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조/별제] <계본> 승정원 고발과 관련하여

홍문관 부교리 박희웅의 승정원 과발에 관한 계본

형조 별제 김도민 승정원 고발과 관련하여 계본을 올립니다. 

 주상전하, 소신 형조 별제 김도민이옵니다.

 금일 주상 전하의 수차례 거듭된 비답 중 승정원과 관련된 전하의 비답을 신이 접하였사온데, 상께서 승정원의 잘못을 덮어주려 하심은 무슨 이유이옵나이까? 승정원은 그동안 의정부, 삼사, 육조, 각 외관의 구성이 미흡하여 많은 업무를 처리하여 온 것은 소신이나 문무백관들이 모르는 바 아니옵나이다. 하오나, 그렇다고 해서 실수가 거듭하고 그 실수 또한 가볍지 않은 상황이온데, 어찌 민간의 일처럼 두둔하려 하시옵나이까? 승정원이 정녕 충심있고 올바른 자들로 구성된 곳이라면, 어찌 상께서 잘못 적으라 하시온들 그것을 간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왕명이라 받자와 전할 수 있다는 말씀이옵나이까?

 승정원의 잘못이 있다면 새로운 인물들로 승정원을 채우시면 될이온데, 어찌 상께서는 선왕대부터 친히 곁에 두고 자문을 구하던 홍문관 관리들의 연명 상소를 그리 물리칠 수가 있사옵나이까? 일전에 형조에 홍문관 부교리 박희웅이 상께서 내리신 교지를 받들었던 승지의 과오에 대하여 고발한 내용이 아래와 같사온데, 승정원에서는 고발건에 대하여 형조에서는 아무런 판단도 내리지 않았으며, 공식적인 답변을 듣고자 한 바도 없는데, 이렇듯 형조에 와서 고성을 지르고 소란을 부리는 것이 수차례였으며, 후에 이에 대하여 홍문관과 승정원에 사과의 뜻을 밝히라며 공문을 띄웠으며, 홍문관 부교리 박희웅은 사과의 뜻을 밝혔으며, 승정원에서는 수일을 기다려도 아무런 답변도 없이 지금까지도 전하의 위엄을 빙자한 위세만을 부리고 있사오니, 이는 승정원이 육조를 대신하겠다는 것인지 소신과 형조 관원들은 알길이 없나이다.



[홍문관/부교리] <고발> 승정원의 승지.  


황해도에 금일 두건의 교지가 내려졌건데. 내용을 보니 내용이 잘 못되어 있으니

두건 모두 정팔품 무공랑 이라 되어 있으니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군요.

주상전하의 교지를 출납하는 승정원에서 이런 실수가 있을수가 있단 말입니까.

정팔품이라면 통사랑인데 어찌 무공랑이라고 되어 있단 말입니까.

또한 주상전하의 교지는 어명으로 지엄하기 그지 없을 것인데 이러한 어명을 출납함에

이러한 과실이 있을 수없는 것이 명확합니다.

본래 라면 이러한 자는 헌부에서 하옥하여 조사함이 마땅하겠으나

황해에 내려간 교지를 출납한 승정원의 승지를 헌부가 없으니 형조로 출두시켜 스스로

죄를 받도록 함이 마땅하리라 생각합니다.

증거로 잘못 기입된 교지를 첨부합니다. 두건모두 확보하였으나 게시판 등록상 1건 밖에 가능하지

않음으로 일단 1건만 첨부하며 추후 요청시 다른 1건또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확인하여 보니 현재 수정이 되어 있더군요. 그럼에도 수정하였음을 언급하지 아니하고.

잘못을 은폐하고자 하니 더더욱 용납할 수 없음이 자명합니다.

홍문관 부교리 박희웅.



승정원 ()   03/27[02:00]  
대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교지 제작상의 착오로 인한 것을 논죄하려 든다면, 이조와 병조에서 '임금의 명을 받들어'라고 하면서 내리는 모든 관직승품강등 사령이나 문무대소과별시의 과거 시제에 하나라도 틀림이 있을 경우에도 치죄해야 한다는 것입니까. 그간 내려진 교지 및 전교, 윤음의 문맥과 문장을 새롭게 고치고 연도와 날짜를 수정하며, 옥새를 새로 찍어 게시한 것이 태반인데, 이러한 것들도 모두 이미 내려진 전교를 함부로 위조한 것이니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합니까. 12시 경에 교지를 각도에 게시하고 일신상의 이유로 급히 물러나 18시에 입궐하니, 사조도우미에 이징옥님의 지적에 있어 수정 처리를 하였던 것입니다. 교지는 틀림이 있어서는 안되므로 지적 문서 자체도 삭제하였던 것인데, 이를 은폐라 함은 무슨 이유입니까. 문맥이나 문장상의 오탈자라면 어찌 금번 교지만이 문제가 되겠습니까.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착오와 수정이 있었는데 이들도 모두 문제삼아야 하겠습니까. 창국대전의 교지 양식상으로는 'OOO(이름)을 OOOO(관품) OOO(관직)에 임명한다.'라 되어 있으므로 이는 한자로 내려진 교지 부분(~爲~者)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한자로 표기된 부분이 국역된 부분에 우선하니 해석상의 선후는 명확합니다. 만약 틀림이 있더라도 조정에서 공론화할 수는 있을지언정 형조에서 승지나 선전관, 이조 및 병조의 관원들을 함부로 하옥하고 논죄함이 가당키나 한 것입니까. 사사롭게 암행어사 교지에 마패를 찍어 다시 내어달라 할 때는 언제이고, 홍문관이 이렇듯 할 일이 없는 관아인줄은 처음 알았소이다. 교지나 전교가 내려진 직후를 주의깊게 살핀다면 얼마나 많은 수정이 이루어지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외이다. 증거로 제시된 교지도 2번째로 갱신된 것이니, 처음 게시된 교지를 보았다면 참으로 큰일일 뻔 했소이다.

