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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행
[승정원/주서] 승정원일기 : 개국620(2011)년 12월 상권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승정원에서 주관하여 5일까지 제88차 윤대를 진행하였다. * 1일 상(上)께서 전교하시기를, "개국620년 제4분기 정기 포상에 관한 각 관청의 계본에 따라 명한다. 문관 포상 행감찰 서민교, 행좌랑 한명회, 각 국조보감 한 질, 은사 300냥. 무관 포상 행주서 황희, 국조보감 한 질, 은사 200냥. (지역 포상, 교육 포상, 모임 포상, 시전 포상) - 이상의 내역에 대해 초3일까지 이견이 없으면 그대로 시행하라. 사헌부는 포상 계본을 올리지 않은 공조를 추고(推考)하고, 좌랑 묵향에 대한 포상 의견을 개진하라." 하였다. * 1일 행이조좌랑 묵향이 아뢰기를, "각 관청의 수장에 대하여 아룁니다. 사헌부에는 감찰 서민교, 이조에는 신이, 호조에는 행제검 이수현이, 예조에는 행좌랑 한명회가, 병조에는 행좌랑 성삼문이, 형조에는 겸좌랑 한명회가, 공조에는 정 이운이 있습니다. 지금은 12월 제1차 평정기간입니다. 신과 행병조좌랑 성삼문의 평정을 내려주십시오. 행검률 이태영이 임기 연장을 신청했습니다. 현재 한성, 경기, 강원의 제반 행정을 잘 이끌어나가고 있으니 그의 임기를 연장하고자 합니다. 또한 이조는 곧 있을 녹봉 산정에 차질이 없도록 문관 근무 내역서를 마련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외 상시 업무를 수행 중입니다." 하였다. * 1일 행병조좌랑 성삼문이 아뢰기를, "병조 업무에 대하여 아룁니다. 병조는 현재 이조와 마찬가지로 녹봉 산정에 대비하여 무관 근무 내역서를 정리하고 있는 중이오며, 이외에 상시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삭직자 및 전직 무관 출사 독려 업무에 대해 아룁니다. 일차적으로 간찰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접속자가 많지 않아 이차적으로 관리단의 협조로 서찰을 발송하였사옵니다. 독려 대상자 중 별검 박윤상만이 재출사하였사오며, 대부분 서찰 및 간찰을 확인했지만 출사를 하지는 않았사옵니다. 따라서 삭직자 및 전직 무관 출사 독려 업무를 이제 종료코자 하옵니다." 하였다. * 1일 행사헌부감찰 서민교가 아뢰기를, "사헌부에서 특별히 추진하는 업무는 없사옵니다. 전하의 하교에 따라 공조를 추고하도록 하겠사옵니다. 행이조좌랑 묵향은 사직제례 건과 일전의 평점 가산 문제 등 업무 수행 중에 미흡한 점이 없지 않았사옵니다. 그러나 그는 나라의 동량지재(棟樑之材)로서 평소 조정에 성실히 봉직하여 국가에 보탬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신칙(申飭)하심과 더불어 그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은사(恩賜)를 내리심이 어떠하옵니까? 청컨대, 행이조좌랑 묵향에게도 소정의 포상을 내려주시기를 바라옵니다." 하였다. * 2일 행예조좌랑 겸형조좌랑 한명회가 아뢰기를, "예조에서는 지난 27일 종료된 제66차 소과의 후속 조치로 누적 및 잔여 시권 현황과 과거등록 갱신을 진행하고 있으며 청암서원 관선유사로 행이조좌랑 묵향을 차정한 사실을 경기감영에 통보하였습니다. 12월 소과 준비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지난 계본에서 시관 평정 가산에 대해 아뢸 때, 병조의 잘못된 문서를 참고하여 미처 행병조좌랑 성삼문의 가산을 청하지 못하였습니다. 성삼문의 누적 시권이 11권이 되었으니 평점 1점 가산을 청합니다. 아울러 정확한 확인 없이 미흡하게 아뢴 신을 벌하여 주십시오. 형조에서는 추관안 등 정기 갱신할 문서들에 대한 작업이 진행중이며 前별좌 김관이 추진하던 지방관 형정업무 지침서 작성에 대한 필요성을 검토중에 있습니다." 하였다. * 2일 행사헌부감찰 서민교가 아뢰기를, "선공감정 이운의 징계 수위를 아뢰고자 하옵니다. 이와 같은 사안은 마땅히 파직하여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옵니다. 하오나 전하, 이운이 조정에 오래 봉직하여 그 공로가 적지 않고 조정에 몸담고 일하는 관원이 부족한 이때, 사정을 살피고 권도(權道)를 행하시어 다만 그를 좌천(左遷)하여 경계(警戒)로 삼음과 더불어 계속 조정에 남아있게 함은 어떻겠사옵니까? 조정으로서는 권위을 세우고 이운 개인으로서는 다시금 진력(盡力)하여 부끄러움을 씻을 기회가 될 것이오니, 상하에게 모두 이익이 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옛날 초(楚) 장왕(莊王)이 미인이 희롱당함에도 불구하고 갓끈을 자르고서 계속 연회를 즐겼다는 고사를 알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작은 과오(過誤)를 용서함으로써 덕을 베풀고 충성을 얻을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얻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신은 오로지 조정을 위하는 심정으로 삼가 간(諫)하옵니다. 예전 前 참의 한유찬 등을 파직하시었을 때, 혹자는 사직을 청하고 여항(閭巷)의 선비도 이에 글을 올려 황공하옵게도 어심(御心)을 돌리고자 하였사옵니다. 당시에 그 죄는 명백한 것이었으나, 그들이 진정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출사하는 자가 없어지고 직임에 임하는 자가 모두 숨어서 조정이 텅 비게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었사옵니다. 지금 관직에 출사하는 자가 나날이 줄고, 한번 죄에 얽혀든 관원들은 모두 파직되거나 물러나게 되어서, 은일(隱逸)하거나 재주를 펼치지 못하는 선비들이 많으니, 장차 이 조정이 나아갈 바를 알지 못하겠사옵니다. 싸움에 패한 장수에게도 '승패는 병가(兵家)의 상사(常事)'라 하여 다시 한번 분투할 기회를 주는데, 하물며 이 일에 있어서야 그렇게 하지 못할 연유가 대체 어디에 있겠사옵니까. 성상(聖上)께서 한 번 권도를 행하신다면, 뜻있는 선비들이 어찌 다투어 조정에 출사하지 않겠사옵니까? 모두가 전하의 덕을 사모하여 달려오고 이운 또한 보은(報恩)하려 애쓸 것이옵니다. 분기 포상은 한 해에 네 번 선정하는 것이옵니다. 공조에서 3분기 포상을 놓치게 되었으니, 이후 공조에 특별히 명하여 4분기 포상 대상자에 3분기 포상 대상자도 함께 포함하여 계하게 하시옵고, 선공감정 이운은 앞서 아뢴대로 좌천하시옵기를 간청하옵니다. 이렇게 하시오면 전하께옵서는 아끼시는 신하를 잃지 않으면서도, 군왕으로서의 위엄을 세우시고 조정 관료들에게는 경종(警鐘)을 울리는 것이 되니 이 얼마나 좋은 것이겠사옵니까?" 하였다. * 3일 행군자감제검 이수현이 아뢰기를, "현재 3분기 녹봉을 처리 중입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4분기 녹봉 부터는 정상적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이 외에 상시 업무를 처리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12월 5일 부터 14일까지 만 열흘간 정기 4분기 호구조사를 시행토록 하겠습니다.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하였다. * 5일 선공감정 이운이 공조가 상시업무를 진행 중에 있음을 아뢰었다. * 5일 상(上)께서 전교하시기를, "시관 혜택에 관한 건은 예조 계청대로 시행하라. 이조의 지방관 임기 연장, 호조의 호구조사 시행, 병조의 출사 독려 등은 잘 알았다. 호조는 행좌랑 묵향에게 300냥을 별급하고, 병조는 선공감정을 무록직으로 전환하고 아울러 11월 녹봉을 지급하지 말라. 사헌부 의견을 참작한 처분이다. 이것으로 윤대를 마친다." 하였다. ○ 행사헌부감찰 서민교가 공조 추고에 대하여 계사를 올려 아뢰기를, "금일, 전하의 하교를 받들어 분기 포상 업무를 수행하지않은 공조를 추고하였사옵니다. 공조 수장인 선공감정 이운이 이에 관하여 소명하기를, '금번 분기 포상 업무를 제때 처리하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소관의 과실 입니다. 이에 대하여 변명의 여지가 없다 생각됩니다. 최근 들어 소관이 민원 업무를 잘 처리 하지 못하고 물의를 빚는가 하면 정기 업무 또한 방기하여 전하의 심기를 크게 어지럽혔습니다. 이에 대해 소관 스스로도 부족함을 통감하였고 깊이 반성하였습니다. 해서 소관을 파직하여 조정의 본보기로 하길 바라겠습니다.' 라고 하였사옵니다. 조정의 중직에 있는 자가 이토록 업무를 방기(放棄)하니, 이로 인하여 자칫 조정의 기강이 무너질까 신은 다만 두려울 뿐이옵니다. 무릇 관원은 위로는 종묘사직을 받들고 군왕(君王)을 보필하여 정사를 돌보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공복(公僕)이 되어 충실히 맡은 바에 성의를 다함이 마땅한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만약 일신의 사정이 있어 등청치 못한다면 마땅히 물러나서 다른 관원이 후임관이 되어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 옳은 처사일 것인데, 선공감정 이운은 자리를 지키기만 하였으니, 어찌 잘못된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삼가 합당한 처분을 내려주시옵기를 청하옵니다. 또한 감찰을 주관하면서도 이를 미리 살피지 못한 신을 징벌하여 주시옵소서." 하니 비답하시기를, "징계 수위에 대한 의견이 누락되었다. 윤대에서 계하라." 하였다. 12월 2일 신묘(辛卯)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12월 3일 임진(壬辰)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12월 4일 계사(癸巳)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12월 5일 갑오(甲午)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행이조좌랑 묵향이 문관 평정에 대하여 계목을 올려 아뢰기를, "금번 12월 제1차 평정으로 행경기도검률 이태영이 상점을 받아 가계되어 무공랑이 되었습니다. 또한 행군자감제검 이수현이 상점 누적에 따른 평점 가산을 신청하여 절목에 따라 3점을 가산하였습니다. 그 결과 행제검 또한 중훈대부에서 중직대부로 가계되었습니다. 평정을 마쳤으니 품계에 변동이 생긴 관원들과 더불어 문반 관원들의 수기 정안을 점검하겠습니다." 