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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원
[승정원/가주서] 승정원일기 : 개국625(2016)년 2월 하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 근무함(仕)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행사헌부지평 정예림이 사직을 청하는 차자를 올리기를, "오늘날 또 한명의 관원이 차자가 과격하다하여 파직이 되었습니다. 때때로 전하께서 몇몇 차자들에 대하여 과격하다거나 극렬하다고 표하며 전하께서 신뢰를 잃었다거나 부덕하시다고 스스로를 탓하시면서도 신하들에게 벌을 주셨습니다. 이에 대하여 솔직히 소신은 미거하여 어디까지가 작은 논란이라도 기회로 삼아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과격하고 극렬(極烈)한 것이며, 어디까지가 전하께서 포용하실 수 있는 선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여 어떨 때는 소신의 염려가 지나친 것이 되고, 어떨 때는 소신이 안일하여 처지를 살피지 못한 것이 됩니다. 또 사헌부는 시정(時政)의 득실(得失)을 논집(論執)하는 등 극간(極諫)을 망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어전에 나서야 하는 자리인데, 소신은 혹시나 소신의 글이 과격하고 극렬하여 끝내 벌을 받고 쫓겨나진 않을까 긍긍(矜矜)하게 되어 헌부의 직임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 차자로 인해 전하께서 부덕을 개탄(慨歎)하시니 신하된 자로 전하께서 바른 길로만 나아가실 수 있도록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불충을 저지른 것 같아 더이상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기가 어렵습니다. 신이 크나큰 은혜를 입어 입사의 증표를 받고 출사한 이래 가계를 거듭하여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라왔으나 이와 같이 소신의 용렬한 재질(才質)이 드러났는데 어찌 헌부에 걸맞다 하겠으며 관직에 연연할 수 있겠습니까. 치국(治國)의 도(道)는 용인(用人)에 있고 용인의 도는 재질이 출중한 자를 가려 쓰는 것에 있으니, 이에 소신은 그만 초야(草野)로 돌아가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다. ○ 사복시정 이운이 청불윤대관사직차(請不允臺官辭職箚)를 올리기를, "금일 행지평 정예림이 논시무차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밝히며 사직을 청하는 차자를 올렸으니 신은 참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대관의 소임은 행지평 스스로 차자에서 밝혔던 것처럼 ‘시정(時政)의 득실(得失)을 논집(論執)하는 등 극간(極諫)을 망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어전에 나서야 하는 자리’라 하였는데 이처럼 행지평 스스로 대관의 소임을 인지하고 있으니 더욱 대관의 소임을 경주하여 전하와 조정을 위해 헌신해야 할 것 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때에 처신을 무겁게 하지 않고 오히려 사직을 청하는 형국이니 이것이 어찌 가당한 일이겠습니까. 또한, 전하께서 승지를 대명(大命)하여 전하와 조정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에 대하여 표명 하셨는데 행지평 스스로의 혐의나 민국의 사정없이 이러한 사직차자를 올리는 것은 상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처사입니다. 행지평이 조정에 출사하여 멸사봉공(滅私奉公)을 행하는 관원이 된 이상 이처럼 사직을 하면 행지평 스스로는 떳떳할 지 모르나 위로는 왕실과 조정의 안녕(安寧)을 기대하기 어렵고 아래로는 여항 백성들의 안정(安定)을 도모하지 못하게 되는 것 입니다. 비단, 이러한 이유뿐 아니라 행지평이 출사 할 당시 어떠하였습니까. 전하로부터 ‘입사의 증표’를 하사 받은 유일(唯一)한 관원이며 출사한 이후에도 부임하는 관청마다 탁월한 업무 처리로 동료 관원들에서부터 여항의 백성에 이르기 까지 두루 칭송받는 조정 내에서 유능한 재원입니다. 조정이 어려운 때에 행지평과 같은 인재가 조정을 나가게 되는 것은 실로 백해무익(百害無益)한 일이니 혜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신이 간곡히 청하오니 행지평 정예림의 사직차를 단정히 물리치시옵고 행지평을 위무하시어 더욱 조정 업무에 진력하게 하시옵소서."라고 하였다. ○ 예빈시정 겸형조정랑 김관이 탁지낭관구명소(度支郎官救命疏)를 올리기를, "전하, 신 전하의 하명에 의해 금일 하루 생각을 가다듬었사옵니다. 아니 심사숙고(深思熟考)할 필요도 없었사옵니다. 하해와 같은 성은으로 출사하여 지금까지 전하의 신하로서 신이 누렸던 모든 것에 대하여 결초보은(結草報恩)을 하지 못할망정 어찌 이렇게 어려운 시국에 신만의 처지를 한탄하며 어찌 이 몸 하나 편히 가눌 수 있겠사옵니까. 신 전하의 어심에 한없이 감읍하여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사옵니다. 전하, 전하께서는 그러한 분이시옵니다. 단 한 명의 신하라도 그에 대한 사정을 헤아리시어 그를 이해하고 포용하시는 그런 인군(仁君)이시옵니다. 하물며 미천한 신같은 이에게도 그러한 어심이 전해지온데, 어찌 능력이 출중한 관원들이야 이를 모르겠사옵니까. 전하께서 파직을 명하였던 탁지낭관(度支郎官) 조예인은 지난해 증광시로 인하여 무과 을과 제1인으로 급제하여 출사한 후 권지기간을 훌륭한 성적으로 마친 재원이옵니다. 문과로 전향한 후에도 자신이 맡은 바를 넘어 해당관청의 업무를 제대로 즉시하여 수장을 보좌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능력을 인정받아 출사한 지 수개월만에 통덕랑의 품계에 오른 자이옵니다. 이번 빈청 논의에서는 그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열의있게 참여하여 현 상황을 타계할 방안을 찾고 있는 그런 재원이옵니다. 