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 창국 제2주년 교서

나라를 새롭게 한 지 2주년에 이르러 왕은 이르노라.

종묘에 고한 지 1주기가 되었던 지난 해 8월에는 나라의 기틀이 아직 완전하지 않아 창국(昌國)과 관련한 행사를 열지 못하였다. 이후로 대전(大典:창국대전)이 반포되고 또 절목(節目:법령)과 등록(謄錄:어명), 지침 등이 마련되었으며, 경외관 각 관청의 업무 분장(分掌:분담)이 이루어져 조정에서 하는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또 지위가 당상, 대부, 장군에 이른 자가 여럿 배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장차 공신 책봉과 지역별 특색화 시행, 광해군 추숭(追崇) 등의 사업을 앞두고 있으므로 과인이 고묘(告廟:종묘에 고함)한 지 2주기가 되는 오늘에 이르러, 이를 기념하는 교서를 내려 나라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된 데에 그간 많은 백성들의 노고가 있었음을 분명하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과인은 모든 것이 부족함에도 군주의 자리에 올라 그 지위를 감당하지 못할까 매번 걱정을 하였으나, 다행히도 열조(列朝:선대왕)께서 내려주신 큰 복(福)이 있어 지금과 같이 나라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으며, 또 여러 신하들와 많은 백성들이 수고한 바가 있어 종묘와 사직을 지금과 같이 보전할 수 있게 되었다. 조정의 위태로운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적이 또한 적지 않았으니, 대개 그 원인은 과인이 정사에 매진하지 않은 까닭에 있었다. 조정이 위태롭게 된 원인은 물론이고, 보다 융성하게 되지 못한 원인 또한 과인에게 있다고 할 것이니, 그 누구에게 허물을 돌릴 수 있겠는가.

본조 개국 이래로 덕치(德治)가 행해지지 않은 적이 드물었는데 과인의 치세(治世)에 이르러 그러한 말이 더 이상 회자(膾炙:널리 이야기됨)되지 않게 되었으니, 이는 조종조께 죄송스러운 일임은 물론이고 조정의 역대 대신(大臣)과 명신(名臣)들에게도 매우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다행히 지금 조정에 수고를 아끼지 않은 신하와 백성들이 있어 군주가 덕을 잃고 나라가 혼란하다는 소리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으니, 과인에게는 실로 감읍(感泣:감동하여 울다)해야 할 일이라 하겠다. 이제 창국 2주년에 이르러, 다시금 종묘에 고하는 의식을 통해 지난날 맹세를 새롭게 하여 이후 정사에 임하고자 하니, 조정 제신(諸臣:모든 신하)들과 팔도 백성들은 과인을 도와 나라가 더욱 흥성(興盛)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기 바란다.

나라에 기쁜 일이 있으면 그에 따르는 특별한 조처가 있어야 하므로, 은전을 베풀고자 한다. 품계가 있는 종3품 이하 백성 가운에 평정으로 승품된 경력이 있는 자는 즉시 한 자급을 더할 것이며, 현재 성균관 유생 가운데 품계가 없는 자로 원점 3점 이상인 자와 소과 입격자로 각도 관청에 관속으로 있는 자는 희망자에 한해 우선 종9품을 주고, 후에 평정하여 결과가 승품점에 이르면 품계를 몰수하지 않는다. 또 남은 하옥 기간이 1년 이하인 자는 집행을 유예하여 조기 방면하고, 1년 이상인 자는 역시 집행을 유예하여 하옥 기간을 절반으로 낮춘다. 단, 완전한 사면이나 복권을 명(命)하는 것은 아니니, 이는 민국(民國:대한민국)에서의 일을 거울로 삼아 무분별한 사면 및 복권이 불러오는 폐해가 있음을 크게 걱정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늘부터 21일까지 별시(別試)를 시행하니, 관계된 관청에서는 응당 필요한 제반 조치들을 취하도록 하라.


- 개국611년 8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