하고 계목에 덧붙여 아뢰기를, "행이조좌랑 신 묵향, 아울러 행사헌부감찰 서민교의 평점에 대하여 아룁니다. 신이 살펴보니 행감찰이 충청도도사로 재직하면서 3개 이상의 지방을 관할하며 임기 중 상점 2회 이상을 받았음에도 평점이 가산되지 않았음을 발견하였습니다. 하여 행감찰 서민교의 평점을 2점 가산한 결과 조봉대부로 가계되었습니다. 지방관의 경력이 있으며 예조에서 2개월 이상 좌랑을 지냈으니 종4품 이상으로의 가계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또한 계목의 날짜 표기에 오류가 생긴 점에서 앞으로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하였다. ○ 행사헌부감찰 서민교가 문관 평정 이의제기 등에 대하여 계목을 올려 아뢰기를, "금일 행자산군수 김관이 12월 1차 문관 인사평정에 이의제기를 신청하였습니다. 아래에 소명서 등을 요약하여 기술함에 있어 압존의 예에 어긋나거나 불필요한 부분, 맞춤법에 어긋나는 것은 제거 및 교정하였사옵니다. 행자산군수 김관이 제기한 바를 요약하면, '부임 이후 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방기한 적이 없는데, 민국의 사정으로 인하여 업무 소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보다 조금 열정이 부족하거나 그에 못 미치게 느껴지는 현상으로 비춰진다면 누가 관직을 유지하겠는가. 지방관으로 발령 후 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고, 오히려 행사를 진행하며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되니 본 평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바이다. 업무량이 많은 관청이라도 특별히 '상'만 받을 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부임 후 짧은 시일에 행사를 진행시켜 활성화에 기여하고, 현재에도 토관으로 있는 여용 김세상과 함께 12월에 대한 업무논의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행이조좌랑 묵향이 소명한 바를 요약하면, '이조에서의 평정이 그 수장에 의해 재량적으로 이행되기는 하나 평정에도 그 나름의 뚜렷한 기준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때문에 이조에서는 지방관으로서 상점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필수적인 업무 이행 외에 두 가지 이상을 이행하였을 경우 상점을 부여한다. 지방관으로서 재직 중인 행도호부사 임랑, 행검률 이태영과 비교하여보겠다. 행검률 이태영은 청암서원 정상화를 위해 예조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관보 발행과 축성 사업 진행 등 필수 업무 이외에 두 가지 이상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행도호부사 임랑 또한 3대강 살리기 사업을 자신이 맡은 삼남 지방에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창의적인 행사 시행을 보여주었으며 경상도 및 전라도에서 관보를 발행하는 등 필수 업무 이외에 두 가지 이상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와 달리 행군수 김관은 지역 행사 외에 부임한 21일부터 평정 기간인 30일까지 뚜렷한 업무 수행을 보이고 있지 않다. 천차만별인 업무수행을 단지 '상, 중, 하'의 세 단계로 나누어 평정하기 때문에 그 차이를 모두 반영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최대한 합리적으로 평정하기 위해 위와 같이 판단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아울러 이조의 평정권은 되도록 존중되었으면 한다.' 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사헌부에서는, '행자산군수 김관은 부임 이후, 소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소홀히 한 점이 보이지 않았고 본인 나름대로의 노력을 통해 지역의 활성화와 원활한 행정 처리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음이 인정된다. 행이조좌랑 묵향의 경우, 평정권자로서 본인이 정한 원칙과 척도에 의하여 평정을 수행하였다. 또한 그 원칙과 척도가 충분히 납득 가능한 것임이 인정된다. 비록, 행자산군수 김관이 업무에 충실히 임하였음을 부정할 수 없으나, 평정주체와 평정객체 모두 인간인 만큼 평정이 완전히 객관화될 수는 없고, 평정권자 본인이 확정한 기준('공정과 합리에 가까운 최적화된 상태'를 전제)에 따라 평정하게 된다. 또한, 행자산군수 김관이 수시로 등청하여 직임에 임하는 것은 본조의 특성(가상공간의 한계점) 상 공문서 또는 기타 확인 가능한 수단(댓글 등)을 남기지 않는 한, 개인적으로 등청하신 시간을 타인이 인지할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다. 이때문에 평정에 불복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행이조좌랑 묵향은 차후 평정 時, 좀 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평정 대상자가 만족할 수 있는 평정이 될 수 있도록 공고 직전, 문제점은 없는지 다시 한번 검토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기 바란다. 평정권자의 권한을 가능한 한 존중해주는 것이 본조 조정의 인사행정을 공정하게 처리하는데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되므로, 김관의 이의제기를 기각하는 바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신이 사료하건대, 김관은 그 나름대로 승복할 수 없는 사유가 있고, 묵향 또한 평정에 있어 본인의 확고한 기준 하에 판단한 것으로 보이옵니다. 그러므로 신은 '평정권자의 권한을 존중한다'는 판단 하에 이의제기를 기각하였사옵니다. 사헌부의 판결이 있자, 곧 행자산군수 김관이 이에 불복하였으므로 우매한 신은 삼가 이를 전하께 아뢰고 오직 영명하신 판단을 기다릴 뿐이옵니다. 아울러 문ㆍ무관 평정제도에 관하여 아뢰옵니다. 현재의 평정제도는 오로지 평정권자 개인의 판단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사옵니다. 평정권자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정하고자 하지만, 평정권자는 서로 다르고 체직이나 사직 등으로 매번 평정마다 그 기준은 달라지게 되는 것이오니, 이것이 어찌 공정한 평정이 되겠사옵니까. 그러나 지금까지의 평정을 모두 부정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옵니다. 하오나, 인사를 담당하는 관청으로 하여금 객관화된 평정 지표를 마련하여 종래의 평정 방식에 더하여 병용(竝用)케 함이 어떻겠사옵니까?" 하니 비답하시기를, "사헌부에서 처분한 결과를 잘 알았다. 절목에서 이조, 병조의 평정 기준이나 지침 제시를 허용하고 있으니, 그 조문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관 평정에 관해서는 이미 수령7사가 있지만, 이조와 병조에서 적절한 방안을 마련해 보도록 하라." 하였다. 12월 6일 을미(乙未)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행자산군수 겸성천진관병마동첨절제사 김관이 차자를 올려 청죄하기를, "전하, 신이 초출사하여 전하를 모신지도 언 2년이 넘었사옵니다. 긴 시간이면 긴시간이옵고, 짧은 시간이면 짧은 시간동안 전하를 모시며, 본조에서 활동하는 것이 저에게는 자랑스러운 일이었사옵니다. 하오나, 이제 신이 전하의 큰 성은(聖恩)을 입고도 이제 전하의 치세를 전하지 못하고 떠나려 하니 이 얼마나 큰 죄이며, 불충이겠사옵니까. 하오나 신은 앞으로 본조를 위해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이렇게 전하께 간청하며 아뢰옵니다. 금번 평정에 대하여 간하옵니다. 신이 전하의 명을 받아 평안도로 온지도 18일이 되었사옵니다. 지난달 19일에 전하의 명으로 북삼도를 관할하는 지방관이 되어 전하의 치세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였사옵니다. 전하께서도 이미 아시다시피 제가 민국의 일로 정신이 없지만, 전하와 본조를 위하여 열심히 뛰고자 하였사옵니다. 북삼도로와서 처음 인계서를 받고, 토관으로 재직하는 진북위여용 김세상으로부터 여러 보고를 받았사옵니다. 북삼도의 현재의 업무를 파악하여 하나하나 진행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진행예정으로 있던 전국단위 행사가 하나 있었사온데, 이가 '순국선열의 날' 행사였사옵니다. 순국선열의 날은 민국에서 11월 17일이온데, 이미 제가 부임한 후에는 시일이 지난 후였사옵니다. 그러나 이 날이 민국에서 잊혀져 가는 것이 안타깝고, 본조에서 활동하는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였기에 본 행사를 추진코자 하였사옵니다. 하오나 본 행사는 11월을 넘기면 그에 대한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기에 김 여용과 협의 끝에 빠른 진행으로 하여금 본 행사를 진행하였고, 추가 인원을 드릴만큼 성공적으로 끝마쳤사옵니다. 또한 본조의 백성들의 업인 농사를 활성화시키지 위하여 자체적인 농업알림 시스템을 도입하여 김여용과 나누어 각자 약 70여명에 대한 백성들에게 간찰을 주어 활성화를 도모했사옵니다. 이것이 10여일간 우선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사옵니다. 뿐만 아니라 민원처리 역시 밀림이 없이 처리하였사옵니다. 이후 12월 제1차 문관평정을 받았사옵니다. 신이 보기로는 평정에 문제가 있어 사헌부에 이의제기를 하였으나, 사헌부에서도 기각을 하였사옵니다. 하오나 신이 이를 인정치 않았기에 사헌부에서는 전하께 계목을 올린줄 아옵니다. 신이 그 계목에서 이조좌랑 묵향이 올린 소명서를 잠시 보았사옵니다. 물론 평정의 주체가 인간이기에 그에 대한 주관적인 견해가 있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오나 신이 전하의 치세를 넓히기 위해 북삼도로 왔사온데,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말에 대하여서는 참을 수가 없사옵니다. 