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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인하
[승정원/가주서] <보관> 신년 간언 - 행사헌부지평 홍봉한
행사헌부지평 신 홍봉한, 신년을 맞이하여 앞으로의 국정에 대해 아뢰옵나이다. 정유년이 밝아 개국626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아조가 창국하고 조선의 대업을 이어온지도 17년이 되었으며, 그 사이 철조와 같은 어두운 시절도, 서태후와 같은 난신도 있었지만 나라에는 크고작은 여러 경사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더욱이 천거와 과거를 통하여 많은 충신들이 조정에 출사하였고, 전하의 성은에 힘입은 충신들은 왕실과 조정을 섬기며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 가운데에 주상전하의 하해와 같은 성은과 함께 백성을 섬기는 '민본'을 중심으로 국사를 돌보셨기에 사조가 지금껏 이어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진실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고 만백성의 홍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백성이 한 마음으로 왕실을 모시고 조정백관이 정성다해 국사를 돌본 지난 날의 광영을 생각한다면 신이 눈물이 먼저 쏟아져 장종대왕과 주상전하, 그리고 지난 충신들이 아조를 이끌어 온 것에 탄복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아조는 지난 철조 이래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입니다. 근년 이래로 천재가 자주 일어나고 난민이 횡행하며 풍속이 날마다 박하여져 심지어는 대낮에 의금부와 여러 관청을 범하는 자까지 있으니, 나라에 기강(紀綱)과 법도가 있다면 그렇겠습니까. 이에 신은 조정을 위하여 애석히 여기는 것입니다. 지금 전하께서 조정을 바로잡으려면 먼저 몸에서부터 시작하여 성왕(成王)처럼 맞이하여 의논하고, 성왕처럼 밝혀 빛내시고, 성왕처럼 밝은 선왕을 따르신다면, 몸을 보존할 수 있고 역년(歷年)을 연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이 이즈음 전하께서 하는 일을 볼 때에 미진한 것이 있어 천지간에 유감이 없을 수 없으므로, 삼가 한 조목씩 들어 아래에 말씀드립니다. 하나, 비변사 존재에 대한 건입니다. 이미 신이 앞서 올린 간언과 차자에서 비변사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꾸준히 제기해왔습니다. 부득이 전하께서 진정으로 국사를 돌보시기에 어려움이 계시고, 계목 혹은 계본된 문서를 처리하는 데에 시일이 일주일 혹은 보름 이상이 걸린다면 비변사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시어 전결권을 확대하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료되옵니다. 전하께서는 분명 전하의 친람이 더디어진다는 것을 연유로 비변사를 개청하였지만, 이를 해갈하기에 비변사의 권한은 너무나 미약하옵니다. 때문에 모든 국사가 비변사를 거쳐서 전하께 계되기 때문에 신이 늘 이를 말씀드린 것이옵니다. 비변사의 전결권 확대가 어려우시다면 폐청하시어 각 관청의 사무를 전하께 직접 계하는 것으로 환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오히려 각 처부 관원과 주상전하의 사이에 비변사가 끼어있기 때문에 행정이 복잡하고 시일이 더욱 지체되는 참람한 상황이 벌이지고 있습니다. 하나, 언로의 폐쇄를 혁파하시는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은 이유로 비변사를 개청하였지만, 비변사는 오히려 전하께 올리는 계본과 계목을 지체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마찬가지로 전하께서 상소와 차자까지 막아버리셨으니 전하와 백성, 그리고 전하와 조정 신료들의 연결이 끊겼으니 신이 이를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또한 최근 포상에 대한 계본에 비답을 내리시지 않으니, 이는 차자를 금하고 상소를 봉입한 것에 이어 대단히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사료됩니다. 그나마 중신들이 전하께서 허락하신 계목과 계본으로 올리는 것 조차도 이렇게 비답을 내리지 않고 시일을 오래 지체하시니 장차 이 일을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아울러 2년 간 연두교서를 내리시지 않으니 이 일 역시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연두교서는 전하께서 한 해를 돌아보시고 새로운 한 해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어떤 국정 목표를 핵심 목표로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는 중요한 교서입니다. 신은 이 역시 유감스러운 마음을 숨길 길이 없사옵니다. 신이 구구하게 인군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생각은, 민간에 있으면서도 일찍이 조금도 잊은 적이 없었는데, 하물며 지금 말할 만한 지위에 있으니, 말해야 할 일을 보고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대간을 군주의 이목지관(耳目之官)이라고 한 것도 대간을 통해 세상사를 알아야만 제대로 통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간의 언론이 이와 같이 전해지지 않으니 임금의 덕에 누가 될까 두렵습니다. 전하께서는 삼가 상량하시어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삼가 하교를 기다립니다. 개국626년 2월 13일 행사헌부지평 신 홍봉한 * 어명에 따른 해당 간언 승정원 보관 승정원은 본 문건을 승정원에 보관해 두도록 하라.(626.02.14) |
http://www.1392.org/bbs?sajor1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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