조정의 상황에 대해서도 주변의 눈치 등을 보지 않고, 진언(盡言)을 통하여 전하께 현재의 상황과 문제를 올려 조정이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였사옵니다. 물론 신진의 기개로 인하여 신하로서 지나침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사옵니다. 하오나 조정의 상황이나 문제를 알고도 전하께 진언을 드리는 관원은 그리많지 않사옵니다. 그만큼 자신의 안위보다는 조정과 본조를 위하는 마음이 크기에 그만큼의 용기를 가지고 올릴 수 있었던 것이옵니다. 전하, 전하께서는 또한 인군(人君)이시옵니다. 조정에 꼭 필요한 인재를 단지 언사가 지나치다 하여 이렇게 중한 처벌을 내리신다면 현재에도 언로(言路)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 어느 누가 전하에게 진언을 올릴 수 있겠사옵니까. 또한 짧은 기간이었지만 전하의 성은으로 말미암아 현재 탁지 수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사옵니다. 이에 전하의 성은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것을 위하여 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보니 지나침이 있었사옵니다. 하오나 이 일도 신과는 무방하다 할 수 없으니 신 역시 어찌 마음이 편할 수 있겠사옵니까. 신으로 말미암아 조정의 필요한 재원이 그 날개를 펼치지도 못하고 이렇게 중벌로 하여 떠나게 되니, 조정의 중신으로서 신 어찌 죄가 없다 하겠사옵니까. 신 앞으로 전하와 조정을 위하여 분골쇄신(粉骨碎身)할 것임은 자명하오나, 신진의 치기어린 마음을 어루만져 주셔서 날개가 꺾이지 않도록 파직만은 거두어주시옵고, 신 역시 죄가 있는 만큼 그 죄를 나눠 질 수 있게 윤허하여 주시옵소서."라고 하였다. ○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가 현 조정에 대한 차자를 올리기를, "전하, 올해는 재조 10주년을 맞이하는 매우 뜻깊은 해입니다. 그리하여 빈청에서 현직 관원들이 모여 금년 국정 지표에 대하여 한마음으로 논의에 임하였고, 논의 끝에 유효인구 확보 및 관원 확충, 장종대왕 실록청 편찬 등 주요 사안을 정하고 이에 대한 세부적인 대책까지 수립하여 상당히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현재는 전하께서 명하신 뜻을 받들어 의정부 또는 비변사 개청을 주제로 현직 관원들의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논의가 헛된 탁상공론(卓上空論)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제로 논의된 대로 그것이 시행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그 결실을 맺을 수 있겠다 하겠습니다. 허나, 현 조정을 돌아보면 위에서 신(臣)이 언급한 사업들을 완수 할 수 있을 것인지가 심히 우려됩니다. 과연 누가 재조 10주년을 맞이하는 이 때, 중요한 사업을 담당할 것인지 난망하기 때문입니다. 전하, 이번 예빈시정 당상 가자에 관한 건으로 인하여 유능하다는 평이 있는 낭관 한명에게는 파직을 명하시었고, 조정의 주춧돌과 같은 대부 두명은 사직을 청하였습니다. 현 조정의 관원이 10여명 내외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번 빈청 논의에서도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큰 문제거리로 지적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로 조정 관원의 3분지1이 파직과 사직으로 낙향한다면 조정은 어찌 될 것입니까. 당장 사헌부와 예조, 형조, 호조의 수장이 공석이 되어 조정의 업무에 큰 지장이 발생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입니다. 또한, 금년에 실시해보고자 하였던 사업과, 전하께서 명하시었던 의정부 또는 비변사 개청은 누구와 더불어 하시려 하십니까. 전하, 이번 사안으로 인하여 파직을 당한 평시서직장 조예인은 그 언사가 비록 과격하고 무례한점이 없지 않으나, 그의 본심이 그렇다 할 수 는 없을 것입니다. 이는 일전에 전하께서도 언급하셨던 것으로 지난 번에는 아량을 베풀어 용서하시었으나, 이번에는 그 경계를 삼고자 파직을 명하신 것이라 사료됩니다. 허나, 평시서직장은 대과 장원을 차지한 인재이며 지난 빈청 논의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바있는데, 조정이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 때에 이같은 인재를 어디에서 얻을 수 있겠습니까. 그의 직위는 이제야 겨우 대부 말석을 바라보게 되었고, 관력 역시 4개월 남짓일 뿐입니다. 더욱이 이번 일로 인하여 전하께서도 사헌부지평이 올린 논왕언차에 대하여 비답으로 내리시길 "시정의 사직차에 비답한 바를 살핀다면 당초 의도한 바를 헤아릴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억측을 불러온 것 또한 사실이니, 앞으로 유의하겠다."라고 하신 바, 전하께서도 이럴진대 평시서직장 조예인 역시도 말이 가지는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느낄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점을 감안하시어 파직의 명은 거두시되 이번 일을 경계할 수 있도록 호된 질책으로 대신 함이 옳을 것입니다. 아울러 사직을 청한 예빈시정 김관과 사헌부지평 정예림은 신(臣)이 더 말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들은 이미 본조의 반석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허나 이들은 이번 일에 관계되어 각자의 사유로 사직을 청하였으니, 어찌 조정의 큰 기우라 하지 않을 수 있겠으며, 장차 누구와 더불어 국정를 논하며 조정을 보전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전하께서 평시서직장에 대한 처분에 아량을 베푸신다면 신(臣) 또한 예빈시정과 사헌부지평을 설득하여 사직을 철회하고 조정에 복귀할 수 있도록 견마지로(犬馬之勞)를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러하므로 전하, 이들이 사헌부, 예조, 형조, 호조의 수장이며, 본조의 주춧돌과 같은 신하라는 점, 나아가 종묘사직과 조정을 보전하는 것보다 더 중한 일은 없음을 다시 한번 헤아려 주시길 청합니다. 