신이 미천하여 민국의 일이 바빠 다른 관원보다 접속체력이 부족하거나 접속을 하더라도 일처리를 제대로 할 수 없음은 인정하옵니다. 하오나 신이 평안도로 부임한 이후, 단 한번도 그러한 적은 없었사옵니다. 하루정도의 텀이 민원처리의 지연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의 시간은 타 관청에서도 용인되는 일이라 사료되옵니다. 좌랑 묵향은 타 지역 지방관들은 축성사업 등, 창시적인 업무를 진행하였다고 하였는데, 부임하고 10여일 동안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 얼마나 되는지 의심스럽사옵니다. 행대구부사 및 경기검률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사옵니다. 어떠한 사업이던 철저한 준비를 통하여 계획하고 그 일을 진행함에 타 관청과 연계를 해야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옵니다. 과연 이러한 절차들이 10여일로 끝날 수 있는지 의문이옵니다. 미천한 신의 소견으로는 어렵다고 사료되옵니다. 또한 좌랑의 평가 기준을 보면 타 지방관이 기본업무를 제외한 두 개 이상의 업무를 수행하였기에 다른 지방관에게는 '상'점을 주고 소신에게는 '중'점을 주었다고 하였사옵니다. 하오나 신은 비록 농사알림시스템이오나 이를 활용하여 70여명에 달하는 백성들에게 일일이 간찰을 보내어 농사 및 활동을 독려함으로서 활성화를 도모하였사옵니다. 또한 이러한 내역을 기록으로 남겨두었으니 어찌 평정을 하는 이조와 이의제기로 인하여 이를 살펴보는 사헌부가 보지 못하였겠사옵니까. 혹여나 이를 지방관의 업무로 인정치 않는다면 어떠한 업무가 지방관의 자발적인 업무라 하겠사옵니까. 그 가운데에서도 신 또한 북삼도를 활성화하고자 '순국선열의 날' 행사를 진행하였고, 현재도 김 여용과 함께 북삼도를 활성화하여 전하의 치세를 넓히는데 여념이 없사옵니다. 하온데 이 모든 것이 어찌 소신이 부임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옵니까. 그렇다면 신은 당연히 업무를 태만히 한 점을 인정받아 '하'점을 받는 것이 당연하옵니다. 물론 전조의 평정기준이 애매하여 평정권자가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있는 것은 아옵니다. 신 또한 그 자리에 있었기에 그 고충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 하오나 객관적인 잣대로 피평정자가 납득할 수 있는 평정이 행하여져야 한다고 생각되옵니다. 신이 보았을 때에는 본 평정은 객관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사옵니다. 그리하여 사헌부에 이의제기를 하였으나 사헌부 또한 전조의 의견에 동참하여 이를 기각하였사옵니다. 도대체 부임하여 10여일동안 무슨일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신 역시 궁금할 따름입니다. 사헌부에서 언급한 '평정권자 본인이 확정한 기준'에 기본적인 행정 업무와 행사추진 및 독려 간찰, 농업 및 활동 독려 간찰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또는 이러한 것이 부족하다고 한다면 과연 어느 누가 '상'점을 받을 수 있겠사옵니까. 더욱이 이 모든 활동이 게시물로 확인 가능한 것이마에도 불굴하고 인정을 받지못한다면 어찌 지방관의 업무를 수행할 의욕이 생기겠사옵니까. 오랜시간 전하를 모시며 이 자리까지 왔지만 이러한 상황은 처음이옵니다. 전하를 모시는 한창일 때에는 옥당에서, 또는 상소를 통하여 부당하거나 그러한 대우를 받은 관원들을 옹호하기 위한 상소 및 차자도 있었사온데, 옥당의 부재가 그리울 뿐이옵니다. 신이 전하께 간청드리옵니다. 오랜시간 전하를 모시며 신은 여러가지 상황을 겪고 보았사옵니다. 또한 전하의 성은으로 어느덧 본조에서 근무하는 관원들 중 비교적 품계가 높으며 경력이 오래된 관리가 되었사옵니다. 신이 단순히 평점 1점을 더 받고자 사헌부에 이의제기를 하며 사헌부의 결정에 불복을 하며 이리 차자를 올리겠사옵니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준에 따라 타 감영에 비해 결코 덜하다 할 수 없는 업무를 수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통탄한 마음을 금을 길이 없으며, 또한 앞으로는 저와 같이 납득이 가지 않는 관청의 행정처리를 막고자함이옵니다. 좀 더 명확한 근거를 통하여 평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신은 생각되옵니다. 그러기에 미약하게나마 그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옵니다. 지금도 신은 전조의 주장에 납득을 할 수없사옵니다. 만일 전조의 주장이 옳다면 전 정말 전하의 신하라 볼 수 없을 것이옵니다. 조정의 녹을 먹는 사람으로, 전하를 모시고 전하의 치세를 넓히는 사람으로, 어찌 불충이 아니겠사옵니까. 이러한 상황에서 신이 어찌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겠사옵니까. 신을 파직하여 주시옵소서. 파직이 아니라면 사직을 할 수 있도록 윤허하여주시옵소서. 신이 전하께 드렸던 약속, 관원이 없는 현 상황에서 전하 곁을 지키겠다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는 이 불충한 신하를 내치시옵소서. 신 더이상 본조에서 생활할 믿음과 신의가 무너졌사옵니다. 하여 신 죽음(탈퇴)으로 전하께 지은 이 불충을 대신하고자 하옵니다. 앞으로 다시는 신과 같은 관원이 나오지 않도록 해주시옵소서.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고, 불충한 신을 용서해 주시옵소서." 하니 비답하시기를, "한 차례 행사를 진행하고 토관과 분담하여 간찰을 발송한 것에 대해 반드시 상점을 매겨야 하는지, 상점과 중점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서 이번은 중점을 취한 것인지, 아니면 중점이 적절하기에 그리 한 것인지 등은 평정 관원이 정한 기준과 판단에 달린 일이다. 또 평정은 절대 평가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관원 각자의 성과나 우열을 참작하여 상대 평가 방식이 가미될 수도 있는 일이다. 모두가 납득할 수 없는 하점을 부여한 것이 아니고, 군수 본인이 지방관 직전에 이조 관원으로 있으면서 인사와 평정을 주관하였으니 그 처지를 모르지 않을 것인데, 이조에서 자체 기준에 따라 시행하고 사헌부에서 절차에 따라 결심한 내용에 승복할 수 없다고 이러한 내용의 차자를 올리는가. 사직과 사망으로 조정과 군부를 압박하는 이와 같은 행태는 한 치도 용납할 수 없다. 만일 부고가 조정에 전해지면 이조는 즉시 추탈하고 예조는 서훈을 취소하라." 하였다. ○ 행사헌부감찰 서민교가 차자를 올려 청죄하기를, "당초에 평정이의제기를 접수하고 이조의 소명서를 받아 판결한 것은 신이고, 또한 이때문에 전하의 신하들을 괴롭게 한 것은 신의 판단때문이며, 이로 인하여 전하께 성려를 끼쳐드리게 되었으니, 이 모든 사태의 본질은 신에게서 비롯된 신의 죄이옵니다. 삼가 돈수백배하고 감히 청을 올리옵니다. 평정에 있어서 새로운 지표와 제식을 마련하시어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시고 아울러 신의 죄를 엄하게 물으시옵소서. 전하께서는 영명하신 인군이시오니 의를 바로세우실 수 있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사옵니다. 이 죄인은 입이 있어도 더 이상 무슨 말씀을 더 드릴 수 있겠사옵니까." 하니 비답하시기를, "감찰이 죄를 청할 사안이 아니다. 직임을 다하도록 하라." 하였다. * 행사헌부감찰 서민교가 청죄소에 상(上)께서 비답하신 후에 덧붙여 아뢰기를, "신의 죄를 사하여 주시오니 어찌 감읍하지 않으오리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하오나 전하, 금번 평정으로 인하여 이미 소동이 벌어지고 민간에서도 의혹으로 인하여 공론이 일어나고 있사옵니다. 신 서민교는 죽기로 청하오니, 사헌부의 판결을 백지화하시고 이조로 하여금 다시 평정하게 하여 한 치의 의혹 없이 밝히게 하소서. 신에게 다른 뜻은 추호도 없사옵고 다만 파국으로 치달은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옵니다. 그것만이 지금의 사태를 수습하고 들끓는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하의 적자(赤子)를 보전할 수 있는 길인 줄로 아옵니다. 살펴 헤아려 주시옵소서. 또 한번 어심(御心)을 괴롭게 하였으니 이 신하의 죄가 참으로 크옵니다." 하였다. ○ 행사헌부감찰 서민교가 시국에 대하여 차자를 올려 아뢰기를, "소신은 오직 사직을 위하는 충심으로 전하께 간(諫) 하옵니다. 행자산군수 김관은 대부의 반열에 있는 중신으로 결코 짧지 않은 지난 세월동안 전하와 조정을 받들어 희생하여 국가에 이바지 하였나이다. 비록 그가 감정이 격하여 죽음을 운운하기로서니 그것이 어찌 감히 진정으로 군부를 겁박(劫迫)하는 것이겠습니까? 단지 정한(情恨)이 북받쳐 오른 것이옵니다. 하오나, 전하께서는 '사직과 사망으로 조정과 군부를 압박하는 이와 같은 행태는 한 치도 용납할 수 없다. 만일 부고가 조정에 전해지면 이조는 즉시 추탈하고 예조는 서훈을 취소하라'고 하시었나이다. 신은 실로 전하의 그 진노하신 옥음(玉音)이 들리고 용안(龍顔)을 뵈옵는 듯 하옵니다. 온 몸의 털이 바짝 일어서고 목 뒤가 서늘할 지경이옵니다. 다른 자들은 그렇지 않으리라 보시옵니까. 신은 지금까지 중외(中外) 각처에서 전하의 신하로서 명을 받아 직에 임함에 지은 죄가 많아 심장이 떨리고 간담이 서늘하옵니다. 이는 패왕(覇王)으로서의 장중한 위엄은 세울 수 있을망정, 만백성의 군부(君父)로서의 부드러운 위엄은 세우지 못하옵니다. 삼왕(三王)의 도(道)는 성냄과 벌주는 것에 있지 않고, 아끼고 덕을 베품에 있는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그러나 오늘, 이 조정은 어떠하옵니까. 전하께서는 수년 간 충정을 다 바친 중신을 버리신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사옵니까. 신은 놀랍고 두려워서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무릇 본조는 지금 당하의 반열에 있는 대부들이 조정의 중핵을 이루었고, 전하께서 이룩하신 국가의 업적은 모두 그들과 더불어 이룩하신 것이라 할 수 있사옵니다. 그들은 전하의 고굉지신(股肱之臣)인 것이옵니다. 그런데 전하 스스로 이들을 모두 죄가 있다 하여 나무의 잔가지를 쳐내듯 다 없애고 물리치신다면, 전하께서는 장차 누구와 더불어 정사를 돌보시겠사옵니까. 