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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행
[승정원/주서] 승정원일기 : 개국621(2012)년 08월 하권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행병조좌랑 겸공조좌랑 조휴민이 무관 정기 포상에 대하여 아뢰기를, "먼저 정기 포상에 대하여 아뢰옵니다. 금번 정기 무관 포상 대상자로 행훈련원참군 김시습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참군 김시습은 여러 관청에서 추천을 해왔을 뿐 아니라, 지난 4월 17일 조정에 출사한 이후로, 6월 2차 평정을 제외하고는 인사평정에서 계속 상점을 부여받은 우수한 무관이옵니다. 비록 조정에서 오랜 기간 근속하지 않았으나 병조와 훈련원에서 묵묵히 맡은 소임을 성실히 수행해왔사옵니다. 이에 병조명의의 표창과 운검을 하사하여 주실 것을 청하옵니다. 다음으로 무관인사에 대하여 아뢰옵니다. 8월 2차 무관평정에서 행훈련원참군 김시습은 상점을 받았으며, 행군기시직장 이성필은 중점을 받았사옵니다. 직장 이성필의 누적 평점이 5점에 이르므로 병절교위에서 여절교위로 가계하였사옵니다. 제42차 대과에 급제한 효력부위 정은호가 관직신청을 해왔기에, 그의 정병 전역날짜인 9월 1일에 맞추어 권지군기시참봉으로 사령하고자 하오니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라 하니 상(上)께서 비답하시기를, "권지 등용을 재가한다. 계청대로 하라."고 하였다. 8월 22일 을묘(乙卯)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사헌부지평 라우주가 행병조정랑 조휴민에 대하여 아뢰기를, "지난 병조의 업무는 여러 사태들로 인하여 지체되었고 산적한 많은 과업들이 지체되었습니다. 정랑 조휴민은 갈피를 못잡는 상황속에서 무관으로의 전직을 청하였습니다. 병조에 부임하여 혼란을 평정하였고, 지금까지 공조 업무까지 대행하면서 상당한 업무 추진력과 정책 창안에 대한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같은 열의를 보인 관원은 신과 같은 게으른 신하에게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정랑 조휴민에게 은사금 200냥과 평점 3점을 내려주심이 어떠하겠습니까. 아울러 물질적인 포상뿐만 아니라 전하께서 실효성이 있고 효울적인 정책 창안에 대하여 당연히 가납하여주시겠지만은 행병조정랑 조휴민의 업무추진과 정책창안에 대해 믿고 맡겨주신다는 성은을 베푸시어, 좀 더 헤아려주시고 가납하여주시길 청합니다."라 하였으나 상(上)께서 비답하지 아니하였다. ○ 행이조좌랑 정태수가 문관 평정결과와 문관 포상에 대하여 아뢰기를, "8월 제2차 문관 평정이 마무리 되었사옵니다. 이번 평정으로 행승정원주서 한명회가 1,2차 평정 모두 상점을 받아 정4품 봉정대부에서 종3품 하계 중훈대부로 승품하였으며, 사헌부지평 라우주가 사헌부 관원으로 상점을 받아 총 8점을 넘어 정5품 참상관에서 종4품 당하관으로 승품 요건을 갖추었사옵니다. 행예조좌랑 이태영 역시 상점을 받아 종5품 봉직랑에서 정5품 통선랑으로 승품하였으며 봉상시봉사 정준하가 중점을 받아 정8품 통사랑으로 승품하였사옵니다. 이번 평정으로 당하관으로 승진한 라우주는 개국621년 1월부터 3월까지 강원도 인제현감으로 외관직 경험이 있을뿐만 아니라 3월부터 5월까지 공조좌랑을 맡았으며 잠시 선공감판관직을 수행한 이후 지금까지 사헌부 지평을 맡았으니 합산 2개월이 넘는 기간 그 조건을 충분히 달성했사옵니다. 이에 당하관으로 승진을 해도 큰 무리가 없다 여겨지옵니다. 다음은 제3분기 문관 포상 대상자 선정에 관해 아뢰옵니다. 각 지방감영 및 예조의 추천이 있었으며 추천된 인물들의 그간 활동을 파악한 결과 행승정원주서 한명회가 문관 포상 대상자에 적합하다 생각되옵니다. 한명회는 주서로 부임 전 종부시첨정으로 이조의 수장으로 재직하면서 휘하 관원에 대한 적절한 업무 지시, 분담을 이루었으며 금년 2월부터 이조의 정랑, 첨정을 거치면서 이조의 평시 업무를 차질없이 진행시켜 타의 관원의 모범이 되었기에 추천하고자 합니다." 라 하니 상(上)께서 비답하시기를, "포상 수준을 계하라. (본 계본에 댓글로 한다)"라 하여 행이조좌랑 정태수가 포상 수준을 아뢰길, "행승정원주서 한명회는 품계가 대부의 반열에 들었으며 이미 두 차례 문관 포상과 형정 포상을 받아 그 능력을 인정 받았사옵니다. 항상 초지일관의 자세로 조정에 충실한 그의 자세를 높이 평가하여 하사품과 인사평점 3점을 가산해주시길 청하옵니다."라 하였으나 상(上)께서 비답하지 아니하였다. 8월 23일 병진(丙辰)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8월 24일 정사(丁巳)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행사헌부지평 라우주가 탄신 하례를 드렸다. ○ 군자감정 천어가 신년 하례를 드리니, 상(上)께서 선임 관원의 하례에 전교하시기를, "연초에서처럼, 백관(百官)의 조하를 받고 선임 관원의 하례에 답한다. 이처럼 여러 관원의 하례를 받고 보니, 설날로부터 여덟 달의 시간이 흘렀음을 또다시 느끼게 된다. 신하들의 노고가 어떠한지를 잘 알고 있다. 지금처럼 노력하여 조정에서 시행하는 여러 사업이 끊임없이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 감정의 근무일수 누적이 만5년에 이르렀다. 비록 때를 만나지 못해 아직 당상관의 지위에 이르지 못하였지만, 그 근속기간을 헤아려 보건대 근정훈장을 수훈하기에 충분하다고 여긴다. 특정한 사업에서 치적을 이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년간 관직에서 노력한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조에서는 감정의 근정훈장 수여에 대한 의견을 계하도록 하라. 또 근무일수 5년이 넘은 관원이 더 있으면 계하라. 병조 역시 같다."라 하였다. ○ 행병조좌랑 겸공조좌랑 조휴민이 병조 관원을 대표하여 탄신 하례를 드렸다. ○ 행예조좌랑 이태영이 예조 관원을 대표하여 탄신 하례를 드렸다. ○ 행승정원주서 한명회가 탄신 하례를 드렸다. ○ 행한성부서윤 서민교가 탄신 하례를 드렸다. 8월 25일 무오(戊午)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행승정원주서 한명회가 소식지 발행 논의에 대하여 아뢰기를, "前주서 정태수가 논의를 진행하다 체직된 탓인지 논의가 특별히 진행된 내용이 보이지 않았으나 정리하여 계할 것으로 인계 받았기에 먼저 논의 내용을 아룁니다. 