끝으로, 신(臣)의 가문과 관계되어 전하께서 비답을 내리셨으므로 해명합니다. 신(臣)이 어찌 한 가문을 이루고 있다하여 사심으로 예빈시정을 당상으로 추천하였겠습니까. 신(臣)이 그리 차자를 올린 것은 예빈시정의 당상 가자 검토와 관련되어 당상 가자 여부와 관계없이 전하께서 가자 검토를 하명하고 그것을 철회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민국에서도 고위 관료의 진급에서는 신중의 신중을 기하고, 임면에서는 고위 직급의 지체를 감안하여 당사자를 지극히 배려합니다. 헌데, 예빈시정의 품계가 당상은 아니라 하나 통훈 품계를 가지고 있으며 관력 역시 짧지 않은데, 그의 지체를 감안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다 보였기 때문입니다. 신(臣)은 그러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직접 당상 가자를 주청드렸다는 표현을 사용했을 뿐 다른 의미는 없었습니다. 그러한 부분이 시발점이 되어 현 조정이 이렇게 되었으므로 안타까움이 지극합니다. 이에 예빈시정 김관의 당상 가자는 그에게 적당한 사업을 맡겨 완수 후 다시 거론하는 것이, 전하께서도 언급하셨던 "가까운 사람의 도움으로 당상 가자가 되었다"는 평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라고 하였다. 2월 17일 기사(己巳)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 근무함(仕)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2월 18일 경오(庚午)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 근무함(仕)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2월 19일 신미(辛未)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 근무함(仕)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2월 20일 임신(壬申)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 근무함(仕)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2월 21일 계유(癸酉)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 근무함(仕)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행세자시강원보덕 서민교가 소과 시관 및 서연관 차정 지연 등에 대한 계목을 올리기를, "지난 17일, 前 예빈시정 김관이 면직되어 18일부터 신이 예조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소과 생진시 시관을 차정하여야 하나, 시임 문관이 4인이고 그 중 행인의 신 하유는 과거 응시 및 합격 경력이 없습니다. 현재 참의 신 천어, 행저작 신 정도전에 의사를 타진하고 답을 기다리는 단계에 있습니다. 시일이 늦어지거나 자칫 생진시 시관 수를 채우지 못할까 염려됩니다. 이에 먼저 속히 계하고 지휘를 기다립니다. 지난달 19일, 세자시강원에서 이조로 서연관 후보자 7인(자의 직 차정 후보자는 3인)의 명단을 이조에 이첩하여, 이조에서 그 의사를 탐문하고 가능한 자를 계청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7인 모두 응답이 없었거나 불가 의사를 표명하는 등의 결과를 내게 되었습니다. 지난 17일 이조에 후속 조치에 대하여 조회하고 그 응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묘당(廟堂)이 텅텅 비어 크고 작은 정사가 하나도 쉽지 않게 되어 민망하기 그지 없습니다. 신하와 백성에게 충성하는 마음이 있고 없음보다 먼저 헤아려보아야 할 것은 군왕 자신에게 인덕이 있고 없음입니다. 수신(修身)은 치국(治國)에 앞서는 법입니다. 행하여도 득이 없으면 자기를 돌이켜보아 구하라[行有不得反求諸己]하신 아성(亞聖)의 가르침을 삼가 유념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2월 22일 갑술(甲戌)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 근무함(仕)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승정원에서 주관하여 익월 25일 까지 제188차 윤대(輪對)를 진행하였다. * 22일, 사복시정 이운이 아뢰기를, "각 관청 수장에 대하여 아룁니다. 승정원에는 동부승지 임상유, 이조에는 참의 천어, 예조에는 행보덕 서민교, 병조에는 신이, 공조에는 행직장 강건이 있습니다. 신의 평정을 내려 주시옵소서. 조정 인사에 대하여 아룁니다. 공석이 된 사헌부와 호조 수장에 대해서는 이조와 협의하여 호조는 행직장 강건을 겸직하는 것으로 의망합니다. 사헌부 수장에 대해서는 이조에서 아뢸 것 입니다."라고 하였다. * 같은 날, 상(上)께서 전교(傳敎)하시기를, "승정원에 명한다. 16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어전에 올려진 차자, 계목 등은 승정원에 보관해 두도록 하라. 당상관으로서 상하의 조화를 위해 노력하였던 동부승지의 모습을 아름답게 여긴다. 예정대로라면 오늘 연두교서를 반포하고 전반기 정기 포상을 시행해야 하나, 교서는 폐기하고 포상은 잠시 유예한다. 병조에 명한다. 서연관 인선이 무산되는 지경이니, 직장의 익위사 겸직을 호조 겸직으로 교체하라. 당분간 서경 없이 그대로 사령한다. 3일에 재가한 품계 환급은 관직 진출을 전제로 특별히 허락한 것이었는데, 아직 아무런 조처가 없는가. 3일 안에 출사하지 않으면 삭판하라. 하교한다. 지난 15일 밤늦게 편전에 들어 비답하고 하교한 것은 평소 정무를 재결하던 시각과 다른 것이었는데, 낮에 처결한 뜻과 달리 상황이 급히 진행되는듯하였으므로 좌우를 진정시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그처럼 심야에 결행하였다. 그러나 하교하면서 윤대 일정을 음력 정월 15일인 오늘로 연기하는 등의 명을 아울려 내렸으니, 비답을 말하는 와중에 일정 주기로 거듭 반복되는 일에 체념이 겹쳐 국정을 돌볼 의지가 거의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튿날 참의를 소명(召命)하여 종묘에 전알(展謁)한 후, 환궁하여 문무관 인사 처리에 관한 당부의 명을 내렸었다. 