신의 근심이 그것에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이 지금은 팔황(八荒)에 널리 퍼져서 모르는 사람이 없고, 저마다 이 일을 두고 시국을 염려하옵니다. 이 일을 어찌 다 수습하겠사옵니까? 지금 전하께서는 군왕의 위엄은 세우셨을망정, 은덕은 베풀지 않으셨사오니, 이제 누구를 조정에 받아들여 호령(號令)을 내리시고 부리시겠사옵니까? 이제 어느 백성들에게 인덕을 보이시겠사옵니까? 인간은 본래 그 성정이 스스로 하고싶은대로 하고 잘 대해주는 것에 마음을 주고 따르니, 백성들의 마음 또한 그와 같은 이치로 인(仁)한 자를 따르는 것이옵니다. 어심(御心)이 어찌 어질지 않겠습니까마는, 그것을 쉬이 보이시지 않으니 진실로 문제가 되는 것이옵니다. 이제 모두가 성상(聖上)을 두려워하게 되었사옵니다. 이 일로 혹인(或人)은 조정을 떠날 수도, 혹인은 평생토록 은일(隱逸)할 것이며, 참담하게도 혹인은 조정에 등을 돌릴 것이며, 또 혹인은 성상께서 거하시는 도성만 바라보아도 사시나무 떨 듯 할 것이옵니다. 이것이 진실로 전하께서 바라시는 것이옵니까. 군왕이라면 그리 하여도 되는 것이옵니까, 아니면 그리 해야만 하는 것이옵니까. 모두를 품고 아울러서 함께 할 수는 없는 것이옵니까. 전하께서 가시는 그 길에 함께 할 수 없는 종자(種子)가 따로 있는 것이옵니까. 소신은 본래 고지식하며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며 어리석기 그지없어 알 수 없사옵니다. 부디 전하의 도를 일러 주시어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시옵소서. 이제 소신 또한 역린(逆鱗)을 범하게 된다면 전하께 질책을 당하고 벌을 받음과 더불어 엎어지고 내쳐짐을 당하게 되는 것이옵니까. 이제까지 대부의 반열에 있었던 자들 중에 징벌을 받지 않고 조정을 나간 자가 몇이나 되옵니까. 전하께옵서는 알고 계시옵니까? 신은 전하의 은택(恩澤)에 힘입어 이 자리에 까지 오를 수 있었사옵니다. 관서(關西)의 촌부가 은사(恩賜)를 입어 조정에 출사(出仕)하기에 이르렀고 이제는 전하의 곁에서, 전하의 빛나는 치세를 위하여 잘잘못을 살피고 간쟁할 수 있는 위치에 이르렀사옵니다. 어찌 감읍하지 않으오리까. 신이 이제 무슨 여한이 있으오리까. 다만 성은이 망극할 따름이옵니다. 그러나 이제 인심(人心)이 이 일을 두고 요동침에 신은 전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전하께 이렇게 간하옵니다. 삼가 전하께 청하옵니다. 만사를 공정하게 밝히시고, 또한 전하의 사람을 내치지 마소서. 국가를 일으키자면 한사람 한사람의 재주가 아쉬워 만금을 아쉬워하지 않고 구하고자 하는 것이옵니다. 촉(蜀) 소열제(昭烈帝)는 공명(孔明)을 구하기 위해 세 번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사옵니다. 옛날의 왕들은 참된 선비를 구하기 위해 입에 든 것을 뱉어내고 머리털을 움켜쥐면서까지 치국의 방략을 듣고자 하였나이다. 은탕(殷湯)은 삼면의 그물을 풀어주고 오로지 덕으로써 다스리려 하였사옵니다. 한(漢)의 고조(高祖)는 반역에 가담한 소리(小吏)들과 백성들을 사면하기를 수 차례 하였사옵니다. 대체 전하의 도(道)는 무엇이기에 이렇듯 만사를 엄정히 하시는 것이옵니까. 선왕께서는 이렇게 하시었나이까. 신과 같은 필부는 창해(滄海)와 같이 깊은 어심을 헤아릴 수 없어 알지 못하옵니다. 전하, 태사공(太史公)이 이르기를, '진(秦)은 주(周)의 폐단을 고치지 못하고 도리에 형률과 법을 엄격하게 하였다'고 하였으니, 그것은 진나라가 망하고 한(漢)나라가 일어설 수 있었던 까닭이 되는 것이옵니다. 만약 전하께서 앞으로도 만기(萬機)를 이렇게 엄하게만 처결하신다면, 이 조선 땅에 남아나는 것은 과연 무엇이옵니까. 이제 전하께서는 소신의 차자를 보시고는 '감히 군왕을 능멸하고 비난하였다'하여 신을 벌하시렵니까. 만에 하나라도 그러하오시면 신은 신의 소임을 다하고자, 필사(必死)의 각오로 피눈물을 흘리며 전하께 또 간언을 드릴 것이옵니다. 또한 그렇게 된다면, 언로(言路)가 막힘을 보고 뜻있는 선비들은 모두 숨어버릴 것이니, 그것은 국가가 곤란(困亂)에 처하게 되는 지름길일 것이옵니다. 그때는 아무도 버티지 못할 것이니 누가 있어 이 난국을 수습하고 조정을 이끌고 백성을 다독이고 어루만지겠사옵니까. 신은 충정(忠情)으로 간하옵니다. 전하께서 순리(順理)대로 처결하신다면 조정도 순리대로 움직일 것이며, 온 백성들도 순리대로 살아갈 것이오니, 군왕이 먼저 인덕을 베풀면, 신민(臣民)들은 충성으로 보답할 것이옵니다. 윗사람이 먼저 하면 아랫사람들은 저절로 따르게 되는 것이옵니다. 군자(君子)는 포용하고 소인(小人)은 배척하옵니다. 양약(良藥)은 입에 쓰나 몸에 이롭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사옵니다. 부디 이와 같은 이치를 굽어 살펴 헤아려 주시옵소서. 전하께서 소신을 믿고 쓰셨듯이 소신 또한 전하께서 용단(勇斷)을 내리시옵기를 믿고 기다릴 것이옵니다. 신이 직임(職任)과 더불어 신명(身命)을 걸고 아뢰옵니다." 하니 비답하시기를, "이조와 사헌부에서 절차에 따라 진행한 내용을 살펴 재가하였으니, 지금까지의 평정 이의와 관련한 하교가 대개 어떠하였는지를 살펴본다면 금번 처분을 두고 특별히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소명한 바가 자세하고 심리한 이유가 타당한데, 그 직임에 있는 관원의 의견을 신뢰하지 않기는 어려운 일이다. 토관에게 업무를 위임하고 문중에 유언을 남겼는데 과연 관례적인 수사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하겠는가. 말이 받아들일만 하면 간결하게 요점만 말하더라도 채택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온갖 고사를 나열하더라도 불가한 것인데, 지금 군수의 언행은 그 정도를 넘었다. 사헌부의 계목에 대한 전교가 내려지기도 전에 죽음을 배수진으로 한 차자를 올렸으니, 대체 무엇이 불충이라는 것이고 무엇을 위해 죄를 청한 것이며 무엇을 위해 죽는다는 것인가. 분골쇄신과 위민(爲民)을 말한 사은숙배의 다짐은 어디로 간 것인가. 임금이 한 신하의 죽음으로 인한 여파가 걱정되어 사헌부 계목을 물리칠 것이라고 여겼다면, 훗날의 폐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러한 행위가 분명한 오판임을 주지시키지 않을 수 없다. 감찰은 덕치(德治)를 말하지만, 군왕이 지향해야 할 바를 몰라서 과인이 이처럼 강경한 것이겠는가. 이웃의 원성을 염려하여 청론(淸論)을 자청하는 소리가 없기에 군주가 그러한 소임을 자임하게 된 형세라고 하겠다. 조정(朝廷)은 가정(家庭)이 아니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일상화되면 장차 나라에 기강이 있겠는가, 원칙이 있겠는가, 무슨 명분으로 민국의 일을 논하겠는가. 마치 녹림(綠林)의 무리가 서로 숨겨주고 도와주며, 불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서로 칭찬하고 호칭을 올려주는 행위와 다를 바 없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하겠는가. 이러한 문제에 관해서는 한두 번 전교한 것이 아니기에 말을 더하는 것이 주저되는 지경이다." 하였다. * 행사헌부감찰 서민교가 7일 청죄소에 상(上)께서 비답하신 후에 덧붙여 아뢰기를, " 신은 '좋은게 좋은 것'이니 서로 숨겨주고자 한 것이 아니옵니다. 청론은 있었으나, 전하께서 사리에 맞지않는다며 물리치신 것이 아니옵니까. 또한 신들의 충심을 어찌 녹림의 그것에 비하시옵니까. 신은 그냥 넘어가자는 것이 아니라 만사를 명백히 밝히시라 간한 것이옵니다. 굽어 살피소서." 하였다. ○ 6일 행대구도호부사 겸대구진관병마첨절제사 임랑이 차자로 청옥쇄연명소를 올려 아뢰기를, "아아! 오늘 전하께서 또 한명의 구신을 겁박하고 내쫓으셨습니다. 이제 조정이 텅 비고 전하께서 홀로 계시니 그야말로 고립무원입니다. 이제 전하께서는 누구와 왕노릇을 하시겠습니까? 천명이 떠나가고 천자가 필부가 되었으니 조정은 더 이상 조정이 아니라 잡초가 무성한 뜰일 뿐이며 왕위는 존경과 위엄은 사라지고 높은 면류관만 남아 구슬 소리를 낼 뿐입니다. 오백년 종묘사직을 다시 일으킨 장종대왕의 업적은 사라지고 전하께서 홀로 서 계실 뿐이니 열성조께 낯을 들기 어렵습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군왕에게 있으니 신 등은 감히 전하께 함께 죽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지난 을사년 고종께서 무기력하게 늑약을 당하실 때 을사오적을 제외한 조정의 대신이 전하께 자진을 권하였습니다. 열성조께서 지키신 주권을 왜적에 넘기셨으니 군왕이 자진하시고 신하들이 따라 죽으면 당장의 수치는 있을 지라도 사직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 이 얼마나 강직한 신하의 모습입니까? 고종께서도 여기에 차마 극언하지 못하시고 다만 물러가라고 하셨을 뿐이니 비록 군왕에게는 역적이라도 사직에게는 역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작금의 현실 또한 열성조께서 지키신 조정이 텅 비어 유명무실하게 된 것이니 신 등또한 그러한 마음으로 상소를 올리게 된 것입니다. 맹자께서도 군주보다 사직이 중하고, 사직보다 백성이 중하다고 하셨습니다. 전하께서 지금 백성을 위하여 아름답게 옥쇄하시면 지금까지의 실덕이 있더라도 이름은 아름답게 청사에 보존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하의 보령이 이미 높으시고 대군들의 나이가 적지 않습니다. 전하께서 선위하셔도 아무 것도 문제될 것이 없으니 무엇을 망설이십니까? 이미 전하께서도 고립무원이라 하시면서 군왕의 무상함을 한탄하시지 않았습니까? 신 등이 생각할 때 전하의 죄목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간언을 듣지 않으신 것이고, 둘째는 구신을 홀대하고 겁박하신 것이며, 셋째는 덕이 아닌 위엄으로 다스리려 하신 것입니다. 이 죄목은 모두 연산과 혜종이 폐위당할 때의 죄목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동안 숫하게 아뢰었으나 듣지 않으시고 신하와 백성만 탓하셨으니 다시 한 번 사실을 아뢰어 사태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소이연(所以然)을 밝히겠습니다. 첫째, 전하께서는 신하들의 간언을 듣지 않으셨습니다. 일찍이 여러 신하가 아뢰었으나 전하께서 신하들의 말을 듣고 뜻을 굽힌 적이 있으십니까? 전하께서 신하들의 무능을 꾸짖으시며 여러 정책을 시행하게 하였지만 신하들의 중지를 모은 것이 모두 전하의 말 한마디에 무상해질 뿐이니 신하들은 애초에 말을 하지 않고 스스로 사대부가 아니라 그저 당연히 해야 할 일만 하는 유사(有司)가 되었습니다. 