前승정원주서 정태수는 "한달에 한 번 각 관청의 한달 업무 내용 및 행적을 모으고 또 지방에서는 지방관들이 한달간 지역 게시판과 감영 게시판에 올라온 행적들을 종합"하여 발행할 것과 "연표식으로" 발행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여기에 군자감정 천어는 취합 및 재구성 등의 업무를 "누가 감당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임을 지적하였고 "굳이 발행해야 하느냐"고 언급했습니다. 행예조좌랑 이태영은 "관보의 성격을 띄게 될 것"과 업무 부담 등을 들어 타당하지 않은 사업이라고 하였습니다. 신은 소식지의 필요성과 그 용도, 형식을 어림하기 위해 처음에 이 논의가 어디에서 나왔는가를 찾아가 작년 있었던 황해도 만민토론 내용과 조휴민의 상소, 제102차, 제103차 윤대 논의 내용을 찾아보았습니다. 이를 보니 '소식지'라는 개념 자체가 유효인구를 늘이기 위해 장기 미접속자들을 대상으로 발행하고자 하였던 것인데 많은 관원들이 이를 간과하고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실제로 승정원 내부 논의와 그에 앞선 윤대에서 논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신의 소견을 아룁니다. 신은 이 것이 유효인구 증대에 매우 도움이 되는 사업이며 작년에 이미 일부 백성들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생각합니다. 또 장기미접속자들을 대상으로 메일로 발송될 것을 생각하면 관보 형식으로는 효과가 떨어질 것입니다. 간결하면서도 흥미를 끌고 사조의 최근 소식뿐 아니라 활동을 거의 하지 않다가 그만둔 백성들을 위한 사조 소개 등 다양한 내용을 밀도있게 담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감히 청하건대 이 업무를 승정원에 일임하여 주십시오. 승정원은 타 관청에 비해 업무 부담이 적은 관청으로 뭇 관원들의 염려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또 옛말에 "길가에 집을 지으려면 3년이 지나도 완공하지 못한다" 하였듯이 아직 틀이 잡히지 않은 사업은 한 관청에서 전담하는 것이 이치에 맞습니다. 승정원에서 먼저 시안을 올리면 그때 조정의 중론을 모아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라 하니 상(上)께서 비답하시기를, "관련 사업의 승정원 주관을 재가한다. 계청대로 한 번 전담하여 실행해 보도록 하라."고 하였다. ○ 행이조좌랑 정태수가 탄신 하례를 드렸다. ○ 행이조좌랑 정태수가 황해도 백성 임랑의 자송문에 대하여 아뢰기를, "죄인 신 임랑, 삼가 엎드려 지난날을 생각하며 전하께 자송문을 지어 올립니다. 신이 초야에서 듣건데, 편전을 넘나드는 신하들의 수가 손가락으로 헤아리기에 남음이 있고 사직단으로 거동하려 하시어도 연을 맬 군사가 부족하다하니 신의 민망함이 깊어갈 뿐입니다. 아아, 태조께서 조선을 여시고 장종께서 아조를 다시 세우셨을 때 오늘날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나 하셨겠습니까. 모두 신의 부덕이자 불찰이기 때문에 밝은 빛을 보기 어렵습니다. 하물며 열성조를 대하는 전하의 심정이야 오죽하시겠습니까. 신이 그간 올린 소차(疏箚)는 이러한 일이 있을까 저어되었기에 죽기를 각오하고 극간(極諫)한 것이었사온데 결국 망극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신의 간언이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로써 전하의 뜻을 거스르려 함에 있었겠습니까. 전하를 감히 폐주라 칭하며 그들끼리 돌아가며 왕을 하는 저 역당들의 무리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함에 있었겠습니까. 그러한 마음은 추호도 없었으니 신은 그저 이 나라의 종묘사직과 전하의 밝은 치세를 위하고자 할 따름이었습니다. 신하된 자로서 직언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죄만 입고 이익이 없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하오나 소신은 이미 전하께 큰 죄를 입었고 더 이상 얻을 이익이 없사오니 비록 죄인의 몸이나 삼가 다시 붓을 들어 전하께 아뢰고자 합니다. 선대의 대왕들께서는 신하들의 허물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시고 광개언로(廣開言路)하시어 그 과실을 들으려 하셨으니 스스로를 과인(寡人)이라 하신 뜻이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지금의 전하께서는 신하들의 허물은 신하들의 허물이고 전하의 과실을 조정에 탓하시니 어찌 바르다 하겠습니까. 오늘날 윤대(輪對)가 윤대답지 못하고, 조정에 공론(公論)이 사라졌으니 이것이 모두 신하들에게만 잘못이 있다 하겠습니까. 세종께서 처음 윤대를 시행하셨을 때 그 뜻이 조정이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하길 바라는 것에 있었는데 작금의 조정은 막히고 통하지 아니하여 뜻을 통하려 할 때마다 서로 오해만 더 쌓여가고 있습니다. 옛날 주(周)의 여왕은 비방하는 자가 있으면 바로 죽이고 진(秦)의 시황은 비방하는 자를 죽이고 모여서 얘기하는 자도 죽였는데 주의 왕은 결국 유배되어 죽었고 시황은 객사하였습니다. 그 때 사람들이 말하길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을 막는 것보다 심하다. 물이 막혔다가 터지면 틀림없이 다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백성의 입 또한 이와 같다.”라고 하였으니 물을 다스리는 자는 물을 터서 물길을 잘 인도해야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그들을 잘 이끌어 말하게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이치일 것입니다. 허나 전하께서는 말을 하는 백성들을 겁박하고 죄 주려 하시기만 하면서 어찌 전하의 성수(聖壽)가 천년만년 이르길 바라시는 것입니까. 한비자가 이르길 용이라는 짐승은 잘 길들이면 올라탈 수 있지만 그 목 아래에 다른 비늘과 반대 방향으로 나 있는 비늘을 건드리면 반드시 사람을 죽인다고 하였습니다. 하물며 인군(人君)이야 다름이 있겠습니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소신이 함부로 아뢴 것은 그러한 차자를 올린 소신의 마음이 그저 분통(憤痛)함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애통(哀痛)한 마음이 지극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렇다하여 어디 그 죄가 씻겨지겠습니까. 