과인은 본래 아무런 재능이 없는 보통의 사람으로서, 대행왕께 후사가 없는 상황에서 선왕의 아우라는 이유만으로 세재(世弟)에 책봉되고 창졸간에 지존의 자리를 물려받아 근 10여 년간 국사를 감당하였다. 그러나 제신(諸臣)이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도량과 식견이 작은 규모의 단체조차 이끌기에 부족하고 사리에 매우 어두워 국사를 어긋나게 하고 잘못 이끈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국정이 잠시 흔들리는 지경이면 차라리 다행이라 하겠으니, 과인의 잘못으로 인해 차마 기록할 수 없는 말이 나오고 왕실과 조정이 비웃음을 당하여 그 욕됨이 열성조에까지 이르는 지경이 되고 보면 더는 편전에 들어 정무를 보기가 어렵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런 마음이 예전부터 있었기에 몇 년 전부터 대리청정에 대비하여 절목을 마련하고 시강원을 구성하였으며 최근에는 의정부, 비변사 등에 관한 논의를 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하교 직후에 생각을 거듭한 결과, 그 역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이 들게 되어 그와 같은 명을 내렸었다. 청정의 단계를 넘어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세자 역시 지금까지 아무런 훈육을 받지 못하였으므로 저자의 아무 사람보다 나을 것이 없기에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 600여 년 종사(宗社)의 명운이 걸린 마지막 기회를 그런 식으로 소진할 수 없으므로, 현량한 인재들이 제왕학으로 세자를 잘 이끌어 약간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보도(輔導)한 이후를 기약하는 것이 마땅하다. 본조(本朝)의 정체(政體)를 버리면 본조의 존재 이유와 존립 기반이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성리학적 사회질서 체계에 기초한 군주제를 간직하고 있으며, 부족한 능력이지만 조정 안팎의 많은 제도를 가능하면 전통의 법령, 전례, 역사적 사실 등에 바탕을 두어 예전 조종조의 체제에 가깝게 재현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창국 초기 시절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 조정과 민간이 활기차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지만 약 1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어찌 보면 현대의 시대가 더 이상 본조의 정치 체제나 이상 구현을 용납하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왕조(王朝)가 머물러 있는 환경이 민국(民國)이기 때문이다. 과인과 같은 불민하고 아둔한 인사가 왕위에 올라 국사를 책임지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본조의 국체를 생각할 때, 스스로 자격이 되지 못한다고 해서 선양(禪讓)하거나 스스로 폐위할 수도 없다. 과인의 나이가 어느덧 69세에 이르렀으므로 설령 약간의 의지가 있다고 해도 더 이상 종전처럼 자리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러나 창국의 뜻과 창국 이래 본조의 역사를 감안할 때, 무작정 조정을 닫아 궁궐과 관청에 풀이 자라도록 내버려둘 수도 없는 일이다. 하여 명한다. 최소한의 재가 사무와 관직 업무을 유지하는 상태로 조정 체제를 크게 개편하려 하니, 이에 관해 의견을 말해 보도록 하라. 의정부, 비변사 논의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되겠다. 수장 이외에 관원들도 할 말이 있거든 나와 계하라."라고 하였다. ○ 한성부 장재 유수정이 구명소(救命疏)를 올리기를, "성인이라 하여도 인의仁義를 끊임없이 쫓고서야 능히 천하를 감화시키는 법입니다. 전하께서 보시기에 예로부터 작금까지 제신諸臣의 사기나 분위기가 점차 나아지는 것 같으십니까? 전하께서 추구하신 인仁이 진실로 표준이 되어 조정을 끌어안고 있다고 여기십니까? 혹 교화에 진념하여 유구한 도의 경지로 모두 몰아 넣는다면 저절로 일신日新될 것으로 여기신 것은 아니십니까? 일찍이 정조대왕께서는 절차탁마切磋琢磨를 가리켜 훌륭한 기술자만이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라 하여도 반드시 모가 나고 단단한 물건을 만나야만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가볍거나 무른 성정의 기물器物은 탁마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금일 일회, 그리고 이전일에 우又일회, 어떤 군주는 소중히 바라왔을 천재일우千載一遇를 전하께서는 외면하시었습니다. 물론, 신이 언급한 이는 파직된 조예인을 이름입니다. 말의 표현이 쓰고 극렬하여 그것이 전하의 귀에 누累가 된다면, 전하는 인의 경지는커녕 시정 계집의 농에도 열을 올리는 필부가 될 것이고 아둔한 수십 문장 중에서도 단 한 글자의 일신할 간언으로 누樓(望樓)를 삼으신다면 전하의 표준이 조정과 종사를 감화시키는 아름다운 경지에 이를 것입니다. 조예인의 차자는 십수구절의 모나고 단단한 그것입니다. 그의 성정이 군주에 대한 직신直臣의 계도로써 차자 곳곳에 담기었으나 그것은 오롯 그가 누군가에 의해 마모된, 여항에도 널린 가볍고 무른 기물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할 뿐입니다. 또 실로 그가 비단 한가지 결론을 강조하듯 보이나 이것은 계도의 우직함을 강조하기 위함일 뿐, 신이 보기에 그가 지적하고 있는 문제의 본원이 여러하니 전하께서 파직에 앞서 색원塞源하였어야 할 문제도 있습니다. 그가 전하께 나아오기 전부터 타고난 명기名器는 아닐지언정 어수를 통하여서도 명기가 되지 못할 가벼운 물건은 아니옵니다. 전하께서 품으신 인의의 너비, 끌의 태양을 담아 향후 후세의 본보기로 삼으소서. 