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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제학] <차자> 사직소
작금 이덕무의 상소로 인하여 조정은 물론이요, 팔도가 온통 혼란스럽고, 어지신 전하의 성덕에 누를 끼치게 되었으니, 당사자의 일인으로 참으로 전하의 용안을 뵙기가 어려울 따름입니다. 신에게 크게 두 가지 죄가 있으니, 성상의 심기를 어지럽혀서 조정의 당상으로 본이 되지 못하였으니 첫번째요, 윤허를 받잡지 아니하고, 무조건 낙향하여 잠적하였으니 두 번째입니다. 이와 같은 죄들은 전조의 치세라 한다면 아무리 대신이라도 살아남기 어려운 큰 죄이온데, 전하께서는 사직을 윤허하지 않으신 것으로 그 결정을 지어 신은 참으로 감복할 따름입니다. 신이 출사한 이후로, 오늘같이 조정과 나라가 어지러울때가 없었습니다. 이는 모든 것이 이덕무에게 출발한 것도 아니요, 신이 그 처신을 무겁게 하지 못한 이유도 큰 것입니다. 그리하여 전하의 어의를 받잡고, 오늘 입궐하여 전하를 배알함은 아뢸 말씀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라가 분열되고, 선비들이 갈라지고, 죽고 낙향하는 자들이 많아졌으니, 조속히 이러한 분열을 통합하여야 할 것입니다. 신도 사람인지라 한때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였으나, 신이나 이덕무가 바라기가 어찌 이와 같은 조정과 나라의 대혼란이었겠습니까? 이는 마땅히 당사자들이 바란 바가 아닙니다. 신이 낙향하여 다시는 입궐하지 아니하겠다고 공언하여 놓고서도, 염치 불구하고 서둘러 입궐하여 전하를 알현함은 이러한 혼란을 조속히 마무리 하고자 함이옵니다. 첫째로, 이덕무의 상소와 동조하는 백성들의 수가 비록 소수라 하나, 그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보여집니다. 공신의 훈급을 조정하고, 넣을 사람은 넣고, 뺄 사람은 빼는 식의 조정은 자칫 잘못하면 공신된 자들의 체모에 손상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산 자들에게는 치욕이요, 죽은 자들이라고 어찌 그와 같지 않겠습니까? 훈급 조정을 하시기 보다는 차라리 창국공신 및 원종공신의 위훈을 모두 삭제하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신이 비록 일등공신이라 하나, 이러한 소수의 의견을 듣고도 어찌 공신의 칭호를 보전코져 하겠습니까? 신은 일찌기 공신의 반열에 오르기 어려운데, 당시 녹훈도감에서 공신 업무를 할때에 있었다는 그 한가지 이유로 공신에 올랐으니, 위훈이 삭제된 다 한 들 어찌 잃을 것이 있겠습니까? 몇 몇 사람들이 공신의 훈급에 이의를 가지고 있는데, 신 등이 이것을 보존하느라 변명에 급급하다면, 이것이 무슨 체통이겠습니까? 공신으로서 공적이 없다면 공신 훈급을 삭제하면 될 것인데, 훈급 조정 운운하며 욕을 보이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전하께서는 훈급을 조정하시어 공신들을이 두 번 부끄럽게 하지 마시고, 차라리 전체 위훈을 삭제하시어, 그나마 생존하여 있는 공신들의 체모를 보존하게 하여 주소서. 둘째로, 이덕무를 방면하여 주시옵소서. 이덕무가 혼란의 당초를 만든 것은 사실이오나, 신이 사직함에 따라 그 혼란이 일파만파로 번졌습니다. 어찌 신에게 일말의 책임이 없다 하겠습니까? 이덕무를 유배에 처하실 것이면, 반대편 당사자인 신도 당연히 유배에 처하셔야 하옵니다. 신에게 죄를 주시지 않으실 것이라면 이덕무에게도 죄를 주면 아니될 것입니다. 이는 신이 이덕무에 대해 좋은 감정으로 아뢰는 것이 아니라, 장차 전하께서 일개 서생의 입을 막으셨다고 사가들이 역사에 전할까 두려워 함이고, 이덕무를 유배하심으로 전하의 공정한 판결에 의심을 하는 일부 선비들의 여론을 귀담아 들으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덕무를 방면하시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두 여론 간의 화해를 도모하시옵고, 장차 이 나라가 파행으로 치닫지 아니하도록 전하께서는 그 중재의 역할에 서 주셔야 할 것이옵니다. 이덕무의 죄는 차치하고서라도, 신은 전하께서 용렬한 군주로 역사에 남으신다면 죽어서도 조종조를 뵈옵지 못할 것이옵니다. 