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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제학] <차자> 사직소
신이 종사에 대한 한줌도 안되는 공적으로 말미암아 대행대왕 전하의 치세때인 작년 7월 훈1등 수충승지광운준책창국공신으로 책봉되고 난 다음, 참으로 부끄러움으로 발을 뻗지 못하고 잠을 잔지가 벌써 일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러 이덕무 등이 상소를 올려 창국공신에 대한 훈급을 재조정하고, 그 위훈을 삭제하여야 한다는 상소를 접하고 보니, 참으로 종사에 다행이라 아니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신이 정1등으로 그 공신에 책록되었다 하나, 어찌 이덕무 등이 아뢴대로 조야의 공론이 아직까지 납득하지 못한다 하니 당연히 그 훈급을 조정해야 할 일입니다. 신이 품계가 정2품 정헌에 이르렀으나, 이덕무 등이 아뢴 바대로, 지난날 충경공이나 충의공의 발 뒷꿈치를 핥지도 못하는 공적을 이루었을 뿐이니, 어찌 부끄럽지 아니하겠습니까? 대행대왕께서 생전에 수많은 치적을 이루셨으나, 오직 창국공신 책봉에는 그 현안을 잃으심으로 신을 정1등에 세우셨을 뿐입니다. 또한 신이 녹훈도감의 정사로 있으면서, 그 일을 주도한 바 있으니, 명분에서도 옳지 않은 일입니다. 또한 이덕무 등과 함께 연명하여 상소한 선비로서, 신의 아우가 둘이나 있습니다. 신의 아우들 조차, 이 형의 공적을 인정하지 못한다 하였으니, 어찌 다른 백성이 신의 공적을 인정하겠습니까? 신 스스로 뿐 아니라, 신의 아우들도 신의 공적이 다른 조종조 1등공신과 같은 반열에 설 수 없음을 아뢰니, 어찌 이 자리를 이대로 보존하겠습니까? 이덕무 등의 상소가 지극히 옳고 맞습니다. 다만 1등의 공훈을 낮추어 2등으로 하자 하였는데, 신의 생각으로는 2등도 과합니다. 마땅히 신의 공훈을 삭제하시고, 교서와 녹권도 회수하여 주시기를 청하옵니다. 아울러 신의 품계가 정2품에 이르렀으니, 덕무 등이 아뢴대로 차마 충경공과 충의공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이에 따라 신의 품계도 거두어 주시고, 신의 봉군명도 거두어 주시기를 청하옵니다. 이제 신은 더이상 공신이라 칭함을 받아 지난날 사림에게 탄핵받은 훈구대신들과 같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신이 대행대왕때 출사한 이후로 조정에 있기를 쉬임이 없이 하였습니다. 신의 민국사정이 예전과 같지 아니하고, 때마침 이덕무 등의 상소가 있으니, 이제는 향리로 물러가 쉴 수 있게 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신이 출사한 이래로 관직에 있은지 3년이 넘었습니다. 신이 이제 물러가고자 청한다 하여, 그 누가 신이 진퇴를 가벼이 여기는 자라 하겠습니까? 이제는 신이 가지고 있는 품계도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으니, 그저 재야로 있게 성은을 내여 주시옵소서. 다시 한번 아뢰겠으나, 신이 관직에 그대로 있는 것과 정헌대부 품계를 지니며, 공신반열에 그대로 있는 것은 전하께서 신을 더욱 난처하게 만드시는 일입니다. 때마침 조정에 새기운이 들어 역량있는 젊은 선비들이 전하를 보좌하기를 그치지 않으니, 바로 지금이 신이 물러날 적기이옵니다. 신 ,위훈이 삭제됨으로 종사와 조상의 죄인이 되지 아니하고, 스스로 물러가 나라에 반납함으로 그 체모를 조금이라도 유지코져 하오니, 전하께서는 이 점을 상량하여 주시옵소서. 신은 이 차자를 올리고, 전하의 앞을 물러가 향리에 은거코져 하나이다. 다시 한 번 아뢰겠거니와, 이는 글을 읽은 선비로서 최소한의 염치를 알기 때문이옵니다. 이덕무 등이 아뢴 바대로 창국공신의 훈급을 재조정하시옵소서. 신의 위훈을 그 명부에서 삭제하시고, 신의 품계도 감당키 어려우니, 백두로 돌리시옵소서. 신의 교서와 녹권도 반납받으시고, 규장각 제학직에서 물러남도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이는 신의 뜻일 뿐만 아니라, 신의 아우들의 뜻이요, 만 백성의 뜻일 것입니다. 이덕무 등이 아뢴 상소대로 하시옵소서. 지금은 이런 전하의 결단이 고굉지신들을 소홀히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나, 이덕무 등이 아뢴대로 후세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며, 전하의 왕정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이 아뢰는 것은 피혐하고자 함도 아니요, 단지 이 일을 무마하고자 함도 아님을 유념하여 주시옵소서. 이는 염치를 알아, 전하의 혜안을 흐리지 아니하도록, 스스로 물러가 군주 운신의 폭을 넓게 하는 것이니, 신의 마지막 충정으로 바라보아 주시옵기를 청합니다. 이제 오늘에 이르러 전하의 탑전을 물러갑니다. 비록 지근거리에서 전하를 보필하지 못한다 하여도, 신의 전하에 대한 충정이 어찌 변하겠습니까? 전하께서는 더욱 백성들을 사랑하시어, 성군이 되시옵고, 신은 전하의 치세가 평탄하도록 하늘에 기원함으로 전하께서 보여주신 성은의 만분지 일이나마 갚도록 할 것입니다. 부디 옥체 보중하시옵고, 평안하시옵소서. 신 이휘, 물러가나이다. 개국613년 8월 29일 규장각 제학 하빈군 신 이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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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회
강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