지척에 두시어 경계로 삼으시면 족히 인물을 진퇴함에 이와 같은 인이 담기는 것을 제신과 여항에 계도하는 것이 될 것이고 이에 전하의 그림자로 세상이 기꺼이 안기지 아니하겠습니까. 용렬庸劣한 신이 감히 주청하온데, 신 조예인의 파직을 거두어주시옵소서."라 하고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가 덧붙이기를, "승정원 동부승지 신(臣) 임상유, 한성부 장재 유수정의 상소 내용을 간략하여 아룁니다. 최근 前예빈시정 김관의 가자와 관련되어 일련의 사안을 논한 차자로 파직된 통덕랑 조예인의 복직을 청하는 상소입니다."라고 하였다. 2월 23일 을해(乙亥)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 근무함(仕)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23일, 행세자시강원보덕 서민교가 아뢰기를, "금번 소과 생진시 시관은 이조참의 겸성균관사성 신 천어, 신 서민교, 행승문원저작 신 정도전 등 3인으로 차정하려는 뜻으로 계합니다."라고 하였다. 2월 24일 병자(丙子)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 근무함(仕)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24일, 사복시정 이운이 아뢰기를, "무관 인사에 대하여 아룁니다. 금일 전력부위 최준이 관직 신청을 하였습니다. 파직 이상의 징계를 받은 후 재출사 하는 경우에는 무록관을 의망해야 하나 최준이 권지를 마치지 못하고 품계 몰수가 되었기에 우선은 권지군기시참봉으로 의망합니다. 하옵고 권지 기간이 끝나고 정직 전환 때에도 참봉의 직을 유지하되 무록관의 정직 전환 규정인 '최근 3회 평정에서 하점 없이 상점이 2회 이상을 받으면 재가를 얻어 녹관으로 전환한다.'를 적용하여 권지 기간과 정직 전환 후 최근 3회 평정에서 하점 없이 상점 2회 이상을 받기 전까지 무록관에 준하는 경우로 처리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라고 하였다. * 같은 날,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가 아뢰기를, "승정원 주관으로 의정부 및 비변사 개청 관련 논의를 빈청에서 주관하였고, 윤대가 종료되는 대로 결과를 정리하여 계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조정에는 관원 부족이 매우 극심하여 주요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어려움이 작지 않은 가운데, 조정 체제 개편 의지를 전하께서 밝히셨습니다. 그러나 그 뜻을 제대로 받들기 위해서는 조정에 관원이 우선 충원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와 같이 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정의 주요 사안을 어떻게 처리 할 수 있겠습니까. 두세명 인사의 의견을 들어 조정의 공론을 모았다 하여 업무를 처리한다면 그것이 과연 명분을 세울 수 있겠습니까. 신(臣)이 보기에는 조정에 관원을 충원 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 사료됩니다. 이에 현재의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재야의 능력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과거의 이력에 구애받지 말고 관직 출사를 적극적으로 독려함이 옳을 것으로 보이는 바, 이에 대한 제신들의 의견을 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하였다. * 같은 날, 이조참의 겸성균관사성 천어가 아뢰기를, "일전에 하교하신 바에 따라 판단컨대 시세가 성균관의 개청에 이롭지 아니하고, 또한 민국의 개학 등의 시절이 다가왔으니 당분간 폐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다시 아룁니다. 국운이 융성치 못한 것은 곧 신들의 잘못이니 눈물이 앞을 가려 종묘와 사직 앞에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황망하옵게도 전하의 명을 받잡아 엎드려 아룁니다. 동반과 서반을 나누는 것은 본조의 오랜 국기이니 자연히 양전(兩銓)은 그대로 두어야 할 것입니다. 관원을 충원하고 교육하는 것과 종사에 예법을 다하는 것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니 춘조(春曹)를 뺄 수 없을 것입니다. 백성을 다스리고 호구를 파악하며, 이를 보수하는 것은 곧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니 호조와 공조, 그리고 지방관을 뺄 수는 없습니다. 이에 어명을 받드는 것과 국가의 율법을 관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니 은대(銀臺)와 추조(秋曹)를 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모든 아문이 각자의 소임을 다 가지고 있고, 국가와 조정의 중요한 책무를 맡고 있으니 함부로 폐할 수 없습니다. 허나 시운이 허락치 아니한다면 공조는 호조가 겸직하여 양전과 호조, 예조에 각 1인을 두어 시급한 사무를 처리케 하시고 각 지방관은 한성부에서 통할하도록 하여 형태나마 유지토록 하여 급한 사무이나마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아뢰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시세가 이롭지 못하고, 창국 이래의 일을 기록치 않는다면 열성조의 다스리심과 선왕의 유지가 허공에 흩어져 찾아볼 수 없는 길에 이를지 모르는 일입니다. 청컨대 형편이 허락치 않는다 하더라도 실록청을 개청하여 겸직하고자 하는 자는 겸직하고, 산림에 학식있는 자를 불러 실록청에 두시어 남은 소임을 다하게 하소서."라고 하였다. * 같은 날, 행선공감직장 겸제용감직장 강건이 아뢰기를, "작일 호조에 부임하여 일상사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 같은 날, 행한성부참군 임충빈이 아뢰기를, "한성부에서는 한성부 백성과 강원도, 북삼도 백성들을 대상으로 신년맞이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외에는 평상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별히 계할 사항은 없습니다. 