만 번 죽어도 마땅합니다. 그러함에도 소신이 제 한 몸 아끼지 않고 지부극간(持斧極諫)했던 것은 오직 전하를 바른 길로 나아가게 하고 아조를 수성(守成)하고자 했을 따름입니다. 군주가 바른 길을 가고 있다면 신하들은 모든 힘을 다하여 보필해야 합니다. 군주에게 잘못이 있다면 신하된 자로써 마땅히 잘못을 지적하여 시정하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나라는 비로소 안정되고 정사(政事)는 비로소 착오가 없을 수 있습니다. 비록 전하께서 귀하여 군주가 되셨더라도 스스로 존대하지 말며, 교만해지거나 뽐내지 말고 오직 자기를 공손히 하는 마음을 돈독히 하며 백성을 걱정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고 신하들을 염려하는 마음이 계속되어 전하의 마음이 지옥이시라면 왕업이 어찌 백세에 그칠 것이며 전하의 태평성대가 어찌 만년이 되지 않겠습니까? 전하의 탄신일을 맞이하여 삼가 엎드려 바라옵건데, 전하, 세상에 길이 남을 성군이 되시옵소서. 황해도 백성인 임랑의 자송문의 내용을 보면 그가 전하께 저지른 불충은 언제까지나 전하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전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고 했던 충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옵니다. 삭직된 이후에도 아조에 발길을 끊지않고 오히려 자신의 재산으로 여러가지 행사를 주최하여 아조를 좀 더 활동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일련의 행동들을 보아도 그가 진정 아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은 인물임을 알 수 있사옵니다. 신 감히 아뢰옵건데 황해도 백성 임랑의 삭탈을 거두어주시고 일정기간을 거쳐 다시 조정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떠하옵니까." 라 하니 상(上)께서 비답하시기를, "이것은 자송문이 아니라, 자송이라는 이름을 빌려 예전의 상소를 반복해 같은 주장을 한 번 더 늘어놓은 것이다. 과인이 모든 잘못을 신하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느꼈다면 그런 것이겠지만, 자신의 말이 받아들여지면 공론이 행해지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조정에 공론이 사라진 것인가. 자송(自訟) 두 글자의 뜻을 모르지 않을 것인데, 전교와 비답을 듣고도 그 태도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주나라 려왕(厲王)과 시황제(始皇帝)를 운운하며 이처럼 빈정거리는 글을 올리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는 당시의 처분이 크게 미약했던 탓이다. 이 자는 삭판(削版)하고, 상소에 연명하여 파직되었던 자들은 모두 삭출(削黜) 또는 추탈(追奪)하라."고 하였다. 8월 26일 기미(己未)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8월 27일 경신(庚申)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행형조정랑 김관이 형정 포상 등에 대하여 아뢰기를, "금번 형정포상에는 열흘정도의 시간을 두고 각 지방 관아 등에서 추천을 받고자 하였으나, 형정 포상대상자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형정 포상 대상자가 없음에는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닙니다. 그만큼 형정에 대한 사안이 본조에서 다뤄지거나 논의될 수 있는 업무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옵니다. 하여 현재 형정회의 등을 거치며 이러한 사안들을 논의 중에 있사오나 문제점 해소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듯 하옵니다. 또한 형조에서는 황해도백성 임랑이 고소한 형사사건과 동일 건의 민사소송 건의 업무를 해당 지방관아와 연계하여 업무를 진행 중에 있사옵니다. 현재 형정회의 등에서 어떠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 본 건의 업무가 발생하여 추후 진행과정 및 절차, 결론 등에 전과 다른 또다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사옵니다. 빠른 절차의 진행으로 인하여 본 건에 대해서는 바로 계하도록 하겠사옵니다."라 하였으나 상(上)께서 비답하지 아니하였다. ○ 행예조좌랑 이태영이 제73차 소과 일정에 대하여 아뢰기를, "본디 73차 소과를 8월 안으로 시행해야하나 협의 관청간의 혼선으로 인해 시행 일자가 다소 늦어짐에 송구합니다. 최선으로 다음주인 9월 3일부터 9일까지로 시행하고자 합니다."라 하니 상(上)께서 비답하시기를, "8월 안에 시행하는 것으로 고쳐 다시 계하라. 이조는 소과 시행이 이처럼 지체된 것을 평정 결과에 반영토록 하라."고 하였다. ○ 행예조좌랑 이태영이 소과 일정과 종묘제례 결과 등에 대하여 아뢰기를, "8월 29일부터 9월 4일까지 시행하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하옵니다. 생진시 시제는 명일 안으로 제출토록 하겠고, 시관과 함께 아뢰겠습니다. 더불어 25~26일에 진행된 종묘제례가 오늘에서야 종료되었습니다. 25일 종묘의 문을 열고 제기와 홀기를 준비한 뒤 26일 대축관인 신이 축문을 읽고 행군자감정 천어, 행병조좌랑 조휴민이 폐백과 술잔을 올렸고 27일인 오늘, 종헌관 행형조정랑 김관이 폐백과 술잔을 올리고 대축관인 신이 폐백을 묻고 축문을 불사름으로써 제례를 종료하였습니다. 오늘에서야 종료된 것이 비단 행형조정랑 김관의 책임이겠습니까. 행정랑의 사정을 알지못하고 맡긴 신의 잘못으로인해 발생한 문제입니다. 모든 일에 신중함이 없고, 부족하니 신이 어찌 아조의 예악을 관장하는 해조의 수장이라 하겠습니까. 신을 벌하셔서 해조의 정상화를 꾀하소서." 라 하니 상(上)께서 비답하시기를, "소과는 30일부터 10일간 시행하여 9월 8일에 마치는 것으로 하고, 9월 소과 과거는 이처럼 지체되지 않도록 미리부터 대비하라. 제례 시행 결과는 잘 알았다. 종헌관에 대한 제례 참여시 평점 가산은 시행치 말라."