어떠한 변화와 혁신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전하께서 하신 일들이 모두 잘되었습니까? 세제상정도감은 전하께서 만들라 하셨지만 유사단이 마음대로 세율을 정하고 조정이 되지 않는 바람에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아문이 되었고 관원들의 업무량만 증가시켰습니다. 경연은 어떻습니까? 전하께서 원하시는 방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순간에 중단되었습니다. 배식단과 독립유공자 향사는 어떻습니까? 예조에서 모든 준비를 마쳤으나 전하의 한마디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실록청을 설치하자는 여러 신하의 간언은 어찌하셨습니까? 한마디로 물리치셨을 뿐입니다. 조정의 신하들이 계속 바뀌고 이전의 전통을 몰라 우왕좌왕 하는 상황에서 어찌 실록청을 무의미하다 하십니까? 결국 근래 조정에 일신(日新)의 기풍은 사라지고 유사(有司)만 남은 것입니다. 성인께서 스스로 어찌할까? 어찌할까? 되묻지 않는 자는 나 또한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하시고, 또한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즉 가까이 근심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사람의 생각이 천리까지 미치면 화도 천리 밖에 있는 것이요, 생각이 발아래 있으면 화 역시 발아래 있는 것입니다. 전하의 생각은 어디에 미쳤습니까? 그때의 원칙만 들어 이야기하시고 간언은 듣지 않으시니 이 나라에 오로지 군왕만 계실 뿐입니다. 군왕만 계시니 화가 닥쳐도 막아줄 이가 없고 바로 군왕에게 미치는 것입니다. 맹자께서 이르시길 옛날의 군자는 그 잘못이 일식과 월식과 같아서 백성 모두가 볼 수 있어 곧 고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군자의 잘못은 숨기고자 하여도 드러나는 것입니다. 때문에 백성이 모두 알고 간하여 고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러한 백성이 누가 있습니까? 사헌부는 대간이 아니라 한갓 서경이나 해주는 유사와 다름 아닙니다. 간언을 하여도 통하지 않는 것을 백성 모두가 알기에 아예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둘째, 전하께서는 구신들을 홀대하고 겁박하셨습니다. 전하께서 보위에 오르시고 쫓겨난 신하가 몇이며 환멸을 느껴 스스로 물러난 신하가 몇입니까? 양지원, 박연, 박현철, 한유찬 등 당상만 해도 수명이며, 통훈 이하의 신하들까지 합하면 이미 열 손가락이 넘어갑니다. 그러하다면 고립무원 네 글자는 누가 만든 것입니까? 전하를 이해하지 못하는 불충한 신하들입니까? 이제 금번 김관의 일도 전하께서 친히 겁박하시니 백성들이 모두 비답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체 또 김관이 물러나면 그 나머지 일은 누가 수습할지 모르겠다면 고개를 젓고 있는 것입니다. 조정에서 텅 비어 제 기능을 못하니 저자에 사람들이 모여 “전하께서 스스로 불사(不死)의 길을 만드셨다. 죽고자 하셔도 국장도감을 맡을 사람이 없으니 어찌 돌아가실 수 있겠는가?” 하며 웃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신하를 겁박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없다고 하실 수 있겠습니까? 신 등이 감히 전하께 묻건데 역(逆)이란 무엇입니까? 전하께서 과거 선정신(先正臣) 고(故) 이벽을 말하지도 않은 말을 끌어들여 역적으로 몰아 죽음에 이르게 하였을 때 그 집에 문상 온 자가 수 십 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역적의 혐의는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입니까? 왜 전하께서는 역적과 함께 하는 역신들을 처벌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전하께서 어린 신하들은 감싸주시는 듯하다가 곧 원칙이라는 전하만의 잣대로 겁박하여 반드시 정안에 오점을 남기고자 하시니 이는 전하께서 신하를 다스리시는 법도 입니까? 오랫동안 벼슬한 신하가 죽고자 하는 마음으로 극언하면 서훈과 관직을 삭탈하겠다는 말로 겁박하는 것이 전하의 법도입니까? 그러고도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여야 한다며 과거와 천거를 독려하십니까? 애초에 전하의 조정에서 신하가 되면 힘들고 괴롭다는 것이 명백한데 설령 정승의 자리로 천거를 한다 해도 누가 자발적으로 나서겠습니까? 신하는 군왕이 정해준 일이나 해주는 존재가 아닙니다. 맹자께서 이르시길 오래된 나라가 오래된 것은 한갓 교목(喬木)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세신(世臣)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때문에 세신에게 녹을 주고 토지를 주어 먹이게 하는 것입니다. 아성(亞聖)께서 한갓 공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교목세신을 강조하셨겠습니까? 그만큼 충성하는 인재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전하의 조정에 교목세신이 한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마지막 공신 양지원조차 전하의 조정을 돌아보지 않는 것, 그것이 본조의 현실입니다. 셋째, 전하께서는 나라를 덕이 아닌 위엄으로만 다스리려 하십니다. 전하께서 말씀하시는 법도가 과연 진실로 법도입니까? 전하께서는 항상 법으로 다스리려 하시지만 실은 그 법은 형벌(刑罰)만 있을 뿐입니다. 법이라는 것이 그러한 것입니까? 그렇다고 하여 전하께서 대전(大典)을 존중하십니까? 대전을 존중하신다면 왜 대전에 그러하게 된 것을 가납하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지난 날 학당을 서원으로 승격하는 논의가 있었고, 모든 요건이 갖추어졌으나 전하의 미심쩍은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무산되었습니다. 전하께서 작금 교육기관의 현실을 들어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여 또 하나의 서원을 두는 것은 무리였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그 때 학당에 있던 많은 훈장이 낙심하여 점차 학당을 떠난 것을 모른 척 하십니까? 전하께서는 단지 위엄으로 다스리시려 하십니다. 그러나 덕이 없는 위엄은 겁박과 다름아닐 뿐입니다. 성인은 멀리서 보면 온화하고, 가까이서 보면 위엄있고, 말하면 복종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하께서는 원근을 막론하고 오로지 위엄 있으시려 하시고 언필칭 복종하라 하시니 실은 군자와 정반대의 길을 가시고 계신 겁니다. 신 등이 실로 망극한 언사를 하는 이유는 그만큼 사직이 위태롭기 때문입니다. 이미 천명이 떠났기 때문에 점점 국가가 쇠락해지고 사직이 위태로운 것입니다. 어찌 털끝만큼이라도 사사로운 마음이 있겠습니까? 전하께서 선위하시면 신 등은 따라 죽어 저승에서라도 전하를 모실 것입니다. 신 등은 설령 전하의 역적이 될 지언정, 사직과 천명의 역적은 되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설령 전하께서 이 글을 읽고 진노하시여 이 글은 마치 있으나 처음부터 없었던 듯이 되고 신 등은 마치 있었으나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이 되어 구천을 헤메게 될지라도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망국(亡國)의 문턱에 계셨던 고종께서도 그러하지 않으셨던 것인데, 그보다 사정이 나은 지금 설마 그러한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감히 생각지 않습니다. 걸과 주는 천명을 모르고 왕위를 고집하다가 결국 필부만도 못한 처지가 되었고, 당의 현종과 송의 휘종은 선위하였으나 때가 이미 늦었기에 상황(上皇)으로서 차마 못 견딜 일을 겪었습니다. 작금의 현실이 현종과 휘종보다 낫지 않으나 때는 오히려 늦었으니 서두르셔야 할 일입니다. 선위하시고 옥쇄하시면 이름은 요·순과 같이 청사에 아름답게 남지 않겠습니까? 열성조께서 지키신 육백년 사직을 아름답게 보존하여 부디 만백성에 이롭게 하시옵소서." 하니 비답하시기를, "과인이 불민하고 부덕한 것을 모르지 않으나, 천명, 필부, 선위, 옥쇄 등 상소에 담은 문구가 극한에 달하였다. 부모의 바르지 못한 행동을 고치기 위해 참람한 말로 다그치면서 본의를 알아 달라고 하는 것과 같으니, 그것을 본조가 내세우는 유교적 강상에 비추어 보면 어떠한가. 정상적인 행동을 한 후에야 정상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 기대 가능한 내용이라야 조금이나마 통할 수 있는 법이다. 논란을 내용에 국한하더라도, 첫 문장에서 과인이 구신(舊臣)을 내쫓았다고 하는데, 조정에 봉직한 지 오래되거나 지위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차마 할 수 없는 행동을 하더라도 모두 용납해야 하고 징계 사유가 발생해도 덮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인가. 조정에서 민국의 죄를 논할 때에 가장 많이 다루는 것이 소위 사회지도층에 대한 것인데, 조정 안에서의 필벌도 엉성하게 하면서 무슨 민국의 일을 논하겠는가. 아무런 실책이 없었는데도 무작정 처벌한 적이 과연 있었는가. 과거 전례나 하급 관원의 징계와 수위와 견주어 보면 어떠하였는가. 본인에게 관계되는 것은 크게 기억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라지만, 각 대상자가 자초한 것은 생각하지 않거나 애써 무시하고 결과만을 말하니, 신분이 오를수록 피부가 얇아져 추위를 느끼는 격이라고 하겠다. 상정도감이 어떻게 개설되었는지 그 내역을 소상하게 기억하는가. 배식단과 독립유공자 향사와 관련한 조정 공론이 있었는가, 아니면 한두 관원에 의해 좌우되었는가. 또 경연에 참여하는 관원들의 자세는 어떠하였는가. 무엇을 위한 논의인지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지 않았던가. 소요한 시간과 노력이 아깝다고 해서 대충 완결하는 것이 국가에서 행할 바인가. 