전하께서 하교하신 조정 체제개편에 대해 아룁니다. 각 기관의 수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최소한의 조정 기능을 하자면 관원의 인사를 담당하는 이조와 병조는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고, 예와 교육, 과거를 담당하는 예조도 수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외 조정기관은 조정의 관원이 충원될 때까지 각 관청의 수장이 겸임을 해야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지방의 경우 현재도 한성부에서 강원도와 북삼도를 대행하고 있으니, 지방관은 2명 정도로 두고 각기 한성부와 북삼도, 하삼도와 강원도를 관장하게 하면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옵니다."라고 하였다. 2월 25일 정축(丁丑)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 근무함(仕)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25일, 사복시정 이운이 아뢰기를, "조정 체제 개편에 대하여 아룁니다. 이미 동부승지와 이조참의가 좋은 의견을 내었습니다. 조정 체제 개편에 있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점인 관원 충원을 제시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지난 3일 최준의 품계를 회복시켜 관직 신청을 이끌어 냈으니 작은 성과나마 있어 참으로 잘 된 일 입니다. 앞으로 관원 충원에 대해서는 전조에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이조에서 아뢴 거와 같이 중앙관제는 전조를 비롯하여 승정원, 호조, 예조, 공조 등으로 유지하고 지방관제는 한성부에서 통할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 방안이라 여겨집니다. 실록청 개청에 대하여 아룁니다. 이전에도 실록청 개청에 대한 주청이 있었으나 전하께오서 조정의 여력이 좋지 않다 하시면 단정히 물리치시었습니다. 허나, 아조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니 시절의 어려움에 구애 받지 않고 신 등에게 실록 편찬을 명하시어 아조 역사의 맥이 끊기지 않게 하옵소서. 이는 짧게는 역사 보존을 하는 것이며 길게는 후대에 선대의 역사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가르침으로 전해져 과거보다 더 나은 본조가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라고 하였다. * 같은 날, 행선공감직장 겸제용감직장 강건이 아뢰기를, "신은 전하께서 하문하신 일에 대하여 놀랍고 두려워 천지를 분간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신이 아둔하여 하문하신 내용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인지 곡해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하문하신 최소한의 재가 사무와 관직 업무을 유지하는 상태로 조정 체제를 크게 개편하는 것이 조정에서 재가를 줄이고 각 아문의 권한을 확대하여 업무를 스스로 처리케하는 일을 뜻하는 것이 아니기를 진정으로 바라옵나이다. 본조의 근간은 민국에서 조선이 있음이요, 군주와 신하, 백성이 서로 소통하는 것입니다. 근자에 조정에 다소 어려운 일이 있었으나, 이는 상하의 뜻이 달라서 생긴 일이 아니라 더욱 좋은 것을 추구하고자 생긴 혼선입니다. 이러한 때에 임금께서 단정(斷政)을 언급하시니, 신은 진정으로 몸 둘봐를 모르겠고, 그 무엇도 의미를 둘 수 없나이다. 왕조에서 관청을 어찌 구성하든지 모든 정무의 시작과 끝은 오로지 군주의 재가에 있습니다. 조정이 어려워 몇 개의 관청을 폐하고 몇 개의 업무를 합친다 하더라고 최종적으로 재가없이 그 무엇도 진행될 수 없습니다. 설령 재상이 사무를 총괄한다 하더라고 종국에는 군주가 재가하여야 하는 것이니, 재가 사무를 개편은 가하지 않습니다. 다만, 조정에 인력이 줄어 관청을 개편을 하문하신 것이라면 이조참의의 의견에 합당함이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 같은 날, 행세자시강원보덕 서민교가 아뢰기를, "신이 불민(不敏) 불초(不肖)하여 여러 대소 관원들과 더불어 힘써 보필하지 못한 나머지, 심히 자책하시는 하교가 있게 되었습니다. 널리 하문하셨으므로 말과 글에 혐의가 있는 죄신(罪臣)임에도 불구하고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늘날의 일은 군신(君臣)이 정치를 쇄신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공무를 잘 다스려 나간다면 해결될 수 있는 일시적인 일입니다. 또 빈청에서의 논의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굳이 의정부 한 아문을 개청하고 가뜩이나 관원이 부족한 상황 하에 몇몇 자리를 본직으로 사령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사료됩니다. 또 본래 의정부의 당하는 모두 문관으로 임용하는 것이 이미 경국대전(經國大典) 이래의 법식입니다. 따라서 의정부와 비변사 둘을 두고 논한다면 비변사를 두어 본직에다가 비변사 직임을 겸직시키는 편이 낫겠습니다. 현재 관원의 부족으로 인하여 육조(六曹)조차도 겸직으로 운영되거나 폐청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이조-예조, 호조-공조, 병조-형조를 묶어서 3인의 관원으로 육조를 모두 가동해서라도 구색을 갖추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또 이들 수장으로서 비변사 관직을 겸직을 시켜 비변사를 구성하는 것은 어떠하겠습니까. 업무가 과중한 곳에는 한두 관원을 더 소속시키는 방도가 있을 것이고 통청자(通淸者)는 따로 남겨 사헌부로 사령하여야 하겠습니다. 한성부는 경관직이니 경관직 관원으로 겸직시킬 수 있을 것이며, 평안도-함경도-황해도에 강원도를 붙여 관원 1인을, 경상도-전라도-충청도에 경기도를 붙여 관원 1인을 각각 차송하는 것이 하나의 방도가 되리라 사료됩니다. 