고 하였다. ○ 행이조좌랑 정태수가 문관 포상과 관원의 사직에 대하여 아뢰기를, "제3분기 문관포상 대상자로 이조에서는 행승정원주서 한명회를 적합하다고 올렸으나 신이 불찰하여 포상 수준을 같이 계하지 못하였나이다. 행승정원주서 한명회는 품계가 대부의 반열에 들었으며 이미 두 차례의 문관포상과 형정포상을 받아 그 능력을 입증 받았사옵니다. 항상 변함없는 관원의 자세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행실을 높이 평가하여 하사품과 인사평정 3점을 가산하여 주심이 어떠하옵니까? 평양부 참사로 있는 토관 정병욱이 학업과 체력 문제로 관내 감영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하여 처결하였사옵니다. 군자감정의 근정훈장에 관해서는 따로 계하겠사옵니다." 라 하니 상(上)께서 비답하시기를, "정기 포상에 대하여는 군자감정에 대한 의견을 듣고 전교하겠다. 속히 계하도록 하라."고 하였다. ○ 행병조좌랑 겸공조좌랑 조휴민이 전국 축성 및 준설 공역 결과 등에 대하여 아뢰기를, "개국621년 07월 31일에 시작하여 금일 08월 27일, 공조에서 주관한 전국구 축성 및 준설 공역을 성황리에 종료하였사옵니다. 금번 공역은 희릉 보수 공역 1차, 2차로 시작하여 경상도 가산산성 축성 공역, 함경도 동대천 준설 공역을 포함하였사오며 열릉 보수 공역 1차, 2차로 종료되었나이다. 경상도 가산산성 축성 공역이 제한인원 9인에서 안타깝게도 1인이 부족하여 실패하였사오나, 그 외 모든 공역이 빠른 시간 내에 종료되었사옵니다. 모든 공역의 제한인원은 총 39인이었사온데, 26명이 중복 참여하였고, 총 1145냥이 지급되었사옵니다. 비록 한 공사가 실패로 끝났사오나, 백성이 본 행사에 대해 높은 호응도를 보여주었다 사료되옵니다. 특히나 참가자 중에는 신규 백성이나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백성도 있어 유효인구의 증가에도 도움을 주었다고 사료되옵니다. 앞으로도 이처럼 백성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공조에서 꾸준히 기획 진행하도록 노력하겠사옵니다. 무관 인사에 대해 아뢰옵니다. 금일 황해도 백성 임랑이 올린 자송문에 상께서 지난날 임랑 등이 올린 상소로 처벌받았던 자들을 모두 삭출 또는 추탈하라 비답을 내리셨기로, 신이 무지하오나 무관 인사를 맡은 자로서 삼가 상께 아뢰고자 하옵니다. 지난날 임랑 등이 올린 상소에 연루되었던 무관은 2인으로, 통훈대부 이운과 수의부위 박찬이 있사옵니다. 이들 중 이운은 이미 품계가 통훈대부에 올랐사옵니다. 그가 그 품계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겠사옵니까. 더욱이, 대부에 오른 자라면 분명 그 만한 자질과 인성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옵니다. 또한, 그는 파직 이후 민국에서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기에 아조에 접속하기조차 어려웠나이다. 수의부위 박찬 또한 그 이후 행적이 묘연하옵니다. 헌데 이들을 어찌 임랑의 자송문에 묶어 함께 처벌하려 하시옵니까. 임랑의 자송문이 자송문이 아니며 그가 내뱉은 말이 괘씸하여 더 한 처벌을 요한다 하시오면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오로지 임랑에게만 그리하옵소서. 두 무관은 금일 임랑이 자송문을 올릴 것조차 알지 못하였을 것이옵니다. 더욱이 자송문 또한 임랑이 독자적으로 제출한 것이니 두 무관이 그 뜻을 동일하게 품고 있음을 알 수 없나이다. 두 무관은 이미 지난 날 올린 상소로 말미암아 합당한 처벌을 받았사오며 더 한 처벌을 내리시기에는 임랑의 자송문은 그 근거가 될 수 없다 사료되옵니다. 만일 임랑이 올린 자송문에 그들이 뜻을 함께 한다하였더라면 상께서 이미 명하시온대로 그들은 삭탈되기에 충분할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들은 뜻을 함께 하기는 커녕 그 존재조차 몰랐을 것이 자명하니 통촉하여주시옵소서." 라 하니 상(上)께서 비답하시기를, "공조 사무에 관하여 계한 바를 알았다. 인사에 관한 삭출(削黜) 처분은 지금의 자송문에 연좌된 것이 아니라, 처음의 징계 처분을 조정한 것이다. 즉시 삭출을 시행하고, 때가 되는대로 개별적인 자송문을 받아 아직도 상소 연명 당시의 마음에서 변함이 없는지 확인한 후에 복관(復官)과 서용(敍用)을 검토하는 것으로 하라."고 하였다. 8월 28일 신유(辛酉)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행사헌부지평 라우주가 자송문에 대한 하교에 대하여 아뢰기를, "황해도 백성 임랑의 자송문에 대하여 전하께서 내린 처분에 대해 신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선 자송문을 살펴보면 뉘우치는 바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한것이 아니라 과거의 일에 대하여 다시 언급하였습니다. 비록 자송문을 빌어 다시한번 자신의 주장을 전하께 아뢰었습니다만, 그것이 어찌 불충한 행동입니까. 과거의 행동에 대해 분통함이 아닌 애통함이라 아뢰며 전하께서 은혜를 베풀어주시고 바른 정치를 이끌어가시길 주청하는 것에 대해 어찌 삭판의 처분을 내리십니까. 전하를 보필하는 신하가 얼마없고, 시위하는 군병이 얼마 없음을 아뢴, 자송문이 어심을 다시 흐트렸기 때문입니까. 임모는 지금 아조의 현실을 잘알고있고 그것을 아뢴것입니다. 재차 아뢰어 전하의 어심을 움직여보고자 하는 충정을 어찌 '빈정거림'으로 보셨나이까. 임모의 자송문에 대해 처분하시오면 임모에게 처분하시면 되는것입니다. 하온데 임모를 비롯한 상소에 연명하였던 다른 자들도 삭탈 혹은 추탈의 처분을 내리시니 신은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지난 아현문중 사태와 마찬가지로 처분을 가함에 있어서 법치주의에 입각하여야하고, 자기책임주의를 충족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어찌 상소문에 연명한 다른 자들도 처벌하십니까. 그들을 처벌하신다면, 자송문을 접수하고 이첩한 지방관과 어전에 아뢴 이조는 왜 처벌하지 않으십니까. 신이 어심을 헤아릴수 없사오나 이번의 처분에 대해서 백성들은 특정 인물들을 표적으로 삼은 처분이라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과연 이 사태에 대해 군신간의 일이라 생각하겠습니까. 아니면 사대부들끼리 혹은 백성들간의 송사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신이 얼마전 전하께 아뢴 차자에 대해 많은 백성들이 망극하옵게도 전하께서 내리신 비답을 헤아리기보다는 신에게 곧 조정에서 그 직임을 잃을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민심인것입니다. 