박희웅    03/27[02:21]  
한자로 되어 있는 부분도 잘못되어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수많은 오류가 있었다면 마땅히 이를 경계함으로써 차후에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함이 마땅할 것인데 홍문관이 할일이 없는 아문 운운 하는 것은 무슨 연유입니까? 대저 승정원의 위엄이 이렇게 높은지 알지 못했군요. 소명을 하고자 하였다면 따로 글을 작성함이 옳을 것이며 스스로의 잘못은 인정하려 하지 않으니 이는 승정원의 위엄과 권력이 하늘을 찔러 다른 아문을 핍박할 정도로 경우없고 지엄한 까닭이란 말입니까? 게다가 스스로 잘못한 바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홍문관을 할일 없는 아문으로 매도하였으니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라 할 것이군요 이또한 홍문관에 대한 명예훼손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논죄하도록 고발한 것이 아니고 이를 전달한 승지가 직접 형조에 출두하여 죄를 청하도록 하는 것이 하옥하고 논죄함이라니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일이군요. 또한 천거사의 일을 들먹이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당시 마패가 도착하지 아니하였으니 마패를 내어달라 요청한 것이 잘 못이라는 이야기입니까? 또한 관계도 없는 일을 들먹이는 연유는 무엇입니까? 승정원의 누구이길래 이렇게 무엄하며 앞뒤를 가리지 않는지 모르겠군요. 승정원의 힘이 육조와 삼사를 굽어볼 정도 였답니까.

승정원 ()   03/27[02:45]  
한자도 잘못되어 있는 것을 보니, 증거 교지는 이징옥님이 지적하셨던 것보다 더 이전의 것이군요(이점은 착오입니다.). 말씀하시기로 '이러한 자는 헌부에서 하옥하여 조사함이 마땅하겠으나'라고 한 것에 대응되는 뜻이 무엇이겠습니까. 헌부가 없으므로 형조로 대신한다 하였으니, 바로 형조에 하옥하여 죄주기를 청한 것이 아닙니까. 기실 '형조로 출두시켜 스스로 죄를 받도록 함이 마땅하리라 생각합니다.'다는 것도 승지가 스스로 출두하는 것이 아닌, 형조에 의한 강제 연행을 의미하는 것이니 일견 상통하지 아니합니까. 승정원의 잘못을 민형사 사건을 담당하는 형조에 고발한 것은 바로 논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이러한 일들이 주상께 직간되거나 의정부를 통해 공론화될 일이지, 형조에 고발될 사안이라 생각하십니까. 문맥이나 문투를 잡고 늘어질 생각은 없을 뿐더러, 금번 사안과 관련하여 스스로 경계하고 있으니 따로 더이상 소명할 것도 없습니다. 천거사 문제만을 언급함은 또 무슨 심정에서인지... 천거사 이전에 이황님의 암행어사 수행과 관련하여 오도암행어사 교지도 새로 내어달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금번 사안이 특별히 문제가 됨은 그래픽 파일로 제작된 교지이기 때문입니까.

승정원 ()   03/27[03:50]  
조건 없이 모든 대응을 포기합니다. 생각해 보니, 이러한 승정원의 대응이나 처신 자체가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힘든 여건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계신 조정의 경외관 모든 관리, 관속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박희웅    03/27[13:44]  
만일 현재 사헌부가 서 있어 관리들의 행실을 감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라면 당연히 사헌부가 처리할 사안인데 승정원의 승지는 치외법권이 있어 법밖에 있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현재 사헌부가 없고 형조가 그러한 사헌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는데 그에 대한 사정을 더 잘 알고 있는 승정원에서 이는 형조가 처리할 사안이 아니라 하는 연유는 무엇입니까? 만일 승정원의 말과 같다면 금번 과거 부정사건역시 사헌부에서 나서서 처리할 사안의 것인데 어째서 형조에서 그에 대해 관여함인지 정녕 모르신단 말입니까? 죄가 있다면 승정원이 아니라 의정부와 육조 삼사도 예외일수 없는 것인데 세살박이 어린애도 알고 있는 사실을 승정원은 모른다는 말씀입니까?

