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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변사/유사당상] <차자> 헌시무삼조소(獻時務三條疏)
신이 본래 덕이 없고 용렬(庸劣)한 자라 작은 일 하나도 믿고 맡길만한 재주가 없사온대 전하의 하해(河海)와 같은 은혜를 입어 비변사의 수장으로 재임하고 있사오니 직임(職任)은 크고 무거우나 능력은 얕고 천박하여 감히 전하의 성은(聖恩)에 만분지 일도 보답치 못하고 있사오니 그 죄가 태산과 같이 무겁고 바다와 같이 깊다할 것이옵나이다. 신이 미록 미천하고 무능하나 조정에 출사(出仕)하여 당금의 정무(政務)에 있어 몇 가지 아뢰고자 하는 바가 있어 부족한 문장이나마 어전에 충심(忠心)으로 아뢰고자 하나이다. 그 첫째는 시호도감(諡號都監)의 복설(復設)이옵나이다. 대저 효(孝)는 만행(萬行)의 근본이라 하였사옵나이다. 금상(今上)께옵서 대행대왕 전하의 높으신 공덕(功德)을 널리 기려 만세(萬世)에 드높이는 것은 효행(孝行)의 시작이라 할 것이옵나이다. 하오나 황공하옵게도 대행대왕 전하께옵서 승하(昇遐)하옵신지가 열삭이 넘어갔사오나 여지껏 시호와 묘호(廟號)는 물론이요 행장(行狀)마저 찬술치 못하였으니 이는 오로지 신과 같은 무능무책(無能無策)한 신료들이 조정에 남아 있음이니 그 죄를 어찌 필설(筆舌)]로 형용(形容)할 수 있겠나이까. 허나 대행대왕 전하의 행장을 찬술하고 시호를 마련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미루어 둘 수가 없는 화급(火急)한 조정대사이오니 하루 속히 시호도감을 복설하시어 신들의 불충(不忠)을 일푼(一分)이나마 감(減)할 수 있도록 하시옵소서. 내외(內外)에 널리 명문(名文)을 찾아 도감의 관원으로 명하시어 행장을 찬술케 하시옵고, 이를 토대로 조정중신들로 하여금 시호와 묘호를 삼망(三望)케 하신다면 어찌 조속한 시일 내에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부디 통촉하시옵소서. 그 둘째는 실록청(實錄廳)의 복설이옵나이다. 당금 조정에 출사한 관리의 수가 신이 초입사(初入仕)한 이래로 가장 많은 수를 헤아릴 정도에 이르렀으나 여지껏 실록청이 복설되지 못함은 오로지 옛 역사를 밝혀 오늘의 지표(指標)로 삼는 일에 조정신료들이 무심(無心)한 결과이오니 이는 전하의 성덕(聖德)에 누가 되는 일이라 할 것이옵니다. 조종조(祖宗朝)의 전례(前例)를 살펴보아도 선왕(先王)께옵서 승하하신 후에는 실록청을 개설하여 실록을 찬술하는 것이 사왕(嗣王)의 의무이라 할 것이온대, 하물며 아조(我朝)의 특성상 실록 찬술의 어려움으로 인해 실록청을 상설(常設)하여 실록 편찬을 상사(常事)로 하여온 본조(本朝)에서야 더 말하여 무엇하겠나이까. 실록이 일권(一券) 찬술될 때마다 찬술에 참여한 관리들에게 근무일수 가산의 포상(褒賞)을 내리시어 그 공은 치하(致賀)하신 대행대왕 전하의 어의(御意)를 헤아리신다면 실록청 복설이야말로 당금의 당면대사이니 부디 속히 실록청을 복설하시옵소서. 전하께옵서 실록청을 복설하시고자 하시는 어의를 내외에 밝히시고 관원을 널리 구하신다면 구름과 같은 관원들이 저마다 어의를 받잡고자 할 것이오니 크게 어려운 바가 아니라 사료되옵나이다. 부디 통촉하시옵소서. 그 세 번째로 아뢰올 것은 비변사(備邊司)의 정비(整備)이옵나이다. 현재 신이 미력(微力)하나마 수장으로서 비변사를 이끌고 있으나 현재 비변사의 당상관은 오로지 신 하나이오니 이를 두고 어찌 조정을 대표하고 전하를 충실히 보좌(補佐)하는 기구라 하겠나이까. 비록 당하관이 다수 겸직하고 있다 하나 조정대사를 당하관들이 논의하여 대강(大綱)을 마련한다는 것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이옵고, 현재 출사하였거나 혹은 재야에서 휴양 중인 당상들이 다수 있사온대 이들을 제외하고 어찌 비변사에 주어진 과업을 올바로 수행한다 할 것이옵나이까. 또한 과거 조종조의 전례를 보더라도 비변사에는 조정 중요 아문의 당상들이 운집(雲集)하여 대사를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였사오니 부디 청하옵건대 당금 조정의 당상들을 비변사에 겸직케 하시어 명실공히 비변사가 조정의 협의기구(協議機構)로 온전(穩全)케 하시옵소서. 삼가 엎드려 청하옵나이다. 신의 미천한 재능이나마 숙고(熟考)하여 아뢰오니 부디 천박(淺薄)하다 내치지 마시옵고 깊이 상량(商量)하시여 윤허(允許)하여 주시옵기를 다시금 청하옵나이다. 신은 물러나 삼가 전하의 하교를 기다리옵나이다. 개국613년 11월 16일 비변사 유사당상 신 이동진  국왕 11/17[10:02]당상(堂上)이 아뢴 바는 깊이 상량해 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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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
강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