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대행대왕 신위의 종묘 정전 봉안

지난 정월 초6일 자정 무렵에 대행대왕께서 갑작스럽게 붕어(崩御:임금의 죽음)하시어 7일 새벽에 국상을 선포하고, 병조판서 하빈군을 제조로 삼아 국장(國葬)을 총괄할 국장도감을 개청하였다. 이후 대행대왕의 지극하신 유교를 받들어 국장의 제반 절차를 간략하게 진행하고자 1개월을 1일로 계산하는 역월법(易月法)을 적용하여, 국상 사흘째 되던 정월 초9일에 대행대왕의 시신을 재궁(梓宮:임금의 관)에 입관한 뒤, 빈전(殯殿)으로 모셨다.

국상 다섯 날 째 되던 정월 11일에는 발인하여 재궁을 능지(陵地)로 정한 경기도 고양(高陽)에 안장하였고, 능지에서 첫 번째 신주(神主:신위)인 우주(虞主)를 제작하여 혼전(魂殿)으로 정한 숭경전(崇敬殿)에 봉안하였다. 아울러 정월 18일에는 국상 후, 첫 번째 제사인 연제(練祭)를 지내고 두 번째 신주인 연주(練主)를 제작해 우주를 대신하여 혼전에 봉안하였다. 또한 지난 2월 초2일에는 담제를 지내고 상복을 벗으면서 사실상의 국상을 종료하게 되었고, 2월 19일에는 부묘도감의 사무를 대행토록 한 국장도감에서 혼전의 신위를 종묘(宗廟)로 모시는 부묘제를 지낼 길일을 정하여 삼망(三望)하였기에, 과인이 금일로 택일하여 대행대왕의 신위를 정전(正殿) 20실에 봉안하게 되었다.

이로서 국장의 절차는 대략 마무리되었으나, 과인의 덕(德)이 부족하고 조정의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대행대왕의 신위를 종묘로 모신 오늘에까지도 행장(行狀)과 비문(碑文) 등을 찬술치 못하였고, 시호(諡號). 묘호(廟號). 능호(陵號) 등도 정해 올리지 못하였으니 선왕께 죄스러움을 금치 못하겠다. 이에 금일로 국장도감을 시호도감(諡號都監)으로 개칭하고, 제조 이하 관원들을 유임하니 열(熱)과 성(誠)을 다하여 제반 사업을 완수토록 하라. 그대들의 수고는 모든 사업이 종료된 후에 치하토록 하겠다.


개국613년 3월 초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