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 금번 최영, 이완 등의 처분에 관하여

행사인 이휘, 행예조정랑 강자아, 행이조정랑 이동진, 한성부판관 조운, 전예조정랑 정재안 등의 차자 및 상소에 대하여 비답한다.

지금 상소하는 자들은 과인의 처분이 크게 지나치다고 말하나, 진실로 그렇다고만 생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본조에서 치하하고 포상하는 것 가운데 품계나 관직보다 더한 것이 사실상 없으므로, 인사권을 맡고 있는 전조(銓曹:이조와 병조)의 사무는 항상 지극히 공정하고 치밀하고 신중해야 한다. 지금까지 업무상 단순한 착오든, 중대한 과실이든, 일관(一官:한 관리)의 품계가 자급을 뛰어 부당하게 오른 경우는 이번에 알려진 것이 처음인데, 어찌 확실하게 처분하지 않고 어물어물 넘어갈 수 있겠는가.

만약 최영의 당시 품계 승진이 제대로 이루어져 1계 늦어졌더라면, 필경 지난해 6월에 전참의 이완과 같은 날에 당상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실로 90여 년만에 당상관이 배출된 것인데, 이러한 중대한 일이 허명으로 처리된 것과 같으니 첫째 문제가 된다. 또 최근 전참의 이완, 최영, 조조 등의 종2품 가자와 관련한 움직임이 제기되었는데, 당초 품계를 뛰어 넘는 승품이 없어 최영의 당상관이 되지 못하였거나 당상관 가자가 늦었더라면 역시 모두 근거가 없는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니, 승품 이후 그와 관계된 조정 행정이 모두 허황에 근거한 것이 되므로 이것이 두번째 문제가 된다. 그만큼 인사(人事) 업무가 처음부터 소홀하게 되지 않도록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는 훗날 폐단에 관한 것이다. 업무상 실수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인데, 행여나 전조 관리들이 실수로 사령을 잘못하고 그것이 밝혀지지 않아 고착화 되었을 경우, 마지막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관원 스스로가 자진하여 신고하는 것에 있다. 이제 갓 과거에 급제하여 입조한 관리가 아닌, 십여 개월 조정에 몸담은 관리의 지위와 신분으로 어찌 자신의 품계가 변동되는 것과 관련하여 자세하게 살펴 헤아리는 바가 없을 수 있는가. 만약 훗날 자신의 품계가 규례에 따르지 않고 승품한 것을 그대로 묵과하고 넘어간 자가 있다면, 그 때의 처분도 단지 근무일수 얼마를 감산하여 상쇄하는 것으로 그치게 할 수 있겠는가. '예전에는 일이 이러하였는데, 지금은 어찌하여 이렇게 처단하는 것입니까.'라고 한다면, 과인이나 제신(諸臣) 모두 달리 변통할 말이 없을 것이다. 즉, 파직으로 처분하고 근무일수를 감하는 전례를 세워, 훗날 이어질 폐단을 제어하기 위함이다.

조정에 관리가 부족하여 일을 맡길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허물이나 죄가 있는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또 누차 하교한 바와 같이 지금 관리들이 노력하고 수고하는 바가 훗날 잘못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차라리 관청을 폐하여 사무를 정지시키는 것만 같지 못하다.

지금까지 계본이나 상소에서 '존칭'에 미숙하다거나 통신체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파직된 자가 여럿이고, 한때 근무에 태만하여 어사에게 봉고파직된 자 또한 여럿이다. 과거에서 부정을 행한 자에 대한 처분은 말할 것도 없고, 시관의 직무를 맡으면서 과거 부정을 제대로 적발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근무일수 감산 등의 처분을 받는 자 또한 적지 않다. 민국(民國)에서 일어나는 일을 논죄하고 판결하는 경우에는 그 당도가 더욱 심한데, 이러한 처분과 비교하면 금번에 내린 파직과 면직 처분의 정도가 어떠하다고 여겨지는가. 전참의 이완도 면직 처분으로 그친 것이 성은이라 하는데, 이는 마음 속에서 비롯된 말이 아니라는 것인가.

전감찰 최사강을 홍문관에 명하고자 하였던 것은, 달리 옥당의 수장으로 명할 만한 자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 지금 파직되고 면직된 최영, 이완 등 역시 시일이 지나면 다시 중용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참상인 자 가운데 홍문관의 실직을 맡아 행할 수 있는 자는 정재안과 최사강 정도가 고작인데, 당시 정재안은 병을 이유로 사직소까지 올리고 물러난 지 겨우 일주일 남짓 지났을 뿐이니, 과인이나 본인 입장에서 모두 불가하므로 이조에 최사강의 의중이 어떠한지를 하문하였던 것이다. 최사강에게도 허물이 있다고 하지만, 한 번 갈리면 다시 명할 수 없는 양사(兩司:사헌부와 사간원)에 임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당초 최영을 부제학으로 명할 때에도 사인의 차자에 '학문적 재능이나 문장이 그에 따르지 못한다면 모를까, 단순히 지난 과실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임명하지 못할 관직이 아니다.'라고 하여, 전력을 문제 삼지 않고 관직을 제수한 바가 있다.

허나, 여러 신하들이 말하기를, '과인이 최사강을 총애한다.'고 하니, 이제 씻지 못할 이름이 모두에게 미치게 되었으므로 그리 행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특정인을 총애하는 군주가 무슨 명분으로 인재를 불러 쓸 것이며, 그러한 총애를 받았다고 하는 신하가 무슨 면목이 있어 다시 조정에 나오겠는가. 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폄하하게 된 격이니, 실로 달리 전교할 것이 없다. 앞서 이조에 하문한 것은 없던 것으로 하고, 홍문관은 별명이 있기 전까지 지금과 같은 체제를 유지하도록 한다.

금번 일은 이조의 계본에서 전교한 바와 같이 '지위가 당상'이므로 대우하여 파직하고 면직하는 것으로 그친 것이다. 최영의 경우는 본직만을 파직하였을 뿐, 녹훈도감의 직임은 그대로 두었으며, 이미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으므로 부적절하게 오른 품계 또한 그대로 인정하여 두게 하였다. 문외출송(門外黜送)이나 유배를 더한 것도 아니고, 영원히 쓰지 않겠다고 전교한 것도 아니다. 공훈 녹훈에도 비중을 두어 훈급 책정에 반영할 뜻이 없다.

원리원칙과 공명정대한 처분과 집행을 소리 높여 말하다가도, 문득 자신과 직접 관계되거나 자신과 가까운 일과 연관되게 되면, 관대하게 처분하라고 하거나 유약하게 처리할 것을 주청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았다. 자신에게 화급한 일이 되어서야 몸소 절감하고 느껴 행동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고는 하나, 사람들에게 인심을 얻고 인망(人望)을 얻는다고 하는 것이, 이러한 방편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은 한 번 경계로 삼아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


- 개국612년 2월 초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