신은 전하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내려주신 간관의 직위에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지만, 백성들의 생각됨은 그러한 것입니다. 일부 백성의 생각이 아닙니다. 이번 자송문에 대하여 그 해당자에게만 죄를 물어주소서. 아니면 자송문을 가납하시어 모두가 예상한바를 깨어주시고 신이 탄신일 하례에서 아뢰었듯 덕을 베푸시어 민심을 수습하고 인재를 다시모아 국정쇄신의 첫 걸음으로 삼으소서." 라 하니 상(上)께서 비답하시기를, "그럴듯한 문장으로 앞뒤를 포장하였지만, 굳이 그처럼 조정의 현실을 억지로 재차 단정하고 주려왕, 시황제 등의 말로(末路)를 나열하여 굳이 과인의 탄일에 제출한 것을 보면 그 의도가 무엇인지 자명하다. 이전의 두 상소와 그 내용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니, 그조차 살피지 못할 것이라고 과인을 우습게 여긴 것이 아니라면 감히 그러한 내용의 글을 자송문이라 올릴 수 있는 것인가. 역린을 입에 담으면서도 그처럼 극렬하게 행동하는 것이 어느 세상에서, 어느 조직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유교적 강상(綱常)을 기반으로 하는 본조(本朝)는 아니다. 삭출과 추탈을 명한 것은 지금 지송문에 대하여 처분한 것이 아니다. 당시 올라온 상소에서 선위와 옥쇄를 주청하고 차라리 함께 망하자면서 군주를 군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과인은 그래도 신하로 대우하여 당시 처분을 너그럽게 하였다. 그래서 단지 소두(疏頭) 하나를 삭출하고 소하(疏下)를 파직하는 것으로 그쳤던 것인데, 징계 수위만을 두고 별일이 아니었던 것처럼 사안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기에, 앞에서처럼 조정 관원이 징계 완화를 주청하고 방자한 글월을 자송문이라고 올리는 행동이 이어지고 있으므로, 지금 당시의 처분을 격상하여 다시 조정하는 것으로 내외의 경계를 삼은 것이다. 그 글이 어전에 그대로 오르게 되었던 것이나 오늘 지평이 올린 차자도 바로 제신(諸臣)이 사안의 경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한 번 처분한 후, 일에 거듭될 때마다 원인이 되었던 사건의 처분 강도를 높여왔던 것은 조종조에서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이미 몇 번을 강조한 내용이지만, 본조에서의 소통은 대개 문장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탑전에 오르는 것은 모두 글이다. 그 때문에 억측이 없도록 주의해야 하고, 최소한의 격식에 입각하여 의견을 표출해야 한다. 형조 계본에 따르면 자송문을 올린 자가 아무개를 고소하였다고 하는데, 아마도 주고받은 글로써 보인 행동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백성을 고소하면서도 그와 같은 내용의 자송문을 올린 심사를 알지는 못하겠지만, 스스로도 자송문이 순순히 받아들여질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평 등은 옥쇄연명소의 단초가 되었던 당시 자산군수 김관의 이후 행적을 유심히 살펴보았는지 모르겠다. 한때 문제를 일으켰지만 자숙한 후에 분골쇄신(粉骨碎身) 넉 자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므로, 마침내는 지난날의 과오를 기억하는 자가 아무도 없는 것처럼 되어, 지금은 항상 조정의 일각을 당당히 주관하는 자리에 있게 되었다. 진실로 언행이 그와 같았더라면 가납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며, 달리 무슨 하교가 있었겠는가."라 하였다. ○ 행병조좌랑 겸공조좌랑 조휴민이 삭출 처분 등에 대하여 아뢰기를, "작일(昨日), 신이 무관 인사에 대해 올린 계본에 상께서 내리신 비답을 받잡고 삼가 부복하여 아뢰옵니다. 신이 불민(不敏)하고 무지몽매(無知蒙昧)하기 이를 데 없어 거듭 어지(御旨)를 받들지 못하고 어심(御心)을 어지럽히니 신이 감히 칭신(稱臣)하고 두 관청을 이끄는 수장의 자리에 있는 것이 부끄럽기 그지 없사옵나이다. 또한, 이러한 차자로 인하여 신의 충심(忠心)을 곡해(曲解)하실까 저어되옵니다. 허나, 신이 무관 인사를 맡고 있는 자로서 어찌 두려움에 잠자코 있을 수 있겠사옵니까. 상께오서 신의 계본에 말씀하오시길, 처음의 징계처분을 조정한 것이라 하셨사옵니다. 또한, 사헌부 지평 라우주의 차자에서 일이 거듭될 때마다 원인이 되었던 사건의 처분 강도를 높여왔던 것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종조의 사례가 많았다 하시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98차 윤대에서 상께서도 말씀하시었던 것처럼 전례가 많이 있더라도 고쳐 시행하거나 바로잡을 일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사옵니다. 분명 사례가 많이 있사오나 어찌 같은 사건으로 이중처벌을 명하시옵니까. 신이 비록 당시 조정에 있지 않았기에 사건에 대해서 뒤늦게 알게 되었사오나 그 사건의 경중을 모르지는 않사옵니다. 사용하는 단어의 격렬함이 하늘을 찌르고 방자함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으나 상께서 그들의 처벌을 경감하신 것은 덕을 아셨기 때문이오며 그들을 신하로 품으셨기 때문이옵니다. 헌데, 오늘날 보시기에 그들이 받은 처벌이 비록 그들의 죄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미 처벌은 이루어졌사온데 어찌 하여 그를 다시 뒤집으려 하시옵니까. 민국의 법칙이 본조(本朝)에 언제나 통용되는 것은 아니오나, 민국에서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라 하여 일단 판결이 확정되면 같은 사건에 대하여 다시 공소의 재기를 허용하지 않고 있사옵니다. 이는 옳은 것이니 본조에서도 도입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 사료되옵니다. 신은 단순히 통훈대부 이운과 수의부위 박찬에 대해 아뢰는 것이 아니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은 그저 묻으시옵소서.군자의 한 마디 말은 천금과도 같다(君子一言重値千金)고 하였사옵니다. 