 어쩔 수 없이 진행되었던 의정부서사제(議政府署事制)를 폐지하고, 이호예병형공의 육조(六曹) 각 관청에서 정무를 분담 시행하는 육조직계제(六曹直啓制)를 시행하시었으니, 이는 왕께서 직접 정사를 챙기실 것을 내외에 천명한 결단이요, 서사제도 직계제도 아닌 정치제도에 대한 개혁의 한 부분이신 것이다. 드디어 왕께서는 개국612년 11월 25일에 그동안 잠저에 거하였던 왕제(王弟) 모(某)를 세제로 삼으시고 책봉 교서를 문무백관에 내려 전교하시기를 "전교를 내려 다음 왕위를 계승할 왕세제(王世弟)를 책봉한다. 다소 급작스럽게 세제를 책봉하므로 내외(內外)에 혼란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는 현재 조정의 상황을 헤아려 보면 이는 실로 필연에 가까운 것이다. 지난 3년여의 시간 동안 과인이 국정을 돌보면서 많은 실책을 범하였는데, 그 허물이 적지 않았으므로 예사 일이라고 하기 어렵다. 즉, 군주된 자의 자질이 근본적으로 크게 부족한 데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또 평소 덕이 없고 품성과 행실이 미약할 뿐만 아니라, 체력과 정신 또한 예전과 같지 않아 더욱 쇠미한 지경에 처하게 되었으니, 문자 그대로 조정의 앞날을 기약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마땅히 후사를 세워 종사를 굳건하게 해야 할 때인 것이다. 만일 불행한 사태가 가까이에서 촉발된다면 무엇으로 능히 감당할 수 있겠는가.금번 책봉은, 세제가 극력으로 사양한다 하여 늦출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문무백관들이 교서를 거둬들일 것을 거듭 청원한다 하여 연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예법에 따른다면, 도리에 있어 적게는 세 번, 많게는 아홉 번에 걸쳐 극구 사양하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지금의 급박한 조정 현실에 있어서는 그러한 것들 모두가 허례에 지나지 않는다. 종묘사직이 단절되느냐, 이어지느냐가 하는 문제가 곧 세제 책봉이 성사되느냐 하는 여부와 직결되어 있으니, 세제는 물론이고 만조백관들 모두가 만류하는 글을 올려 세제 책봉이 조금도 늦어지게 하지 말라. 금일, 융(瀜)을 책봉하여 세제로 삼아 동궁(東宮)에 거처하게 한다." 하시었으니, 그동안 두어번의 철조 논의로 인하여 백성의 마음이 상한 것에 대하여, 미안하게 생각한 왕께서 대통을 명확히 하심으로, 후세에 종사를 보존하시고자 내리신 나라를 위한 결단이었다. 개국612년 12월 14일에 왕세제 대리청정에 관하여 전교하시자, 조정의 원로인 한성판윤 하빈군 이휘 등이 그 부당함을 아뢰었으나 이에 대해 엄히 하교하시기를 "임금이 여러 사유로 정무를 더 이상 담당할 수 없게 되면 세자(世子)로 하여금 청정(聽政)을 하도록 하는 것이 국조 이래 전례였다. 오늘 이 전교는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니, 과인의 깊은 뜻을 잘 알고 문무백관들이 서로 협력하여 그대로 시행하도록 하라" 하시었으니, 왕 스스로의 병세가 위중하여 짐을 알고, 혹여 종사에 누가 생기지 않도록 세제로 하여금, 국정 전반에 대해 익힐 수 있도록 배려함이었으니, 신민의 입장에서 볼 때 어찌 슬픈 일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왕께서는 계속된 위중한 병환에서도 종사를 생각하시어 정무를 돌보는 것을 멈추지 아니하셧으니, 개국 613년 정월 초 2일에 4품관 이상 대부의 평정과 과거 인사등과 관련하여 일부 문제점을 해결하시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마침내 개국613년 정월 초 6일에 왕의 병이 중하여 세제에게 전위(傳位)하시고 아울러 유교(遺敎)를 내려 당부하시기를, "과인의 몸이 평소와 같지 않아 지난 11월에 교서를 내려 세제를 책봉하고 12월에는 대리청정의 전교를 내렸으나, 끝내 병세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므로 유교(遺敎)를 내려 장차 일에 대비하고자 한다. 