셋째로, 신의 사직을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신이 조정에 있으면서 여러가지 분란의 중심에 선 것이 사실이옵니다. 이제는 신이 아무리 아니라 할지라도, 오래된 훈구대신이요, 조정의 새 기운을 막는 자일 뿐입니다. 지금 조정은 조정을 이끌어 갈 원훈이 필요한 것이 아니요, 참신한 새기운이 필요한 것이니, 전하께서는 신의 사직을 윤허하시고, 조정 요직 곳곳에 참상관들을 세우셔서 그 새로운 기운을 진작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신은 물러가 향리에 은거하고 있다가 장차 전하께서 부르시면 다시금 출사하면 될 것이옵니다. 넷째로, 사람을 씀에 그 재주를 보시되 다른 것을 보지 마시옵소서. 금번 김종서와 같이 창국공신 개정의 뜻에 동감하는 자나 박수량이나 이충과 같이 극력 반대하는 자 모두 전하의 신민이오니, 가리지 않고 가까이 하셔야 할 것입니다. 전하의 뜻이 의리를 중시하여 공신을 포용하셨으나, 사람을 등용함에는 가리지 않으셔야 할것입니다. 백성 간의 통합은 사람을 고루 등용하는 것이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제는 모든 감정을 털고, 조정을 회복하는 일에 전념하여야 할 것이니, 전하께서는 이 점을 유념하여 주시옵소서. 신으로 인하여 전하의 치세에 오점을 남기게 되니, 신은 백번 죽어 마땅합니다. 이나마 살아서 전하께 차자 한장 올릴 수 있는 것은 모두 전하의 성은입니다. 신은 이제 낙향하여, 그동안 붕괴된 신의 가문을 되살리고, 황해도에 거주하며, 분열된 백성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일에 정진코져 하옵니다. 더불어 아뢰옵기는 이나라 사조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여 주시옵소서. 사조가 비록 민국을 아우른다하나, 온라인 상에서만 활동이 가능한 단점이 있는 것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조의 공신을 충의공과 충경공 처럼 비교하여 부족하다 단죄한다면, 이 나라에는 공신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사조의 공신을 조종조의 공신이나, 향후 책봉된다고 이덕무가 공언한 독립공신, 광복공신들과 비교한다면, 관청의 실체도 없는 사조의 육조나 양사 등도 전조때의 육조와 양사와 비교하여야 한다는 것이겠습니까? 사조는 사조로써의 몫이 있는 것입니다. 사조의 관리가 전조의 관리와 근무방식이나 모든 것이 틀린 것이 사실 아니겠습니까? 사조의 공신이 충의공이나 충경공과 비견되어야 한다면, 사조의 관리들은 예전의 관리들 처럼 한자에 능숙하지 못하고, 사서삼경 조차 떼지 못한 현실은 과연 어찌 하여야 한다는 것이옵니까? 이번 사태를 통하여 전하께서는 사조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 두셔야, 차후 이와 같은 분란이 없을 것입니다. 창국공신이라 함은 대행대왕께서 별교서에 직시하셨다시피, 나라를 세운 공신이 아니라, 나라의 번창에 기여한 공신입니다. 창국공신과 원종공신들이 이 나라 사조의 번창에 기여한 것은 마땅한 사실일 것이오니, 이 점만 전하께서 알아 주신다면, 신은 신의 위훈이 삭제되더라도 결코 낙심하거나 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대행대왕 전하께서 창국공신 별교서를 내리실때의 옥음이 생생함에도 불구하고, 승하하시자 마자 창국공신 개정 논란이 일어난 것에 대하여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되오나, 공신을 지키기 보다는 나라의 화합과 안위를 지키는 것이 더욱 급선무 이므로, 전하께서는 공신들에 대한 심려를 거두시고, 오로지 종사를 위하여 결단하시옵소서. 물러가 삼가 하교를 기다립니다. 개국613년 9월 3일 규장각 제학 하빈군 신 이휘  국왕 09/03[18:20]그간 수고하였소. 사직을 윤허하오. |
http://www.1392.org/bbs?sajor02: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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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회
강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