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조/참판] <차자> 청사직소
일전 이덕무가 공신의 상소를 올린 이후 주상전하께서 이에 대해 전교하시었음에도 아직도 지역의 민심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반발의 기운이 있사옵니다. 몇몇 백성들과 관원들은 노골적으로 이에 대해 비판하고 있으니 결코 이는 본조를 위해 올바른 일이 아니라 사료됩니다. 신이 생각컨데 본조가 더욱 발전하고 융성하기 위해서 또한 본조 자체의 존재가치를 위해서도 첫째가야 하는 것이 구성원간의 화합입니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는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있으니 조종조 시대의 붕당이 다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옵니다.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해야 함에도 그러하지 못하니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이 처음 사조에 들어온 이후 신 나름대로는 사조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신은 사조가 만들어진 후 근 2년이 다 되어가서야 처음 입조하였으며 그동안 이뤄놓은 것이 없으니 어찌 사조를 처음 창국할 때 공을 세운 공신들에 어찌 감히 비할 수 있겠사옵니까? 그러함에도 신이 비록 공신의 말석이라 하나 이름 석자를 올려놓고 이에 대해 전혀 신의 부족함을 스스로 알아 겸양하지 못하였으니 이는 신의 죄이옵니다. 신 공신의 말석에라도 신이 공신의 자리에 합당하지 못합을 신이 아오니 신의 공신녹권을 거두시어 주기를 주청드립니다. 아울러 이조에서 근무하면서 그동안 여러 문제를 일으켜 조정의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으며 금번 이덕무의 상소에서도 이조좌랑이 연명한 사실은 신 역시 공신의 일원이니 부하관원으로부터도 불신임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일이었사옵니다. 삼가 주청드리옵니다. 매우 부족하고 부덕한 신은 문관의 인사권을 가진 육조의 선임아문인 이조의 수장으로 매우 부족한 자이옵니다. 신 주상전하께 사직을 주청드리옵니다. 그동안 사조에 새로운 신진사류가 형성되고 있었음에도 작은 기득권으로 이러한 사류를 막는 입장이었으니 사조가 그동안 정체된 것이 아닌가 사료되옵니다. 이에 새로운 신진인사들을 중용하시어 이들이 새로운 기운으로 조정의 활력을 가져오게 하옵소서. 이조는 좌랑 김지수가 있사오니 일단 급한대로 이조의 운영에 만전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특히 신은 민국에서 고시생의 신분으로 시간이 매우 부족하고 최근 극심히 신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사조를 위해 노력해 왔으나 이제 무척 지쳐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하오니 신이 향리에서 요양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옵소서. 이덕무가 공신문제를 거론한 상소에서 연명한 사람들이 있었으며 연명하지 못하였어도 이번 일에 심적으로 동조한 자들이 있었으니 이를 결코 가볍게 다룰 일이 아닙니다. 이덕무를 원처에 유배하여 금번 논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조정의 안정을 기하려는 것이 주상전하의 어의이나 여전히 이에 대한 반발이 심하니 조정의 안정이 이러한 일로 이루어지기 어렵고 오히려 조정이 언로를 막는다는 비난만 일고 있사옵니다. 이에 삼가 청하오니 이덕무의 유배를 풀어주시고 주상전하께서 언로를 소중히 여긴다는 사실을 백성들이 알게 하옵소서. 삼가 마지막으로 주청드리옵니다. 과거 성군들은 역사상 강력한 왕권을 확립하여 그 안정된 기반위에 국가를 운영하였습니다. 국가는 그 중앙에 가장 강력하고 통합된 권위를 확보하여 안정을 기하였으며 그 안정된 기반위에서야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옵니다. 세종대왕의 치세는 태종대왕이 강력한 왕권을 확립하여 주었기에 가능하였으며 영조대왕, 정조대왕의 치세 역시 군주가 그 위엄을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하였습니다. 대행대왕이 강력한 왕권을 행사하여 많은 불만들이 있었지만 그러했기 때문에 사조를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었으며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사옵니다. 그러하지 않고 신하들을 존중한다는 명분 아래 신하들을 존중한 군주들의 시대에는 붕당으로 인한 극심한 혼란이 발생하고 세도정치가 일어나 망국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그 당시에 언로가 보장되었다고 하나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는 일은 결코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피휘문제로 한 관원이 상소를 올렸으나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사용한 글자 한두자가 문제가 아니라 그 근본 취지를 국왕의 위엄을 존중하는 일이옵니다. 누구보다도 주상전하의 수족으로 주상전하의 어의를 옹호해야 할 주상전하의 비서관격인 승정원의 관원까지 비록 사석일 망정 노골적으로 주상전하의 어의를 비방한 일이 언로의 보장이란 명목으로 용납되어야 하는 일인지 신은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정이 얼마나 어지럽든 사조가 얼마나 분열되어 흔들리고 그로 인해 사람이 몇이나 죽어도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죄책감도 가지지 못한 채 언로의 보장이 중요하다고 하니 그들의 뜻대로 최대한 조정의 언로를 보장하여 주옵소서. 아울러 신의 사직을 윤허하여 주시어 신이 향리에서 망가진 몸을 요양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옵소서. 삼가 주상전하의 하교를 기다리옵니다. 개국 613년 9월 3일 이조참판 신 정재안  국왕 09/03[18:23]그간 수고하였다. 사직을 윤허한다. |
http://www.1392.org/bbs?sajor02:5657  
|
| 
|
한명회
강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