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조/참의] <차자> 실록청 복설에 대하여
병조 참의 신 서양갑, 실록청 복설 문제에 대하여 삼가 아뢰옵니다.
지난 개국 610년 11월 초10일에 세워졌던 실록청이 채 1년을 넘기지 못한채로 13권의 실록을 찬수한 데 그친것은 조정 사정이 실록을 계속 찬수할 여건이 아니되었던 까닭임을 신은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현재의 실록은 개국 610년 3월 10일자로 그 기록이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두 당상이 본조를 떠났고, 이제 전하의 고굉도 그 수가 얼마 남지 아니하였으며, 개국 610년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실제로 겪었던 신하는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어전과 상소의 기록이 실록을 찬수함에 좋은 사료가 될 것이오나, 실록에는 역사적 기록만이 아닌 사관의 평이 들어가는데, 당시의 일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혹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때에 이르러 실록을 편찬하는 것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더욱이 한창 실록을 찬수할 때에도 실록을 찬수하는 속도가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었는데 그런 어려운 때 실록을 찬수한다면 더욱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격이 될 것이 자명합니다.
전하 언제까지 조정 여건이 어렵다고만 하여 대업을 미룰 수는 없습니다. 신, 엎드려 청하건데, 전하께서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리시어 실록청을 복설하여 주시기를 청하옵니다. 맡겨만 주신다면 신이 실록청의 총재관을 맡아 대업을 완수할 것입니다. 이에 참상 2~3명의 관리를 이조와 병조로 하여금 의망하게 하신다면 실록청을 구성함에 무리가 없을 것이니, 전하께서는 부디 살펴 헤아려 주시기 바라옵니다.
개국 614년 1월 28일
병조 참의 신 서양갑
 국왕 01/30[14:33]
익월 초1일에 실록청(實錄廳)을 복설하고 병조참의 서양갑(徐羊甲)을 겸총재관으로 삼는다. 아울러, 실록청 관원 구성에 관한 사안은 총재관에게 일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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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회
강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