상께오서 지난 날 하신 말씀이 모두 천금과 같사오며 지난 날 분명 오랜 시간 상고하시어 결정하셨사오니 부디 더 이상 지나간 일로 인해 어심을 어지럽히지 마시옵소서. 신은 금일 목을 내어놓고 이러한 차자를 올리옵니다. 이미 신은 상께오서 내려주신 재생지은의 은혜로 연명하고 있사오니 이 목숨은 온전히 성상의 치세를 위함이며 또한 이 모자란 목숨이 종사(宗社)에 한 톨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어찌 아깝게 여기겠사옵니까. 오직 충심어린 마음으로 아뢰옵는 것이니 부디 신의 충심을 헤아려주시사 신의 간언(諫言)을 가납(嘉納)하여 주시옵소서. 제72차 훈련원시에 대해 아뢰옵니다. 지난날 상께오서 명하신 바가 있사오나 신이 재차 아뢰올 것이 있어 다시금 아뢰었사옵니다. 상께오서 명하신 당일 아뢰었사오나, 그 이후 상께오서 미처 보시지 못하신 듯 하오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삼가 다시 걸음하여 주시길 청하옵니다." 라 하니 상(上)께서 비답하시기를, "같은 일로 인해 면직하였다가 파직으로 변경하거나 파직하였다가 삭직하기도 하는 것은 근래에도 자주 있었으니, 비단 조종조에서만 사례를 찾을 일이 아니다. 이미 하명한 일이지만, 좌랑의 거듭된 계청이 있고 죽은 자에 대하여는 자송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는 점을 참작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삭출한 후에 자송문을 받아 복관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선후를 바꿔 자송에 관한 의중을 확인한 후에 삭출하거나 서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겠다. 이조, 병조 등에서는 삭출과 추탈을 잠시 보류한 후, 이에 관한 의견을 차기 윤대에서 계하도록 하라. 훈련원시에 관하여는 따로 하교하겠다."라 하였다. ○ 행승정원주서 한명회가 근자의 사태에 대하여 아뢰기를, "신이 4년 전에 출사하여 그동안 전하를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모시며 전하의 학식과 언변, 결단을 깊이 흠모하고 또 존경해왔습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전에 몇몇 이들이 망극한 소를 올릴 때에도 공노(共怒)하였고 전하의 처분을 존중하여 별다른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임랑의 자송문이 내용이나 의견 개진 형식에서 경솔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허나 문득 의아한 점이 있어 감히 신의 소견을 아뢰고자 합니다. 전하께서 자송문에 대해 하교하시기를 "예전의 상소를 반복해 같은 주장을 한 번 더 늘어놓은 것이다"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같은 주장이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개별 사건들의 당위(當爲)를 떠나서 조정에 많은 신료들이 연이어 소를 올릴 때마다 지적했던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근자에 관리들이 아뢰고, 걱정하고 또는 믿으면서도 의구심을 가지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것이 조정의 공론이라고는 할 수 없고 신이 그들과 뜻을 같이 하는 것도 아니지만 매번 일각에서 아뢰는 말에도 귀를 기울이시기를 청합니다. 절대 흔들리지 말아야할 대의(大義)가 있어야 하지만 오늘날의 정치에서 사안을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 판단하고자 하면 문선왕(文宣王)이 살아돌아와 다스리더라도 반드시 놓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신의 노파심에서 나온 망령(妄靈)된 말씀이겠지만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시어 계속해서 오래도록 태평성대를 열어가십시오.신 또한 뼈를 깎는 심정으로 전하를 보필해 나가겠습니다. 서두에 금령이 내려진 내용을 아뢴 점에 대해 죄를 청하며 신의 차(箚)에 억측이 있거나 최소한의 격식을 잃었다면 그 죄 또한 달게 받겠나이다." 라 하니 상(上)께서 비답하시기를, "말하는 것을 막고 죽였기 때문에 주나라 려왕이 결국 유배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고 시황제의 말로가 객사하는 것으로 끝났다고 적시하면서, 과인에 대하여 말하는 자를 겁박하고 죄 주려 한다며 그 수(壽)가 어떠할까를 말하였다. 자송문에 포함될 이유가 전혀 없는 내용이 기술된 것이다. 이는 곧 처음 연명소를 올려 극렬한 말로 선위와 과인의 옥쇄를 청한 후, 다시 상소하여 '같이 죽어 망하자'고 하였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이러한 점에서 예전의 주장을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전의 연명소가 없었더라면 모르겠지만, 이처럼 글을 써서 그러한 문맥이 글의 저변에 버젓이 깔렸으니, 다른 몇 마디 문장을 앞뒤에 붙여 놓는 것으로 자송하는 글인 것처럼 보이기를 바라고 충심에서 올리는 것처럼 보이기를 바라기는 실로 어려운 법이다. 한때 무거운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솔직히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기만 하면 서용하였던 것은 윤모, 장모, 이모 등의 사례로도 능히 알 수 있을 것인데, 지금 자송문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그리 처분한 것이다. 대체 작년 12월 당시의 연명소가 있기 이전 윤대가 어떠했고 그 당시의 윤대가 어떠하였으며 지금의 윤대가 어떠하기에, 윤대가 윤대답지 못하고 조정에 공론이 사라졌다고 거듭 규정하고 단언하는 것인가. 100여 차례 넘게 이어진 윤대를 보면 알겠지만, 윤대 초기나 당시나 지금이나 윤대 자리에서 논하여 결정할 일이 있으면 그때마다 하명하여 공론을 수렴한 후에 재결하였다. 윤대 제도를 시행하기 이전에는 조정에 통할 틈이 없었겠다고 하겠는가. 또 인사에 관한 것이든 관청에서 제기하는 계청이든 포상과 징계에 관한 것이든, 대개 담당 관원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는 것을 위주로 정사를 펼치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과인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의견을 물리치거나 징계한 내린 적이 과연 얼마나 있었는가. 