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 개국612년 계미년 연두교서

계미년(癸未年) 정월에 교서를 내린다.

어질지 못한 과인이 중대한 지위에 올라 국정을 본격적으로 이어 나가게 된 지 만2년을 넘어 6개월 째에 이르게 되었다. 허나 시간만이 그리 되었을 뿐, 자질이 충분하지 못하고 노력이 특별하지 못하여 국정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였으니, 위로는 종묘의 열성조(列聖朝:선대왕)를 대한 면목이 없게 되었고 아래로는 만백성을 대할 면목이 없게 되었다. 오직 대소신료를 비롯한 팔도 백성들의 노력과 노고에 의지하여 오늘날 조정이 여기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 하겠다.

허나 현실이 그러하다 하여 그대로 안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군주의 자리이므로, 신사년, 임오년에 이어 금번 한 해에 나아가야 할 바를 교서로 지어 내린다.

나라의 흥망성쇠(興亡盛衰:흥하고 망함과 성하고 쇠함)는 인재를 쓰느냐 하는 것에 달려 있다. 법령과 제도가 완비되었더라도, 모든 일이 사람을 통하지 않고는 실행하고 적용할 수 없는 것이 세상 이치이므로, 능력과 자품에 걸맞는 인재를 찾아 등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인재는 다른 시대의 인재를 빌려 올 수 없으니, 당대의 사람 가운데 등용하여 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모든 부분에 출중하고 재행을 함께 겸비한 인재만을 구할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재주나 특기라도 있는 자라면 불러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 급제한 자와 관원들의 천거를 받은 자 가운데 인재를 가려 쓰는 것이 지금 조정의 인사 제도인데, 절차가 비교적 복잡하고 까다로워 많은 인재가 등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보완하거나 개선하지 않고는 현재와 같은 극심한 인재난을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별시를 이유 없이 자주 시행하는 등의 편법에 의지하지 않을 것이라면, 현행 제도를 고쳐 시행하지 않을 수 없다. 하여 소과 입격자에게 실직 정종9품직을 주거나, 인재를 천거한 관원을 크게 포상하거나, 능력을 입증한 참하관을 곧바로 참상관으로 발탁 등용하거나, 토관직을 관찰사가 직접 장계를 올려 제수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등의 제도를 시행하고자 하니, 관계된 관청에서는 이러한 점이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라.

지난해 12월에 본조(本朝)와 민국(民國) 사이에 형벌 차등에 관한 전교를 내린 바가 있다. 이 역시 인사 문제만큼이나 중대한 사안이므로, 본조에서 민국의 사안을 논죄하고 하옥하는 등의 처벌을 실시한 지 햇수로 4년에 이르는 올해 계미년에, 반드시 제반 제도를 내외(內外)가 공감할 수 있는 궤도에 안착시켜야 한다. 그리 하여야만 조정의 판결 조치에 본조와 민국의 인심이 모두 수긍하고 승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논죄 기준, 처벌 강도 등에 대하여는 이미 전교하고 비답한 바가 여러 차례 있었으니, 과인의 의지가 어떠한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관계된 관청에서는 이러한 점을 더욱 분명하게 하여 각종 제도가 실행될 수 있도록 하라.

지역별 특색화 제도가 시행된 지 6개월 가량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특별한 진전이 없는 것이 또한 조정의 현실이다. 관련 논의와 토론은 고사하고, 다른 곳에서 무단으로 빌려 작성하여 붙인 글들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활동조차 없는 지역이 적지 않으니, 형편이 이래서는 당초 제도를 시행한 뜻이 어디로 가겠는가. 이러한 현실을 모두 지방관이나 관속들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고, 조정에서 백성들을 강제하는 것으로 내실을 기할 수도 없다. 모든 것이 백성들의 적극적 활동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실현 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중앙과 지방 관청이 적극 노력하여 지역별 특색화 제도를 정착 및 발전 시키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다하는 해로 삼는다. 관계된 관청에서는 이러한 일에 중점을 두어 여러 시책을 펼 수 있도록 하라.

올해 주요 국정 지표로, 인재 등용 제도의 보완과 형벌 집행의 형평, 지역별 특색화 등의 3가지 사안을 말하였다. 이외에 교육을 진흥시키고 선행을 장려하는 등의 일에 대하여는 예전에 누차 교서하고 전교하고 비답한 바가 있으니, 대체로 그것에 의거하면 될 것이다.


- 개국612년 2월 초1일 (음력 계미년 정월 초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