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 개국610년 신사년 연두교서

신사년(申巳年) 정월에 교서를 내린다.

천하의 이치를 논하고 그 순리의 취함과 취하지 못함을 논할 때에는 반드시 백성들의 마음을 얻고 있느냐 아니냐를 살폈으니, 이는 대개 민심의 돌아가는 바에 의해 천명(天命)이 움직인다고 하는 이유에서이다. 민심이 향하는 바가 곧 천명이 향하는 바요, 따르지 않는 바가 곧 천명을 거스르는 것인데, 이 민심을 향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는가. 바로 백성들의 삶이 평화롭게 지속되게 하는 것이 곧 민심을 향한다는 것이다.

과인이 이를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태조고황제(太祖高皇帝:태조)의 즉위교서를 읽어 보니, 지난날의 정사에 있어서 과인의 덕이 크게 부족하였음을 다시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초 확고한 의지가 혹시나 퇴색한 것은 아닌지가 염려될 지경이니, 어찌 이를 경계하고 한 번 크게 다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에 다음과 같이 교서하니, 마땅히 따라 행할 것이다.

一. 나라의 명예를 드높히거나 부모에게 효행이 지극한 것은 조정에서 권장하여야 할 덕목이다. 각도 지방관들은 관할 고을에서 그러한 자격을 갖춘 자가 있다면 조정에 아뢰어 그 아름다운 덕행이 만세에 전할 수 있도록 하라. 건전한 기풍을 배양하는 지름길은 예의와 풍속에 관한 토양을 마련하는 것에 있다. 백성 모두가 본분에 충실하고 수신을 거듭한다면 이루어질 일이다.

一. 교육은 인재 양성의 근본이다. 여러 차례 전교하여 면학을 권장토록 하였으나, 실효가 적으므로 과인의 염려가 적지 않다. 각사에서는 교육과 관련된 여러 시책을 살펴 시행토록 하라. 문(文)과 무(武)는 조정을 반석 위에 올려놓는 확고한 기틀이니, 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一. 법령을 분명히 하여 모든 일을 집행함에 일체의 사심이 없도록 하라. 곧 반포될 육전(六典)은 나라의 큰 법이니, 시행함에 한 치의 어긋남도 있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민국에서는 사면복권의 남발과 법원 및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해이로 인해 법령이 제대로 서있지 못하나, 본조에서는 그러한 일이 일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러나 영(令)을 세운다는 것이 가혹한 집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一. 백성들 모두가 화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라. 어느 한 지역에 치중되어서도 아니될 것이며, 어느 한 계층이나 신분에 혜택이 치우쳐서도 아니될 것이다. 분명한 원칙을 세워 그것을 기반으로 옳고 그름을 가린다면 백성들 모두가 조정의 정책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一. 조정의 대소관리들은 오직 인(仁)으로 백성들을 이끌어 조종(祖宗)의 공덕이 널리 세상에 떨칠 수 있도록 하라. 그리하여 종묘사직을 보전하고 태평성대를 이룩하게 된다면 천하의 백성들에게 그보다 다행한 일은 없을 것이며, 이는 곧 후세의 사람들에게도 심히 다행한 일일 것이다.


- 개국610년 정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