비변사가 관장하는 업무 범위에 대하여서는 더 논의를 하여야 하겠으나, 본래 '내외 국정 전반의 사무를 전부 관장한다[總領中外軍國機務]'고 조종의 법전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중대한 군무와 교린, 문무 당상관의 임면, 왕실 및 궁내의 내밀(內密)한 일 등 조정에서 할 수 없는 일 외에는 통상적인 대소 사무를 일단 모두 맡아 수행하는 것을 대강으로 정하고 세부적인 것은 앞으로의 논의에서 정하여야 하곘습니다. 국가의 일은 하나하나 중대하여 감히 번잡하다 할 수 없고 어느 하나 작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간곡히 하교하신 바를 따르고자 신이 사료한 바, 비변사는 합의를 통하여 규정된 정무를 전결하되, 그 가운데 중대한 일은 수시로 계하고 재가를 얻어 시행하여 어전의 크고 작은 일로 번거로워 지는 것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것이 어떠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2월 26일 무인(戊寅)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 근무함(仕)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2월 27일 기묘(己卯)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 근무함(仕)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27일, 상(上)께서 전교(傳敎)하시기를, "예조의 시관 인선, 병조의 무관 인사를 모두 원안대로 재가한다. 평정 전교는 보류한다. 승정원은 공주목사도 상경하여 생각한 바를 말하게 하라. 빈청 논의 결과는 윤대 이후라면 굳이 계할 필요가 없으니, 그대로 두도록 하라. 관원 출사는 지금 시점에 애써 독려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윤대 참여 관원 가운데에도 관직을 내려놓고 물러날 의사가 있는 자는 어떠한 부담도 가지지 말고 편히 말하도록 하라. 모두 허락하겠다. 전일 의정부와 비변사에 관한 논의를 하명하였던 것과 지금의 논의를 명한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평시 상태를 유지하느냐, 아니냐 하는 차이가 있는데, 이조, 병조, 공조, 한성부 등에서 말한 것은 육조에 네 관원, 팔도에 두 관원이 있고 각각 종래대로 업무를 수행하는 지금의 체계에서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으므로, 과인이 하교한 뜻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이다. 인사를 집행하는 관원은 있어야 할 것이므로 문무관 인사를 담당하는 이조와 병조의 관원 각 1원, 민원 처리에 지방관 행정이 필수이니 팔도의 행사와 행정을 책임지는 외관직 1원, 이외에 호조, 예조, 형조, 공조의 기능과 업무를 통합하여 처리하고 통보할 의정부 전임 혹은 비변사 겸임 관원 몇 원이면 될듯 하다. 백성 활동에 관속과 더불어 정병 복무가 큰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이를 위해서, 그리고 무관 고유의 직무를 위해서 훈련원 관원 1원 정도를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관원이 겸하는 직무가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을 수 있겠지만, 평정을 비롯하여 녹봉, 호구조사, 과거 시행, 모임 평가 등 육조 주요 업무의 시행 간격을 늘리거나 횟수를 크게 줄이면 능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 혹은 당분간 각종 제도와 절차를 중단하거나 폐지하는 것으로 변통하여 시행할 수도 있다. 즉, 논의의 핵심은 관원 인사가 아니라 조정 업무에 관한 개편이다. 실록 기록은 본조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기에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지만, 먼저 체계 개편을 위한 절목이나 사목 등의 기준을 마련한 후에나 내외 상황을 보아 추진할 일이다. 조정 체계를 크게 고쳐 각 관원의 업무를 최소화하더라도 관원의 품계 승진을 위한 상시 업무가 필요할 것이므로 실록 찬술과 같은 것은 긍정적으로 검토할만 하다고 본다. 마음 같아서는 한두 관원에게 전권을 주고 과인은 대내(大內)에 머물러 있고 싶으나, 그것은 역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세도 정치를 의미하기 때문에 취하기 어렵다. 다른 좋은 방도가 있겠는가. 보덕의 의견대로 비변사 체제를 취하는 것이 합당하겠는가. 이에 관한 의견을 다시 묻는다."라고 하였다. 2월 28일 경진(庚辰)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 근무함(仕)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28일, 공주목사 겸공주진관병마첨절제사 김시습이 아뢰기를, "불초불민한 신에게도 윤대의 자리에 나와 하명하신 바에 대해 생각한 바를 아뢰라고 하시니, 황공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근자에 주상 전하의 어심이 상하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신은 단지 스스로에게 죄를 묻고, 그저 근신하면서 한편으로는 죄신의 자세로 도정에 임하여 태평성대의 도도한 물결이 쉬임없이 흐르는데 막힘이 없도록 하고자 할 뿐이었습니다. 국록을 축내고 있는 신하로써 마땅히 모든 조정의 대소사에 대해 생각한 바가 있을 것이나 조정의 법도가 지엄하고 상하가 분명하며 직분이 엄격한 바, 생각이 있다고 하여도 함부로 말하여서는 안되고, 신의 생각과 상치된다 하여도 따르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이러한 저의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주상 전하의 명을 받잡음에 이제 주저없이 신의 생각을 아룁니다. 신은 조정의 방침이 일관되게 적용되고 시행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합당하며 그 조직은 비변사 체제가 적합하다는 생각이옵니다. 