대보(大寶:옥새)를 세제에게 전해 과인의 뒤를 이어 즉위하게 하고, 그에 관하여 말한다.과인이 비록 덕(德)이 없고 공(功:공업) 또한 없지만, 재위에 있으면서 지켜 고수하고자 한 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연두교서를 비롯해 그간 내린 교서와 전교를 살펴 헤아린다면 과인이 뜻한 바를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수 차례에 걸쳐 전교한 명령이 한결같다고 해서, 또 규정과 전례가 시종 일치한다고 해서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조선(朝鮮)'을 '조선'답게 하려는 것만큼은 대체로 분명하게 하였다. 관제, 품계제, 과거제, 천거제 등을 현재와 같게나마 마련하고 유지한 것이나 혜종경렬대왕(惠宗景烈大王)을 추존하고 충의공(忠毅公), 충경공(忠敬公) 등을 추증하고 추시하는 일에 전후와 절차를 상세하게 밝힌 것은 대개 그와 같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문숙공(文肅公) 채제공(蔡濟恭)을 정조선황제(正祖宣皇帝) 묘정에 배향하고자 하는 생각이 평소에 있었으나, 결국 시도하지 못한 것은 조정에 그보다 중대한 일이 산적해 있고 사업 자체에 선뜻 진행시킬 수 없는 어려움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제는 과인의 이러한 말을 유념하도록 하라. 인재를 등용하고 그 진퇴를 결정하는 것은 임금이 시행하는 매우 특별한 은전(恩典)이다. 때문에 인사 문제는 조정 관리들로 하여금 전담하게 할 수 없는 것이니, 임금이 결단하여 그 거취를 결정하는 것에 모든 일이 달려 있다. 문관(文官)과 무관(武官), 잡직(雜職), 토관(土官) 가운데 직임을 맡길 자가 누구인지를 신중하게 고려한 후에 관직을 제수하며, 임명이 불가할 때와 다시 등용할 때, 물러서게 할 때 등을 일관되게 하여 전교해야 한다. 세제는 과인의 이러한 말을 유념하도록 하라. 좋은 일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이 매우 아름다운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잘못된 일을 문책하고 징계하는 것 역시 조금도 늦춰서는 안 된다. 그리 하여야만 좋은 일을 칭찬하는 모습이 비로소 빛을 보게 될 것이고, 그 칭찬을 받는 사람이 스스로를 명예롭게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금이 시행하는 상벌(賞罰:상과 벌)은 매우 중차대한 일이니, 칭송과 포상만을 위주로 하여 정사를 펼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제는 과인의 이러한 말을 유념하도록 하라. 나라에 기강이 없으면 조정에서 하는 일이 치밀하지 못하고 시행할 명분 또한 없게 된다. 기강이 세워지는 것은 바로 의리(義理)가 모여서 되는 것인데, 의리를 진작하는 것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인사와 상벌을 모두 합당하게 하고 시책과 제도, 법령, 행실 등을 모두 사리에 맞게 하는 것에 달려 있다. 또 어제 내린 명령과 오늘 내린 명령이 서로 다르면 백성들이 점차 따르지 않게 되고, 법(法)을 집행함에 항상 공정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점차 진실로 잘못된 것을 느끼지 않게 된다. 세제는 과인의 이러한 말을 유념하도록 하라. 임금이 장기간 국정을 비우게 되면 조정과 백성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된다. 과인이 행한 실정(失政:잘못된 정치)을 돌이켜 고찰해 본다면 능히 그 폐해를 알 수 있을 것이니,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과인이 처음으로 종묘에 고(告)한 내용과 실제 행동으로 보인 정사를 대조하여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다시는 그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매사 노력할 것이다. 세제는 과인의 이러한 말을 유념하도록 하라" 하시었다. 