박희웅    03/27[13:51]  
이를 형조에서 승정원의 과오임을 확실히 한다면 승정원에 그에 관하여 해당 승지가 출두토록 요청하고 스스로 출두하여 죄를 청하면 승정원의 과도한 업무로인한 일시적인 과오로 인정되어 공론상 관대한 처분또한 바랄수 있을 것인데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군요.

승정원 ()   03/27[14:08]  
조례등록, 개국609년 10월 19일자 전교(어전) : '형조는 자체적으로 주요 분쟁과 관련하여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다만 관리들의 부정이나 직무를 감찰하는 것은 할 수 없으며, 단지 과인의 어명이 있거나 사헌부, 사간원의 협조 요청이 있어야 가능하다.'
* 대민 피해가 아닌, 관리들의 일반적인 직무상 하자에 관한 문제는 설령 고소나 고발이 있다고 하더라도 형조에서 이에 관한 수사를 하거나 논죄를 가할 수 없습니다(물론, 아직 형조의 입장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직무상 발생하는 사안들에 대해 관리들이 서로 고발하고 규찰하여 '민형사사건을 담당하는 형조'의 논죄를 거치도록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직무상 발생하는 문제, 예를 들면 이조 또는 병조의 평정 공고상 실책, 관직 사령상 착오, 각조의 공문 회람상 오기, 각조의 월권성 행위, 각조의 어명 지체, 관원들의 직함 표기 남용 등에 대한 처결은 형조 소관이 아닙니다. 또한 자의적인 업무 범위의 확대 또는 축소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양사가 없다 하여 이조 또는 병조에서 스스로 판단에 의해 서경을 폐하거나 할 수 없으며, 헌부가 없다고 하여 형조에서 자체 결정에 의해 그 기능을 흡수하거나 대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창국대전 형전은 형(刑)과 관련안 법전이지, 형조의 업무에 국한된 법전이 아닙니다. 과거부정건은 어명에 의한 것입니다.
* 상기 조례는 지난 10월의 권율님 사건 이후 김도민님의 삼법사 구성 차자에 대한 비답이며, 본 짧은 글 답변은 관련 사실이나 규정 또는 제도에 대한 해석과 입장을 적시하는 것일 뿐, 대응이 아닙니다.


승정원은 이렇듯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으니, 형조 자체는 차지하더라도 의정부와 삼사, 육조, 각 외관은 유명무실할 뿐 무슨 소용이 있겠나이까? 소관과 형조 관원들 또한 승정원이 업무가 과중하니, 실수를 인정하고 후에는 주의를 하겠다는 답변이 있었다면 그것으로 족하고 지나치려 하였으나, 아무리 헌부의 관원이 없고 형조의 업무범위에서 벗어난다고는 하나 이대로는 지나칠 수가 없사오며, 또한 금일 주상전하께서 승정원에 과오에 대하여 비답하신 바를 보아도 이는 간과할 수 없을 것으로 사료되어 형조에서 이들에 대하여 아무런 권한도 없으니, 이를 상께 올리옵니다. 

 전하,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삼가 하교를 기다립니다.


 개국 610년 4월 8일 
 종6품 선교랑 형조 별제 신 김도민 

국왕 04/08[19:50]
지금 과인과 승정원이 일체(一體)인가 이체(二體)인가. 과인의 행실과 승정원의 과실이 전혀 동떨어진 것이라 말할 수 있는가. 과인이 그러한 교지(敎旨)나 유지(有旨)를 승정원으로 하여금 내리라 한 적이 없었노라고 말한다면 또 무엇이 되겠는가. 금번 소과 백패(白牌)를 통합 교지가 아닌, 개별 교지로 발송한 것은 승정원의 독단에 의한 것이 되는가. 형조에서 승정원에 통보 형식의 공문(통문)을 보낸 적은 있어도 사과할 것을 청하는 공문을 보낸 적은 없는데, 대체 형조에서는 무엇이 소란이며 고함이고 또 무엇이 무소불위라는 것인가. 
다시금 문제를 삼는다면 홍문관이나 형조에서 '승지라고 지목한 자'를 사사(賜死)케 하고 이후 어명을 이행함에 터럭만큼의 과실이나 실수가 있거나 교지 또는 비답, 계본, 계목, 계사, 상소에 단 하나의 오류나 오기, 문맥상 허술함이라도 있다면 반드시 해당 자를 논죄케 하겠다. 또한 이미 내려지고 발송된 전교나 유지, 공문 등에 글자 받침 하나를 고치는 지극히 사소한 수정이나 오류 개선이 있다고 하더라도, 문무백관 모두로 하여금 반드시 삼사에 관련 사실을 세세하게 보고케 한 후, 죄줄 것을 청하거나 사죄문 또는 사과문을 게시토록 하겠다.
애초에 승정원이 아닌 형조정랑의 이름으로 논박을 하였더라면 무슨 문제가 있었겠는가. 형조별제가 있어 그리 하라 명하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