나라의 기강에 관계되는 문제에 대하여는 타협이 없음을 천명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엄중하게 처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정상을 참작하여 관대하게 처결하거나 때에 따라 유예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본인 각자가 직접 관계된 것에 민감한 마음과 지난 일을 아름답게 여기는 마음을 배제한 상태에서, 그동안 이어진 정사(政事)의 면면을 차분하게 하나하나 살펴본다면 과인의 즉위 이래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조정에는 공론이 없는 것이 되었고 그로 인하여 나라가 파탄났으며 과인의 주려왕이나 시황제에 비견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또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소리까지 듣게 되었는데, 고금(古今)에 충언과 진언임을 자청하면서 이러한 글월을 올리는 경우가 있었는가. 그 어느 순간이라는 것이, 과연 조정의 형세가 진실로 그러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뜻이 좌절된 몇몇 사람이 앞뒤를 가리지 않고 할 말과 하지 못할 말을 구분하지 않은 체 극언으로 주장한 때부터인가. 이번 일은 군신 사이의 강상(綱常)에 관계된 것이다. 공적인 의리와 사적인 의리 사이에는 구분되는 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조정이다. 훗날 사필(史筆)을 잡은 자가 이 일에 대하여도 평가할 것이겠지만, 매사에 사론(史論)이 어떠할지를 염두에 두고 있기에 사관(史官)의 평이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지게 될지에 대하여는 예견하는 바가 있다. 계하고자 한 뜻은 잘 알았다. 주서가 신자(臣者)로써 지금 사태에 대하여 할 말을 하였기에, 과인이 본래부터 불민하고 부족한 것이 적지 않지만 이렇듯 소회를 말하였다."라 하였다. 8월 29일 임술(壬戌)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행예조좌랑 이태영이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아뢰기를, "신 감히 해조를 바르게 책임지지 못하여 매일 실수를 일삼으며 전하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하오나, 신이 어찌 전하께 간하는 일을 멈출 수가 있겠습니까. 저 중화의 학자, 맹자가 타성의 경(異姓之卿)에 대해 이르길 "인군이 허물이 있은즉 간하고, 반복하여도 듣지 아니하면 떠난다(君有大過則諫, 反覆之而不聽則易位)라 하였습니다. 신이 비록 부족하고 무지하나 어찌 맹자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신이 삭판되어 내쫓겨진다 할지라도 신 삼가 아룁니다. 신 삼가 간(諫)하건데, 죽은 임 모와 상소를 올린 자들의 삭출, 삭판을 명하신 것을 거두어주시고 이들에 대해 차자를 올리는 신등의 뜻을 헤아려 주소서. 신이 전하께서 말씀하신 "자송의 형식을 빌은 상소"라는 글을 봤사온데, 그 자송문에는 전하와 아조를 위하는 마음으로 그득 하였습니다. 그 충정이 신등에게 이리 전해지는데 어찌 전하는 그를 외면하시고 그를 그저 전하를 상하게하는 글로만 보십니까. 임 모가 아뢴대로 물은 물을 관리하는 자가 제대로 해줄때에야 물이 물의 기능을 합니다. 그러나 물을 자신의 방식대로 다스리려고만 한다면 그 물은 반드시 얼마 못가 길을 잃고 터지고 말 것입니다. 작금의 상황이 이와 다르지 않고, 신등을 엄히 다스리려하시는 전하의 어심과 다르지 아니하니 무지몽매(無知蒙昧)한 신등이 전하의 어심을 모두 읽을 수가 있겠습니까. 전하께서는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신등을 어루고 감싸 안아주시고 신등의 아뢰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명백백하게 따져 물으시고, 용단을 내리심이 가합니다. 그렇다고 신등이 아뢰는 것을 무조건 감싸주십사 간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진위(眞僞)와 현황(現況)을 보시고 난 다음에 용단을 내려주시라는 것입니다. 어찌 그들의 상소가, 그리고 현재 신등의 차자가 그냥 있는 것이겠습니까. 반드시 문제의 시작이 있으면 그 시작을 제대로 알고 풀어야만 다음의 해결책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엄하게 문책하고 덮는다하여 그가 어찌 없는 일이 되고 또, 다시는 그런 충정의 간을 하지 못하겠습니까. 계속해서 그러한 간은 나올 것이고 그러한 간을 더이상 어람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그를 해결해주시어 물줄기가 바르게 나오게하는 것이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또한 전자산군수 김관에 대해 말씀하셨사온데 그의 충정이 지금까지 변하지 아니하고 계속 될 수 있었던 것이 전하의 용단 때문이었겠습니까. 조정의 상황이 작금과 같이 조정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였고, 또한 떠난다하여도 무너져가는 조정을 바로 세울 수 없는 상황이였기에 떠날 수 없어 계속해서 조정을 위해 봉사를 계속한 것입니다. 어찌 그의 상황을 전하의 용단이라고만 여기십니까. 현재도 그렇지만 전에도 떠나고자 하였지만 떠나지 못한 신하들 모두 조정을 걱정하고 전하를 염려하는 마음때문이였을 것입니다. 신도, 그리고 다른 신하들도 이러한 조정과 전하를 저버릴 수 없었기에 계속 봉사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하께서 신등의 이러한 심사(心事)를 헤아려주시지 아니하시고 전하의 대위(大威)만을 앞세우신다면 신등이 떠난 다음에 그 누구가 전하와 조정을 위해 충정을 다하여 조정에 봉사하겠습니까. 이러한 조정의 상황과 신등의 마음을 헤아려주소서. 삼가 전하께 삭직과 죽음을 무릎쓰고 간하건데 신등의 이러한 충정을 가납하시어, 전하께서 신등을 그저 조정을 관장하는 신하로써의 신하뿐 아니라 군주와 조정을 함께 이끌어가는 제대로된 신하로써 여겨주소서. 