그 유교를 받자온 대소신료들이 종사를 생각하시는 왕의 성심과 왕의 병환이 돌이킬 수 없이 위중하여졌음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지 않은 자가 없었다. 개국613년 정월 초 6일에 왕의 병환이 더욱 위중(危重)하여 경각에 이르메 한성부(漢城府) 판윤(判尹) 하빈군 이휘를 병조판서(兵曹判書)로 삼아 뒷일을 부탁하고 당일 자시(子時)에 정전(正殿)에서 훙서(薨逝)하니 향년(享年) 30세요 재위 4년 이었다. 왕은 사저에 기거하실 때부터 덕기(德器)가 이미 성숙하였고 엄중(嚴重)하면서도 관후(寬厚)한 성품이 내외에 널리 알려졌다. 고금의 사적을 박람(博覽)하여 학문이 박문강기(博聞强記) 하였으며 문장은 정숙(精熟)하고 문예(文藝)를 이루어 교서를 반포함이 절로 문장을 이루었다. 삼가 성헌(成憲)과 법도를 지키고 정사를 행함에 조정 중신을 예경(禮敬)하고 대간을 예우(禮遇)하여 치도(治道)의 근간으로 삼으시어 충직한 간언을 가납하지 않은 적이 없으셨다. 본조가 창업(創業)의 대업을 이루어 나라를 연 이래 종사(宗祀)가 수백년 승습(承襲)하다가 조정에 권간(權奸)의 무리가 파당을 형성하여 사욕을 취하고 군주의 성총(聖聰)을 옹폐(壅蔽)함이 극에 달하여 청류(淸流)를 도륙하니 백성은 도탄에 빠지고 이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탐학(貪虐)한 무리들이 국정을 전횡하니 국운이 날로 쇠하여 남적(南賊)의 무도한 총칼에 종사의 안위가 조석에 이르렀다. 개국 519년 경술년(庚戌年) 오백년 종사의 홍업(鴻業)이 흉적(凶賊)에 참탈(慘奪)되어 종묘와 사직이 일시 폐(廢)하고 국론과 민심이 나날이 흩어져 인륜의 도가 끊어지고 사습(士習)이 날로 침식되니 삼대(三代)의 치를 기약할 길이 없었다. 왕이 대의로서 분연이 일어나 열성조(列聖祖)의 보살핌과 천운(天運)에 힙입어 종사(宗祀)의 대통을 이어 종묘와 사직을 반석위에 굳건히 하고 재조(再造)의 공업을 이루었으니 그 공과 덕이 지난날 동주(東周)의 성세를 이끈 주공(周公)과 흥한(興漢)의 대업을 이룩한 세조(世祖) 광무제(光武帝)에 견줄 만 하다 할 것이다. 왕이 정월 초 6일에 훙서하메 조정의 문무 백관과 관학의 제생(諸生), 시민(市民), 궁벽한 시골의 촌부에 이르기까지 애통(哀慟)해 하지 않은 이가 없었고 그 비통함으로 통읍(慟泣)함이 만학천봉(萬壑千峰)에 가득하였다. 하늘이 왕의 수명을 늘려주지 않아 치세의 단명함에 이르렀으니 어찌 애달다 하지 않겠는가 행장은 삼가 조봉대부 행사헌부지평 겸시호도감낭청 장운익과 통덕랑 예조정랑 겸시호도감낭청 성혼이 짓고, 정헌대부 선공감 제조 겸시호도감 제조 이휘가 고쳐썼다.  국왕 05/06[19:50] 수고한 바는 적지 않으나 정서에 다소 아쉬움이 있다. 동중추(同中樞:동지중추부사)보다 학문이 깊지 않은 과인이 동중추의 정서를 고쳐 다시 정서한다고 하여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니 동중추의 정서를 선왕의 행장(行狀)으로 우선 확정 짓고, 훗날 적임자가 있을 때 다시 고쳐 쓰게 하겠다. 중추부의 당상관은 졸(卒:사망)한 경우, 범죄 사실이 확인된 경우, 양사(兩司:사헌부와 사간원)가 탄핵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물러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 시호도감에 별도로 전교를 내린다. 도감은 빈청에 선대왕들의 시호(諡號)․묘호(廟號)․능호(陵號), 대행대왕의 행장, 시호법(諡號法), 시호를 정하는 방법 등을 배치하고 빈청을 열어 조야(朝野:조정과 재야)와 함께 선왕의 시호․묘호․능호 등을 신중히 의논한 뒤, 각각 삼망토록 한다. 또한, 논의 참여자의 명단도 아뢰도록 한다. |
http://www.1392.org/bbs?sajor02: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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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
강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