이러한 사업조차 지지부진한데 다시 몇몇 관원이 원한다 하여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겠는가. 처음 주장을 이끌었던 관원은 그저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 뿐이고, 책임과 비판이 향하는 곳은 대체로 일정하다. 각 사안에 대해 처분한 명분이 뚜렷하니, 지금이라도 하나하나 그 추이를 찾아 자세하게 읽어 본다면 고심과 고뇌를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외의 문제에 대하여는 감찰의 차자에 비답한 내용을 참작하면 되겠다. 이러한 문제에 관해 누차 전교하고 비답하였음에도, 전후를 충분히 살피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기 때문에, 혹은 개인적인 여망이 좌절된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하므로 이러한 상소가 있는 것이다. 사성의 차자에 문단으로 구분하여 조정 세태를 지적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 자신에게 한 말로 여겨 극단의 행위를 한 것 등이 그 사례가 된다. 직후 상소에 아울러 비답한 것이라고 하였음에도 이해하지 못하고 이러저러한 설을 늘어 놓았는데, 위에서 듣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정작 눈을 감고 귀를 닫은 것은 누구였던가. 어전에서는 오직 전교와 비답으로 요지를 밝혀 명시하는 것에 그치는데, 여항에서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확대재생산을 하고 혹여는 선동하거나 인정에 이끌리는 경우도 있으니 이것은 본래 어찌하기 어려운 바이지만, 최소한의 지켜야 할 선을 무시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과연 어떻다고 하겠는가. 주위의 작은 지적에도 평생을 갚아야 할 치욕을 입은 것처럼 처신하면서, 그럴듯한 말로 치장하지만 합심하여 맹렬히 공격하기를 거리낌 없이 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신망 얻는 것을 위주로 행동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하거나 징계라도 받게 되면 그 원인이나 이유는 생각하지 않고 모든 비난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행동인가. 스스로는 도발과 조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면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요구하는 것은 태산과 같고, 뜻한 바가 좌절되면 그 원인과 비난을 결정자에게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역지사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설령 그 처지를 바꿔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경험하기 전까지는 십분지일이나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것 역시 일반적인 세태를 말한 것인데 자신을 지목한 것이라고 여기는 자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극렬한 행동에 대하여는 녹봉 반납 및 벽서 행위에 관한 처분 등 참고할 만한 전례가 있다. 다시 며칠 동안의 시간을 두고, 상소에 참여한 인사들의 이후 행적을 참작하여 처분을 내리도록 하겠다. 아울러, 상소문을 작성하지 않은 자가 소두(疏頭)가 되는 것을 금지한다. 창국 이래 없던 일이고, 이와 같은 것을 허락하면 관원의 차자와 유생의 상소를 구분할 이유도, 승정원에서 상소문을 봉입하게 할 이유도 없다." 하였다. 12월 7일 병신(丙申)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행승정원주서 황희가 전라도 백성 정병욱의 상소를 봉입하여 아뢰기를, "전하께 감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여덟 달 전에 무공랑 정철조가 사망하여 관직이 추탈당하였습니다. 하여 이에 대한 부분을 직접 訴(소)하옵니다. 사실 정철조는 그간 토관으로서 마땅히 책임을 다하고자 최대한 노력하였사옵니다. 그는 민국에서 학업에 매진하느라 아조에서의 관직생활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조에서 여러 번 파직을 당하였습니다. 그 파직으로 인해 정철조는 많은 백성들로부터 억울하게 원성을 당해야만 했고, 그 결과로 이를 비관하여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결국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평안도 자산군수 김관의 상소에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김관의 경우에 스스로 죽음을 각오하기까지 아조의 관료들의 행태에 대해 누누히 상소로서 말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이에 대한 생각이 같기에 이렇게 소하게 된 겁니다. 우선 조정의 관료들, 즉 전조의 수장을 볼 경우에 평정에 대해 소홀히 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신입관원들이 아무리 서툴다 할지라도 그에 대한 대책으로 평정 점수를 일방적으로 '하'를 줄 경우는 없을 줄로 압니다. 또 더욱이 민국에서나 아조에서 성실히 관료생활을 하고자 함에도 불구하고, 위의 상관들이 제대로 무성의한 평정을 하였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어떤 관료에게서 이에 대해 문제점을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말한 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관으로 있는 전조의 수장들의 행태를 살펴보건대, 이는 결코 좌시하지 못할 수 있다고 느꼈기에 그에 대한 대책을 말하고자 합니다. 전조의 수장들은 모든 관원들을 진실하고 공정하게 점수를 주지 못할지언정, 일부 관원들에게만 우대하듯 평정을 후히 주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하는 처사라 사료되옵니다. 그러나 아무리 무조건적으로 성의 없이 관료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몇 차례 파직을 한다는 것은 결코 응당 옳지 못하는 처사라 사례되옵니다. 그 결과로 정철조는 죄없는 백성들에게 삿대질을 해대며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다. 결국 이 문제는 조정 대신들의 소홀히 다루는 국가의 근본을 모순하는 결과로 낳게 됩니다. 결국 더 나아가 서로간의 인맥만으로 조정을 운영하려고만 하는 민국에서의 사고를 가지고 아조에 적용시키고자 하려는 아조 백성들의 하나 같은 異心(이심)에 있지 않은지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또 마지막으로 전조의 수장들이 민국에서의 일이 힘들다 할 지라도 신입관원들에게 이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관료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도록 노력해야할 점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갖추어 이들 수장이 성실하고 원만하게 공정한 안목으로 뒤로 물러나려는 아조의 아래 관리들을 쉽든 어렵든 서로서로 싫다 할지라도 얼굴을 붉히지 말고 성실히 관료생활에 임할 수 있도록 그동안의 어려운 부분을 같이 공감하며 화합하는 리더쉽이 필요하다 사료되옵니다. 이 점들을 부디 살펴보시어 전조의 관료들을 비롯한 아조의 모든 관료들의 행실이 어떠한지 엄밀히 따지시고 그 결과로 신입관원들에게 어떤 점이 도움이 되고 또 적용되는지 관료로서의 표본을 보여야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사료됩니다. 성상께서 이를 보시어 소인의 보잘 것 없는 글을 바라보시고 김관의 진실한 심정을 이해하심이 어떠할 지 감히 무릅쓰고 상소합니다." 하니 비답하시기를, "허황된 말을 끌여들어 이처럼 상소하는가. 승정원은 소장을 상소자에게 되돌려 주도록 하라." 하였다. ○ 행사헌부감찰 서민교가 전라도 백성 정병욱의 상소에 대하여 차자를 올려 아뢰기를, "정병욱은 '정철조 또한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전날 정철조가 평정에서 받은 하점도 바로 이번 군수 김관의 일과 일맥상통한다'는 요지로 글을 쓴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하오나, 정철조의 일과 김관의 일이 어찌 같을 수 있사옵니까. 권지로서 선임 관원들을 도와 그 수장을 함께 보필하고 조정의 일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 초입사 관원으로서의 마땅한 소임이온데 정철조는 권지를 지낼 때, 상관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파직된 자이옵니다. 당시 신이 예조좌랑으로서 그에게 명하였고, 또한 그의 행실을 목도(目睹)하였으며, 또한 그의 평정에 하점을 준 것이 바로 신이기에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의 파직에 관하여 당시에도 또한 지금까지도 한 점 의혹없이 명백하여 잘못된 것이 없거늘, 오늘 이 소를 접하고 보니, 참으로 기가 막힐 지경이옵니다. 게다가 정철조란 자는 민간에서 수없이 물의를 빚은 자가 아니옵니까. 정병욱 또한 마찬가지라 사헌부에서 그의 언행을 지적하고, 신이 전날 충청도사로 재임할 당시에 언행으로 인하여 두 차례나 감영에서 주의를 준 자이옵니다. 어찌 그러한 자가 정철조라는 자와 더불어 전하의 중신인 군수 김관을 함께 놓고 비교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사옵니다. 더불어 그는 '이심(異心)'을 운운하며 오로지 국가에 충성을 다하는 조정 관원들 뿐만 아니라 초야의 선비들과 서민(庶民) 모두를 일거에 패악무도(悖惡無道)한 역적으로 몰아가니 어찌 두고 볼 수 있겠사옵니까? 오늘날, 김관의 일로 인하여 이렇듯 시국이 어지러워 지는 것은 이조와 사헌부, 그리고 군수 김관의 말이 모두가 일리가 있어서 중론(衆論)이 격해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이옵니다. 어찌 이것이 정철조의 일과 같사옵니까. 