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 <녹훈> 녹훈 관련 논의 시행에 관하여

지난 27일에 녹훈도감에서 '녹훈대상 명단'과 관련한 계본 세 권이 올라왔으므로 이제 공신책봉을 위한 본격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 이들 계본과 지난 6월 23일에 도감에서 정리하여 올린 '공신책봉후보자 약력'을 함께 살펴 논의를 시행하도록 한다.

과인이 공신 책봉과 관련하여 누차 전교하고 비답한 바가 있으므로, 그러한 윤음, 전교 등을 상세하게 살핀다면 어떤 기준으로 논의를 실시해야 할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사소한 공로나 행적을 모두 제외한, 분명한 공적에 한해 녹훈을 실시하되, 현재 또는 최종 지위에 구애되지 않고 명단을 마지막으로 확정하기 전까지 모든 백성들을 대상으로 논의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로가 있다면 등급을 높이고 과실이 있다면 그에 걸맞게 등급에서 제외하는 바가 있어야 하니, 이는 그간 대부분의 공로가 이미 실시된 평정, 평판, 치하 등으로 포상된 바가 있으므로 과실로 인해 이미 파직되거나 하옥된 예가 있다고 그에 상응한 조처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감에서 정리한 명단과 약력을 기초로 창국(昌國) 초기부터 지금까지 각 관청과 법령, 제도의 기틀을 세우고 그것을 정비하고 시행하는데 크게 노력한 자와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인사, 자력, 교육 등의 분야에서 분명한 행적을 남긴 자, 충효(忠孝)와 절의(節義)있는 행동을 보였거나 그것을 드러내는 데 일조한 자, 그렇지 못한 악한 일이나 사건을 논죄하고 처벌하는 데 최선을 다한 자, 팔도 각 지역 활성화에 기여한 자 등에 관해 여러 차례에 걸쳐 두루 논의하여 최종 명단을 정하도록 한다.

역시 이미 전교한 바와 같이 의정부와 녹훈도감, 삼사(三司:사헌부와 사간원, 홍문관), 예조에서는 반드시 의견을 정해 참여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 이외 관청인 이, 호, 병, 형, 공조와 한성부 및 외관 관청의 관원은 각자 생각한 바에 따라 어전에 의견을 개진할 것이며, 맡은 바 관직이 없는 유품자 및 관속, 유생, 한량 등의 일반 백성들은 상소문을 올려 뜻한 바를 아뢰도록 한다. 도감에서는 어전에서의 논의 결과와 상소문의 대략적인 내용, 도감에서의 자체 논의 등을 정리하여 정기적으로 게시하도록 한다. 문서 제목은 '<녹훈>'으로 한다.

더하여 전교하자면, 과인이 생각하건대 국초 태조고황제가 나라를 여실 때 개국공신(開國功臣)을 책봉하였는데, 그 수가 40여 인을 약간 넘었을 뿐이다. 지금 조정에서 창국에 대한 공로를 밝혀 공신을 책봉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어찌 개국공신의 훈공과 비교되겠는가. 또 임진란(壬辰倭亂)을 당하여 선무공신(宣武功臣)을 책봉할 때에도 정공신 수가 불과 18인에 불과하였다. 지금 창국의 공로를 밝혀 공신을 책봉한다고 하지만, 그 공적이 나라를 풍전등화에서 구한 선무공신의 전훈과 비교되겠는가. 예전 조정 공신들의 훈공, 훈격, 전훈과 비교할 수 없을지 모르겠으나, 공신 책봉으로 인한 대우와 혜택은 조정 규모를 감안하면 결코 부족하지 않을 것이니, 정공신으로 책봉할 인원을 과도하게 하기 어렵다. 정공신 1등은 3인 이내, 2등은 5인 내외, 3등은 10인 내외로 하며, 이하 공로가 있는 자는 원종공신으로 책봉하도록 하겠다. 인원이 많다면 도감의 의견에 따라 원종공신을 1등과 2등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 개국611년 8월 초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