그 수가 넉넉하지 못 한 조정 관원의 형편이기에, 우수한 재원이지만 관력이 일천한 관원이 육조의 수장직임을 담당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고, 그로 인하여 행정이 과거에서 현재로 연속됨에 있어 매끄럽거나 일사분란하게 시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때마다 관원들 간에 조정하거나 조율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보니 미숙, 미흡한 상태로 주상 전하께 직접 계하여 윤허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고유업무 영역이기에 타부서 수장의 업무 수행에 미진하거나 미흡함을 발견한 관원이 있다 하여도 그것을 시정하거나 수정하기 위한 의견 개진 조차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으며, 그렇다 보니 수장의 업무 처리가 명약관화토록 미숙, 미흡하다 하여도 아무런 조정없이 주상 전하께 직계되어 어심을 불편하게 하거나 상하게 하는 일이 부지기수였음이라고 사료됩니다. 신은 근자에 벌어진 사단에 대해, 조정 내에 업무의 조율과 조절 그리고 조정을 담당하는 기관이 없었음에도 그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조정에는 세 명의 시임 통정대부가 정무를 살피고 있으며, 신을 포함한 두 명의 계궁과 여러 명의 참상, 참하관이 그 직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세 명의 통정대부의 자질과 능력은 재삼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며 병조 수장인 이운은 이미 그 능력이 검증된 신료라고 생각합니다. 하여 신은 감히 아뢰옵건데, 이보다 적은 수의 관원으로도 조정의 대소사를 흔들림없이 수행하였던 때가 있음이니,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하여 최소한의 재가 사무와 관직 업무를 유지하는 상태로의 재편을 검토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위의 네 명을 중용하시어 겸직이 가능한 비변사를 가동함으로써 조정의 내실을 공고히 하는 것이 옳다고 사료됩니다. 또한 그렇게 되면 주상 전하께서는, 연륜이 풍부하고 경륜이 출중한 중신들의 손을 거쳐 다듬어진 조정의 모든 대소사를 처결하시는 것이니 조정의 기틀이 공고해짐을 느끼시면서 만기를 친전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되면 주상 전하께서는 지금과는 달리 수고로움보다는 즐거움이 크실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하였다. * 같은 날,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가 아뢰기를, "근래 민국에서의 사정으로 인하여 접속 체력이 예전만 못해 사직을 청하고자 하오니 윤허하여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2월 29일 신사(辛巳) 승정원 동부승지 임상유 근무함(仕)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29일, 행세자시강원보덕 서민교가 아뢰기를, "오는 3월 17일은 음력으로 2월 9일이고 상무일(上戊日)로서, 사직대제를 거행하여야 합니다. 신이 제례유사를 맡고 그 밖의 세 헌관과 대축관은 차후에 차정하여 계하겠습니다. 친림하실지의 여부를 하교하여 주십시오. 열성조께서 5백여 년간 동국(東國)을 교화(敎化)하시고 애육(愛育)하셨고, 왜놈과 양놈들의 침탈과 핍박, 온갖 안팎의 패역한 무리들의 발호를 이겨내면서 오늘날에 이르러, 국가가 재조(再造)되어 있은지 2대 16년이 되었습니다. 조종조(祖宗朝) 내내 선비를 길러 왔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앞서 간 선현(先賢)과 조상의 덕업 아님이 없었습니다. 의당 이러한 이치를 깨달아서 나라가 위태롭고 절의가 끊어져 갈 때, 나라로부터 좁쌀이나 동전붙이라도 녹을 받아먹은 자들은 그 은혜를 보답하고, 벼슬하지 않은 처사나 그저 밭가는 이라 할지라도 한번 떨쳐 일어나 의리를 온전히 하고 터전을 지키는 것이 상정(常情)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사정을 가만히 살펴보면 아득하기만 합니다. 지금 전하께서는 나랏일을 하루라도 빨리 풀어 놓으시고 조금이라도 더 조정에 넘겨주려 하십니다. 도리 상 사양하고 힘을 다하여 보필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실상으로 인하여 그렇게 하지 못하는 신들을 엄히 징치하여 주십시오. 백성들은 나라에 의지하여 살아가고 신하는 임금에 짝합니다. 나라가 없어지면 백성들은 먼지처럼 흩어져 버리고 임금이 없어지면 신하도 없어집니다. 또 백성이 있기에 임금이 있고 신하는 직분을 다하는 것으로써 사(士)의 소명을 합니다. 임금은 나라와 백성과 신하가 아니면 구실을 할 수 없기에 선현께서는 '임금은 사직을 위하여 죽어야 한다[國君死社稷]'고 까지 하셨습니다. 앞으로 전하께서 만기(萬機)를 전제하시거나 비국(備局)을 두어 맡기시거나를 물론하고 삼가 유념하시기를 엎드려 청합니다. 소신이 출사하여 전하를 섬긴지 이제 10년 째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입은 나라의 은정은 두텁고 녹을 받은 것은 감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몸은 부모께서 낳아 기르셨고 명령은 나라로부터 받았으니, 감히 신의를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목숨을 온전히 보전함을 꾀하고 이름을 더럽히지 않으려 애쓰겠습니까. 이 사직과 시종(始終) 운명을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진용교위 행훈련원주부 겸승정원가주서비변사낭청 최성원이 쓰다. 개국625(2016)년 4월 23일 기록 : 행훈련원주부 겸승정원가주서비변사낭청 최성원 |
http://www.1392.org/bbs?sajor11: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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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