그때서야 지금 막혀버린 전하와 신등의 물줄기가 제대로 뚫려 옳은 길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신이 전하께 아뢰지 아니해야할 실언(失言)을 하였다면 신의 부족함 때문이므로 신을 벌하여주소서." 라 하니 상(上)께서 비답하시기를, "승정원의 차자에 하교한 바를 살피면 될 것이다. 좌랑이 당면한 직무인 소과 시제부터 계하라."고 하였다. ○ 행승정원주서 한명회가 전라도 백성 이혜의 상소를 봉입하기를, "전라도 제주목 백성 이혜가 삼가 글을 올립니다. 근래 아조의 상황을 살펴보니 조야가 하나 같이 위태로워 보입니다. 조정에는 사람이 없으며, 거리에는 한산함이 느껴집니다.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라 하였음에도 그 백성이 거리에 보이지 않으니 나라의 앞 날이 걱정 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근심인 것은 이런 상황을 풀어낼 마땅한 방책이 없음이 아니겠습니까. 배움이 부족한 신이 살피건데, 아조의 이러한 상황은 어제 오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백성들을 끌어들일만한 것이 부족하고, 한 번 온 백성을 정착시킬 요소도 부족합니다. 기실 본인이 역사에 관심이 많고, 아조에 관심이 있거나, 아조에 친분 있는 이가 있지 않고서야 하루 이틀을 견디지 못하고 발을 끊어버리니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새로운 것을 모으는 것보다 이미 모은 것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조에는 새로운 백성을 모을 수 있는 수단도 없고, 이미 모인 백성을 지켜나가기 위한 방법도 뚜렷한 것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모여있던 백성들 마저 하나 둘 떠나가다보니, 작금에 아조의 사정이 매우 궁벽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데 또 그 사이에 의심하고 오해함이 심하여지니 이는 또 어찌하겠습니까. 흡사 밑빠진 독에 모래가 가득하여 서로 합쳐지지 못하고, 아무리 채우려해도 계속 빠져나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군신 간에, 백성과 신료 간에 믿음이 깨졌고, 임금은 백성을 의심하고, 백성은 임금을 오해하니 어찌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겠습니까. 그러한데 나라 사정이 어찌 궁벽해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자고로 어진 임금은 백성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였습니다. 이는 백성의 소리를 통해 당대의 정치가 올바른 것인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민심은 곧 천심이고, 민심을 잃은 곧 천심을 잃는 것으로 이는 곧 나라를 잃음을 의미합니다. 바꿔말하면 백성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임금은 우군(愚君)이요, 백성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임금은 폭군일 것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것이 백성의 소리를 듣는 것이지만, 그것이 늘 달콤할 수 없으며, 때로는 가시에 찔린 듯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하여 듣기 좋은 소리만 골라들어야겠습니까. 모두가 백성의 소리요, 모두가 천심인 것입니다. 나라에서 인군(人君)은 백성의 어버이 입니다. 하지만 임금을 위하여 백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임금입니다. 백성 위에 군림하고, 반대하는 이들을 내치는 것이 임금이 아니라 백성을 자애롭게 보살피고, 반대하는 이들 마저도 끌어 안을 수 있어야 임금입니다. 신의 식견은 짧아 어려운 말은 할 줄 모릅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자면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아조에서 근래 벌어진 사건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정한 인물의 성정이 괴악하거나 생각이 모자람에 문제가 있다고만 할 수 있겠습니까. 전하, 전하를 위하여 백성이 있는 것입니까, 백성을 위해 전하께서 계신 것입니까. 또한 민심이 천심입니까, 어심이 천심입니까. 전하,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뉘우칠 줄 아는 이가 군자라 하였습니다. 부디 만백성에게 본이 되는 성군이 되십시오. 삼가 글을 올립니다." 라 하니 상(上)께서 비답하시기를, "당연한 이치에 관하여 말한 상소지만, 깊이 생각할 점이 있고 더욱 유념할 부분도 있다. 상소한 뜻을 잘 알았으나, 따로 하교할 사안이 아니므로 비답하지 않는다."라 하였다. 8월 30일 계해(癸亥)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행예조좌랑 이태영이 제73차 소과 생진시 시제에 대하여 아뢰었다. 8월 31일 갑자(甲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행경상도검률 서성일이 관내 고발에 대하여 장계하여 아뢰기를, "금일 경상감영으로 백성 박무열이 고발장을 제출하였습니다. 고발장의 내용은 진사 강해가 몇일 전 사망한 임 某의 마지막 글에서 전하께 불충한 언행을 보였고, 이는 강상(綱常)을 어지럽히는 일이므로 강해에 대한 처벌을 바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신은 박무열의 고발이 일리가 있다 판단하여 고발장을 접수하여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본 사건은 앞서 아뢰었듯이 신이 생각하기에 전하와 관련된 중대한 사항인만큼, 전하께서도 이에 대해 살피셔야 한다고 판단하여 장계를 올립니다. 수사 결과는 장계로 다시 아뢰겠습니다." 라 하니 상(上)께서 비답하시기를, "장계한 바를 알았다. 절목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처결하되, 필요하면 형조의 자문 또는 지시를 받도록 하라."고 하였다. 봉렬대부 행승정원주서 이다행이 쓰다. 개국622년 08월 26일 기록 : 봉렬대부 행승정원주서 이다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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