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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도감/제조] <차자> 병조좌랑의 처신에 대하여
병조좌랑이 함경도에서 팔도 백성을 상대로 전하의 어의가 옳냐, 그르냐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것에 대하여 결론부터 아뢰자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무릇 어명은 그 지엄함이 하늘의 소리와 같은 것입니다. 군주가 잘못된 결단을 내린다면, 그에 대하여 탑전에 엎드려, 목숨을 걸고 그릇됨을 아뢰는 것이 신자의 도리일텐데, 한 관청의 전랑이라는 자가 백성들을 상대로 옳냐 그르냐를 묻는 것은 마땅히 죄를 받아야 할 일입니다. 얼마전 마감된 설문조사에 다행이 7할이 넘는 백성이 전하의 어의가 옳다하였으니 망정이지, 만약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면, 왕권의 훼손됨에 대하여 손오공이 어찌 감당하였겠습니까? 이는 손오공이 군주의 명을 마치 깃털처럼 생각하였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옵니다. 그가 군주의 명을 천금과 태산같이 무겁게 생각하였다면, 어찌 저자 한 복판에서 그리 망동된 행동을 하였겠습니까? 이는 열성조 뿐 아니라, 대행대왕 시절에는 생각 조차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군주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리는 행동을 관리라는 자가 하였으니, 이를 어찌 전하의 신하라 하겠습니까? 몇몇 신료들이 손오공의 이번 행동이 잘 한 것은 아니지만, 불순한 의도로 그리 한 것이 아니니 선처하여야 한다 아뢰었는데,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면, 어찌 전하의 명이 그르다는 표현을 써, 백성들에게 설문을 하라 권한다는 말입니까? 이번에 손오공에게 선처를 내리시거나 가벼운 처벌을 내리신다면, 그 이후 백성들이 각처를 돌아다니며, 전하의 비답에 대하여 옳다 그르다라는 설문을 하는 것에 대하여 어찌 막을 수 있겠습니까? 어떤 관청의 명도 아니고 지존이신 어명을 가지고 경망된 행동을 한 죄는 결코 가벼이 처리할 수 없는 일이니, 손오공을 파직하시고, 불서용하심으로 그의 죄가 얼마나 큰 것인지에 대하여 대외에 경계로 삼으셔야 할 것이옵니다. 개국614년 2월 13일 정헌대부 시호도감 제조겸 선공감 제조 하빈군 신 이휘  국왕 02/14[16:55] 모든 의견을 수렴하였기에 결단하여 전교를 내린다. 현직 관리가 시정(市井)에서 공개적으로 군주의 정사에 관해 시비(是非)를 가리는 표결을 행한 것은 군주의 권위를 훼손하는 부적절한 행위이다. 또한, 이러한 행위가 잘못 곡해되어 와전될 경우, 왕권(王權)에 도전하는 불순한 행위로 세인들에게 비쳐져 공연한 옥사(獄事)를 초래할 수가 있다. 과인이 아직은 손오공(孫悟空)의 충정을 믿기에, 금번 일은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니 좌랑은 이후로 행신(行身)을 신중히 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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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회
강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