게다가 정병욱은 '평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느니 '누구에게는 후하게 주고, 누구에게는 박하게 준다'는 어이없는 말을 하고 있으니, 이 자가 정녕 전하의 백성이옵니까. 이 자가 지금 온 조정을 모독하기에까지 이르렀사오니, 이는 전하를 기망한 것과 무엇이 다르옵니까? 그가 마지막에 '김관의 충심을 이해해달라'하거늘, 그 자신부터 김관의 충심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오히려 정철조에 비하니, 어찌 이렇게 무도(無道)할 수 있는 것이옵니까? 그 뿐만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성의 없이 관료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몇 차례 파직을 한다는 것은 결코 응당 옳지 못하는 처사라 사료된다'하니, 이 자가 정녕 국가의 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옵니까. 지금 충성을 다하여 임하여도 목이 날아가는 판국에 성의없이 관직에 있어도 파직은 옳지 못하다니, 생각이 과연 있기는 한 것이옵니까? 소신들을 조정에서 내치시고 이런 자들을 불러들여 조정을 채우시고 다스리시렵니까. 이런 자가 선비를 가르치고 이끄는 자리에 지금까지 있었다니, 신은 국가의 앞날이 심히 걱정이 되옵니다. 이 상소로 인하여 신하들이 충심으로 올리는 간언이 보잘것 없어지고 저자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을 신은 참으로 근심하옵니다. 삼가 청하오니, 이 소는 취하지 마시기를 바라옵니다. 또한 조정에서 올리는 충간(忠諫)에 하루빨리 비답을 주시어 민심이 이반(離叛)됨을 막고 공의(公義)를 세우소서." 하니 비답하시기를, "횡설수설한 상소가 가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일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지 않은가. 염려하지 않았어도 될 일이다. 다른 한 건의 차자에 대하여는,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더라도 신하된 자로서 밖으로는 드러낼 수 없는 표현이 적지 않기에, 사나흘 가량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읽고 처분하는 것이 그나마 가능할 것으로 여겨 비답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가 왕조를 표방하고 있는 이상, 용인 가능한 수위가 있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호적을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백성이 같은 문장을 사용하였더라면 과연 어떠하였겠는가." 하였다. * 8일 행사헌부감찰 서민교가 차자에 상(上)께서 비답하신 후에 덧붙여 아뢰기를, "그들의 차자가 비록 언동이 격하지만, 어찌 그들에게 단심(丹心)이 없겠사옵니까. 삼가 청하오니, 이를 헤아리시어 결단하시고, 순리대로 처결하심이 마땅한줄로 아옵니다. 군왕께서 또다시 법도만을 고집하시어 물리치시고 벌주신다면 신민(臣民)들이 기댈 곳은 과연 어디이겠사옵니까? 전하께서 그들을 품으시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신다면, 어찌 그들이 또다시 참담한 말을 입에 담을 수 있겠사옵니까.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하였다. 12월 8일 갑인(甲寅)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행경기도검률 이태영이 경기도, 강원도, 한성부 등 중부 3개지역에 대한 장계를 올려 아뢰기를, "경기도 계공랑 행경기도검률 臣 이태영, 삼가 전하께 중부지역 현황에 대해 아뢰옵니다. 먼저 인구 증감에 대해서 아룁니다. 현재 삼도 인구로는 경기도 216명, 강원도 35명, 한성부 498명으로 11월 장계에 비해 증감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경기도와 강원도가 각각 2명, 1명이 감소하였고, 한성부는 5명이 늘었사옵니다. 유효인구는 경기도 11명, 강원도 5명, 한성부 15명으로 집계되었사온데 모든 지역에서 유효인구의 수치가 많이 감소되었으므로 각종 서비스와 행사를 시행함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노출되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노출된 부분으로 기존에 많았던 유효 백성들의 이탈이 있었으니 이는 신의 불찰이라 사료되옵니다. 남은 한 달의 기간 동안에 더욱 최선을 다해 비었던 부분을 채우고, 채운 부분에 백성들의 재활동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교육기관 현황에 대해서 아룁니다. 현재 중부지역의 교육기관으로는 경기도 청암서원, 강원도 태백서당이 있습니다. 먼저 청암서원은 그동안 원장과 훈장들의 잦은 교체와 휴강으로 유명무실해져 버렸습니다. 이런 사태가 계속 이어져오다 신이 부임하여 청암서원에 관선유사 파견을 요청하였고 예조에서는 관선유사 묵향을 새로이 차정하여 청암서원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기영에서는 청암서원 활성화를 위해 청암백일장을 주관하려하고 있습니다. 청암서원이 앞으로 활성화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강원도에 태백서당에는 아직 이렇다할 훈장이 임용되지 않고 있어 반듯한 교육기관이 없으니 민망할 따름입니다. 세 번째로 모임 현황에 대해서 아룁니다. 현재 경기도에는 천지연가와 조선문학회가, 강원도에는 수누름가문과 죽림칠현이 있습니다. 특히 눈에 보이게 활동하고 있는 모임으로는 경기도 조선문학회와 강원도 수누름가문입니다. 경기도 조선문학회는 대표 임랑을 비롯한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만큼 많은 백성들의 작품들이 많이 연재되고 있습니다. 소설, 시, 논평과 같은 글들이 아조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많은 백성들이 문학회에 참여하여 자신의 문학상을 보여주고 있으니 좋은 일이라 할 것입니다. 또한 강원도 수누름가문은 신을 비롯한 가주 라우주, 묵향, 한명회, 성삼문, 박윤상이 입가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눈여겨 볼 것은 수누름가문의 모든 가원들은 관직의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누름가문의 활동력 또한 눈 여겨 볼만하니 참으로 대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지않습니까. 신 이태영, 감히 경기도 조선문학회와 강원도 수누름가문에 포상을 내리시어 전하의 성덕을 베풀어주시길 청하옵니다. 네 번째로 관속 현황에 대해서 아룁니다. 경기도에는 2명의 관속, 한성부에는 1명의 관속이 있습니다. 경기도는 이방 황보덕과 병방 안홍익, 한성부는 이방 이지함이 있습니다. 이 중 안홍익이 가장 오랫동안 경기도의 관속으로서 봉직중이며 이지함이 가장 최근에 관속으로 지원하여 봉직하는 자들입니다. 아직 이지함은 업무를 시작하진 못하였으나 경기도 2명의 관속은 자신이 맡은 바 업무를 최대한 잘 처리하고 있고 지시사항을 잘 이행하고 있습니다. 첫 지방관 부임인 신에게 이들 관속들은 기존 업무를 잘이행하는데 너무나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도정에 관해 아룁니다. 지금 준비중인 경기감영 업무들로는 제6차 지방관 회의, 청암서원 관선유사와 원장 선임, 청암백일장, 강원관보 발행, 그 외 12월 안으로 시행하고자 하는 행사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크고 작은 일들이 아직 산적하여 신이 도저히 경기도를 떠날 수 없어 임기연장 신청을 제출하여 621년 1월 8일까지 임기를 연장하였사옵니다. 마지막 임기를 마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업무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신 경기도와 중부지역의 현황에 대해 장계를 고하였나이다. 부족한 신이 너무나 큰 일을 맡아 최선을 다하였으나 옛말에 "참새가 황새 쫓다가 가랑이 찢어진다"라는 말이 있듯이 신의 업무 수행능력이 너무나 부족해 옛말과 같은 일이 생기었습니다. 수령칠사 중 그 어느것도 지키지 못한 신이 전하께 무슨 낯으로 이런 장계를 올릴 수 있겠나이까. 신을 벌하시어 만조백관들에게 지방관이 얼마나 중한 자리인지를 알려주시고 그 중한 자리를 방기한 지방관은 어찌 되는지를 알리시어 다음 지방관들에게 신과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해주시옵소서. 신, 그것이면 전하께 지은 죄를 씻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라 하니 비답하시기를, "장계한 내용을 잘 알았다. 여러 지역을 관할하고 임기를 연장하였으므로 주관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포상에 관한 주청은 정기 포상시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곧 민국 학생들의 방학 기간이니 유효 인구와 관련하여 미진한 부분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 바란다."라 하였다. ○ 행평안도자산군수 김관이 차자를 통해 재청죄하며 아뢰기를, "전하, 신은 지금까지 전하를 모셔오며 신이 본조에서 활동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겨왔사옵니다. 미천한 신이 전하의 성은(聖恩)으로 말미암아 조정의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며 전하의 오래 모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신은 광영이었사옵니다. 또한 본조에서 많은 신료들과의 소통과 교류를 통하여 지금까지 친밀한 관계로 지낼 수 있는 것 역시 전하께서 신에게 베풀어주신 은공이옵니다. 신이 어찌 전하와 본조를 위협하며, 겁박을 하겠사옵니까. 신은 단 한순간이라도 그러한 마음을 먹은 적이 결단코 없사옵니다. 하오나 미천한 신이 전하께 간언을 드리기 위하여 올린 차자가 전하께서 생각하시기에 신하로서 넘어야 될 선을 넘은 것이라면 어찌 신이 전하께 용서를 구하며, 목숨을 구할 수 있겠사옵니까. 되려 이 불충한 신하는 그 죄값을 다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다만 전하, 신은 본조에서 활동하는 관원들은 실로 전문화되어 본조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였사옵니다. 하여 관원들이 기준없이 각자 개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이 더러 모든 이들의 객관적인 생각을 넘어설 때 그것으로 말미암아 만나서 대화할 수 없는 본 공간에서 서로에게 안좋은 감정과 배타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기에 후에 또다시 이러한 것을 방지하고, 제도 및 법안으로 좀 더 객관적으로 업무처리를 할 수 있도록 전하께 간청을 드린 것이옵니다. 신이 업무를 위임한 경우는 백성들과 직접 만나는 지방관으로서 전하께 죄를 청함에 있어 업무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함이었사옵니다, 하여 진북위여용 김세상이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먼저 보고하라 일러 두었으며, 소관의 승인으로 업무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였사옵니다. 또한 신이 오늘도 민국에서의 일로 인해 출장을 갔다온터라 업무처리에 소홀함이 있을 수 있기에 그렇게 조치한 것이옵고, 신이 유언을 쓴 이유는 전하의 명에 따라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에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옵니다. 신은 전하의 신이며, 한 가문의 가주이옵니다. 어찌 신이 그러한 위치에 있음에 바로 죽음으로 가문을 저버리며, 전하의 말씀대로 신이 올린 사은숙배에서 분골쇄신(粉骨碎身)과 위민(爲民)의 다짐을 어찌 져버리겠사옵니까. 그야말로 그것은 신 자신에 대한 도피이온데, 전하의 곁에서 수년간 전하를 모신 신이 그러하겠사옵니까. 신의 차자로 말미암아 몇몇의 관리들과 백성들이 연명소와 차자를 올린 것을 아옵니다. 이 역시 신의 차자로 인하여 생긴 발단이며, 그에 대한 죄값이 있다면 신이 마땅히 받아야할 부분이옵니다. 신을 엄하게 벌하시고, 오직 본조를 위하는 그 관리들과 백성들은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그 신하와 백성 모두 전하께서 품으셔야 할 사람들이옵니다. 그 중에는 신보다 전하를 위해 본조에서 목숨을 바치며 열정으로 일해온 이들도 있사옵니다. 그러한 이들까지 진언(進言)을 올린 이유로 죄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하물며 그들이 녹림의 무리가 되는 것을 신이 어찌 볼 수 있겠사옵니까. 그들이 녹림의 무리라면 신이 그 우두머리가 되오니, 그들은 하해(河海)와 같은 상심(上心)으로 본조를 위해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 신을 추포하여 추국하시면 그들이 절대 녹림의 무리가 아님을 아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전하, 신 전하께 다시한번 간곡하게 청하옵니다. 정령 전하께서 보시기에 신이 올린 차자가 수위를 넘었다면 신에게만 벌하시옵소서. 신이 전하께 위해가 된다면 그것이 어찌 신하라 할 수 있으며, 이 어찌 대역죄가 아니옵니까. 신은 엄중히 벌하시되 연명소를 올린 관리 및 백성들은 용서하시어 어려운 현 조정에 힘이 될 수 있도록 하시옵소서." 라 하니 비답하시기를, "한순간도 다른 마음이 없었다는 점은 이해해 달라고 하면서, 위에서 불편부당한 마음으로 정사에 임하는지에 대해서는 도통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전교가 이러하고 저러함에 따라 과인이 얻을 이익이 한 치라도 있는가. 나라가 나라답게 하려는 것을 제외하면 과인이 대체 무엇을 위하여 처분하겠는가. 신상필벌이 행해지지 않는 무리에 대해 녹림이라 지칭한 것을 두고 자신들을 이른 것이라 받아들이면서, 천명이 이미 떠났으니 선위하고 옥쇄하라는 말을 글로 쉽게 새기고 본의는 다른 곳에 있다고 하면 얼마나 납득이 가겠는가. 모든 원인과 원망을 한 곳으로 향하게 하는 경우까지 있으니 이에 대하여는 과연 어떻다고 하겠는가. 과인이 전관을 평정할 때에도 상점과 중점 사이의 경계 가운데 하나를 취하기 어려워, 업무를 행한 것이 한두 달에 걸쳐 일정하더라도 한 번은 중점, 한 번은 상점과 같이 번갈아 등급을 주는 식으로 하였는데, 예를 들면 이러한 것이 평정을 맡은 입장에서의 판단이고 결정이다. 평정관이 소신에 따라 평정한 결과가 중점인 것이 대체 얼마나 억울한 일이고 헌부에서 고찰하여 판정한 것에 얼마나 큰 하자가 있기에 그러한 차자가 있었던 것인가. 제도 개선에 뜻을 둔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무슨 생사를 걸 일이라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행동한 것인가. 수년 동안 관례대로 시행된 평정 제도가 그토록 문제라면 이조 관원으로 수개 월 동안 있으면서는 어찌하여 바로잡을 틈이 없었는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한 번 생각해 보지 않고서는 지금의 상황을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거듭 차자를 올려 죄를 청할 일이 아니니, 군수로서의 직무에 전념하라. 그것이 소임이다."라 하였다. ○ 경상도대구부사 임랑이 통훈대부 선공감제거 신 이운, 중직대부 군자감제검 신 이수현, 수의부위 前군기시참봉 신 박찬, 충청도 생원 신 박민승, 경상도 이방 신 묵세휘, 경기도 이방 신 황보덕과 함께 아뢰어 이르기를, "아아! 전하께서 김관과 서민교에게 내리신 비답을 보고 신 등은 다시 한 번 슬픔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전하께서는 진정 작금의 상황이 어떠한지 모르신단 말입니까? 신 등의 상소가 탑전(榻前)에 닿았고 소식이 저자에 퍼지자 이를 쾌히 여기는 자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전하께서는 머리에 재를 뒤집어쓰고 흙먼지 사이로 구르며 목 놓아 울고 있는 전하의 신민에게 녹림(綠林)의 무리를 운운하십니까? 신 등이 신하로서 차마 하지 못할 말을 소장에 쓰고 있음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신 등이 역심을 품고 국가를 전복시키고자 이러하겠습니까? 일이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습니까? 그러나 일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소이(所以)는 찾지 않으시고 신 등의 죄만 거론하시어 또 다시 여섯 신하의 목숨을 거두려고 하시니 이는 신하에게 죄를 짓게 하여 벌을 줄 뿐이니 백성을 그물질 하시는 일입니다. 어찌 만백성의 어버이가 되시어 자식을 몰아놓고 그물질 하십니까? 서경에 이르길 “저 해는 언제 없어지나. 차라리 너와 더불어 망하리라.” 라고 하였습니다. 군왕이 태양과 같이 우뚝하고 빛나도 정사가 펴지지 않으면 백성이 태양이 지기만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곧 달이 왕 노릇 할 것이니 어찌 두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전하께서 지금 저자의 신민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시는지 모르시면서 그저 대전에 앉으시어 전하의 진신을 간신으로 몰고 가시는 것입니까? 전하께서는 황호와 채경, 안녹산과 진회, 이자겸과 이의민이 있는 줄은 아시면서 촉한의 후주(後主)와 송의 휘종, 당의 현종과 송의 고종, 고려의 인종과 의종이 있는 것은 알지 못하십니까? 진신을 녹림의 도적의 무리로 만드시면서 군주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알지 못하십니까?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대부에 오른 여섯 신하가 녹림의 도적이 되었다면 그 조정의 정치는 어떠했다는 것입니까? 전하께서 당하신 참혹한 일이 단지 몇 명의 역적과 간신이 어심을 흔들기 위하여 꾸민 일일 뿐입니까? 신 등이 김관과 친하여 그를 비호하는 것입니까? 전하께서 신하 보기를 헌신짝 같이 하시기에 아무도 조정에 나아가려 하지 않았고, 오늘 이르러 김관이 비록 잘못이 있다고는 하나 또 다시 버림받으며 심지어 지금까지의 공훈조차 삭탈 당하게 되었으니 신 등이 참지 못하고 격한 소장을 올린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신 등이 올린 말을 왕조에서 차마 하지 못할 말이라 하셨으나, 그렇다면 고종께 신 등과 같은 말을 올린 이근명과 대신들은 천하의 역신이라는 말입니까? 진정으로 차마 못할 것이 무엇입니까? 조정에 신하가 없고, 국가의 문장이 쇠퇴하고, 교육과 모임이 사라지고 마침내 망하여 저자엔 인적이 끈기고 조정엔 유사(有司)만 가득하여 군왕이 있어도 나라가 허울뿐이게 되는 것입니다. 신 등이 죽게 될 것은 자명하며, 그 죽음이 두렵지도 않습니다. 다만 신 등의 피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그저 땅을 더럽히게 될 것이 두렵습니다. 설령 신 등의 목이 효수되어 성문에 걸렸다가 어린 아이들의 발질에 차이고, 몸은 저자의 개들이 뜯어 먹어 뼈조차 사라져 찾을 수 없어도 조정이 변할 수 있다면 그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그러나 일곱의 신하가 죽고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살아남은 신민들은 도대체 어디에 읍소(泣訴)할 것입니까? 신등은 이에 궐 앞에 도끼를 지고 꿇어앉아 죽기를 청합니다. 전하께서 신 등의 목숨을 거두시고 차마 하지 못할 말을 벌하시되, 지금 조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마 믿지 못할 일들을 거두어 주십시오. 신 등은 저승에 먼저 가서 지금 전하께 지은 죄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거듭 청하니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라 하니 비답을 내리지 아니하셨다. 조산대부 행승정원주서 이다행이 쓰다. 개국622년 08월 16일 기록 : 조산대부 행승정원주서 이다행 |
http://www.1392.org/bbs?sajor1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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